지하생활자의 수기 문예출판사 세계문학 (문예 세계문학선) 22
도스토예프스키 지음, 이동현 옮김 / 문예출판사 / 199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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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든 살면서 한 번 이상은 자신만의 안식처에 묻힌 경험이 있을 것이다. 그곳이 자신의 단칸방이 될 수도 있고 산 속의 어느 암자가 될 수도 있고, 오롯이 자신이 주인인 한 채의 집이 될 수도 있을테지만 그건 별로 중요하지 않다. 주인공의 넉넉하지 못한 형편에 약간의 돈을 주고 고용하는 하인. 주인공은 먼 친척으로부터 어느 정도의 유산을 받게 되었다는 사실을 안 후 박봉의 직장을 그만두고 본격적으로 지하생활을 시작하게된다.

주인공인 나는 은둔자이기전에 학생이였고, 직장인이였지만 그 어느 것에도 적응하지 못한 일종의 사회부적응자이다. 그렇다고 딱히 문제를 일으키는 사람은 아니였지만 대화조차도 책을 읽는 것 같이 말하는 나는 타인에게 약간의 거부감을 일으키는 존재이다. 자신만의 도피처에서 그는 무엇을 할까? 그는 이 수기를 써내려갔다. 타인을 비웃으면 자신의 존재를 느끼지만 그렇다고 자신이 우월하다는 생각도 딱히 없다. 1부와 2부로 나뉘어진 이 수기는 지루한 듯 하지만 모두가 한 번쯤은 이런 생각을 해봤기때문에 공감하면서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그에게 연민을 느낀다.

인간은 자기가 한낱 핀이 아니라 어엿한 인간임으라 끊임없이 증명하고 싶어할 뿐 아니라, 인간의 일이란 실제에 있어 그것 한 가지 뿐이라며 나 이외의 인간을 경멸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주인공. 그의 속삭임이 한낱 신세타령은 아니기에 책을 다 읽은 지금의 기분이 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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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아이 (백색인), 신들의 아이 (황색인)
엔도 슈사쿠 지음, 이평춘 옮김 / 어문학사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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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도 문학'이라는 일련의 작가 특유의 고집이랄까..작가인 그에게 어쩌면 이렇게도 철저하게 이분법적 사고가(백색인, 황색인) 뿌리내렸을까..의문이 들었다. 역자의 설명으로 그 배경은 알 수 있게 되었지만 (유년 시절에 받은 세례와 대학 졸업 후 떠난 프랑스에서의 유학체험) 아직도 온전히 이해하기는 힘들다.

백색인, 신의 아이. 황색인, 신들의 아이는 각각 6개월의 시간차를 두고 발표한 종교적 소설이다. 독자가 가톨릭교나 개신교 신자라면 읽는데 버거움이 느껴 질만한 내용이지만 같은 출판사(어문학사)의 [웃고 있는 예수]도 읽은 나는 그닥 심각하게 받아들이지는 않으면서 읽을 수 있었다.

대략 내용은 피부색에서 오는 문화, 종교적인 차이가 과연 타문화, 타인종도 완전히 포용할 수 있는가이다. 익히 알다시피 프랑스를 포함한 유럽은 가톨릭교의 대대적인 우세로 거의 유일신인 지경이다. (소수 타종교도 많이 있겠지만 유럽 배낭여행을 하다보면 유럽의 문화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가톨릭교를 필히 알아야함을 느낄 수 있고, 가톨릭교 아래에서 탄생된 수 많은 유적이 유럽 그 자체라는 생각도 든다. 반대로 우리나라의 역사와 문화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불교를 알아야 하듯이..) 타종교에 다르게 포교에 굉장히 열심인 그리스도교는 일본에도 스며든다. 하지만 백색인이 믿는 그 종교와 미신을 비롯하여 예수가 없는 수 많은 종교, 또 황색인이 살아가는 땅에서 우세한 불교가 존재하는 그 토양의 황색인을 온전히 포용하느냐의 문제는 작가에게 심각한 고민을 안겨준다.

