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해오던 일은 여기서 끝나는 게 아니라, 수만명의 여성 가운데서 전개되어 나갈 것입니다.”
우리 역사에 김 알렉산드라가 있다는 걸 알게 해 준 책이다. 한 인간과 시대에 대해 알기에 짧은 책이라 아쉬움이 있지만 그만큼 알려지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노동자로 살면서 존엄성을 잃어가는 사람들이 많다. 노동을 하다가 돌아오지 못하는 노동자가 하루에 3명이나 된다고 한다. 여전히 우리 시대에도 유효한 이야기이다. 여성이라서 더 억압받는 것 역시 여전하다. 김 알렉산드라가 아이들에게 더 좋은 세상을 만들어주기 위해 싸웠듯 나도 아이들에게 더 좋은 세상을 만들어주기 위해 해야 할 일을 생각하고 실천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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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2
나는 그곳에 가만히 앉아서 우리에게 그런 인종차별적인 말을 내뱉고 도망간 사람들에 대해 생각했다. 저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저들은다리를 건너서 어디로 가나. 장을 보고 집에 가거나 술집에서 친구들을 만나겠지. 그 사람들도 누군가에게는 소중한 친구이자 가족일 거고, 고객이나 상사 앞에서 모멸감을 느낄 때도 있을 것이다. 외모나나이, 환경, 혹은 누군가의 편견 때문에 차별받아본 기억이 있을 테고사랑했던 누군가에게 거절당하기도 했을 것이다.
되갚아주고 싶은 건가.
아니면 그저 누군가를 자극해서 그 반응을 보고 싶은 건가. 나는그런 식으로밖에 자신에 대해 안심하지 못하는 그들이 진심으로 가엾게 느껴졌다. 누군가를 조롱하고 차별하면서 기쁨을 느끼는 삶은 일마나 공허한가.

161
우리는 다시 만나기 어렵다는 걸 알면서도 늘 그런식으로 다시 만날 것을 가정했다. 초인종만 누르면 언제고 얼굴을 졸 수 있는 옆집에 사는 것처럼. 저녁을 먹으러 오라고 이야기하면 슬리퍼를 끌고 놀러갈 수 있는 거리에 사는 것처럼 다시 만날 것을 거절하면서 우리가 평생을 서로 아무런 관계없이 살아가리라는 사실을 피하려고 했다.

193
약한 누군가를 도와주는 내 모습을 좋아했던 것 같아요. 말로는친구라고 하면서도 내가 미진보다 더 위에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어요. 너는 나 없이 아무것도 못해, 라고. 미진이 점점 더 러시아 말을잘하게 될수록, 저의 도움이 필요 없어질수록, 매력적인 친구들과 어울릴수록 미진에게 화가 났습니다. 미진이 내게 이렇게 말하는 것 같았어요. 넌 아무것도 아니야. 넌 아무것도 아니야. 그게 날 견딜 수 없게 하더군요. 이타심인 줄 알았던 마음이 결국은 이기심이었다는 걸깨닫게 된 건 미진이 떠난 이후였습니다."

209
잘 쌓아올린 접시처럼 내 감정이 흔들려도 무너지지 않기를 바랐다.

노래는 끝났고, 우리에게는 선배에게 주어지지 않았던 시간이 남았다.

