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병아리 인생그림책 44
장현정 지음 / 길벗어린이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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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벗어린이 출판사로부터 도서만을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그림책을 읽기 전


작고 노란, 홀쭉한 몸. 앙상한 다리…

표지를 보는 순간 마음 한가운데로 툭, 들어왔어요.

조용히 다가가 말을 걸고 싶었어요.

괜찮냐고, 외롭진 않냐고.




그림책 읽기




나에게 귀여운 친구가 생겼거든요.

내 마음은 부드럽게 폭신폭신 노랗게 날아오를 것만 같았어요.




어? 그런데..... 병아리가 이상해요.

으악! 병아리가 죽었어!




나는 그냥... 같이 놀고 싶었던 것뿐이에요.

미안해.... 병아리야.




그림책을 읽고


아이에게 노란 병아리 친구가 생기고, 함께 뛰놀며 행복한 시간을 보내지요. 하지만 병아리는 물에 젖어 쓰러지고, 결국 죽음을 맞이해요. 충격과 죄책감 속에서 아이 앞에 거대한 병아리 귀신이 나타나고, 아이는 그 존재를 피해 숨지요. 그러나 울고 있는 병아리를 마주한 순간, 아이는 진심으로 사과하고 병아리를 따뜻하게 보살피기 시작해요.


‘사랑’이라는 마음이 항상 좋은 결과만을 만드는 건 아니라는 사실을 이제는 알지만, 그때는 알지 못했지요.

<내 병아리> 속 아이는 작은 노란 병아리를 만난 날, 아이는 세상에서 가장 행복했어요. 매니큐어를 발라주고, 미끄럼틀을 태우고, 하루 종일 함께 놀았지요. 하지만 물에 젖은 병아리는 비틀거리다 쓰러지고, 결국 죽음을 맞아요. 아이에게는 충격과 죄책감이 몰려오고, 그 무게는 거대한 병아리 귀신의 모습으로 나타나지요.


그 순수한 마음이 병아리를 힘들게 할 수 있다는 건 너무 늦게 깨닫게 돼요. 두려움에 숨어 있던 아이는 울고 있는 병아리를 마주하고서야, 진심 어린 사과를 건네지요. 그리고 병아리가 아프지 않게, 놀라지 않고, 춥지 않도록 조심스레 돌보아요. 그 마음이 전해지자 병아리는 다시 보송보송한 노란빛을 되찾아요.


잘못의 무게를 진심으로 마주하는 과정을 보며, 저는 화해를 넘어 관계의 회복이 만드는 변화를 느끼게 되었지요. 우리는 살면서 실수를 하고, 그로 인해 누군가를 다치게 할 때가 있어요. 하지만 그 사실을 인정하고 사과하는 용기를 낸다면, 조금은 따뜻한 변화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네요.


소중한 이와 모든 것을 함께 하고픈 마음이 너무 커서, 정작 그 마음이 상대에게 어떻게 전해질지, 어떤 영향을 미칠지 잘 알지 못하는 시절이 있지요. 저 역시 학교 앞 문방구에서 데려온 병아리와 강에서 데려온 작은 물고기가 있었어요. 내 즐거움과 사랑이 곧 상대의 행복일 거라 믿었지만, 그 마음이 의도치 않게 상처를 줄 수 있다는 생각은 하지 못했지요. ‘함께’라는 것은 나만의 기쁨이 아니라, 상대를 배려하는 시간과 방식에서 시작된다는 걸 시간이 지나 깨닫게 되었어요.


<내 병아리>는 제가 지나온 서툰 시절을 돌아보게 하는 이야기이었어요. 그리고 지금이라도 누군가를 더 깊이 이해하고, 더 따뜻하게 대할 수 있는 용기, 책임과 배려의 마음을 다시 생각하게 하는 그림책이지요.


이 그림책을 손에 들기가 쉽지 않았어요. 페이지를 펼치기도 전에 감정이 먼저 밀려왔지요. 아마도 작가님의 실제 기억과 감정이 담긴 마지막 작품이라는 사실이, 이야기 속 이별과 맞물렸던 것 같아요. 책장을 넘기는 일은 작가님의 마지막 이야기를 듣는 것처럼 느껴져서, 마음 한켠이 오래도록 먹먹했어요.




