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간 갑자기 끊어졌던 전깃불이 들어온 것처럼, 내 머릿속, 아니 마음속이온통 환히 밝아지며 커다란 그림 하나가 전체 모습을 드러냈다. 그것은 새삼스러운 깨달음이기도 했고, 오랫동안 차근차근 맞춰지고 있던 무언가의 완성이기도 했다. 지금까지 아빠와 엄마가 손을 맞잡고 젊음을 다 바쳐 그린,
온갖 시행착오의 흔적들마저 아름다운 무늬의 일부로 남은, 앞으론 우리들이 마저 완성해야 할 그림이 가장 중요한 한 부문으로 새겨진, 그보다 훨씬더 큰 그림이었다. 오늘 가슴 뛰는 순간들이 여러 번 있었지만, 아마 모두 이순간을 위한 전주곡이었을 거란 확신이 들었다.
난 원래 좋아하는 건 혼자 조용히 좋아하는 편인데, 이 발견의 기쁨은 두군가에게 말하지 않고는 도저히 견딜 수 없을 정도였다. 그래서 난 채리의곁으로 다가가 귓전에 대고 속삭였다.
"나채리, 그거 알아?"
"응? 뭐?"
"지금 여기, 에니어그램 아홉 가지 유형이 다 모여 있다!"
- P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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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2011년에 일어난 동일본대지진 화산 등 숙명적으로 자연재해를 안고 살아가야 하는 다른 나라사람들을 직접 만나보고 싶었다고 한다. 어쩌면 그들에 관한 이야기를그리는 것이 현재 자신이 주변 사람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일지도모른다고 생각했다고, 그렇게 아이슬란드까지 왔다고 말하는마쓰미에게선 일종의 사명감마저 느껴졌다.
- P220

"이렇게 화산과 지진이 곁에 있는 덕에 늘 이런 에너지를 얻어 쓰니우리는 행운이라고 생각합니다."
언제 터질지 모르는 화산과 머리 위를 뒤덮는 화산재로 인해온갖 불편과 생명의 위협을 느낄 텐데도 그런 말을 하다니,
- P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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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르뒤르라는 지명이 많은 아이슬란드의 풍광을 상상하게 되고 가보고 싶은 생각이 들게 한다. 내 평생 가 볼 수 있을까? 안되면 꽃청춘 아이슬란드 편이라도 봐야겠다. ㅠ
책을 읽으면서 나도 이런 그림을 그리고 싶은 생각이 들어 바로 미술 온라인 강좌를 신청했다. 엄유정 작가에게도 관심이 생겨 찾아보니 지금 전시 중이다. 이런 행운이...코로나로 집콕해야 하지만 가서 보고 싶다.
겨울온천을 좋아하는 내게 아이슬란드의 수영모임이 너무 따뜻하고 행복할 것 같다. 꽃장식 모자를 쓴 아주머니들이 점프를 하고 깔깔대고 저멱 모임에서는 자신들이 꾸밀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 한껏 멋을 내고 만나는 사이.돌아가며 재미있는 이야기를 발표하는 모습이 사랑스럽고 귀엽다.

서울에 와 있는 지금 ,
나는 가끔 숨 막히는 지하철 안에서
올라프스외르뒤르라는 이름의
작은 주머니를 슬그머니 꺼내본다.
그리고는 그곳에 몰래 숨어든다.

