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둥이는 너무 좋아 비룡소의 그림동화 143
염혜원 글.그림 / 비룡소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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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둥이는 너무 좋아 / 염혜원 / 비룡소 / 비룡소의 그림동화 143 / 2014.01.08


그림책을 읽기 전


염혜원 작가님의 '쌍둥이 자매' 시리즈의 첫 번째 이야기이지요.

2016년에 두 번째 이야기인 <우리는 쌍둥이 언니>라는 그림책도 출간되었지요.

닮은 듯 다른 두 아이의 모습에 엄마 미소가 생기네요.




그림책 읽기




우리는 쌍둥이야. 우리는 똑같이 생겼어. 우리는 뭐든 같이 쓰지.

우리는 태어날 때부터 같은 이불을 썼어. 엄마가 항성 덮어 주는 알록달록 이불이야.

하지만 이제 우리는 다 컸어. 벌써 다섯 살이거든.




이불 이리 줘! 내가 언니잖아. 난 이 이불 없이 못 잔다고.

안 돼. 내 거야! 왜냐하면.. 나도 이 이불 없이는 못 잔단 말이야.

언니는 겨우 삼 분 먼저 태어났으면서!




드디어 완성! 내 이불을 정말 예뻐. 내 이불이 언니 것보다 훨씬 예뻐!

빨리 자고 싶어. 그런데 왜 잠이 안 오지?

난 팔을 뻗어 동생 손을 잡았어. 나도 언니 손을 꼭 잡았어.





그림책을 읽고


쌍둥이 자매는 태어날 때부터 방도, 장난감도, 침대도, 이불도 함께 써 왔지요.

하지만 다섯 살이 되자 몸이 훌쩍 커 버렸고, 더 이상 이불 하나로는 잠을 잘 수 없게 되었어요.

사이좋게 붙어 지내던 두 아이는 “이불 이리 줘! 내가 언니잖아!” 하고 다투기도 하고,

“안 돼! 내 거 먼저야. 언니는 맨날 뭐든 먼저 해?” 하고 불평하기도 하지요.


쌍둥이는 각자 좋아하는 천을 골라, 자신만의 이불을 만들기 위해 함께 빨래를 시작해요.

드디어 따로 떨어져 자는 날 밤. 빨리 자고 싶지만, 이상하게 잠이 오지 않아요.

무서운 마음에 팔을 뻗어 보니 서로의 손이 닿지요. 그제야 비로소 두 아이는 잠이 들어요.


똑같이 생겼고, 뭐든 같이 하고, 늘 함께 노는 모습에 쌍둥이라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어요.

하지만 같이 태어났다는 이유만으로 모든 것을 함께해야 하는 관계는 항상 좋기만 한 건 아니네요.


<쌍둥이는 너무 좋아> 속 자매는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나누어야 하는 순간에 속상하고 억울한 마음을 느껴요.

그래도 아이들은 말하지요. “그래도 좋아.”

때론 다투기도 하고 질투도, 서운함도 느끼지만 서로의 소중함을 알고 있으니까요.

서툴지만 솔직하게 감정을 표현하고, 그 마음을 부드럽게 풀어가는 모습이 참 따뜻하네요.


이야기를 더욱 빛나게 하는 건 바로 그림이에요.

염혜원 작가 특유의 섬세한 장면 연출은, 책의 펼침면을 이용해 오른쪽과 왼쪽을 각자의 공간으로 나누며 서로 등을 돌리기도, 마주 보기도 하며 두 아이의 감정 변화를 보여주지요.


아이들의 표정 하나하나에 마음이 담겨 있고,

똑같아 보이는 두 아이가 가르마, 표정, 좋아하는 색, 인형 등에서 ‘다름’과 ‘같음’을 있는 살짝 알려주지요.

특히 색동, 분홍, 노랑이 어우러진 이불은 여백 속에서 한국적인 아름다움을 더욱 돋보이게 하지요.


이 책은 쌍둥이뿐 아니라 형제자매, 친구, 가족처럼

‘가까워서 더 복잡한’ 관계를 살아가는 모든 이에게 ‘너랑 나’는 같기도 하고 다르기도 하다고 말해요.