유다를 용서하지 않으신 예수님. 기독교의 기본 교리와 어긋나지만 이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 내치심에 차가움이 느껴지지만 [웃고 있는 예수]에서 지적한 것 처럼 성경은 예수님이 저자가 아니다. 나는 오히려 그것으로 위안을 삼고 신앙을 키우고 있다.

피부색에서 오는 차이가 그토록 예민하게 닿지 않는 생활이여서인지 깊이 공감할 수는 없지만 (분명 차이는 있겠지.. 차이를 수용하느냐, 비판하느냐, 수용불가느냐는 사람마다 또 차이가 있을 것이다.) 역자의 말대로 '신으로 인해 아픈 사람들에게 위로가 될 책'은 분명한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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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의 심리학 - 자기실현에 이르는 인간 행동과 욕구의 매니지먼트
아브라함 H. 매슬로 지음, 정태연.노현정 옮김 / 문예출판사 / 200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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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실현에 도달하기 위하여, 또는 자기실현에 이른 사람을 토대로 인간의 다양한 행동을 분석한 심리학책이다. 예전엔 심리학 하면 막연하고 공상적인 것 같아 철학서보다 더 거리감이 느껴졌는데 매슬로의 이 저서를 통하여 심리학이 이처럼 경쾌하니 인생도 참 즐겁게 살만하다...라고 느낄 수 있게 되었다.

삶 속에서 누군가의 '존재'성, 그리고 나의 존재. 매슬로는 왜 존재의 심리학이라 명명하였을까? 당연히 이 질문의 답은 책 속에 있다.
' .... 더 포괄적이고 광범위한 구조에서 기존의 모든 발견을 이론적으로 통합하는 것이 가능하다. 이러한 심리학은 수단보다는 목적, 즉 궁극적 경험, 궁극적 가치, 궁극적 인지 그리고 목적으로서의 인간에 관심을 두고 있기 때문에 나는 이를 존재의 심리학(Being-psychology)이라고 부르기로 했다.' ----- page187

철학자로서, 심리학자로서 저자 자신의 임무를 '사람들이 지니고 있는 진정한 내면의 모습을 아는 것'이라 생각한 그는 사람을 여러 방향에서 연구함으로서 인간의 긍정적인 가치를 찾고 있다. 그리고 우리를 안내하고 있다. 특히, 성장과 동기, 성장과 인지 분야에서 그의 관찰과 탐구는 흥미로웠다. 아동 시기의 '성장'에 관한 그의 이론은 굉장히 긍정적이여서 이보다 더 뛰어난 부모가 있을까?란 생각도 들었다. 아동을 비롯하여 사람은 보다 즐겁고, 더 기쁘고, 내적으로 더 만족스러운 일이 발생하게 될 때 바로 성장이 이루어진다는 것은 하나의 진리와도 같이 느껴진다. 또, '절정경험'을 누리는 자아의 존재 인식은 세상에 꼭 필요한 소금이요, 공기임을 알게 되었다. 그것을 통해서 세상은 조금 더 진보하고 활력적이 될 것이리라...

심리학 분야에서 인간을 바라보는 관점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고 한다. 매슬로는 인본주의적 관점으로 사람을 바라보았다. 그의 시선은 따뜻하고 긍정적이여서 그의 글을 읽는 것 자체로 나도 이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서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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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구적 이성 비판 - 이성의 상실
M.호르크하이머 지음, 박구용 옮김 / 문예출판사 / 200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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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에서 느껴지는 염세적인 이성에 대한 성찰이 스스로를 너무 옭아매지는 않을까라는 염려로 책장을 넘겼다. 부재 '이성의 상실'에 대한 비판과 성찰로 현대 사회에서 물질이나 출세 등등의 목표나 대중매체, 각종 타자성의 요인에 휩쓸려 제대로 된 개인의 이성의 힘을 기대할 수 없는 것을 문제삼았다.