슬그머니 꺼내 볼 작은 주머니가 몇개쯤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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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금희 작가의 온라인 북콘서트를 보니 갑자기 너무 읽고 싶어졌다. 사 놓은 지는 오래됐지만 오랫동안 묵혀 놓았던 책을 펼쳤다. 아빠의 사업실패로 남동생은 서울 큰집에 맡겨지고 공부에 더 신경써야할 시기의 영초롱은 제주의 고고리섬에서 일하는 고모 손에 맡겨진다. 고모는 친구의 아픔과 함께 사는 사람이다. 거기서 복자라는 친구를 만난다. 영초롱의 아픈 시절을 함께 해 준 친구였다. 후에 영초롱은 판사가 되었지만 욕하는 판사라 제주로 좌천되었고 복자는 간호사로 일하다가 자주 유산을 하였다. 제주 의료원 산재 사건이야기이다. 영초롱이 복자의 산재 행정소송을 맡게되었다. 누구보다 그 일에 최선일 거고 영초롱이 그 사건을 멋지게 해결해주길 바랐다. 그러나 힘있는 자들의 방해로 영초롱은 그 사건에서 불러나게 되었고 사건을 맡은 선배는 승소를 했다. 결국은 해피엔딩이라고 할 수 있지만 복자에게 영초롱의 마음이 가 닿을 구 있었을까? 복자의 마음이 영초롱에게 가 닿을 수 있었을까 하는 안타까움이 느껴진다. 소설 곳곳에 내가 그동안 사람들에 대해 가지고 있던 편견이나 오만이 깨어지는 듯한 구절과 아름다운 문장들이 나와서 좋았다. 그런 사람들이 있고 그러니까 사람이라는 거. 마지막 작가의 말에 삶이 계속되는 한 우리의 살패는 아프게도 계속 돠겠지만 그것이 삶 자체의 실패가 되게는 하지 말자고 절대로 지지않겠다는 선언보다 필요한 것은 그 조차 용인하면서 계속되는 삶이라고 다짐하기위해 이 소설을 썼는지 모르겠다는 말에 계속 울컥하게 된다. 그 조차 용인하면서 계속되는 삶이라고..
마지막 장에 파리의 테라스에서 생존자들이 서로를 응원하는 모습도 아주 감동적이다. 판사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하게 되는 소설이었다.

제주 속담에 속상한 일이 있으면 친정에 가느니 바다로 간다‘는 말이 있다. 복자네 할망에게 들었지. 나는 제주, 하면 일하는 여자들의 세상으로읽힌다. 울고 설운 일이 있는 여자들이 뚜벅뚜벅 걸어들어가는 무한대의 바다가 있는 세상. 그렇게 매번 세상의시원을 만졌다가 고개를 들고 물밖으로 나와 깊은 숨을쉬는 사람들이다. 그러니 다 잘되지 않겠니?
- P189

상처가 깊은 사람에게는 누군가를 믿을 힘이 없다는 것, 눈으로 보이지 않는 편까지 헤아려 누군가의 선의를 알아주기 힘들다는 것까지 나 역시 헤아리지 못했다. - P217

너는 최소한의 도덕을 다루지만 나에게는 너가 최선의 사람이라서 나는 늘 너가 좋았어 - P220

소설의 한문장을 고르라고 한다면 나는 실패를 미워했어, 라는 말을 선택하고 싶다. 삶이계속되는 한 우리의 실패는 아프게도 계속되겠지만 그것이삶 자체의 실패가 되게는 하지 말자고, 절대로 지지 않겠다.
는 선언보다 필요한 것은 그조차도 용인하면서 계속되는 삶이라고 다짐하기 위해 이 소설을 썼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종교는 그렇듯 버텨내는 자들에게 기꺼이 복을 약속하지만 소설은 무엇도 약속할 수 없어 이렇듯 길고 긴 이야기를 할 수밖에 없었다고,
- P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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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언젠가부터 어른이란 사실 자기 무게도 견디기가 어려워 곧잘 무너져내리고 마는 존재들이라는생각을 하게 되었으니까. 1999년 내가 복자를 처음 만났을때 이미 복자는 그걸 잘 알고 있는 아이처럼 보였다. 그래서씩씩하고 많이 웃고 더 진취적인 아이도 있는 법이다. 그렇게 해서 세상을 속일 수 있기를 바라는 힘으로 어른이 되는아이들이,
- P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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