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어린이.어른
폴 아자르 지음, 햇살과나무꾼 옮김 / 시공주니어 / 200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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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앞 부분만 보았다가 덮었던 것이 기억나서 얼른 집어들었다.
일단 목차 부분도 보통의 이론서보다 더 끌리고, 어떻게 풀어낼지 궁금증을 자아내게 했다.
읽어 나가기 전 2페이지의 서문에서 폴 아자르의 생각을 어떻게 풀어내서 우리를 설득하려 노력했을지 궁금해졌다.


책에 대한 사랑은 편안하고도 세심한 즐거움과 즉각적인 선택, 일정한 품성, 노력, 마음의 평정, 성찰, 그리고 우리 삶이 흔들릴 때 저항하는 힘, 즉 도덕적인 태도 등을 전제로 한다. 바로 그런 이유로 책을 수호하는 문제는 바로 교육 문제라 하겠다.
-서문 중에서 (1937년 4월 17일자 <누벨 리테레르>지에 실림-

폴 아자르는 프랑스의 비교문학자로 초창기 지도적 학자로 비교문학의 확고한 기반을 구축하였다. 소르본, 콜레주드프랑스 교수,《비교문학 잡지》 초대 감수자였다. 저서는《유럽 의식의 위기》(1935),《18세기 유럽 사상사》등이다. 본 책 <책.어린이.어른>에서는 처음으로 북유럽의 어린이 문학이 남유럽의 어린이 문학보다 뛰어나다는 사실도 지적했다.

1장. 어른은 오랫동안 어린이를 억압해 왔다.
2장. 어린이는 어른으로부터 스스로를 지켜왔다.
3장. 남쪽 나라에 대한 북쪽 나라의 우월성
4장. 민족적인 특색
5장. 인류의식

1장에서는 어린이 문학의 역사를, 담담하게 풀어냈다. 사실 독서지도사 준비를 하면서 이미 이론적인 내용으로 처음 아이들을 위한 문학의 시작들을 읽어 왔다. 물론, 같은 맥락의 의미로 아이들을 위한 문학이 존재하지 않았다는 내용이지만, 훨씬 몰입될 수 있게 이야기를 해 나간다. 실제로 저서들을 펴낸 작가들의 생활과 그들의 글들을 인용하면서. (와, 이 책에서는 정말 어쩜 이리도 솔직하게 표현한건지 뭔가 간지러운 곳을 긁어주는 듯한 느낌이 들기까지 했다.)

2장에서 어린이를 위한 문학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에게 결국은 어른에 대한 승리를 이끌어내는 감정을 이끌어낼 정도로 감화하게 된 고전 <로빈슨 크루소>와 <걸리버> <돈 키호테>에 대한 이야기들이 이어진다. <로빈슨 크루소>도 펭귄클래식판으로 읽었는데, 어린이의 입장에서 어떻게 받아들여지는지 새롭게 생각하게 되었으니, 얼마나 그걸로도 큰 의미로 와 닿았는지 모른다.

3장에선 남쪽나라와 북쪽나라의 문화, 문학들을 설명해냈고. 프랑스인인 폴 아자르의 솔직한 생각들이 꽤나 담담하게 펼쳐진다. 프랑스인으로써 영국인들의 어린이들에 대한 생각들과 행동들, 그에 따른 문학들이 존재하는 것에 대해서 극찬한다고 느껴질 정도로 높이 평가하고 있으니 그의 전문가로써의 명성이 그냥 이뤄진 것이 아니라는 생각도 들었다. 아무리 높은 위치에 있고 명성을 얻은 자여도 쉬운 일이었을까?

5장에서는 어린이들을 위한 문학에 대한 이야기들. 마지막 '어린이가 바라는 이야기' 부분에선 뭔지 모르게 겸허히 받아들이는 듯한 심정으로 읽어나가게 되었다.


어린이들은 이렇게 말한다. "우리에게 책을 주세요. 날개를 주세요. 당신들은 힘이 세고 강하니까, 우리가 더 멀리까지 날아갈 수 있도록 도와 주세요. 마법의 정원 한가운데에 새파란 궁전을 지어주세요. 달빛을 받으며 한가로이 거니는 요정들을 보여주세요. 우리도 학교에서 가르쳐 주는 걸 모두 배우고 싶어요. 하지만 제발 우리에게 꿈도 남겨 주세요."

