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처방전 - 내 마음이 가장 어려운 당신을 위한 1:1 그림 치유
김선현 지음 / 블랙피쉬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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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쁜 현대인들에게 자신의 마음을 어루만지고 지켜내는 일은 점점 어려워지는 것 같다.

관계 속에서 힘들어하고 누군가에게 쉽사리 털어놓지 못하는 숱한 고민들로 잠 못 이루고 있다면 이 책, [그림 처방전]을 추천하고 싶다.

미술치료계의 최고 권위자로 불리는 김선현 작가의 [그림 처방전]은 사람 또는 관계로 인해 힘들어하는 사람의 심리상태를 들여다보고 어루만져 준다. 그림 한 점을 통해 한 발자국 떨어져서 자신의 마음 상태를 바라보고 글을 읽다 보면 답답한 마음이 가신다.

스토리에 구애받지 않기에 책장을 넘기다 눈길 가는 그림에 멈춰 서서 내용을 읽어봐도 좋고 파트별로 주제가 달라서 마음이 가는 대로 그 부분부터 봐도 무방하다. 몸도 마음도 지친 상태에서 "처음"부터 봐야 하는 고정관념이 없다는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벌써부터 마음의 짐이 좀 준 것 같다.

책을 보다 보니, 주로 육아하느라 집에서 시간을 보내서 그런지 바깥 배경이 보이는 그림에 유독 시선이 간다. 집수니 체질이라 괜찮을 거라 생각했는데 마음 한구석에서는 아니었나 보다. 그러고 보니, 티브이를 틀어도 여행프로나 여행상품을 판매하는 홈쇼핑 채널을 보고 있었다. 그림에 등장하는 저 핑크 핑크 한 꽃을 보니, 신혼일 때 베란다를 꽃밭으로 꾸며놓았던 것이 기억난다. 퇴근하고 집에 와서 꽃을 보면 피로가 풀렸는데 역시, 책에서도 식물을 보고 만지는 것만으로도 스트레스 해소는 물론 뇌 기능 활성화에 도움이 된다고 한다. (날씨 좋은 날 산책도 좀 하고, 봄이 오면 꽃 시장에 가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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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에는 정답이 없다는 작가의 말처럼 내가 끌리는 그림이 현재 내 마음 상태와 다를 수 있다. 다만, 중요한 것은 그림을 통해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고 사유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지는 것이다.

몸이 아프면 의사에게 의약품이 기재된 처방전을 받는 것처럼, 마음이 아프고 힘들다면 여기 55점의 그림이 담긴 책 [그림 처방전]을 받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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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아이의 학습능력을 길러주는 방법 ㅣ 아이의 학습능력을 길러주는 방법
토미나가 유스케 지음, 윤경희 옮김 / 북스인이투스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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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엄마들은 말한다..'딸보다 아들이 키우기 힘들다고' 말이다.

아무래도 주 양육자가 엄마이다 보니 성별이 다른 아들을 먼저 이해하고 접근해야 하는데 쉽지 않다.

태어날 때부터 남자와 여자의 뇌는 다르다는 사실은 여러 실험결과를 통해서 알 수 있는데 이 책은 바로 그러한 남녀의 차이를 이해하고 접근하면서, 잠재력이 있는 아이를 부모가 어떻게 하면 이끌어 주어야 하는지 그에 대한 설명이 구체적으로 나와 있어 마음에 들었다.


우선 저자의 이력이 화려한데 10만 명 이상의 교육상담, 수험 컨설팅을 진행하고 성별적 특성을 학습에 반영하고 개인 맞춤의 커리큘럼으로 합격률을 높여 일본의 주요 언론은 물론 학부모들 사이에서 입지를 다진 학습고수이다.

저자가 일본인지만 우리나라도 일본 교육의 영향을 받았기에 책을 읽는데는 무리가 없다.


저자는 책의 초반, 개념정리를 통해 남자아이 성향에 대해 부모의 이해를 돕고 아이를 속단하지 말고 아이의 충분한 가능성 즉 아이의 잠재능력을 어필하면서 시작한다. 어떤 아이건 연마를 거치면 빛날 원석이기에 휘리릭~ 지팡이 한번 휘두르면 아이를 갑자기 변화시킬 마법적인 방법을 요구하는 부모들을 향해 일침을 가하기도 한다.

다음 1장부터 6장까지는 남자아이의 특징, 남자아이 학습능력을 길러주는 절대원칙, 평생 살아가는 데 도움이 되는 생각의 힘을 기르는 방법, 목표 및 계획 세우기, 국어/수학/과학/사회의 25가지 공부법, 스스로 하는 공부습관에 대해 나와있으며 마지막 7장은 성적이 오르는 남자아이 부모의 26가지 습관이 나와있다.(성적이 오르는 수식어가 붙어있지만 개인적으로 이러한 습관들은 공부를 떠나, 아이가 주체적인 삶을 살아갈 수 있는 밑바탕이 되는 좋은 습관이기도 하다.)


