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륵차륵 구슬치기 - 2023년 한국안데르센상 우수상 수상작
이현정 지음, 김유진 그림 / 한림출판사 / 2025년 7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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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림출판사로부터 도서만을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그림책을 읽기 전


구슬에 집중하는 아이의 모습에서 어릴 적 구슬치기가 생각나네요.

어떤 이야기가 있을지 궁금해요.

따뜻한 그림만으로도 더 궁금해지는 <차륵차륵 구슬치기>이네요.




그림책 읽기




"넌 오늘도 안 할 거지? 맨날 구경만 하고 같이 하지도 않으면서."

'하지만 내 구슬을 잃기라도 하면 어떡해.'




조그만 구슬들은 어디로 숨었는지 한 개도 보이지 않았어요.

"내 구슬이 저 안으로 굴러갔을까?"




"내 구슬이다!"

"이거 네 거니? 이름이 구슬이구나. 이름도 예쁘다."




그림책을 읽고


송이는 구슬이 너무 예쁘고 소중해서 늘 주머니 속에만 넣어 두었어요. 빨강, 파랑, 물결무늬가 어우러진 구슬은 바라보기만 해도 미소가 번지고, 절대 잃고 싶지 않을 만큼 마음에 꼭 품었지요. 하지만 혹시 잃어버릴까 봐, 친구들과 놀아본 적은 없었어요. ‘오늘은 꼭 해볼까?’ 하는 마음이 피어올라도, 구슬이 내 손을 떠나 다른 친구에게 갈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늘 그 마음을 붙잡아 두었어요.


그러던 어느 날, 송이는 구슬만 바라보며 걷다가 돌부리에 걸려 넘어질 뻔했어요. 손바닥 위의 구슬이 휙 튕겨 나가고, 아무리 찾아도 보이지 않았지요. 혹시 덤불 속 텅 빈 나무둥치에 빠진 걸까 하고, 깜깜한 속을 지나가니 눈앞에 같은 듯 다른 숲이 펼쳐졌어요. 그곳에서 회색 들쥐가 두 발로 감싸들고 있던 송이의 구슬 하나를 발견했지요. 이어 두더지와 다람쥐도 송이의 사정을 듣고 힘을 보탰어요. 마침내 친구들과 함께 모든 구슬을 찾았을 때, 송이의 얼굴에 안도의 미소가 번졌어요.


고마운 마음에 송이는 동물 친구들에게 구슬치기를 가르쳐 주었어요. 말만 들어도 신나는 놀이에 친구들은 당장 같이하자고 했지만, 송이는 또다시 대답을 망설였지요. 그때 친구들이 웃으며 말했어요.

“구슬은 원래 네 것이잖아.”


그 한마디에 송이는 주머니 속 두려움을 풀어놓고, 난생처음 구슬치기를 해 보았어요. 구슬이 오가는 순간마다 웃음이 피어나고, 마음속 벽이 조금씩 허물어졌지요. 이전까지 다른 친구들은 송이가 구슬을 꺼내지 않는 모습을 보고, 그 곁에 다가가지 않았어요. 송이 역시 선뜻 다가가지 못했지만, 동물 친구들의 한마디는 닫혀 있던 마음을 부드럽게 열어 주었어요.


저도 예전엔 누구와도 나누고 싶지 않은 것들이 있었어요. 하지만 시간이 흐르며, 좋은 것을 나누는 순간에 더 큰 행복이 깃든다는 걸 알게 되었지요. 소유하는 기쁨보다, 그 기쁨을 함께하는 시간이 더 오래 남는다는 것도요. 송이에게 구슬은 이제 혼자만의 보물이 아니었어요. 함께 웃는 순간, 구슬의 빛은 처음보다 더 환하게 반짝이네요.


김유진 작가의 그림에는 구슬치기의 공기와 햇살이 고스란히 담겨 있어요. 햇빛이 스며든 흙바닥의 질감, 구슬 표면의 반짝임, 마주 보는 시선의 긴장감이 섬세하게 표현되어 있지요. 특히 구슬이 부딪히는 ‘차륵’ 소리와 화면의 속도감은 책장을 넘기는 나까지 놀이에 앉게 만들었어요. 그 순간만큼은 저도 어린 시절로 돌아가 있었지요.


<차륵차륵 구슬치기>는 구슬 하나에 담긴 애착과 두려움, 그리고 용기가 어떻게 변해 가는지를 보여주어요. 나만의 ‘구슬’을 꼭 쥐고만 있던 마음이, 누군가와 나누며 더 큰 기쁨이 된다는 사실을 알게 해 주지요. 누구나 주머니 속에만 숨겨 둔 ‘나만의 구슬’이 있을 거예요. 그 구슬을 꺼내어 누군가와 함께 웃을 수 있다면, 그 순간이야말로 진짜 반짝이는 시간이겠지요.




- 김유진 작가님의 그림책 -



책과 그림이 가장 친한 친구였던 어린 시절을 되새기며 어린이에게 기쁨을 주는 책을 만들고자 노력해요. 쓰고 그린 책으로 <엄마의 여름 방학>, <거북이자리>, <비단 공장의 비밀>, <소방관 고양이 초이> 등이 있고, 그림을 그린 책으로 <하얀 밤의 고양이>, <오늘 상회>, <바람숲 도서관> 등이 있어요. <오늘 상회>로 ‘2022 아시아 어린이 콘텐츠 축제(AFCC)’ 일러스트레이터 갤러리에 선정되기도 했답니다. -출판사 작가 소개 내용 중




- '구슬치기'가 있는 그림책 -



구슬치기 그림책들은 어린 시절의 놀이터와 골목길을 다시 불러오지요.

손끝에서 굴러가는 작은 구슬 하나에 웃음과 경쟁, 우정이 담겨 있어요.

아빠와 동생들과 함께 앉아 구슬을 굴리던 그 시간,

환한 웃음소리와 장난기 가득한 표정들이 지금도 선명하지요.

세월이 흘러도 그 반짝임은 여전히 마음속에서 차륵차륵 굴러가고 있지요.



행복한 그림책 읽기! 투명 한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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