그가 세상에 소용없는 사람처럼 보였을지도 모른다. 하지만여자는 세상의 그 많은 소용 있는 사람들이 행한 일들 모두가 진실로세상에 소용 있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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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씩 통화를 하면 더이상 할말이 없어서 피상적인 이야기만 주고받았다. 이는 엄마에게 솔직하지 못했고 엄마 또한 그랬다. 엄마는 살얼음판을 딘듯이 이모의 상처가 닿지 않은 마음들만을 디디려 했고 이모는 엄마가 이모를 조금이라도 가여워할까봐 애써 아픈 이야기를 꺼내지 않았다. 엄마는 심지어 이모가 안양에서 정확히 무슨 일을 하고 사는지조차 몰랐다. 서로에 대한 배려라고 생각했던 그런 태도가 서서히 그들의 사이를 멀게 했고, 함께 살았던 시간 동안 쌓아왔던 마음들도 더이상 그 관계를 지탱해주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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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 도종환 시화선집
도종환 지음, 송필용 그림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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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종환 시화 선집이라서 그런지 시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내가 읽어도 금방 알 수 있는 시들이 많았다. 도종환 시가 노래로 만들어진 것도 많다. <강> 이나 < 꽃씨를 거두며> 다 내가 애정하는 노래들인데 도종환 시 인줄 몰랐다.<꽃씨를 거두며>는 노래에서는 이제 사랑의 나날이 다시 시작되었음을 나는 깨닫네. 로 나오있었는데 시는 이제 기나긴 싸움이 다시 시작되었다고 나는 믿고 있습니다.였다. 이 노래가 내 결혼 축가였는데 ....뭐지? 이 아이러니는? ㅎㅎ 사랑의 나날도, 기나긴 싸움의 시작도 둘다 틀린 말은 아니니.

어린이 놀이터 시를 읽으면 마음이 아프다. 해직이 되고 집앞 에 있는 학교에 가지 못하는 그 마음이 느껴진다.

산벚나무

아직 산벚나무 꽃은 피지 않았지만
개울물 흘러내리는 소리 들으며
가지마다 살갗에 화색이 도는 게 보인다.
나무는 희망에 대하여 과장하지 않았지만
절망을 만나서도 작아지지 않았다.
묵묵히 그것들의 한복판을 지나왔을 뿐이다.
겨울에 대하여또는 봄이 오는 소리에 대하여
호들갑 떨지 않았다.
길이 보이지 않는다고 경박해지지 않고
길이 보이기 시작한다고 요란하지 않았다.
묵묵히 묵묵히 걸어갈 줄 알았다.
절망을 하찮게 여기지 않았듯
희망도 무서워할 줄 알면서

마지막 행은 루신의 글 「고향」에서 인용



가장 낮은 곳을 택하여 우리는 간다.
가장 더러운 것들을 싸안고 우리는 간다.
너희는 우리를 천하다 하겠느냐.
너희는 우리를 더럽다 하겠느냐
우리가 지나간 어느 기슭에 몰래 손을 씻는 사람들아
언제나 당신들보다 낮은 곳을 택하여 우리는 흐른다

꽃씨를 거두며

언제나 먼저 지는 몇 개의 꽃들이 있습니다. 아주 작은 이슬과바람에도 서슴없이 잎을 던지는 뒤를 따라 지는 꽃들은 그들을 알고 있습니다. 아이들과 함께 꽃씨를 거두며 사랑한다는 일은책임지는 일임을 생각합니다. 사랑한다는 일은 기쁨과 고통, 아름다움과 시듦, 화해로움과 쓸쓸함 그리고 삶과 죽음까지를 책임지는 일이어야 함을 압니다. 시드는 꽃밭 그늘에서 아이들과함께 꽃씨를 거두어 주먹에 쥐며 이제 기나긴 싸움은 다시 시작되었다고 나는 믿고 있습니다. 아무것도 끝나지 않았고 삶에서죽음까지를 책임지는 것이 남아있는 우리들의 사랑임을 압니다.
꽃에 대한 씨앗의 사랑임을 압니다.

흔들리며 피는 꽃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아름다운 꽃들도
다 흔들리면서 피었나니
흔들리면서 줄기를 곧게 세웠나니
흔들리지 않고 가는 사랑이 어디 있으랴

젖지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빛나는 꽃들도다 젖으며 젖으며 피었나니
바람과 비에 젖으며 꽃잎 따뜻하게 피웠나니
젖지않고 가는 삶이 어디 있으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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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재밌고 유쾌하다. 나와 술을 함께 마신 친구들에게 모두 선물해주고 싶다. 나의 절친에게는 벌써 보냈다. 공감하며 함께 웃고 울고 싶다. 큰 소리로 웃다가도 어느샌가 눈물이 나오기도 한다. 여자 혼술하는 부분은 아직 좋은 세상이 오지 않은 것에 대한 분노와 책임을 느꼈다. 아직 싸울 것이 많다고.작은 통 속에 사는 나에게 그래도 괜찮다는 위로가 되었다. 소주 오르골 소리를 듣고 싶다. ㅎ