- 장현정 작가님의 작품 -



오랜 기다림 끝에 피어나는 생명, 하찮은 개구리의 힘찬 외침, 장현정 작가는 늘 커다란 세상에서 힘껏 살아가는 작은 것들의 목소리를 듣고자 애썼고, 그러한 마음을 그림책으로 그려냈습니다.

쓰고 그린 책으로 <맴>, <그래봤자 개구리>, <피어나다>가 있고, 그린 책으로 <쉿! 비구름>이 있습니다.

그림책 <내 병아리>는 신중했고, 섬세했고, 다정했던, 그리운 장현정 작가님의 마지막 작품입니다.

- 길벗어린이 작가 소개 내용 중


<피어나다> : https://blog.naver.com/shj0033/222101365736




- 장현정 작가 추모 전시 -



[전시 안내]

기간 : 7월 29일(화) 오후 6시 ~ 8월 10일(일) 오후 7시

장소 : 책방사춘기


“어린 시절 나 때문에 죽은 병아리 얘길 하고 싶어요.”

어느 봄날, 장현정 작가님이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습니다.

⠀⠀<내 병아리>는 그렇게 시작되었지만, 2024년 7월 25일 장현정 작가님이 우리 곁을 떠났습니다. 마지막 작품이 되어 버린 <내 병아리>를, 강박에 가까울 만큼 완벽주의자였던 작가님의 최종 컨펌 없이 책으로 낼 자신이 없었습니다.

⠀긴 고민 끝에 생전 장현정 작가님과 친했던 작가님들께 묻고, 여기저기 또 묻고, 마지막으로 작가님 어머님과 의논하여 1주기가 되는 날에 책을 출간하기로 하였습니다.

그리고… 2025년 7월 25일, 장현정 작가님의 생명을 향한 착한 마음과 고백을 담은 《내 병아리》를 출간합니다. 부디 작가님 마음에 드시길 바라며…. (전문은 길벗어린이 SNS)


길벗어린이 SNS : https://www.instagram.com/gilbutkid_book/




행복한 그림책 읽기! 투명 한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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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도 산책
심명자 지음, 윤여준 그림 / 찰리북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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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리북 출판사로부터 도서만을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그림책을 읽기 전


분홍빛 표지가 포근하게 마음을 감싸는 책, <내일도 산책>.

표지만 보아도 따뜻함이 스며드는 듯했어요.

‘산책’이라는 단어가 주는 여유와 설렘에 이끌려, 이야기가 더욱 궁금해졌지요.





그림책 읽기




"혹시 네가 그리워하는 이가 있다면 우리가 찾아 줄게!"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나를 건이라고 부르기 시작했어.

할아버지가 나를 자꾸 밖에 데리고 나가려고 해. 나는 다시 버려지는 걸까?




"건아, 산책 가자!"

날마다 두 번씩 나서는 산책길. 편안하고 다정한 하루하루.

오늘은 밖에 나가지 못했어.




"건아, 너도 할아버지가 보고 싶은 거지?"

할아버지, 우리 집에 새 식구가 생겼어요.

우리는 날마다 산책을 해요. 할아버지ㅣ와 걷던 길을 내일도 걸을 거예요.





그림책을 읽고



버려진 개는 배고프지 않고 마음껏 뛰어노는 것이 꿈이었어요.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만난 노부부에게 발견되어 치료와 보살핌을 받으며 함께 지내게 되었지요. 건이라는 이름도 얻고, 점차 그들의 가족이 되어 갔어요. 버려질까 두려워 외출을 하지 않으려던 건이는 노부부와 함께 산책을 하며 세상을 다시 마주하게 되었어요.


하지만 할아버지가 세상을 떠나고, 할머니는 슬픔 속에 빠져 건이를 살피지 못했어요. 그러다 건이가 할아버지의 양말을 물어다 모으는 모습을 보며, 건이도 자신의 방식으로 슬픔을 견디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게 되었지요. 할머니는 그제야 건이 역시 같은 상실을 겪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어요.


서로의 슬픔을 이해하게 된 둘은 다시 함께 산책을 나섰어요. 할머니는 그림을 그리며 일상을 회복했고, 건이와 함께 새로운 만남을 준비하게 되었지요.


