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곱, 너는 특별해! - 2단계 문지아이들 29
가브리엘레 하이저 지음, 카타리나 요아노비치 그림, 권세훈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02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어린이 책 중 하나인데 야곱의 기울어진 몸에 온순한 눈빛이 보고 싶었다. 표지의 그림은 ‘온순’한 눈빛과는 다르지만 내가 느낀 그는 분명 온순함과 다정함에 더 가깝다. 주위의 앨버트로스와 다르게 부리에 꽃을 물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날지 못하지만 특별한 이유는 무엇일까? 어린이 독자에게 생각해 보라고 책을 펼치기 전에 질문을 던지는 책이다.



엘다와 요하네스의 애정 안에서 야곱이 태어났다. 하지만 보통의 앨버트로스라면 날개를 펼치고 바람을 느끼며 비행을 하고 잠수를 하며 물고기를 잡는 연습을 해야 하는 시기에도 야곱은 그러지 않는다. 오히려 바람, 바다, 큰 소리들을 두려워하고 몸을 웅크릴 뿐이다. 야곱을 본 이웃들은 여러 말을 건네고 그것은 엘다와 요하네스에게 상처로 몸 깊숙이 박힐 뿐이었다. 끝내 날지 않는 앨버트로스, 야곱을 두고 앨버트로스 사회에서 많은 결정을 내리는 ‘원로들’은 그는 앨버트로스이기 때문에 무조건 날아야 한다고 말하며 벼랑 끝으로 데려간다. 겨우 부탁하여 원로들은 야곱에게 1년의 시간을 주기로 한다. 그리고 엘다와 요하네스는 야곱을 날기 위해 도움을 구하는 과정이 그려진다.



이 사회에서 누구든지 꼭 날아야 한다는 불문율은 불변의 진리인 것처럼 보인다. 우리가 흔히 이 사회에서 대학교에 진학하는 것을 ‘정상’처럼 생각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조금이라도 다른 모습이나 생각을 가진 사람을 대할 때 우리의 눈은 금방 색안경을 쓴다.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 많은 이유의 시작점이다. 일반인과 다르면 비정상으로 분류를 하고 보이지 않는 금을 그어버린다. 보통과 다른 점을 받아들이지 않는 원로들의 행동에 우리가 분개할 수 있는 것이 다행이다. 최소한의 양심이 있는 것이니까. 야곱의 노랫소리, 다정함, 책임감들을 아는 이웃들이 결국 오랫동안 절대적으로 믿고 의지한 원로들에게 반기를 든다. 그들이 원로들을 막아서며 한 말들은 이 한 마디로 시작하였다. “야곱은 우리 곁에 머물러야 한다.” 정상적인 기준들을 넘어서서 야곱이 존재만으로도 필요하다는 것을 인정한 것이다. 비록 멀리 날지 못하고 물속에서 물고기를 잡는 것이 힘들지만 그것이 생을 저버리게 할 충분한 이유가 되지 않는다.



우리는 어떤 사회에서 살아가는지 생각해 보게 한다. 정상과 비정상을 가르는 사회가 아니라고 말하기는 힘들다. 하지만 누구에게나 완벽한 모습을 찾는 것은 더 어렵다. 자신이 정상에 속한다고 생각하는 이들조차 한 부분만큼은 비정상에 가깝다. 결국 모든 존재는 완벽하지 않다. 우리는 불완전함을 서로 포용하면서 맞춰가는 공동체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완벽하지 못하기 때문에 서로 위로와 공감의 연대가 형성된다. 그래서 자신의 부족함에서 오는 결핍을 망각하기도 한다. 그러니 결국 마지막에 야곱이 행복해하며 다른 앨버트로스들과 어울리며 지내는 장면에서 함께 웃을 수 있기를 바란다. “야곱이 날 수 없다는 사실은 전혀 중요하지 않았습니다.”라고 한 것처럼 결핍은 다정하게 포용하며 ‘함께’의 삶으로 나아가면 좋겠다. 작은 사회에서 그들 나름의 애쓰는 삶을 보내는 어린 독자들도 서로 부족한 부분들을 포용하는 관대함을 배울 수 있기를 바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