그걸 인정하는 일은 관계에서 자라나는 첫 번째 용기이자, 아름다운 성장이지요.

함께 걷되, 각자의 길도 걷는 아이들. 그 모습이 사랑스러워요.

‘쌍둥이라서 부럽다’는 말보다, ‘쌍둥이로 살아간다는 건 정말 대단하구나’ 하는 마음이 들어요.




- 염혜원 작가님의 '쌍둥이 자매' 이야기 -



볼로냐 라가치 상, 에즈라 잭 키츠 상 수상 작가 염혜원의 <쌍둥이는 너무 좋아>를 잇는 쌍둥이 자매 대소동, 그 두 번째 이야기 <우리는 쌍둥이 언니>이지요.

염혜원은 쌍둥이 언니와 함께 겪었던 어린 시절을 바탕으로 쌍둥이 그림책 시리즈를 만들었지요.

<쌍둥이는 너무 좋아>는 쌍둥이 자매만이 지니고 있는 독특한 감성과 심리를 담은 그림책이고,

<우리는 쌍둥이 언니>는 엄마와 동생을 둘러싼 쌍둥이 자매간의 다툼과 화해의 과정을 유쾌하게 담았다고 해요.

- 비룡소 책 소개 내용 중




- <쌍둥이는 너무 좋아> 작업 과정 -



2023년 10월경 염혜원 작가님의 SNS 스토리에 올라온 <쌍둥이는 너무 좋아> 관련 사진들이지요.

스케치, 더미북, 사진까지 다양한 이야기가 있네요.


뉴욕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일러스트레이터 염혜원 작가는 일상 소재를 활용하고 개인 경험을 소재로 해서 자연스러운 이야기를 만들어서 그림책을 창작한다. 염혜원은 미국 다문화의 영향을 받아 작품에서 다양한 캐릭터를 담아내기 위해 노력하며 서로 나누고 존중하며 배우는 삶이 가장 중요한 점으로 여겨진다. 그녀의 그림책에서 다양한 인종의 아이들이 균형 있게 등장하고 인물들이 다채로운 성격을 가진다.

- 작가 소개 내용 중(위키백과)


염혜원 작가님 SNS : https://www.instagram.com/yumhyewon/



행복한 그림책 읽기! 투명 한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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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베틀북 그림책 20
필립 코랑텡 글 그림, 조소정 옮김 / 베틀북 / 200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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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 필립 코랑텡 / 조소정 역 / 베틀북 / 베틀북 그림책 20 / 2001.11.20 / 원제 : Papa!(1995년)



그림책을 읽기 전


필립 코랑텡 작가님의 그림책은 약간의 건방짐과 프랑스적인 유머가 담겨 있다고 하지요.

그의 작품은 아이들을 위한 책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어른들도 즐길 수 있지요.

누구나 읽지만 누구나 웃는 책이 아닌 그의 그림책의 매력에 들어가 볼까요?





그림책 읽기




자기 전 책을 읽어요. 그러다 잠이 들지요. 스르르르...

그런데 갑자기... 어? 뭐야? 이게 뭐지?




"아빠, 아빠! 내 침대에 괴물이 있어요!"

"괜찮아, 네가 나쁜 꿈을 꾼 거야. 자, 엄마한테 갈까?"




"아빠, 아빠! 내 침대에 괴물이 있어요!"

"괜찮아, 꿈을 꿨구나. 우리 엄마 보러 거실에 갈까?"





그림책을 읽고


같은 자리에 두 존재가 눕는다. 동시에 깬다. 동시에 외친다.

"아빠!"

한 아이는 사람이고, 한 아이는 괴물이지요. 그런데 그들은 처음에는 서로를 보지 못했어요.

각자 놀라고, 각자 아빠를 부르고, 각자 토닥임을 받았지요.


두 개의 현실이 한자리에 겹쳐 있는 기묘한 밤.

그리고 저는 그 겹침의 한가운데에서 조용히 웃음을 터뜨렸어요.

<아빠!>는 놀라울 정도로 단순한 구성을 가지고 있어요.

그런데 그 단순함이 이상할 만큼 많은 상상을 불러오지요.