많은 이들이 "어린이에게 책을 읽어주세요. 하루 10분 읽어주세요. 엄마의 목소리로."
이렇게 이야기하는 것보다 훨씬 더 와 닿지 않은가. 간절함이 느껴져서 나도 모르게 두 손을 모으게 되었다. 학교이야기에서는 지금의 어린이들도 이 글을 읽으면 "맞아요!! 제발 우리에게 꿈도 남겨 주세요!"라고 외치지 않을까싶을 정도로. 너무나 필요한 이야기 아닌가.


나는 또 어린이들이 즐겨 머릿속에 그리는 것을 그대로 담은 책을 사랑한다. 온 세상 삼라만상 속에서 특히 어린이들의 취향에 맞추어 선택된 것, 어린이들을 해방시키고 기쁘게 하며 행복하게 하는 이미지, 눈 깜짝할 사이에 어린이들한테 덤벼들어 그들을 현실 세계의 굴레로 얽매어 버리지 못하도록 지켜주는 신비의 세계, 그런 것을 어린이들에게 주는 책을 나는 사랑한다.

어린이들에게 감상이 아니라 감수성을 자각시켜 주는 책, 인간다운 고귀한 감정을 어린이들의 마음에 불어넣는 책, 동식물의 생명 뿐 아니라 삼라만상의 생명을 모두 중시하는 마음을 심어 주는 책, 천지의 만물과 그 만물의 영장인 인간 속에 있는 신비스러운 것을 헛되이 하거나 소홀히 하는 마음을 결코 어린이들에게 심어 주지 않는 책, 그런 책을 나는 사랑한다.

폴 아자르가 사랑하는 어린이를 위한 책에 대한 내용이다. 이 뒤로도 조금 더 이어져 있었고, 모두 고개를 끄덕거리게 만들었다. 이 부분이 우선 순위에 두어야하지 않을까싶다. 어린이들을 해방시키고 기쁘게 하고 행복하게하는 책. 생명을 중시하는 마음을 심어주고, 현실 세계의 굴레에서 벗어나게 하는 책.
얼마나 많은 책들이 인성 동화, 감성 동화, 등등 그럴듯한 이름을 내걸고 나오는지! 불안한 부모들의 마음을 헤쳐놓고 깊숙히 들어가려한다. 아이들을 질리게 해버린다.


어린 영혼, 아직 미숙하고 완전히 형성되지 않은 어린 영혼, 나중에 미덕이 되는 것도 아직은 본능에 불과하고 나중에 악덕이 되는 것도 아직은 실수로만 여겨지는 어린 영혼. 그 영혼은 자신이 어떤 존재인지 뚜렷이 알기 위해 남에게 도움을 받고 싶어한다. 어떤 책을 읽고 그 속에서 분명한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여 스스로를 인식할 때, 어린 영혼은 날아갈 듯 기뻐한다. 거울에 비친 것은 자기와 흡사한 모습이다.
폴 아자르는 명쾌하게 말한다. "어린이란 자유로운 상상력을 지닌 창조적인 존재이며, 좋은 어린이책이란 자유로운 상상의 세계에 펼쳐 놓은 책이다."
-옮긴이의 말 중에서

그저 내용이 좋으면 그만이고, 아이가 뭔가를 깨달았다면 더 좋은 책이지.
어린이들 책 속에서 좋은 책 고르는 것이 왜 힘들지?
책을 읽고 느낀 점 쓰는게 어째서 어렵지?

이런 안일함을 지니고 있지 않았나싶다.
아이들의 표현하기 두려워하는 마음을 너무 오래 잊고 있었다. 아이들이 책을 펼쳐드는 것이 어렵게 시간을 내어야 가능하게 된 현실을 애써 부정하고 싶었다. 그 전에, 어린이 책들에 대한 생각들이 여전히 어른들의 시선에서만, 어른들의 목적에 의해서만 좌우되고 있다는 것을 더 확실하게 느꼈다.

나는 아이들에게 어떤 책을 쥐어줄 수 있을까?
나는 아이들과 책으로 어떻게 소통할 수 있을까?


폴 아자르는 어린이의 아군으로서, 어린이의 충실한 대변자로서 말한다. "어린이는 독립된 가치를 지닌 존재이다. 이제 막 인생의 희열에 눈뜨는 이들에게 잔인한 교훈의 비를 쏟아붓지 말라. 어린 영혼의 싹을 짓뭉개지 말라. 어린 영혼들을 일그러뜨리는 가짜 읽을거리를 가차없이 추방하라."
-옮긴이의 말 중에서

어른이라면, 꼭 읽어보시라고 감히 추천하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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