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도 산책
심명자 지음, 윤여준 그림 / 찰리북 / 2025년 7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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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리북 출판사로부터 도서만을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그림책을 읽기 전


분홍빛 표지가 포근하게 마음을 감싸는 책, <내일도 산책>.

표지만 보아도 따뜻함이 스며드는 듯했어요.

‘산책’이라는 단어가 주는 여유와 설렘에 이끌려, 이야기가 더욱 궁금해졌지요.





그림책 읽기




"혹시 네가 그리워하는 이가 있다면 우리가 찾아 줄게!"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나를 건이라고 부르기 시작했어.

할아버지가 나를 자꾸 밖에 데리고 나가려고 해. 나는 다시 버려지는 걸까?




"건아, 산책 가자!"

날마다 두 번씩 나서는 산책길. 편안하고 다정한 하루하루.

오늘은 밖에 나가지 못했어.




"건아, 너도 할아버지가 보고 싶은 거지?"

할아버지, 우리 집에 새 식구가 생겼어요.

우리는 날마다 산책을 해요. 할아버지ㅣ와 걷던 길을 내일도 걸을 거예요.





그림책을 읽고



버려진 개는 배고프지 않고 마음껏 뛰어노는 것이 꿈이었어요.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만난 노부부에게 발견되어 치료와 보살핌을 받으며 함께 지내게 되었지요. 건이라는 이름도 얻고, 점차 그들의 가족이 되어 갔어요. 버려질까 두려워 외출을 하지 않으려던 건이는 노부부와 함께 산책을 하며 세상을 다시 마주하게 되었어요.


하지만 할아버지가 세상을 떠나고, 할머니는 슬픔 속에 빠져 건이를 살피지 못했어요. 그러다 건이가 할아버지의 양말을 물어다 모으는 모습을 보며, 건이도 자신의 방식으로 슬픔을 견디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게 되었지요. 할머니는 그제야 건이 역시 같은 상실을 겪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어요.


서로의 슬픔을 이해하게 된 둘은 다시 함께 산책을 나섰어요. 할머니는 그림을 그리며 일상을 회복했고, 건이와 함께 새로운 만남을 준비하게 되었지요.


건이와 할머니가 서로의 슬픔을 ‘발견하는’ 순간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처음엔 각자의 방식으로 상실과 공허를 견디지만, 결국 서로의 상처를 알아차리고 나란히 걸어 나가게 되었지요. 그것은 말뿐인 위로나 급격한 변화가 아니라, 함께 시간을 보내며 조금씩 회복하는 관계의 힘이었어요. 그 힘은 조용하면서도 단단하게 느껴졌지요.


사랑하는 존재를 먼저 떠나보내고 남겨진 이들에게, 떠나간 이가 바라는 것은 오늘보다 조금 더 편안한 내일을 맞이하는 일이 아닐까요? 나로 인한 슬픔보다는 나를 잊지 않고 기억해 주고, 마음속에 항상 함께 있다는 것을 잊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일 거라 생각해요.


산책은 단순히 길을 걷는 일이 아니라, 마음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하는 출발점이었어요. 소중한 이를 잃은 뒤에도 계속 살아가겠다는 다짐이자, 함께 살아가는 법을 다시 배우는 시간이었지요. 버려진 개 건이의 시선으로 세상을 보며, 일상은 특별한 목적이 없어도 충분히 의미 있고, 사랑받는 그 시간이 얼마나 귀한지 알 수 있었어요.


윤여준 작가의 색연필 그림은 부드럽지만 선명했어요. 색이 과하게 번지지 않으면서도 감정의 결을 따라가고 있었지요. 건이가 느끼는 설렘과 두려움, 그리고 잃어버린 시간을 마주하는 순간까지 색연필의 질감이 그대로 스며 있었어요. 선 하나, 색의 농담 하나에도 이야기의 온도가 달라졌지요. 특히 공허함이 밀려오는 장면에서는 여백과 담백한 색감이 오히려 깊은 울림을 주었어요. 그리고 뒷부분의 초록빛들은 희망으로 번지는 순간들을 고스란히 전해주었지요.


이야기를 다 읽고 나면, 건이와 할머니, 강이가 나란히 걷는 뒷모습이 오래도록 마음에 남아요. 그 길 위에는 잃어버린 시간이 아닌, 함께 채워 나갈 새로운 날들이 기다리고 있음을 알게 되지요.





- 윤두준 작가님의 그림책 -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쓰고 책을 만듭니다. 출판사 쥬쥬베북스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어른들이 만든 편견을 어린이에게 전하고 싶지 않아서 책을 만들 때마다 고민에 빠집니다. 부끄러움이 많지만 필요한 때에 목소리를 잘 내기 위해 힘을 비축하며 삽니다. 이 책을 그리면서 남겨진 존재들을 더 자주 들여다보게 되었습니다. <오늘은 아빠의 안부를 물어야겠습니다>, <그곳은 따듯한가요>, <작은 빛>을 쓰고 그렸습니다.


<오늘은 아빠의 안부를 물어야겠습니다> : https://blog.naver.com/shj0033/221921518957

오늘은 아빠의 안부를 물어야겠습니다 / 윤여준 / 모래알 / 2020.03.30 책을 읽기 전 표지의 그림을 보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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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instagram.com/yeojoonyoon_/




- '산책'하는 그림책 모아보기 -



길 위에서 만나는 풍경과 바람, 그리고 나란히 걷는 발자국 소리는 책 속에서도 들려오네요.

누군가와 함께 걷는 산책은 그 자체로 마음을 풀어주는 시간이 되지요.

그림책 속 산책은 단순한 이동이 아니라, 서로를 알아가고 세상을 다시 바라보게 하는 여행이지요.

천천히 걷다 보면, 길은 어느새 이야기로 이어지고 마음은 한결 가벼워지지요.



행복한 그림책 읽기! 투명 한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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