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재밌고 유쾌하다. 나와 술을 함께 마신 친구들에게 모두 선물해주고 싶다. 나의 절친에게는 벌써 보냈다. 공감하며 함께 웃고 울고 싶다. 큰 소리로 웃다가도 어느샌가 눈물이 나오기도 한다. 여자 혼술하는 부분은 아직 좋은 세상이 오지 않은 것에 대한 분노와 책임을 느꼈다. 아직 싸울 것이 많다고.작은 통 속에 사는 나에게 그래도 괜찮다는 위로가 되었다. 소주 오르골 소리를 듣고 싶다. ㅎ

P62
해줄 수 있는 게 이런 쉬운 말밖에 없을지라도, 이런 쉬운 말이라도 해야만순간이 있다. 언젠가 가닿기를, 언젠가 쉬워지기를 바라는 누군가의 소망이 단단하게 박제된 말은 세상에 있는 것이 없는 것보다는 나으니까. 바닥에라도굴러다니고 있으면 나중에 필요한 순간 주워 담아갈수 있으니까. 지금 당장은 아니더라도 어쨌든 우리는 언젠가 힘을 내야만 하니까. 살아가려면,

P93
게다가‘마시더라도‘에 해당하는 상황이 지나치게 세분화되었다는 점에서 결국 마시게 될 거라는 패배주의가짙게 깔려 있다는 점 또한 부정할 수 없다. 가급적’이라는 단어는 얼마나 편리한 말인지. 하지 말라‘는말을 꾸며주는 척하지만 슬그머니 ‘해도 된다’의 편도 들어주니 말이다. 어쨌든 규칙이 아예 없는 것보 다는 좋을 것이다.

P95
이 비슷한 시각에 딱 한 시간만 먹자고 술집에 들어갔다가 새벽 서너 시까지신나서 술을 마시고는 울다시피 출근했다가 기다시피 퇴근해서 기절하는 우리의 많은 과거들과 미래가생생하게 보였다. 술이란 건 참 시도 때도 없이 시제에 얽매이지 않고 마시고 싶다는 점에서나, 마시기전부터 이미 마시고 난 이후의 미래가 빤히 보인다.는 점에서나, 일단 마시기 시작하면 앞일 뒷일 따위 생각 안 하는 비선형적 사고를 한다는 점에서 너무나 헴타포드어 같지 않은가..

P104
앞으로도 퇴근길마다 뻗쳐오는 유혹을 이겨내고 술을 안 마시기 위해서라도 늘 ‘어제 마신 사람‘
이 되어야겠다. 그렇다. 오늘의 술을 피하기 위해서우리는 늘 어제 마신 사람이 되어야 한다. 그래서 나는 내일을 위해 오늘도 마신다.

P117
야, 그 정도면 됐어. 사실 욕이란 게 연습한다.고 늘겠냐, 술 마신다고 늘겠냐. 그냥 사는 게 씨발스러우면 돼. 그러면 저절로 잘돼."

P135
취향의 확장과 함께 넓어지는 세계. 멋진 말이다. 누군가에게 그것은, 그게 와인이 되었든 뭐가 되었든, 돈으로 결코 환산할 수 없는 충만한 기쁨과 소중한 기억들을 안겨줄 테고, 그건 분명 멋진 세계일것이다. 하지만 그 멋짐을 마음 편히 누릴 수 있는사람에 나는 해당하지 않는 것 같았다. 불편한 진실이지만, 대개의 취향은 돈을 먹고 자란다. 그 때문에어떤 취향의 세계가 막 넓어지려는 순간 그 초입에잠시 멈춰 서서 넓어질 평수를 계산하고 예산을 미리 짜보지 않고서는 성큼 걸어 들어가지 못하는 사람도 있는 것이다. 확장공사 다 해놨는데 잔금 치를돈이 없으면 그때 가서는 어떡해? 그 돈으로 다른 좋은 걸 할 수도 있지 않을까?

P.137
그러니 작은 통 속에서 살아가는 동료들이여, 지금 당장 감당할 수 없다면 때로는 나의 세계를 좀줄이는 것도 괜찮다. 축소해도 괜찮다. 세상은 우리에게 세계를 확장하라고, 기꺼이 모험에 몸을 던지 라고 끊임없이 메시지를 보내지만 감당의 몫을 책임져주지는 않으니까. 감당의 깜냥은 각자 다르니까. 빚내서 하는 여행이 모두에게 다 좋으란 법은 없으 니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