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하게 네 남녀의 만남과 헤어짐을 그린 감각적인 소설로만 이해했는데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그 무게감이 상당해서 적잖이 놀라웠다.
초반부터 휘몰아치는 상상 못했던 밀도 높은 성적묘사 때문에 '연애하는 야한 소설인 건가...' 싶었는데 어느새 그들의 삶 속으로 빨려 들어가게 되면서 내 삶도 되돌아보고 감싸주고 싶어졌다.
어릴 때 사고로 부모를 잃고 길러주신 할아버지마저 떠나보낸 보호본능 일으키는 히나.
유령의 집이라고 불릴만한 오래된 집에서 혼자 사는 히나를 자신만의 방식으로 챙겨주고 그것을 사랑이라고 믿는 가이토
어린 시절 트라우마로 인해 연인, 가족, 일터 등에서 오는 소속감을 극도로 저항하는 미야자와
자유로운 연애를 하다 일찍 아이가 생겨 결혼을 하고 이혼을 한 후 노인 요양보호사로 일하는 히타카와
네 남녀의 사랑을 지켜보면서 그들의 사랑과 삶의 애환이 우리와 닮아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애달픈 삶이기에 인생은 가치가 있는 것이 아닐까..
익숙해서 놓치고 있는 행복들을 떠올리면서 결코 그것이 당연함에서 오는 가벼움이 아님을..
편안하고 익숙한 사랑이 만들어지기까지 무수히 긴 세월들과 희생이 있었음을 마음속에 새겨본다.
저마다 다른 배경을 가진 네 남녀의 섬세한 시선을 따라간 담담한 고백이 쓸쓸한 이 계절과 잘 어울린다.
올해 만난 일본 여성 작가 중에 가키야 미우와 함께 구보 미스미 작품 또한 더 찾아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