이 침대는 누구의 것일까?

처음 잠든 아이는 누구였을까?

이 이야기는 반복일까, 대칭일까?


가장 흥미로운 건, 어른들이 모두 똑같다는 사실이지요.

사람 아빠도, 괴물 아빠도 “그건 꿈이야”,

사람 엄마도, 괴물 엄마도 “너무 많이 먹어서 그래”라고 말하지요.

세상 모든 어른들은 그저 아이의 말에 맞장구치듯, 혹은 얼버무리듯 반응할 뿐이었지요.

그렇게 이 책은 괴물과 사람, 아빠와 아빠, 아이와 아이를 거울처럼 마주 세우며

우리가 알고 있는 '현실'의 틈을 비트는 놀이를 시작하지요.


무섭다는 감정을 다루는 방식도, 상상과 현실을 잇는 구조도,

그 어떤 잠자리 동화와도 다르지요.

이건 누군가의 ‘꿈’일 수도 있고, 누군가의 ‘현실’일 수도 있어요.

아니면 그냥, 책 속에서만 가능한 아주 이상한 농담일지도 모르지요.


이 그림책은 밤의 불안을 다루면서도, 감정을 달래거나 해소해 주는 방식이 아니지요.

오히려, 그 감정이 만들어내는 또 다른 세계의 존재 가능성을 보여주지요.

“두 존재가 한자리에 있었는데, 서로를 보지 못했다"라는 설정은

마치 영화 속의 겹쳐진 현실의 틈을 상상하게 하지요.


또한 이야기 구조는 반복처럼 보이지만 완전히 대칭적이지는 않지요.

그림의 구도, 인물의 위치, 대사의 톤이 미묘하게 다르게 반복되면서,

같은 장면을 다른 시점에서 다시 겪는 듯한 느낌을 주지요.

이런 식의 구조 놀이는 어린이보다 오히려 어른 독자에게 더 큰 재미를 주네요.


특히, 아빠들의 반응이 너무 똑같다는 사실이 의미심장해요.

인간이든 괴물이든, 어른들은 결국 아이의 말을 제대로 듣지 않고, 자신의 언어로 덮어버린 거죠.

그것이 애정의 방식일 수도 있지만, 동시에 무심함의 또 다른 얼굴일 수도 있지요.




- 필립 코랑탱(Philippe Corentin) 작가님의 그림책 -



1936년 파리에서 태어났다. 공부는 적당히 했고 일은 여러 가지로 많이 했다. 1968년에 그림으로 데뷔하여 <엘르>, <보그> 등의 잡지에 만화와 일러스트, 광고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그림을 그린 후 어린이를 위한 그림책 작가가 되었다. 프랑스의 조용한 시골마을에서 살았고, 2022년 별세했다.


가끔 사진을 찍어두지 않아서 후회가 되는 그림책들이 있지요.

필립 코랑탱 작가님의 그림, 판형이 재미있어서 한글 번역판의 4권을 모았는데...

막상 포스팅을 하면서 정리해 버린 아쉬움만 남아 있네요.





- <Papa!>의 다양한 표지들 -



1995년 첫 출간 이후 많은 언어로 번역되면서 표지들이 조금씩 다르네요.

제목에 느낌표가 하나 더 있기도 하고, 아이의 표정이 다른 표지도 있고, 전혀 다른 색감의 표지도 있네요.

조금씩 다른 표지를 비교해 보는 재미도 쏠쏠하네요.



행복한 그림책 읽기! 투명 한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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뚝딱뚝딱 마을에 무슨 일이 생겼을까? 웅진 우리그림책 138
안은영 지음 / 웅진주니어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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웅진주니어 출판사로부터 도서만을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뚝딱뚝딱 마을에 무슨 일이 생겼을까? / 안은영 / 웅진주니어 / 웅진 우리그림책 138 / 2025.05.26



그림책을 읽기 전


이거 종이일까요? 왠지 원단 느낌도 있는 것 같아요?

모양 하나하나를 완성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을 하셨을지....

어떤 그림과 이야기라 있을지 기대되네요.




