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익은 세상
황석영 지음 / 문학동네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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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가 발전할수록 사람들의 소비는 점점 증가하고 그로인해 넘쳐나는 쓰레기로 지구는 몸살을 앓고 있다. 우리가 매일 쓰고 버리는 많은 쓰레기들이 어디로 가는지 사람들은 아무도 관심을 두지 않는다. 사람들이 버리는 쓰레기 속에는 우리가 쓰다 싫증나서 버리는 물건도 많다. 모든 것이 부족하기만 하던 예전에는 옷이 떨어지면 꿰매서 입고 그러다 도저히 못 입을 정도가 되어야 버렸지만 지금은 유행이 지나거나 항상 새로운 것을 원하는 사람들의 욕망에 의해 멀쩡한 것들도 하루아침에 쓰레기로 전락해 버린다. 황석영의 낯익은 세상은 꽃섬이라는 예쁜 이름과는 사뭇 다른 쓰레기 매립장이 터전인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욕망의 덧없음을 이야기한다. 사람들이 버린 욕망의 찌꺼들로 거대한 산을 이루고 있는 꽃섬. 그곳 사람들은 더럽고 심한 악취로 숨조차 재대로 쉬기 어려운 환경에서 하루하루 치열하게 살아가고 있다. 그곳의 사람들은 쓸모없어 버려진 쓰레기가 모이는 곳이자 사람들이 만들어 낸 아주 낯익는 또 다른 세상의 사람들이다.

아빠와 친구 되는 아저씨의 권유로 엄마와 함께 이곳에 들어오게 된 14살 딱부리는 엄마가 그 아저씨와 같이 살게 되면서 아저씨의 아들 땜통과 형제가 된다. 이름보다는 별명이 더 친숙한 이곳의 아이들은 학교에 다니기 보다는 부모의 일을 돕거나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시간을 보낸다. 딱부리는 자기보다 나이 어린 땜통을 통해 알게 된 빼빼네와 도깨비 김서방네 가족에게서 따뜻한 가족애를 느낀다. 그러던 어느 날 술과 도박을 즐기던 땜통 아버지가 살인미수로 감옥에 가게 되자 딱부리는 사람들이 아저씨가 삼청교육대에 가게 될 거란 말을 하는 것을 듣게 된다. 사람들 말로는 그곳에 갔다 오면 새 사람이 되어 온다는데 그곳이 어떤 곳인지 알리 없던 딱부리는 쓰레기장에서 골라 낸 쓰레기가 재생공장에서 새로운 물건이 되어 나오듯 그곳에 가면 사람도 새롭게 바른 사람이 되어 나오리라 생각한다. 꽃섬에 온 뒤로 딱부리도 언젠가부터 자신도 쓰레기가 되버린 것 같은 생각을 하게 된다.
 
겨울이 오고 크리스마스가 되도 산타할아버지가 오지 않는 이곳. 크리스마스날 산타할아버지에게 모든 아이들이 선물을 받지만 꽃섬에 버려진 아이들과 땜통은 한번도 산타할아버지를 본 적도 선물을 받아 본적도 없다. 딱부리는 김서방네가 선물해준 쓰레기더미 속 돈을 갖고 땜똥에게 크리스마스 선물로 게임기를 사준다. 땜통은 이제껏 처음 받아 본 새 장난감에 너무 좋아한다. 매일 그것만 가지고 노는 땜통을 바라보며 흐뭇해하는 딱부리. 둘의 형제애는 그들이 보낸 시간보다 더 빨리 무럭무럭 자라고 있었다 
겨울이 지나고 날이 풀리자 쓰레기더미에서 튀어 오른 불통이 비닐과 스티로폼으로 만든 집에 옮겨 붙어 큰 불이 되어 그곳을 뒤덮는다.  딱부리는 땜통의 게임기를 지키기 위해 다시 불길 속으로 들어가고 화재가 진압된 뒤 죽은 채로 발견된 불쌍한 어린 땜통의 죽음은 딱부리에게 큰 슬픔을 남기게 된다

아무도 기억하지 않는 그 곳 사람들은 하루하루 먹고 살기 위해 매일 위협을 무릅쓰고 살기 위해 쓰레기 산에 올라간다. 공장에서는 날마다 새로운 물건이 쏟아져 나오고 욕망이 커지면 커질수록 더욱 높아지는 쓰레기더미 산. 쓰레기장에서 중기에 깔려 불구가 된 두더지의 형처럼 우리도 우리가 쌓아 올린 부질없는 욕망의 더미에 깔리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예전에 쓰던 물건을 내버리듯 우리는 버리는데 너무 익숙해져있다.  예전의 좋은 것들 까지도 따뜻했던 사람들간의 정도 사랑도 한번 쓰고 버리는 일회용 물건들처럼 편한대로 쓰고 버리면서 사람들은 욕망으로 점점 소중한 것들을 잃어간다. 세월이 흐르면서 자연도 변하고세상도  모든 것이 변하지만 변하지 말아야 하는 것도 버리지 말아야 하는 것도 우리는 쉽게 버리고 허물어 뜨리고 있는건 아닐지 생각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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