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의 최전선 - ‘왜’라고 묻고 ‘느낌’이 쓰게 하라
은유 지음 / 메멘토 / 2015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미니 속닥모임에서 그동안의 부재를 극복하고자 선택된 책으로 만나게 되었다.
이제, [글쓰기]의 굴레에서 더 이상은 벗어날 수가 없는 게 내 일이 되어버렸고, 읽어보고도 싶었던 책이어서 망설임은 없었다.

책과 삶에 대해서 어떻게 녹여냈을지 우선 궁금했고.

저자인 은유 작가님은 이미 두터운 독자층을 형성하고 있다.





[글쓰기의 최전선]은 총 6파트로 나눠지는데
part1 삶의 옹호로서의 글쓰기
part2 감응하는 신체 만들기
part3 사유 연마하기
part4 추상에서 구체로
part5 르포와 인터뷰 기사 쓰기
part6 부록 - 학인들의 글

개인적으로는 프롤로그 부분부터 나에겐 깊이 읽어나갈 수 밖에 없었다.
나에겐 수많은 플래그를 붙이게 만든, 글쓰기 입문서로써 멋진 책이었다.

[1984]의 저자 조지 오웰은 "인간이 물질세계는 탐사하면서 스스로에 대한 탐사는 하지 않으려 한다"며 "인간은 자기 삶에서 단순함의 너른 빈터를 충분히 남겨두어야만 인간일 수 있다"고 말했다. 동의한다. 일선에서 물러서기는 아무런 가치를 만들어내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그 쓸모없는 시간이 삶을 쓸모 있게 만들어주는 아이러니는 늘 유예되는 진리다. 이미 경험한 자에게는 설명이 필요 없고 경험하지 못한 자에게는 설명이 가닿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말하자면 글쓰기는 물러서서 숨 고르기의 쉽고 좋은 방편이다.

쓸모없는 시간이 삶을 쓸모있게 만들어주는 아이러니라니.
표현이 어찌나 맘에 들었는지 모른다.
저자가 쓴 프롤로그 부분에서 저자의 나이가 마침 나와 같고, 아이를 키우며 일을 하고 동시에 공부를 매일 해 나가는 나의 모습에서 동질감마저 느껴졌다. (물론 남들이 보기엔 달팽이처럼 엄청 느리고 눈에 띄지 않겠지만, 분명 나는 일을 하고 있고, 틈틈히 공부도 하고 있다.) 그리고 내가 육아에 갑자기 뛰어들어 나에 대해 쓸모없이 낭비되는 내 삶의 시간들을 지나왔는데. 쓸모없이 여기는 시간들조차 후에 삶을 쓸모있게 만들어주게 될거라니. 그 땐 왜 몰랐을까 싶기도하다. 여튼, 그 시절 생각이 우선 나는걸보니 여전히 지나온 것에 대해 미련을 갖는 것이구나.

'어떤 글을 쓸 것인가'하는 물음이 선행되어야 한다. 탄탄한 문장력은 그 다음이다. 열심히 잘 쓰려고 노력해야 하지만 그 '열심'이 어떤 가치를 낳는지 물어야 한다. 밤이고 낮이고 온 국토를 삽질하는 게 '발전'은 아니듯 자신을 속이는 글, 본성을 억압하는 글, 약한 것을 무시하는 글, 진실한 가치를 낳지 못하는 글은 열심히 쓸수록 위험하다. 우리 삶이 불안정해지고 세상이 더 큰 불행으로 나아갈 때 글쓰기는 자꾸만 달아나는 나의 삶에 말 걸고, 사물의 참모습을 붙잡고, 살아 있는 것들을 살게 하고, 인간의 존엄을 사유하는 수단이어야 한다고 나는 믿는다.

글을 쓴다는 게 언젠가부터는 아주 막막하게만 생각하게 되었다. 그야말로, 어려워졌다. 글쓰기 대회를 좋아했고 독후감상문 쓰는 걸 좋아했고 일기 쓰거나 교환노트 쓰는 것도 좋아했는데 말이다. 지금 우리 아이들도 그렇지 않을까? 이제, 서른 중반이 되어서야 다시, 글을 쓰면서 나를 발견해나가고 싶다는 생각에 휩싸이게 되었다. 글쓰기가 이런 의미를 가지고 있어야겠지?

잘 쓴 글이든, 미완의 글이든, 숨겨둔 글이든, 파일로 저장하지 않고 날리는 글이든, 그런 과정 하나하나가 자기 생각을 정립하고 문체를 형성하는 노릇이며 '삶의 미학'을 실천하는 과정이라고, 못 써도 쓰려고 노력하는 동안 나를 붙들고 늘어진 시간은 글을 쓴 것이나 다름없다고, 자기 한계와 욕망을 마주하는 계기이자 내 삶에 존재하는 무수한 타인과 인사하는 시간이라고, 이제는 나부터 안달과 자책을 내려놓고 빈 말이 아닌 채로 학인들에게 말할 수 있게 되었다.

내 삶에 존재하는 무수한 타인과 인사하는 시간.
나도 그것에 완전히 공감하고 싶어졌다.

문장이 길든 짧든 나는 이런 글이 좋다. 사유가 촘촘해서 문장이 흐름을 타고 미처 생각지 못한 부분을 건드리며 인식의 틀을 흔들어놓는 글. 하나의 메시지나 하나의 문장, 하나의 단어라도 남으면 그건 좋은 글이다.

문장의 호응, 문법적으로써 글쓰기를 설명하는 게 아닌, 삶에서 자신의 생각을 녹여내는 글을 쓰는 게 중요하고 삶과 연결지어져야 한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그냥 단순히 '글을 써야 한다'며 주장하고 반복하지 않아서 내가 가진 생각들이 동시에 떠오르면서 글쓰기와 내 삶을 연관지어지게 생각하게 만들어주었다.



남들이 당신을 설명하도록 내버려두지 마라.
당신이 무엇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또 무엇을 할 수 있고 할 수 없는지를
남들이 말하게 하지 마라.
-마사 킨더-

어떤 글을 쓰고 싶은지, 어떤 내용을 적어내려가야 할지. 보여져서 좋다고 인정받는 글을 쓰기 위해 고민하기보단, 내가 나의 진실된 이야기를 어떻게 풀어내고 싶은지를 더 생각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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