P62
해줄 수 있는 게 이런 쉬운 말밖에 없을지라도, 이런 쉬운 말이라도 해야만순간이 있다. 언젠가 가닿기를, 언젠가 쉬워지기를 바라는 누군가의 소망이 단단하게 박제된 말은 세상에 있는 것이 없는 것보다는 나으니까. 바닥에라도굴러다니고 있으면 나중에 필요한 순간 주워 담아갈수 있으니까. 지금 당장은 아니더라도 어쨌든 우리는 언젠가 힘을 내야만 하니까. 살아가려면,

P93
게다가‘마시더라도‘에 해당하는 상황이 지나치게 세분화되었다는 점에서 결국 마시게 될 거라는 패배주의가짙게 깔려 있다는 점 또한 부정할 수 없다. 가급적’이라는 단어는 얼마나 편리한 말인지. 하지 말라‘는말을 꾸며주는 척하지만 슬그머니 ‘해도 된다’의 편도 들어주니 말이다. 어쨌든 규칙이 아예 없는 것보 다는 좋을 것이다.

P95
이 비슷한 시각에 딱 한 시간만 먹자고 술집에 들어갔다가 새벽 서너 시까지신나서 술을 마시고는 울다시피 출근했다가 기다시피 퇴근해서 기절하는 우리의 많은 과거들과 미래가생생하게 보였다. 술이란 건 참 시도 때도 없이 시제에 얽매이지 않고 마시고 싶다는 점에서나, 마시기전부터 이미 마시고 난 이후의 미래가 빤히 보인다.는 점에서나, 일단 마시기 시작하면 앞일 뒷일 따위 생각 안 하는 비선형적 사고를 한다는 점에서 너무나 헴타포드어 같지 않은가..

P104
앞으로도 퇴근길마다 뻗쳐오는 유혹을 이겨내고 술을 안 마시기 위해서라도 늘 ‘어제 마신 사람‘
이 되어야겠다. 그렇다. 오늘의 술을 피하기 위해서우리는 늘 어제 마신 사람이 되어야 한다. 그래서 나는 내일을 위해 오늘도 마신다.

P117
야, 그 정도면 됐어. 사실 욕이란 게 연습한다.고 늘겠냐, 술 마신다고 늘겠냐. 그냥 사는 게 씨발스러우면 돼. 그러면 저절로 잘돼."

P135
취향의 확장과 함께 넓어지는 세계. 멋진 말이다. 누군가에게 그것은, 그게 와인이 되었든 뭐가 되었든, 돈으로 결코 환산할 수 없는 충만한 기쁨과 소중한 기억들을 안겨줄 테고, 그건 분명 멋진 세계일것이다. 하지만 그 멋짐을 마음 편히 누릴 수 있는사람에 나는 해당하지 않는 것 같았다. 불편한 진실이지만, 대개의 취향은 돈을 먹고 자란다. 그 때문에어떤 취향의 세계가 막 넓어지려는 순간 그 초입에잠시 멈춰 서서 넓어질 평수를 계산하고 예산을 미리 짜보지 않고서는 성큼 걸어 들어가지 못하는 사람도 있는 것이다. 확장공사 다 해놨는데 잔금 치를돈이 없으면 그때 가서는 어떡해? 그 돈으로 다른 좋은 걸 할 수도 있지 않을까?

P.137
그러니 작은 통 속에서 살아가는 동료들이여, 지금 당장 감당할 수 없다면 때로는 나의 세계를 좀줄이는 것도 괜찮다. 축소해도 괜찮다. 세상은 우리에게 세계를 확장하라고, 기꺼이 모험에 몸을 던지 라고 끊임없이 메시지를 보내지만 감당의 몫을 책임져주지는 않으니까. 감당의 깜냥은 각자 다르니까. 빚내서 하는 여행이 모두에게 다 좋으란 법은 없으 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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