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우리는 ‘누가 가해자인가 보다는, ‘무엇이 폭력인가‘를 질문했어야 했다."라는 한 문장을 쓰기까지 겪었을 이들의 고군분투가이 책의 기획을 결심하게 만들었다는 것도 덧붙인다.

25
피해자가 직접 나와 말해야만 하는 상황은 그 자체로 비상사태이며, 시스템에 대한 신뢰가 무너졌을 때 일어나는 일이다.

38
즉, 법정에서는 강간 ‘범죄‘를 다루지, 강간 ‘문화‘를 처벌할 수 없다. 강간이라는 범죄를 없애려면 반드시 강간 문화를 변화시켜야 하지만, 법정에서 문화를 처벌하는것은 불가능하다. 이 점이 공동체 차원의 해결이 여전히 우리의선택지 중 하나가 되어야 하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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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해오던 일은 여기서 끝나는 게 아니라, 수만명의 여성 가운데서 전개되어 나갈 것입니다.”
우리 역사에 김 알렉산드라가 있다는 걸 알게 해 준 책이다. 한 인간과 시대에 대해 알기에 짧은 책이라 아쉬움이 있지만 그만큼 알려지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노동자로 살면서 존엄성을 잃어가는 사람들이 많다. 노동을 하다가 돌아오지 못하는 노동자가 하루에 3명이나 된다고 한다. 여전히 우리 시대에도 유효한 이야기이다. 여성이라서 더 억압받는 것 역시 여전하다. 김 알렉산드라가 아이들에게 더 좋은 세상을 만들어주기 위해 싸웠듯 나도 아이들에게 더 좋은 세상을 만들어주기 위해 해야 할 일을 생각하고 실천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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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2
나는 그곳에 가만히 앉아서 우리에게 그런 인종차별적인 말을 내뱉고 도망간 사람들에 대해 생각했다. 저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저들은다리를 건너서 어디로 가나. 장을 보고 집에 가거나 술집에서 친구들을 만나겠지. 그 사람들도 누군가에게는 소중한 친구이자 가족일 거고, 고객이나 상사 앞에서 모멸감을 느낄 때도 있을 것이다. 외모나나이, 환경, 혹은 누군가의 편견 때문에 차별받아본 기억이 있을 테고사랑했던 누군가에게 거절당하기도 했을 것이다.
되갚아주고 싶은 건가.
아니면 그저 누군가를 자극해서 그 반응을 보고 싶은 건가. 나는그런 식으로밖에 자신에 대해 안심하지 못하는 그들이 진심으로 가엾게 느껴졌다. 누군가를 조롱하고 차별하면서 기쁨을 느끼는 삶은 일마나 공허한가.

161
우리는 다시 만나기 어렵다는 걸 알면서도 늘 그런식으로 다시 만날 것을 가정했다. 초인종만 누르면 언제고 얼굴을 졸 수 있는 옆집에 사는 것처럼. 저녁을 먹으러 오라고 이야기하면 슬리퍼를 끌고 놀러갈 수 있는 거리에 사는 것처럼 다시 만날 것을 거절하면서 우리가 평생을 서로 아무런 관계없이 살아가리라는 사실을 피하려고 했다.

193
약한 누군가를 도와주는 내 모습을 좋아했던 것 같아요. 말로는친구라고 하면서도 내가 미진보다 더 위에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어요. 너는 나 없이 아무것도 못해, 라고. 미진이 점점 더 러시아 말을잘하게 될수록, 저의 도움이 필요 없어질수록, 매력적인 친구들과 어울릴수록 미진에게 화가 났습니다. 미진이 내게 이렇게 말하는 것 같았어요. 넌 아무것도 아니야. 넌 아무것도 아니야. 그게 날 견딜 수 없게 하더군요. 이타심인 줄 알았던 마음이 결국은 이기심이었다는 걸깨닫게 된 건 미진이 떠난 이후였습니다."

209
잘 쌓아올린 접시처럼 내 감정이 흔들려도 무너지지 않기를 바랐다.

노래는 끝났고, 우리에게는 선배에게 주어지지 않았던 시간이 남았다.