부모는 자식의 거울이라고 한다. 부모부터 책을 곁에 두고 배움을 좋아하고 늘 열정적으로 살아가려고 노력해야 함을 다시 한번 느꼈다.

우리 아들은 산만하고 좋아하는 과목만 공부하고 끈기가 약하다 등등. 매번 아들의 학습을 지켜보는 게 지치고 힘든 부모라면 이 책을 읽어보시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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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 사람들 - Novel Engine POP
무레 요코 지음, 최윤영 옮김 / 데이즈엔터(주)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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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 사람들]은 [카모메 식당]으로 유명한 무레 요코의 신작이다. 두께가 얇은 데다 친구가 들려주는 것처럼 술술 읽혀서 덮고 나면 벌써 끝났나 하는 아쉬움마저 든다.


무남독녀 외동딸 마사미는 마흔이 되어서도 부모님과 같이 살지만 사실은 독립하고 싶어 한다.

부모님이 후루룩 거리며 차 마시는 소리도 싫고 옆집 아줌마는 영 성가시다. 엄마와도 친한 이 옆집 아줌마 야마카와는 동네 이웃들에 관한 정보라면 모르는 게 없을 정도로 소문에 빠르다. 아니나 다를까.. 어느새 쫓아와서는 만나는 사람은 있냐는 둥, 고령출산 범위에 들어가니 아이만이라도 낳아 두는 건 어떠냐며 오지랖이 넓다. 우리 주변에서도 볼 법한 낯설지 않은 캐릭터인데다 때를 가리지 않고 빗자루를 쥐고 서서 귀를 열고 있는 야마카와의 모습을 상상하면 웃음이 나온다.

이 밖에도 다양한 이웃들이 소개된다.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재산 덕에 부자이지만 매사 불평불만이 많고 고약해서 이웃들에게 기피 대상인 긴지로 영감

아름다운 어머니 외모와 상반인 동네 친구(?) 오사무

이웃들과 고립되어 자신만의 세상에 갇힌 독특한 차림의 센다 할머니

대거 나타났다 사라진 인도인 이웃

효로롱교(효로로~하는 피리 소리에 맞춰 제단 앞에서 하얀 천을 휘드르며 춤추는 사이비 종교)를 믿고 이웃들에게 틈만 나면 전도하려는 세토 아줌마

1층에는 시끄러운 남자아이와 2층에는 계속 울어대는 아기가 있어 붙여진 '절규의 숙소'로 불리는 집주인 밤바씨

마지막으로 이웃들에게 존경받고 귀감이 되는 노령의 사이좋은 센도씨 부부가 나온다.


이웃들의 숨겨진 사연은 마사미뿐만 아니라 독자들 역시 귀가 쫑긋, 아니 두 눈이 번뜩 해진다.

마사미가 어린 시절부터 현재까지 보고 자란 이웃들의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나는 과연 어떤 이웃일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이웃들과 복닥거리는 사람 사는 냄새가 나는 마사미네 동네에 놀러 가고 싶어진다.

무뚝뚝한 딸 마사미와 푼수끼 있는 엄마. 두 모녀의 모습도 너무 유쾌하게 그려져 입가에 미소가 떠나질 않는다.

마사미와 함께 공감하며 화내고 웃고 감동받다 보면 어느새 마음 한편이 따뜻해지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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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한 밤 되세요 ㅣ 폴앤니나 소설 시리즈 1
노정 지음, 드로잉메리 그림 / 폴앤니나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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핑크빛 책표지, 꽃들 위로 나란히 앉아 있는 두 남녀와 함께 [달콤한 밤 되세요] 제목의 소설은 얼핏 달콤한 연애소설로 생각하기 쉽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ㅎㅎ

​

남한사회주의노동자당에서 일하다 어떤 계기로 인해 정신병원에 제 발로 입원하게 된 나명은 그곳에서 본인처럼 제 정상으로 보이는 도박중독자 박사장을 만나게 된다. 박사장은 알고 보니 다 쓰러져 가는 드림초콜릿호텔의 바지사장이었는데 나명을 불쌍히 여겨(?) 나명에게 호텔 캐셔 일을 제안한다.

영문과를 졸업했다는 이유로 근무 외 시간에 외국인 상대 통역 일도 하게 되는 나명, 아니 나주임은 '명백한 근로기준법 위반이라고, 이 개같은 새끼야!'라고 속으로 욕은 할 지언정, 어쨌든 맡겨진 일을 성실히 해내려는 인물이다.

​

너무도 멀쩡해 보이는 그녀가, 현실에서도 만날 수 있는 평범한 그녀가, 어쩌다 스스로 정신병원에 입원하게 된 것일까? 그 이유를 알고 나면 '어...?생각해보니 그러네. 정신병원 나쁘지 않네.'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면서 이런 생각을 하는 자신에게 흠칫 놀라기도 한다; 그리고 나주 임의 과거사와 함께 호텔에서 일하며 벌어지는 각종 사건사고들과 사회 문제들은 씁쓸히 미소 짓게 만든다.

인생은 가까이에서 보면 비극, 멀리서 보면 희극​이라고 했던가..

