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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곳에 가만히 앉아서 우리에게 그런 인종차별적인 말을 내뱉고 도망간 사람들에 대해 생각했다. 저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저들은다리를 건너서 어디로 가나. 장을 보고 집에 가거나 술집에서 친구들을 만나겠지. 그 사람들도 누군가에게는 소중한 친구이자 가족일 거고, 고객이나 상사 앞에서 모멸감을 느낄 때도 있을 것이다. 외모나나이, 환경, 혹은 누군가의 편견 때문에 차별받아본 기억이 있을 테고사랑했던 누군가에게 거절당하기도 했을 것이다.
되갚아주고 싶은 건가.
아니면 그저 누군가를 자극해서 그 반응을 보고 싶은 건가. 나는그런 식으로밖에 자신에 대해 안심하지 못하는 그들이 진심으로 가엾게 느껴졌다. 누군가를 조롱하고 차별하면서 기쁨을 느끼는 삶은 일마나 공허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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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다시 만나기 어렵다는 걸 알면서도 늘 그런식으로 다시 만날 것을 가정했다. 초인종만 누르면 언제고 얼굴을 졸 수 있는 옆집에 사는 것처럼. 저녁을 먹으러 오라고 이야기하면 슬리퍼를 끌고 놀러갈 수 있는 거리에 사는 것처럼 다시 만날 것을 거절하면서 우리가 평생을 서로 아무런 관계없이 살아가리라는 사실을 피하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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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한 누군가를 도와주는 내 모습을 좋아했던 것 같아요. 말로는친구라고 하면서도 내가 미진보다 더 위에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어요. 너는 나 없이 아무것도 못해, 라고. 미진이 점점 더 러시아 말을잘하게 될수록, 저의 도움이 필요 없어질수록, 매력적인 친구들과 어울릴수록 미진에게 화가 났습니다. 미진이 내게 이렇게 말하는 것 같았어요. 넌 아무것도 아니야. 넌 아무것도 아니야. 그게 날 견딜 수 없게 하더군요. 이타심인 줄 알았던 마음이 결국은 이기심이었다는 걸깨닫게 된 건 미진이 떠난 이후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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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쌓아올린 접시처럼 내 감정이 흔들려도 무너지지 않기를 바랐다.

노래는 끝났고, 우리에게는 선배에게 주어지지 않았던 시간이 남았다.

그가 세상에 소용없는 사람처럼 보였을지도 모른다. 하지만여자는 세상의 그 많은 소용 있는 사람들이 행한 일들 모두가 진실로세상에 소용 있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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