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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피
김언수 지음 / 문학동네 / 2016년 8월
평점 :
2016-260_[관악도서관]
김언수가 새로운 신작 장편소설을 냈다.
전작인 [설계자들], [캐비닛], [잽]을 재미있게 보아서, 망설임 없이 책을 읽기 시작했다.
뜨거운 피가 가진 가독성은 너무 좋았다.
르느와르라고 하기에는...뭔가 살아간다는 것에 대한 치열함이 묻어나오는 이야기였다.
어쩌면 주인공의 나이와 비슷한 나이를 살고 있는 나로서 더 많은 공감대가 형성되었는지도 모른다.
깡패, 건달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결코 그 이상의 이야기를 들여다 볼 수 있어 너무 좋았다.
비록 빌려서 보았지만, 다시 사서 읽어보고 싶은 책이다.
근데 이 놈의 세상은 씨발정신 없이 살수는 없나?
"희수야, 니한테 뭐가 없는 줄 아나?" 양동이 다시 담배를 물고 불을 붙였다. 라이터 불에 비친 양동의 얼굴이 비장했다. "니는 씨잘 정신이 없다." 씨발 정신은 또 눠냐는 듯 희수가 양동을 쳐다봤다. "니는 너무 멋있으려고 한다. 건달은 멋으로 사는 거 아니다. 영감님에 대한 의리? 동생들에 대한 걱정? 사람들이 너에 대해서 하는 평판? 좆까지 마라. 인간이란 게 그렇게 훌륭하지 않다. 별로 훌륭하지 않은 게 훌륭하게 살려니까 인생이 이리 고달픈 거다. 니가 진짜 동생들이 걱정되면 손에 현찰을 쥐여줘라. 그게 어설픈 동정이나 걱정보다 백배 낫다. 니는 똥폼도 잡고 손에 떡도 쥐고 싶은 모양인데 세상에 그런 일은 없다. 우리처럼 가진 게 없는 놈들은 씨발 정신이 있어야 한다. 상대 앞에서 배 까고 뒤집어지고, 다리 붙잡고 울면서 매달리고, 똥꼬 핥아주고, 마지막에 추잡하게 배신을 때리고 우뚝 서는 씨발 정신이 없으면 니 손에 췰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 세상은 멋있는 놈이 이기는 게 아니고 씨발놈이 이기는 거다."
"그렇게 씨발스럽게 이겨서 얻는 게 뭔데요?" 양동이 이 새끼가 말귀를 못 알아처먹었네. 하는 표정으로 희수를 잠시 쳐다봤다. "그래야 입에 풀칠이라도 한단 말이다."
305page
"사업 막상 해보니 만만치가 않제?" 손영감이 희수의 팍팍한 사정을 다 안다는 듯 느긋하게 물었다. "만만치가 않네예." "일을 너무 깔끔하게 하려고 하지 마라." "뭔 말입니까?" "사업은 원래 구질구질한 거다. 인생도 마찬가지고, 원래 구질구질한 것은 구질구질하게 처리해야지 그걸 깔끔하게 하려고 하면 다 돈으로 처발라야 한다 이 말이다.
401page
"아, 그 씹새끼, 좆도 이기적인 새끼가 평생을 공정한 척하려고 하네. 이 새끼 치워라."
573page
"오늘 물고기밥이 된 분이 그럽디다. 세상은 멋있는 놈이 이기는게 아니라 씨발놈이 이기는 거라고." 천달호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런데?" "천달호 회장님은 자타가 공인하는 최고의 씨발놈 아닙니까?" 기분이 상한 듯 천달호가 희수의 얼굴을 노려봤다. 그리고 잠시 후 이를 드러내고 음흉하게 웃었다. "개새끼, 사람 보는 눈은 좀 있네."
577p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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