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행에 뒤처지지 않는 옷이있으면 착해지기가 훨씬 더 쉽거든, 적어도 난 그래. 원래 착하게 태어난 사람들도 나랑 크게 다르지 않을걸 - P402

"벨벳 양탄자야. 커튼은 실크고! 내가 꿈꾸던 것들이야, 다이애나. 그런데 아무래도 이런 것들 사이에 있으니까 별로 편하지가 않아. 여긴 없는 게 없고 전부 다 굉장히 멋져서 상상할 거리가 하나도 없어, 가난한 사람들이 한 가지 위안 삼을 수 있는 게 그거거든. 상상할거리가 훨씬 더 많다는 거."
- P405

제가 기뻐했다는 게 또 기뻤고요. 제가 조시의 성공을 기뻐한다는 건 더 나은 사람이 되었다는뜻이니까요.  - P405

조세핀 배리 할머니는 혼자 중얼거렸다.
"마릴라 커스버트가 고아원에서 여자아이를 입양했다기에 멍청한 노인네라고 생각했는데. 이제 보니 실수를 저지른 건 아니네. 앤같은 아이와 한집에서 산다면 나도 더 행복하고 더 괜찮은 사람이될 텐데."
- P409

"글쎄. 난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되고 싶지 않아. 평생 다이아몬드로 위로받지 못한다 해도 말이야. 나는 진주 목걸이를 한 초록 지붕 집의 앤에 아주 만족해. 매슈 아저씨가 이 목걸이에 담아 주신 사랑이 분홍 드레스 아주머니의 보석 못지않다는 걸 아니까."
앤이 확고하게 말했다.
- P4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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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은 시각적이었다.
가난한 방일수록 인간을 우습게 아는 시커먼 균사체가점령했다.
가난은 후각적이었다.
가난한 시간일수록 텁텁하고, 답답하고, 막막한 냄새를쌓아올렸다.
가난은 촉각적이었다.
가난한 벽일수록 눅눅하고, 축축하고, 끈적했다.
가난은 청각적이었다.
가난한 동네일수록 다툼이 많고, 욕설이 잦고, 웃음도 크고, 시끄러웠다.
가난은 미각적이었다.
가난한 사람일수록 사는 맛이 쓰고, 맵고, 짰다.
- P542

가시 스펙트럼 576 ~ 580나노미터(10억분의 1미터)의 빛깔.
가장 눈에 잘 띄는 원색. 방문마다 붙어 강제퇴거를 통보한 날벼락. 잿빛 9-2×가 보수공사를 거친 뒤 껴입은 헌 옷같은 새 옷. 무채색으로 가득한 동네에서 홀로 도드라진건물 한 채. 리모델링을 멈추고 땜질로 전환한 부실의 결과물. 있음이 없음을, 많음이 적음을, 위가 아래를, 안이 밖을, 이 세계가 쫓겨난 존재들을 대하는 태도, 벗어나려 해도 벗어날 수 없는 가난의 경로, 잘라내고 끊어내도 다시얽히고 묶이는 이야기의 혼돈, 환하게 칠한 건물 안엔 정작 없는 무엇. 덧칠만 하면 찬란한 세계와 가까워질 수 있다는 징그러운 환상. 머지않아 벗겨지고 말 껍데기. 비릿한 검정의 속임수, 노랑의 미로,
- P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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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 주민들은 삶의 배경은 모두 달랐지만 삶의 과정은놀랄 만큼 다르지 않았다.
그들은 모두 가난했다. 그들은 부모 세대 때부터 가난을유전처럼 물려받았다. 전쟁 중 고아가 돼 가난했거나, 가난 때문에 전쟁 같은 삶을 살아야 했다.
부모가 가난했으므로 배우지 못했고, 배우지 못했으므로 학력을 얻지 못했다. 재력과 학력이 없었으므로 인맥도없었고 등에 업을 ‘빽‘도 없었다.
평생 가난의 경로를 이탈하지 못한 채 한차례 반전의기회도 얻지 못하고 살아왔다. 흔들릴 때 붙들어줄 사람없이 흔드는 대로 흔들려온 그들이었다. 자주 흔들렸다고해서 흔들리지 않는 기술이 생기는 것도 아니었다. 평생흔들려왔으므로 그들은 가장 잘 흔들리는 사람들일 뿐이었다. 그들이 무서워하는 것은 다시 흔들리는 것이 아니라.
흔들 때마다 흔들리는 것 외엔 다른 방법이 없는 삶의 되풀이였다.
- P183

가난의 경로는 철거와 강제이주의 무한궤도 속에 갇혀있었다.
- P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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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 주민들은 삶의 배경은 모두 달랐지만 삶의 과정은놀랄 만큼 다르지 않았다.
그들은 모두 가난했다. 그들은 부모 세대 때부터 가난을유전처럼 물려받았다. 전쟁 중 고아가 돼 가난했거나, 가난 때문에 전쟁 같은 삶을 살아야 했다.
부모가 가난했으므로 배우지 못했고, 배우지 못했으므로 학력을 얻지 못했다. 재력과 학력이 없었으므로 인맥도없었고 등에 업을 ‘빽‘도 없었다.
평생 가난의 경로‘를 이탈하지 못한 채 한차례 반전의기회도 얻지 못하고 살아왔다. 흔들릴 때 붙들어줄 사람없이 흔드는 대로 흔들려온 그들이었다. 자주 흔들렸다고해서 흔들리지 않는 기술이 생기는 것도 아니었다. 평생흔들려왔으므로 그들은 가장 잘 흔들리는 사람들일 뿐이었다. 그들이 무서워하는 것은 다시 흔들리는 것이 아니라.
흔들 때마다 흔들리는 것 외에 다른 방법이 없는 삶의 되풀이였다.
- P1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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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이랬다. 9-2×의 주민들은 모두 극빈했다. 3분의 2가 거리에서 자다 그 방에 이르렀다. 한번 입주하면 더이상 머무를 수 없을 만큼 머무르며 그 방 안에서 늙어갔다. 그 시간 동안 나아질 것 없는 삶이 별일 없고 변함없이계속됐다.
- P65

그해 국회의원 재산 공개에서 당시 시가 10억 원의 집에 살던 한 의원 5이 동자동에 ‘벌집‘을 사들여 임대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그가 소유한쪽방 건물 다섯 채에 봉제공장과 철공소 노동자들 50여 가구가 거주했다.
- P101

역사가 흘린 이야기들이 9-2×로 흘러들었다.
서로 다른 곳에서 서로 다른 시절을 통과해온 그들은 서로 다를 것 없이 가난했다. 가난했으므로 9-2에 와서야쌓이는 가난한 역사가 있었다. 사건의 한 모퉁이에서 누락된 역사와, 역사가 기억하지 않는 역사가, 강제퇴거를 만나 역사가 관심 갖지 않는 새 역사‘를 시작했다. 각자의 시간을 거쳐 9-2×를 찾아온 사람들의 기억이 어둡고 눅눅한건물 안에서 서로의 기억을 향해 가지를 뻗었다.
그들의 기억으로 이 역사를 쓴다.
- P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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