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매일 하는 것."
"우리가 잘 못 하는 것."
"우리가 했다고 믿는 것."
"누군가는 안 하려 하는 것."
"별거 아닌 것."
- P212

"쉽지 않은 것."
"나중에 아는 것."
"끝내 모르는 것."
"다정한 알은체이자 정중한 모른 체." - P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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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굴 작업이 있는 목요일, 차를 운전해 궁으로 갔다. 정확히 일년 전, 복잡한 마음으로 안국역에서 걸어나와 창경궁으로 향했던 게 생각났다. 지금은 달랐다. 가는 목적은 일하는 사람에 꼭 맞게 단순했고 감정의 결도 단정했다. 나는 간결한 내 마음이 마음에 들었다. - P322

리사의 중얼거림에서 오래전 말투가 묻어났다. 혼잣말로 포장하지만 사실은 타인을 향한 불만의 말, 주변에 긴장을 일으키는 얼음 같은 어조였다. - P334

속이 울렁댔다. 슬픔은 차고 분노는 뜨거워서 언제나나를 몽롱한 상태로 몰아넣고는 했다. 그런 극단의 마음과 싸우다보면 아주 간단한 일상의 일도 할 수 없었다. 길을 못 찾거나 버스 번호를 잊어버리거나, 걸어다니거나물건을 사는 평범한 동작에도 서툴러졌다. 그게 상처로부스러진 이들이 감내해야 하는 일상이었다. 트라우마는그렇게 기본적인 행위부터 부수며 사람을 위태롭게 만들었다. - P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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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때는 다리가 있으나 없으나 어디를 갈 수 없는 건매한가지다. 어른이라는 벽이 둘러싸고 있으니까. 우리곁에 균열이 나지 않은 어른은 없다. 그러니 불안하지 않은 아이도 없다. 지금 목격하는 저 삶의 풍랑이 자신의 것이 될까 긴장했고 그러면서도 결국 자기를 둘러싼 어른들이 세파에 휩쓸려 사라질까봐 두려웠다. 마구 달려서 자기 마음에서 눈 돌리지 않으면 견딜 수 없는 순간이 아닐까. 나는 아마 산아도 그래서 자전거를 타고 달려오지 않았을까 짐작했다. - P1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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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사고로 정의나 도덕적 진실에 어떻게 다다를 수 있을까? 가령 도덕적 직관과 원칙에 입각해 평생을 헌신하더라도, 그것이 그저 되풀이되는 편견의 타래에 머물지 않으리라고 어떻게 확신할 수 있을까?
이에 대해서는 도덕적 사고란 홀로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여럿이 함께 노력하는 것이라고 답하고자 한다. 따라서 친구, 이웃, 전우, 시민 등의 대화 상대가 필요하다. 때로는 그 대화 상대가 실존 인물이 아니라상상 속의 존재일 수도 있다. 자기 자신과 논쟁할 때가 그렇다. 하지만자기 성찰만으로는 정의의 의미나 최선의 삶의 방식을 찾을 수 없다. - P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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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아무리 형편없고 엉망이고 낮이 뜨거울 정도로 날것의 문장이라고 해도 진실이라면다 적었다. 처음에는 나의 진실이란 원래 그렇게 부끄러운 것인가 싶었다. 쓴 것들을 다시 들춰볼 엄두가 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혹시 내가 죽기라도 해서 누가 이 기록들을 보게 될까봐 두렵기까지 했다. 그래서 쓰고 나면 그즉시 찢어버리고 싶은 충동이 솟구쳤지만 나는 겨우 참았다. 그렇게 매일 아침마다 내가 진실이라고 생각하는것들을 적어 내려갔다. 그게 진실이 맞다면, 나는 그걸 견뎌야만 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이제는 안다. 그게 내게는 애도의 과정이었다는 사실을.
한 달 정도가 지난 뒤에야 나는 내가 쓴 것들을 다시읽을 수 있었다. 쓸 때는 이해할 수 없었던 것들, 부끄러웠던 것들이 시간이 지나자 새로운 의미로 내게 다가왔다. 일어난 일은 바뀌지 않았지만, 그사이에 그 일을 바라보는 나의 시각이 달라졌기 때문이었다. 나는 노트의 여백에다 새롭게 알게 된 것들을 적었다. 그러면서 진실을쓰는 일이 왜 중요한지 알게 됐다. 진실되게 쓴 문장들만새로운 의미를 얻었기 때문이다.  - P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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