건이와 할머니가 서로의 슬픔을 ‘발견하는’ 순간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처음엔 각자의 방식으로 상실과 공허를 견디지만, 결국 서로의 상처를 알아차리고 나란히 걸어 나가게 되었지요. 그것은 말뿐인 위로나 급격한 변화가 아니라, 함께 시간을 보내며 조금씩 회복하는 관계의 힘이었어요. 그 힘은 조용하면서도 단단하게 느껴졌지요.


사랑하는 존재를 먼저 떠나보내고 남겨진 이들에게, 떠나간 이가 바라는 것은 오늘보다 조금 더 편안한 내일을 맞이하는 일이 아닐까요? 나로 인한 슬픔보다는 나를 잊지 않고 기억해 주고, 마음속에 항상 함께 있다는 것을 잊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일 거라 생각해요.


산책은 단순히 길을 걷는 일이 아니라, 마음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하는 출발점이었어요. 소중한 이를 잃은 뒤에도 계속 살아가겠다는 다짐이자, 함께 살아가는 법을 다시 배우는 시간이었지요. 버려진 개 건이의 시선으로 세상을 보며, 일상은 특별한 목적이 없어도 충분히 의미 있고, 사랑받는 그 시간이 얼마나 귀한지 알 수 있었어요.


윤여준 작가의 색연필 그림은 부드럽지만 선명했어요. 색이 과하게 번지지 않으면서도 감정의 결을 따라가고 있었지요. 건이가 느끼는 설렘과 두려움, 그리고 잃어버린 시간을 마주하는 순간까지 색연필의 질감이 그대로 스며 있었어요. 선 하나, 색의 농담 하나에도 이야기의 온도가 달라졌지요. 특히 공허함이 밀려오는 장면에서는 여백과 담백한 색감이 오히려 깊은 울림을 주었어요. 그리고 뒷부분의 초록빛들은 희망으로 번지는 순간들을 고스란히 전해주었지요.


이야기를 다 읽고 나면, 건이와 할머니, 강이가 나란히 걷는 뒷모습이 오래도록 마음에 남아요. 그 길 위에는 잃어버린 시간이 아닌, 함께 채워 나갈 새로운 날들이 기다리고 있음을 알게 되지요.





- 윤두준 작가님의 그림책 -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쓰고 책을 만듭니다. 출판사 쥬쥬베북스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어른들이 만든 편견을 어린이에게 전하고 싶지 않아서 책을 만들 때마다 고민에 빠집니다. 부끄러움이 많지만 필요한 때에 목소리를 잘 내기 위해 힘을 비축하며 삽니다. 이 책을 그리면서 남겨진 존재들을 더 자주 들여다보게 되었습니다. <오늘은 아빠의 안부를 물어야겠습니다>, <그곳은 따듯한가요>, <작은 빛>을 쓰고 그렸습니다.


<오늘은 아빠의 안부를 물어야겠습니다> : https://blog.naver.com/shj0033/221921518957

오늘은 아빠의 안부를 물어야겠습니다 / 윤여준 / 모래알 / 2020.03.30 책을 읽기 전 표지의 그림을 보는 ...

blog.naver.com


https://www.instagram.com/yeojoonyoon_/




- '산책'하는 그림책 모아보기 -



길 위에서 만나는 풍경과 바람, 그리고 나란히 걷는 발자국 소리는 책 속에서도 들려오네요.

누군가와 함께 걷는 산책은 그 자체로 마음을 풀어주는 시간이 되지요.

그림책 속 산책은 단순한 이동이 아니라, 서로를 알아가고 세상을 다시 바라보게 하는 여행이지요.

천천히 걷다 보면, 길은 어느새 이야기로 이어지고 마음은 한결 가벼워지지요.



행복한 그림책 읽기! 투명 한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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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OOSH! 아이스크림을 찾아 떠난 날의 기적 베스트 세계 걸작 그림책 69
샘 어셔 지음, 이상희 옮김 / 주니어RHK(주니어랜덤)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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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니어RHK(주니어랜덤) 출판사로부터 도서만을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아이는 전날 밤 아이스크림 꿈을 꾸고, 아침으로 먹자고 할아버지에게 제안하지요. 할아버지는 흔쾌히 응하고, 두 사람은 자전거로 길을 나설 준비를 하지요. 바퀴에 공기를 채우고, 필요한 물건을 챙겨 마침내 출발했지만, 가게에 도착하자 들려온 건 ‘아이스크림 매진’ 소식이었어요.