그림책 읽기




"안녕, 우리는 종이 인형 마을에서 왔어. 축제가 열리는데 좀 도와줄래?"

가위는 솜씨 좋게 색종이를 오렸어요. 그러다 그만 실수를 하고 말았어요.




종이 인형들이 떠난 자리에는 분홍 드레스 조각만 남았어요.

아무도 보이지 않고, 조용했지요. '어쩌면 혼자인 게 다행인지도 몰라.'




"가위야, 네가 만든 것들을 다시 보렴. 얼마나 멋지니?"

"우리들의 깜짝 선물이야. 축제가 열리는 종이 인형 마을로 출발!"




그림책을 읽고


가위의 얼굴에 저렇게 다양한 표정이 있었나요?

제가 알고 있는 가위를 자르는 도구가 아니라는 감정의 전달자로 느껴지네요.


가위, 딱풀, 테이프, 지우개, 연필…

무엇이든 만들기 좋아하는 도구들이 친구가 되어 살아가는 곳, 바로 뚝딱뚝딱 마을이에요. 그중에서도 가위는 손재주가 뛰어나 마을에서 인정받는 재주꾼이지요. 어느 날, 축제를 앞둔 종이 인형 친구들이 멋진 옷을 만들어 달라고 찾아오지요. 가위는 기꺼이 솜씨를 발휘하지만, 요구는 점점 많아지고 끝이 보이지 않지요.


기대에 부응하려 애쓰다 지쳐버린 가위의 모습은, 우리 일상 속에서 관계를 맺으며 겪는 감정들과 닮아 있어요. 때로는 서운하고, 속상하고, 화가 나기도 하지요. 이런 감정들을 꾹꾹 눌러 참다 보면, 어느 순간 혼자서 터져버리기도 하지요. 혼자 조용히 감정을 추스를 수 있으면 좋겠지만, 어떤 순간엔 ‘누군가’가 필요해요.


가위가 마음의 문을 닫고 혼자 남았을 때, 조심스럽게 다가온 건 늘 함께하던 뚝딱뚝딱 친구들이었지요. 테이프, 딱풀, 지우개, 연필… 늘 옆에 있던 도구 친구들은 말없이 가위 곁을 지켜주지요. 감정적으로 힘들 때는 조용한 공감과 따뜻한 위로를, 도움의 손길이 필요할 땐 필요한 물건들과 버스를 만들어 건네주며 가위의 마음을 다시 열어주지요.

어쩌면 진짜 우정이란, 그렇게 거창한 화해의 말 한마디보다 말없이 건네는 테이프 한 줄, 조심스레 써 내려간 연필의 글씨에 더 가까운 건지도 모르겠어요.

‘나를 가장 잘 이해해 주는 건, 늘 곁에 있어 준 친구들이었다’는 메시지는 저를 행복하게 해요. 혼자서도 잘 살아갈 수 있을 것 같지만, 함께 있어서 더 행복하고 살 만한 세상임은 분명하니까요.


<뚝딱뚝딱 마을에 무슨 일이 생겼을까?>는 종이 공예로 하나하나 오려 붙인 장면들이 눈을 사로잡아요. 정교하게 잘린 종이의 결, 색감, 질감이 살아 있어서 눈앞에 이야기가 펼쳐지는 연극 무대 같아요. 특히 가위의 집과 마을 풍경은 미니어처 공예처럼 섬세하고 따뜻해요. 집 안 벽에 붙은 액자 하나에도 이야기가 담겨 있어요.


서툰 감정, 삐걱대는 관계, 그리고 다시 손을 내미는 용기.

이 낯설지 않는 감정들을 캐릭터들을 표정을 통해 섬세하게 펼쳐 보여주지요.

그리고 조심스레 속삭이지요.

누구든 실수할 수 있고, 누구든 다시 친구가 될 수 있다고.




- 초판 한정 자동차 카드 만들기 키트 -




초판 한정으로 만들기 재료가 있어요.

뚝딱뚝딱 자동차 카드 만들기와 꾸미기 스티커가 들어 있지요.

자동차에 그림을 그리고 스티커를 붙여 멋지게 꾸미면 완성되지요.