호르크하이머는 '개인'의 가치를 최우선으로 두는 것 같다. 완전히 성장한 개인은 완전히 성장한 사회의 완성이다. 개인의 해방은 사회로부터의 해방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집단화와 대중문화의 시기에 정점에 이를 수 있는 원자화, 바로 그 원자화로부터 사회를 구제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한다. -----page 172
하지만 오늘날의 개인은 조상보다 더 많은 기회를 가질 수 있게 되었지만 우리들이 전망할 수 있는 시간은 현대 사회의 빠른 물결에 맞추어 더 짧은 시간밖에 예측할 수가 없게 되었다. 이러한 호르크하이먼의 현대 비판은 그의 철학 중심에 있다.

나 역시 현실을 고민하고, 불만이 있지만 적절하게 해소하고 찾은 결과는 늘 언제나 현실과의 타협일 뿐임을 고백하게 된다. 즉, 호르크하이머처럼 날카롭게 비판 이론을 붙들고 씨름해야 할 현실은 나에게 저 멀리 있으며, 이 부정적인 현실 (누구에게나 긍정적인 현실은 거의 없을 듯 하다. 시크릿의 비밀을 알고 있는 자 외에는...^^)의 분석은 전문가에게 맡겨두는 편이 내 생활에 더 유익함을 익히 알고 있다.

그의 태생 때문인 것일까? 유태계의 독일 철학자의 사고는 그리 긍정적이 되지 못함을...하지만 그는 현실의 허무주의자도 아니고 염세주의자는 더더욱 아니다. 그가 알고자 한 자아와 이성. 그리고 현실에 대한 의식이 일반인에게는 어렵게 다가오지만 그 누구도 이러한 사유에서는 평생 떠나지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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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한 군중
데이비드 리스먼 지음, 이상률 옮김 / 문예출판사 / 199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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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일반인'이 못되나 보다..를 느끼며 (일반 독자들도 쉽게 읽을 수 있는 현대 사회학의 명저라는 소개) 더디게 읽어나갔다. 제목에서처럼 반어적인 고독한 군중은 미국의 19세기를 조명하고 있다. (최근에 읽은 타샤 튜더는 19세기의 삶을 동경한다고 했는데..^^)

이 책을 읽는데 핵심적으로 이해해야 할 개념들이 몇 가지가 있다. 사회적 성격, 전통 지향형, 내적 지향형, 타인 지향형. 이 네 가지가 그것인데 사회적 성격은 나머지 세 가지로 구분을 한다. 사회적 성격은 단어가 주는 뉘앙스로 짐작이 가능하다. 개인의 행동과 사회구조 사이에서 그 둘을 연결시켜주는 징검다리로서 사회(어쩌면국가)가 그 구성원(국민)들에게 요구하고 있는 전반적인 생활양식이다. 전통지향형은 전통에 가치를 두고 그것을 따르는 경향. 내가 가장 이해하기 힘든 내적지향형은 '사회의 구성원들이 어릴 때부터 일련의 목표를 내면화하는 경향에 의해 동조성이 보증되는 행위유형'이라고 한다. 마지막으로 타인지향형은 타인의 기대치에 부응하기위해 그들을 추종??하며 비슷해지려고 행동하는 행위유형이다.

크게 1부, 2부, 3부로 나누어져있지만 그 중에서 조금 더 관심이 가는 챕터는 역시 유아기부터 젊은이까지의 행동유형을 살펴본 1부. 그리고 3부 자율성이다. 유아부터 형성되는 성격에 어떻게 타인과 동세계의 영향을 받는지, 매스 미디어의 강력한 영향 등이 깊이있게 설명되고 있다. 마지막 챕터의 자율성에서는 역시나 사생활 역시 진짜 사생활이 아닌 것이 되어버린 현대사회를 꼬집고 있다. 아이들에게 실험을 한 예 (아이들이 선호하는 진짜 놀이는 '혼자만의 공간에서 혼자만이 할 수 있는 놀이, 독서 등..)가 고독한 군중을 절실히 말해주는 듯 보였다.

내가 이 책을 전부 이해하며 읽기는 누군가의 도움 없이는 불가능 할 것 같다. 하지만 현대사회학의 명저를 통해 사회적 행동과 사회적 성격. 개인으로 구성된 사회이지만 종착점은 개인이 될 수 없다는 것을 이론적, 논리적으로 알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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