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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ㅣ 베틀북 그림책 20
필립 코랑텡 글 그림, 조소정 옮김 / 베틀북 / 2001년 11월
평점 :
품절

아빠! / 필립 코랑텡 / 조소정 역 / 베틀북 / 베틀북 그림책 20 / 2001.11.20 / 원제 : Papa!(1995년)
그림책을 읽기 전
필립 코랑텡 작가님의 그림책은 약간의 건방짐과 프랑스적인 유머가 담겨 있다고 하지요.
그의 작품은 아이들을 위한 책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어른들도 즐길 수 있지요.
누구나 읽지만 누구나 웃는 책이 아닌 그의 그림책의 매력에 들어가 볼까요?
그림책 읽기

자기 전 책을 읽어요. 그러다 잠이 들지요. 스르르르...
그런데 갑자기... 어? 뭐야? 이게 뭐지?

"아빠, 아빠! 내 침대에 괴물이 있어요!"
"괜찮아, 네가 나쁜 꿈을 꾼 거야. 자, 엄마한테 갈까?"

"아빠, 아빠! 내 침대에 괴물이 있어요!"
"괜찮아, 꿈을 꿨구나. 우리 엄마 보러 거실에 갈까?"
그림책을 읽고
같은 자리에 두 존재가 눕는다. 동시에 깬다. 동시에 외친다.
"아빠!"
한 아이는 사람이고, 한 아이는 괴물이지요. 그런데 그들은 처음에는 서로를 보지 못했어요.
각자 놀라고, 각자 아빠를 부르고, 각자 토닥임을 받았지요.
두 개의 현실이 한자리에 겹쳐 있는 기묘한 밤.
그리고 저는 그 겹침의 한가운데에서 조용히 웃음을 터뜨렸어요.
<아빠!>는 놀라울 정도로 단순한 구성을 가지고 있어요.
그런데 그 단순함이 이상할 만큼 많은 상상을 불러오지요.
이 침대는 누구의 것일까?
처음 잠든 아이는 누구였을까?
이 이야기는 반복일까, 대칭일까?
가장 흥미로운 건, 어른들이 모두 똑같다는 사실이지요.
사람 아빠도, 괴물 아빠도 “그건 꿈이야”,
사람 엄마도, 괴물 엄마도 “너무 많이 먹어서 그래”라고 말하지요.
세상 모든 어른들은 그저 아이의 말에 맞장구치듯, 혹은 얼버무리듯 반응할 뿐이었지요.
그렇게 이 책은 괴물과 사람, 아빠와 아빠, 아이와 아이를 거울처럼 마주 세우며
우리가 알고 있는 '현실'의 틈을 비트는 놀이를 시작하지요.
무섭다는 감정을 다루는 방식도, 상상과 현실을 잇는 구조도,
그 어떤 잠자리 동화와도 다르지요.
이건 누군가의 ‘꿈’일 수도 있고, 누군가의 ‘현실’일 수도 있어요.
아니면 그냥, 책 속에서만 가능한 아주 이상한 농담일지도 모르지요.
이 그림책은 밤의 불안을 다루면서도, 감정을 달래거나 해소해 주는 방식이 아니지요.
오히려, 그 감정이 만들어내는 또 다른 세계의 존재 가능성을 보여주지요.
“두 존재가 한자리에 있었는데, 서로를 보지 못했다"라는 설정은
마치 영화 속의 겹쳐진 현실의 틈을 상상하게 하지요.
또한 이야기 구조는 반복처럼 보이지만 완전히 대칭적이지는 않지요.
그림의 구도, 인물의 위치, 대사의 톤이 미묘하게 다르게 반복되면서,
같은 장면을 다른 시점에서 다시 겪는 듯한 느낌을 주지요.
이런 식의 구조 놀이는 어린이보다 오히려 어른 독자에게 더 큰 재미를 주네요.
특히, 아빠들의 반응이 너무 똑같다는 사실이 의미심장해요.
인간이든 괴물이든, 어른들은 결국 아이의 말을 제대로 듣지 않고, 자신의 언어로 덮어버린 거죠.
그것이 애정의 방식일 수도 있지만, 동시에 무심함의 또 다른 얼굴일 수도 있지요.
- 필립 코랑탱(Philippe Corentin) 작가님의 그림책 -

1936년 파리에서 태어났다. 공부는 적당히 했고 일은 여러 가지로 많이 했다. 1968년에 그림으로 데뷔하여 <엘르>, <보그> 등의 잡지에 만화와 일러스트, 광고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그림을 그린 후 어린이를 위한 그림책 작가가 되었다. 프랑스의 조용한 시골마을에서 살았고, 2022년 별세했다.
가끔 사진을 찍어두지 않아서 후회가 되는 그림책들이 있지요.
필립 코랑탱 작가님의 그림, 판형이 재미있어서 한글 번역판의 4권을 모았는데...
막상 포스팅을 하면서 정리해 버린 아쉬움만 남아 있네요.
- <Papa!>의 다양한 표지들 -

1995년 첫 출간 이후 많은 언어로 번역되면서 표지들이 조금씩 다르네요.
제목에 느낌표가 하나 더 있기도 하고, 아이의 표정이 다른 표지도 있고, 전혀 다른 색감의 표지도 있네요.
조금씩 다른 표지를 비교해 보는 재미도 쏠쏠하네요.
행복한 그림책 읽기! 투명 한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