카드를 보내고 싶은 친구에게 하고 싶은 말도 적어 볼 수 있어요.




- 안은영 작가님의 그림책 -




뚝딱뚝딱 마을 친구들을 사랑하는 그림책 작가입니다.

종이만 있으면 하루 종일 즐거운 친구들처럼 그리고, 오리고, 붙이기를 좋아합니다.

곰곰이 쓰고, 꼼꼼히 만들어낸 이 책이 아이들에게 곰살맞은 이야기가 되기를 소망합니다.

- 안은영 작가의 말


2014년 9월 인터뷰 내용 : https://www.slj.co.kr/bbs/board.php?



행복한 그림책 읽기! 투명 한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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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완벽한 하루 모든요일그림책 19
송희진 지음 / 모든요일그림책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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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요일그림책 출판사로부터 도서만을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주말 아침이지만 평소처럼 일찍 일어나 운동을 하고 아침을 먹고, 하루 계획을 정리하는 악어 씨. 단정한 옷차림, 깔끔하게 정리된 집, 그리고 빼곡한 계획표 위에는 하루를 완벽하게 살아가려는 악어의 마음이 보이네요.

오늘의 할 일도 많지요. 나무 위에서 체리를 따고, 지붕 이끼를 청소하고, 텃밭에 물을 주고, 자동차까지 세차해야 해요. 틈틈이 쉬는 시간도 빼놓지 않은, 정말 철저한 하루의 계획이지요. 그런데 뜻밖의 손님들이 찾아오면서 계획은 어긋나기 시작해요.


“악어야, 도와줘!”

코끼리는 꼬인 코를 풀어달라고 울먹이고, 거미는 파란 괴물이 쳐들어왔다며 호들갑을 떨고, 엄마 새는 아기 새들을 부탁하며 황급히 떠나지요. 고양이 할아버지는 자동차를 빌려달라며 쩔쩔매고요. 처음에는 단호하게 거절하던 악어도 결국 모두의 부탁을 들어주며 하루를 완전히 포기해버리지요.


계획했던 일 무엇 하나 제대로 하지 못한 하루. 그런데도 악어는 기분이 좋아요.

“내 하루는 꽤 괜찮았어. 완벽했어.”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은 하루를 완벽했다고 말할 수 있다니.

그 말 한마디에 악어의 온 마음과 하루가 녹아 있었지요.


저는 방해받은 일정에 속상해하고, 내 계획만 중요한 줄 알았을 때도 있었어요.

하지만 악어는 저와 다르게 이웃의 사정을 외면하지 않고, 자신의 시간을 기꺼이 나누지요.

처음엔 까칠한 완벽주의자로 보였던 악어는, 누구보다 따뜻한 마음을 가진 이웃이었다는 걸 알았어요.

그가 손 내민 작은 친절은 뜻밖에도, 더 큰 선의로 되돌아오지요.


송희진 작가의 그림은 악어의 성격을 생생하게 보여주지요.

깔끔하게 정리된 공간, 벽에 가득 붙은 자신의 사진은 악어의 자기애를, 꼼꼼하게 시간을 분배하며 살아가는 모습에서는 계획형 성향이 느껴지지요. 하지만 계획대로 하지 못한 일을 향한 조급함 대신, 타인의 곤란함을 헤아릴 줄 아는 마음이 인물의 표정과 행동에 담겨 있어요.


처음엔 몰랐지만, 아기 새들이 다녀간 후 달라진 악어의 집을 발견했지요.

악어가 하지 못했던 모든 일들이 이웃들에 의해 마무리되어 있었어요.

그리고 파란 비행기의 정체, ‘WELCOME’ 발매트의 숨은 뜻도 연결되었지요.

작가는 곳곳에 복선을 심어두었고, 그것을 찾아가며 이야기 속으로 점점 빠져들게 되지요.


“오늘 하루, 정말 완벽했어야만 했을까?”

계획한 대로 흘러가지 않아도 괜찮다고,

누군가에게 손을 내밀고 마음을 나눈 그 순간들이 진짜 ‘완벽한 하루’를 만든다고요.