아~ 아이스크림이 다 팔렸다니요! 잠시 아쉬움이 스쳤지만, 사는 게 아니라, 직접 구하러 가자!' 아이는 곧 생각을 바꾸지요. 노란색 풍선을 빌려 하늘을 나는 자전거를 만들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자신의 손으로 뚝딱뚝딱 완성하지요. 할아버지는 그 곁에서 묵묵히 힘을 보태고 있어요.


기적 시리즈의 모험은 어른이 앞서고 아이가 따르는 구도가 아니지요. 이번 여정에서 리더는 아이였지요. 풍선을 부착해 하늘을 나는 자전거를 만들고, 멀리 보이는 ‘아이스크림 산’을 향해 가는 길은 온전히 아이의 발상과 선택으로 채워졌어요. 할아버지는 아이를 믿으며 한 걸음 뒤에서 함께 하고 있지요. 하늘을 나는 자전거라니, 어린 시절 누구나 한 번쯤은 꿈꾸었던 상상이 현실처럼 펼쳐지지요.


구름 위를 지나고, 바람을 가르며 나아가는 여정 속에서 아이스크림 산이 모습을 드러내지요. 그곳은 상상의 절정이자 어린 시절 마음속 깊이 품었던 꿈의 장소이지요. 이 길은 단순히 먹고 싶은 것을 찾아가는 여정이 아니라, 스스로 길을 만들고 방법을 찾아내는 모험이었지요.


아이가 멈춰 바라보는 모든 것을 함께 느껴주는 일, 아이스크림 하나를 사주는 일처럼 소박한 순간들이 사실은 가장 큰 기쁨이었음을 책은 보여주지요. ‘이렇게 맛있는 아이스크림은 처음이야'라는 말처럼 거창한 계획이 아니어도 함께하는 하루가 얼마나 소중한지 담겨 있지요.


모험의 끝에서 두 사람이 함께 먹는 아이스크림은 달콤한 간식을 넘어 함께 이뤄낸 하루를 기념하는 순간이지요. 함께 먹는 아이스크림은 그 어떤 맛보다 특별한 맛을 가지고 있을 거예요. 기적 시리즈는 모험들은 한 번의 외출을 어떻게 환상적인 모험으로 바꿀 수 있는지를 보여주지요. 발상과 동행이 만나면 하루는 언제든 기적으로 변하죠. 이번 주가 휴가 중인 저 역시 동생과 함께 평소에 가보지 않았던 곳곳을 여행하며, 올여름 나만의 아이스크림 같은 하루를 만들고 있는 중이지요.


샘 어셔의 그림은 세밀하고 힘이 있지요. 펜 드로잉 뒤, 수채화로 표현한 시원한 하늘과 부드러운 아이스크림의 질감, 구아슈로 더한 디테일이 절묘하게 어우러지지요. 하늘을 나는 자전거와 층층이 쌓인 아이스크림 산, 흩날리는 스프링클까지 페이지마다 색감과 구성이 달라 여름의 열기와 경쾌함이 전해지지요. 장면마다 새로운 즐거움을 주는 구성으로 상상 세계로 발을 옮기는 듯한 몰입감도 느낄 수 있었어요.


행복한 그림책 읽기! 투명 한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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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특별한 도시락 - 2025 칼데콧 아너상 수상작
체리 모 지음, 노은정 옮김 / 오늘책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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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책 출판사로부터 도서만을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나의 특별한 도시락 - 2025 칼데콧 아너상 수상작 / 체리 모 / 노은정 역 / 오늘책 / 2025.07.16 / 원제 : Home in a Lunchbox(2024년)



홍콩에 살던 준은 부모님과 함께 미국으로 이민을 가지요. 새로운 학교에 등교한 첫날, 준은 영어를 거의 알지 못해 모든 것이 낯설고 두려워요. 아는 영어라고는 ‘안녕’, ‘고마워’, ‘몰라’뿐. 교실에 앉아도, 복도를 걸어도, 말이 통하지 않는 세상은 마치 유리벽 너머에 있는 것처럼 느껴졌을 거예요. 일주일이 지나도 친구를 사귀지 못한 채, 준의 하루는 길고 지쳐가지요.