그가 세상에 소용없는 사람처럼 보였을지도 모른다. 하지만여자는 세상의 그 많은 소용 있는 사람들이 행한 일들 모두가 진실로세상에 소용 있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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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씩 통화를 하면 더이상 할말이 없어서 피상적인 이야기만 주고받았다. 이는 엄마에게 솔직하지 못했고 엄마 또한 그랬다. 엄마는 살얼음판을 딘듯이 이모의 상처가 닿지 않은 마음들만을 디디려 했고 이모는 엄마가 이모를 조금이라도 가여워할까봐 애써 아픈 이야기를 꺼내지 않았다. 엄마는 심지어 이모가 안양에서 정확히 무슨 일을 하고 사는지조차 몰랐다. 서로에 대한 배려라고 생각했던 그런 태도가 서서히 그들의 사이를 멀게 했고, 함께 살았던 시간 동안 쌓아왔던 마음들도 더이상 그 관계를 지탱해주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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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 도종환 시화선집
도종환 지음, 송필용 그림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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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종환 시화 선집이라서 그런지 시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내가 읽어도 금방 알 수 있는 시들이 많았다. 도종환 시가 노래로 만들어진 것도 많다. <강> 이나 < 꽃씨를 거두며> 다 내가 애정하는 노래들인데 도종환 시 인줄 몰랐다.<꽃씨를 거두며>는 노래에서는 이제 사랑의 나날이 다시 시작되었음을 나는 깨닫네. 로 나오있었는데 시는 이제 기나긴 싸움이 다시 시작되었다고 나는 믿고 있습니다.였다. 이 노래가 내 결혼 축가였는데 ....뭐지? 이 아이러니는? ㅎㅎ 사랑의 나날도, 기나긴 싸움의 시작도 둘다 틀린 말은 아니니.

어린이 놀이터 시를 읽으면 마음이 아프다. 해직이 되고 집앞 에 있는 학교에 가지 못하는 그 마음이 느껴진다.

산벚나무

아직 산벚나무 꽃은 피지 않았지만
개울물 흘러내리는 소리 들으며
가지마다 살갗에 화색이 도는 게 보인다.
나무는 희망에 대하여 과장하지 않았지만
절망을 만나서도 작아지지 않았다.
묵묵히 그것들의 한복판을 지나왔을 뿐이다.
겨울에 대하여또는 봄이 오는 소리에 대하여
호들갑 떨지 않았다.
길이 보이지 않는다고 경박해지지 않고
길이 보이기 시작한다고 요란하지 않았다.
묵묵히 묵묵히 걸어갈 줄 알았다.
절망을 하찮게 여기지 않았듯
희망도 무서워할 줄 알면서

마지막 행은 루신의 글 「고향」에서 인용



가장 낮은 곳을 택하여 우리는 간다.
가장 더러운 것들을 싸안고 우리는 간다.
너희는 우리를 천하다 하겠느냐.
너희는 우리를 더럽다 하겠느냐
우리가 지나간 어느 기슭에 몰래 손을 씻는 사람들아
언제나 당신들보다 낮은 곳을 택하여 우리는 흐른다

꽃씨를 거두며

언제나 먼저 지는 몇 개의 꽃들이 있습니다. 아주 작은 이슬과바람에도 서슴없이 잎을 던지는 뒤를 따라 지는 꽃들은 그들을 알고 있습니다. 아이들과 함께 꽃씨를 거두며 사랑한다는 일은책임지는 일임을 생각합니다. 사랑한다는 일은 기쁨과 고통, 아름다움과 시듦, 화해로움과 쓸쓸함 그리고 삶과 죽음까지를 책임지는 일이어야 함을 압니다. 시드는 꽃밭 그늘에서 아이들과함께 꽃씨를 거두어 주먹에 쥐며 이제 기나긴 싸움은 다시 시작되었다고 나는 믿고 있습니다. 아무것도 끝나지 않았고 삶에서죽음까지를 책임지는 것이 남아있는 우리들의 사랑임을 압니다.
꽃에 대한 씨앗의 사랑임을 압니다.

흔들리며 피는 꽃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아름다운 꽃들도
다 흔들리면서 피었나니
흔들리면서 줄기를 곧게 세웠나니
흔들리지 않고 가는 사랑이 어디 있으랴

젖지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빛나는 꽃들도다 젖으며 젖으며 피었나니
바람과 비에 젖으며 꽃잎 따뜻하게 피웠나니
젖지않고 가는 삶이 어디 있으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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