앞 면지에는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는 악어의 모습이,

뒤 면지에는 악어의 따뜻한 마음이 퍼져 마을 전체가 변화하는 풍경이 담겨 있어요.

코끼리와 어미 새가 이번엔 다른 이를 도우며, 체리를 나누고,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울려 퍼지지요.

악어의 작은 선행들이 얼마나 깊은 영향을 주는지 한눈에 알 수 있었어요.


행복한 그림책 읽기! 투명 한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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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OOM! 우주로 간 날의 기적 베스트 세계 걸작 그림책 67
샘 어셔 지음, 이상희 옮김 / 주니어RHK(주니어랜덤)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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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니어RHK(주니어랜덤) 출판사로부터 도서만을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무더운 여름날, 잠 못 이루는 밤.

옥상에 올라가 망원경을 들여다보지만, 줌 기능이 고장 나 시야가 흐릿해 잘 보이지 않아요. 시무룩한 아이의 표정을 본 할아버지가 망원경을 고쳐주자, 저 멀리 우주의 풍경이 펼쳐져요. 낯선 행성과 우주선, 곤란해 보이는 우주 비행사들까지요.


그 모습을 본 아이와 할아버지는 뚝딱뚝딱 무언가를 만들기 시작하지요. 털실 방울, 버튼, 조정 장치, 그리고 커다란 상상력을 더해 만든 우주선! 완성된 우주선을 타고 별빛 쏟아지는 우주로 날아올라요. 이제 두 사람은 우주에서 어떤 기적을 만나게 될까요?


샘 어셔 작가님의 <ZOOM! 우주로 간 날의 기적>은 광활한 우주를 무대로 상상의 날개를 펼쳐요. 시리즈 이전 작품들에서는 바닷가, 야생 정글, 북극이 무대였지만, 이번에는 그 경계를 우주까지 확장했지요.


아이와 할아버지가 일상의 문제를 상상으로 전환하는 구조는 그대로지만, 이번 이야기에는 고장 난 것을 고치고, 보이지 않던 것을 보이게 하는 ‘수리’와 ‘창조’의 이야기가 더해졌어요. 결국, 아이는 자신의 방식으로 새로운 세계를 여는 주인공이 되지요.



그림의 구성도 특별하지요. 일상의 장면들은 작은 컷 속에 여백이 많은 구도로 표현되지만, 상상이 펼쳐지는 부분에서는 밤하늘과 우주가 화면을 가득 채워요. 그래서인지 상상의 크기가 더 커지고 깊어져요.

앞면지에는 행성에 착륙한 우주선의 구조가, 뒷면지에는 아이와 할아버지가 만든 우주선이 정밀하게 그려져 있어요. 그 디테일을 따라가다 보면 나만의 우주선 도안을 그리고 싶어질 것 같아요.


무엇보다 이번 이야기의 진짜 주인공은 단연 아이이지요. 사다리에 먼저 올라간 사람도, 우주선을 조정하는 사람도, 우주에서 낙하산을 펴는 사람도 모두 아이지요. 모험의 중심엔 늘 아이가 있어요.

그 곁에 있는 할아버지는 조용한 조력자이지요. “이거 한번 손봐야겠는걸.”이라는 한마디와 함께 망원경을 고치고, 아이의 상상에 함께할 뿐, 결코 앞서지 않아요. 친구처럼, 동료처럼 곁에 있는 할아버지의 모습은 따뜻하고도 빛이 나네요.


그리고 마지막 장면. 할아버지가 아이에게 건네는 한 마디.

“넌 앞으로 상상하지 못할 모험을 아주 많이 하게 될 거야.”

이 말은 그림책을 읽는 모든 독자인 아이와 어른 모두에게 보내는 응원이기도 하지요.


망원경이 고장 나는 장면이 마음에 남아요. 단순한 사건이 아니라, 상상력이 작동하는 계기가 되었거든요. 현실에서 ‘잘 안되는 어떤 일’이 생겼을 때, 그것을 어떻게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는지가 이야기의 출발점이 되었던 것 같아요.

상상이라는 생각과 창조하는 손이 함께할 때, 진짜 기적은 시작되는 것 같아요.


행복한 그림책 읽기! 투명 한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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