이런 준에게 유일한 위로는 바로 도시락이에요. 매콤한 홍소 두부, 아삭한 청경채 볶음, 맛있는 채소 만두와 볶음면까지… 그 속에는 엄마의 손길과 고향의 온기가 함께 들어 있었지요. 혼자 먹는 밥이었지만, 그 도시락을 열면 마음이 조금은 단단해지는 것 같았어요.


미국 교실에서 꺼낸 준의 도시락은 다른 아이들과는 다른 냄새, 색깔, 모양을 가지고 있었어요. 그건 ‘특별함’이면서도 동시에 ‘이질감’이라는 단어로도 느껴질 수 있는 것이지요. 하지만 예상과는 다른 일이 벌어지지요. 한 친구가 궁금한 듯 다가와 말을 걸어요. 낯선 음식의 이름을 묻기도 하면서 대화가 시작되지요. 도시락은 그렇게 준과 친구를 이어주는 다리가 되었어요.


저도 어릴 적 전학을 간 학교에서 도시락을 꺼냈을 때, 차가운 시선을 받은 적이 있어요. 평소 제가 좋아하던 최고의 반찬들로 엄마의 정성이 가득 담긴 도시락이었지요. 준의 도시락처럼 매번 제 마음을 위로해 주었던 기억이 있어요. 그림책 속의 로즈 같은 아이가 있기는 했지만, 그날의 제 마음을 감싸주길 바라지 않았어요.


시간이 흐른 후에야 깨달았어요. 그 아이도 차갑게 느껴졌던 건, 제가 상처를 받고 마음을 닫아버렸기 때문이라는걸요. 오히려 그 친구와 이어질 수 있는 끈을 제가 먼저 놓았다는 것도요. 그때 용기를 내어 조금 더 마음을 열었다면, 이야기는 달라졌을지도 모르지요.


다름을 숨기지 않고 꺼내 놓는 용기,

그리고 그 용기가 누군가와의 첫 연결이 되는 순간의 따뜻함.

도시락은 한 끼니의 식사가 아니라 나를 지켜주고 보여주는 작은 힘이었어요.

다름 속에도, 그 다름을 나누는 용기 속에도 우리를 이어주는 따뜻한 끈이 있다는 것을요.



행복한 그림책 읽기! 투명 한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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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 뽑는 날 그림책은 내 친구 80
홍당무 지음 / 논장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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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장 출판사로부터 도서만을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그림책을 읽기 전


제목만으로도 그림책에서 흙냄새가 풍겨오는 듯해요.

표지의 노랑 바탕에 선명한 초록 파는 여름 한낮의 쨍쨍한 햇볕 아래 갓 뽑아낸 파의 생생한 느낌을 전하지요.

아직 책장을 열지 않았지만, 벌써 여름 한낮의 뜨거운 햇살, 여름의 공기와 냄새, 땀방울이 떠오르네요.

여름날의 어떤 하루를 들려줄지 기대되네요.





그림책 읽기




오늘은 파 뽑는 날!

하늘엔 구름 한 점 없다.




시작! 꽉 잡아서 쏙 뽑아서 탁 놓는다.

쏙 탁 꽉 쏙 탁 꽉




시간이 간다.

파 뽑기 끝!





그림책을 읽고


해가 뜨지 않은 이른 새벽, 아빠, 엄마, 아이가 경운기를 타고 밭으로 향하지요.

오늘은 파를 뽑는 날. 파란 하늘 아래 초록빛 파가 빼곡히 자란 드넓은 밭에서 가족은 작은 점처럼 보이지요.

아빠가 아이에게 파 줄기를 ‘꽉’ 잡아 ‘쏙’ 뽑아 ‘탁’ 놓는 법을 알려주면, 가족은 리듬에 맞춰 “꽉, 쏙, 탁” 소리를 내며 파를 뽑아요.


지렁이를 보고 놀란 아이에게 아빠는 지렁이도 농부 친구라고 말해주자, 아이는 곤충과 친구가 되지요.

점심으로는 비빔밥을 함께 먹고, 잠깐 쉬었다가 다시 파를 뽑아요.