툭툭 던지는 나명의 위트 넘치는 고백이, 나명 자신의 문제만이 아님을 우리는 모두 알고 있다. 그리고 모두가 가슴 아파했던 사건들, 지금도 자행되는 일들을 보면서 진정 책 이름처럼 달콤한 밤을 보내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할까..? 한 번쯤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어 좋았다. 리재 엄마인 최영옥의 독백에 가슴이 욱신거렸고, 선배가 나명에게 보내는 편지글 형식도 뭉클했다.

소설의 수정 작업에만 일 년여의 시간이 걸렸고 그림 작업에 석 달이 걸렸다는데 그래서 그런가.. 자칫 무겁고 딱딱한 분위기가 될 수 있었는데 나명의 입을 빌린 노정 작가의 사이다스러운 멋진 어록들과 함께 드로잉메리의 일러스트가 한데 어우러져 달콤 쌉싸름한 분위기가 잘 만들어진 것 같다. 여러모로 참신했던 [달콤한 밤 되세요]처럼 소설과 일러스트의 컬래버레이션한 한국소설이 많이 나와줬으면 좋겠다.


오발탄 아줌마도 다른 폐쇄병동 환자들도, 다만 자기 안의 심연에 갇혔을 뿐 적어도 남한테 해코지는 하지 않았다. 욕망도 과하면 병이다. 거기에다 공감능력마저 현저하게 떨어지는 사람이라면 글자 한 줄, 말 한마디로도 듣는 이의 가슴을 찢을 수 있는 '진상'이 된다. 정신병원 바깥에서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저 수많은 진상들의 정상성은 무엇으로 증명 가능할 것인가.

p.137

사민아, 이 세상에 어떤 것도 네 목숨보다 귀한 것은 없어. 네 무덤 위에 꽃을 뿌리며 네 몫의 삶을 대신 살아주겠다는 건 남아 있는 자들의 자기위안일 뿐이야. 네가 살지 않는 삶은 그 누구의 것도 아니란다.

p.166

명이 씨는 명이 씨 몫의 삶을 살아요. 리재의 몫 따윈 신경 쓰지 말아요. 자기 몫의 삶을 제대로 사는 것도 그리 쉬운 일이 아닙니다. 하다하다 저엉 안 되면, 그냥 대충 살아요. 그러면 또 어떤가요. 나는 이제야 그걸 깨달았어요.

p.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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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만히 손을 보다
구보 미스미 지음, 김현희 옮김 / 은행나무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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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책장을 덮고 나서 먹먹한 가슴을 부여잡고 여운을 즐긴 게 참으로 오랜만이다.

가끔은 책 읽는 게 지겨워져서 소설이 원작인 영화를 보곤 했는데 이 책을 읽고 나니, 다시 한번 원작 소설들을 찾아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영화로는 전달하는 데 한계가 있는 미묘한 감정 묘사라든지, 대사안에 담고 있는 의미를 천천히 음미할 수 있는 건 책을 못 따라간다는 생각에서다.

책을 펼치면 아래와 같은 문구를 제일 먼저 접하게 된다.

(신기한 게 책을 다 읽고 난 후, 작가의 이 문장을 보면 긴 터널을 들어갈 때와 나올 때처럼 느낌이 달라진다.)

산다는 것의 애달픔을 마음껏 음미해주세요.

구보 미스미

단순하게 네 남녀의 만남과 헤어짐을 그린 감각적인 소설로만 이해했는데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그 무게감이 상당해서 적잖이 놀라웠다.

초반부터 휘몰아치는 상상 못했던 밀도 높은 성적묘사 때문에 '연애하는 야한 소설인 건가...' 싶었는데 어느새 그들의 삶 속으로 빨려 들어가게 되면서 내 삶도 되돌아보고 감싸주고 싶어졌다.


어릴 때 사고로 부모를 잃고 길러주신 할아버지마저 떠나보낸 보호본능 일으키는 히나.

유령의 집이라고 불릴만한 오래된 집에서 혼자 사는 히나를 자신만의 방식으로 챙겨주고 그것을 사랑이라고 믿는 가이토

어린 시절 트라우마로 인해 연인, 가족, 일터 등에서 오는 소속감을 극도로 저항하는 미야자와

자유로운 연애를 하다 일찍 아이가 생겨 결혼을 하고 이혼을 한 후 노인 요양보호사로 일하는 히타카와


네 남녀의 사랑을 지켜보면서 그들의 사랑과 삶의 애환이 우리와 닮아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애달픈 삶이기에 인생은 가치가 있는 것이 아닐까..

익숙해서 놓치고 있는 행복들을 떠올리면서 결코 그것이 당연함에서 오는 가벼움이 아님을..

편안하고 익숙한 사랑이 만들어지기까지 무수히 긴 세월들과 희생이 있었음을 마음속에 새겨본다.

저마다 다른 배경을 가진 네 남녀의 섬세한 시선을 따라간 담담한 고백이 쓸쓸한 이 계절과 잘 어울린다.


올해 만난 일본 여성 작가 중에 가키야 미우와 함께 구보 미스미 작품 또한 더 찾아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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