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생활자의 수기 문예출판사 세계문학 (문예 세계문학선) 22
도스토예프스키 지음, 이동현 옮김 / 문예출판사 / 199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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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든 살면서 한 번 이상은 자신만의 안식처에 묻힌 경험이 있을 것이다. 그곳이 자신의 단칸방이 될 수도 있고 산 속의 어느 암자가 될 수도 있고, 오롯이 자신이 주인인 한 채의 집이 될 수도 있을테지만 그건 별로 중요하지 않다. 주인공의 넉넉하지 못한 형편에 약간의 돈을 주고 고용하는 하인. 주인공은 먼 친척으로부터 어느 정도의 유산을 받게 되었다는 사실을 안 후 박봉의 직장을 그만두고 본격적으로 지하생활을 시작하게된다.

주인공인 나는 은둔자이기전에 학생이였고, 직장인이였지만 그 어느 것에도 적응하지 못한 일종의 사회부적응자이다. 그렇다고 딱히 문제를 일으키는 사람은 아니였지만 대화조차도 책을 읽는 것 같이 말하는 나는 타인에게 약간의 거부감을 일으키는 존재이다. 자신만의 도피처에서 그는 무엇을 할까? 그는 이 수기를 써내려갔다. 타인을 비웃으면 자신의 존재를 느끼지만 그렇다고 자신이 우월하다는 생각도 딱히 없다. 1부와 2부로 나뉘어진 이 수기는 지루한 듯 하지만 모두가 한 번쯤은 이런 생각을 해봤기때문에 공감하면서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그에게 연민을 느낀다.

인간은 자기가 한낱 핀이 아니라 어엿한 인간임으라 끊임없이 증명하고 싶어할 뿐 아니라, 인간의 일이란 실제에 있어 그것 한 가지 뿐이라며 나 이외의 인간을 경멸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주인공. 그의 속삭임이 한낱 신세타령은 아니기에 책을 다 읽은 지금의 기분이 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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