이웃집 아저씨가 빵을 새참으로 가져오고, 함께 힘을 모아 거대한 파 탑을 쌓아 올린 뒤에야 집으로 돌아가지요.


파를 뽑기 전 빽빽이 들어선 드넓은 파밭, 장갑 없이 맨손으로 일하는 농부들의 손길,

그리고 검붉던 아빠의 얼굴이 점점 햇살 아래에서 핑크빛으로 익어 가는 모습까지, 어느 장면 하나 놓칠 수 없을 만큼 리얼하게 다가오네요. 아마도 홍당무 작가님의 직접 경험이 담겨 있어 더욱 생생하게 느껴지는 것 같아요.

<파 뽑는 날>은 처음 해 보는 일에 설레고, 가족과 함께 땀 흘리며 자연과 친구가 되어가는 아이의 마음에 커다란 사랑이 심긴 하루이지요.



제목과 표지만으로 느꼈던 강렬한 첫인상도 잊을 수 없네요.

여름 한낮, 쨍쨍한 햇볕 아래 빼곡한 파의 그림만으로도 여름의 색깔과 냄새가 전해지는 듯했어요.

강렬한 원색으로 표현된 노랑, 초록, 하늘색, 분홍, 보라는 여름날의 온도와 기분을 생생히 전해주지요.

표지를 열어 마주한 회색 안개에서 새파란 하늘, 노을빛으로 깊어지는 하늘까지, 하루의 시간 흐름을 아름답게 담아냈지요. 그중에서도 보랏빛 하늘은 가장 강렬해, 저에게 여름날의 풍경을 선명히 새겨 주었어요.

또, 간결한 문장과 인물의 또렷한 표현, ‘꽉, 쏙, 탁’의 리듬감은 노동의 활기와 가족의 호흡을 경쾌하게 전달해 주지요. 무엇보다 역동적인 색채와 구성이 더해져 생동감과 에너지로 가득 채워진 것 같아요.


제가 느낀 <파 뽑는 날>의 아름다운 순간은 농부가 모든 생명을 귀히 여기며 자연과 함께 살아가는 장면들에 있어요. 뽑지 않고 남겨둔 파 세 뿌리는 꽃을 피우고, 그 씨앗은 흰 점이 되어 공중에 흩어지지요. 다시 땅으로 내려앉아 점들이 생명의 순환을 이어가듯, 쓸모없음 속에서도 가치를 발견하는 농부의 지혜가 담겨 있지요.


지렁이와 무당벌레를 ‘농부의 친구’라 부르는 장면에서도 자연과 공존하는 법을 배우는 과정이 담겨 있었어요.

그리고 이 여름날의 이야기 속에서, 묵묵히 일하는 농부의 손길에 감사의 마음을 건네게 되네요.

파 뽑는 날의 하루는 귀한 노동일뿐 아니라, 자연과 사람, 가족이 함께 나눈 따뜻한 시간이었어요.




- 홍당무 작가님의 <파 뽑는 날> 이야기 -



이 일러스트들은 홍당무 작가님이 SNS에 직접 공유한 작업들로, 23년 더미북 / 작가님이 가장 좋아하는 장면 / 홍당무의 산티아고 순례길 인스타툰으로 이미지이지요.


제 이야기를 담은 이 그림책으로 제가 어린 시절 소원을 이루었듯,

<파 뽑는 날>이 여러분 곁에서 작은 기쁨이 되기를 바랍니다.

햇살 아래 다시 자라날 푸릇푸릇 파 한 줄기처럼,

우리 모두의 마음속에 언제나 그런 희망이 자라나기를.

_홍당무 작가 🥕산티아고 순례길에서


홍당무 작가님 SNS : https://www.instagram.com/hongdangmoo_picturebook/





- 출판사 논장의 여름이 생각나는 그림책들 -



출판사 논장의 '그림책은 내 친구' 시리즈 중, 여름이 떠오르는 그림책들을 골라 보았어요.

물, 바닷가, 수영장, 여름비, 뜨거운 태양까지 여름의 활기와 정서를 담은 그림책들이지요.

<동물들의 도시>는 다른 주제이지만, 여름의 열기와 분위기가 느껴져 함께 소개해 보았어요.


출판사 논장 SNS : https://www.instagram.com/nonjang_book/




행복한 그림책 읽기! 투명 한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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