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아이들에게는 선생님이 엄마 역할을 해. 학교가 집이 되고, 학교 식당이 난롯가 대신이야. 그런데 만약 학교가 삶에서 가장 안정적인 장소가 되었는데, 어른들이 이번엔 정말 마지막이라면서 다시 한 번옮기자고 한다면 정말 잔인한 일인 거지.
내가 어른이 되어서 공교육에 대한 기사를 쓰느라 중학교교사 모임에 참석한 적이 있어. 그때 선생님 한 분이 자기 학생가족이 살던 집에서 쫓겨나서 사실상 무주택자가 되었다는 이야기를 했어.
그러니 오늘은 특별히 마음 한 켠을 더 내줍시다." 그 선생님이 말했어. - P2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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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에서는 ‘수치‘가 집단에 해가 될 수 있는 개인행동을규제하기 위한 진화적 기능으로 발달했다고 해. 하지만 현대 시회에서는 태어난 것 말고 아무런 죄도 저지르지 않은 사람들어게 수치를 부과하곤 한단다. 경제적 도움이 필요한 환경에 태어났다는 사실이 너의 원죄, 나도 잘 아는 그 원죄가 되었겠지. - P191

우리 식구들이 삶을 잘 추스르고 다잡지 못한 것도 사실이지만 중간층이나 상류층 가족에서도 얼마든지 있을 수 있는 일이 잖아. 차이점은 우리는 같은 실수를 하더라도 더 가혹한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것이지. - P196

사실 판단 착오는 누구나 할 수있는 거야. 다만 가난한 사람들은 실수를 감당하고 극복할 여유가 없어서 곤궁한 상태가 만천하게 공개되고 만다는 차이가 있을 뿐이지.  - P197

한 해였어. 아마 그래서 엄마가 아빠와 이혼하고 난 뒤 복지 혜택을 받을 대상이 되었어도 죽어도 받지 않겠다고 버텼을 거야 가난한 이들에 대한 사회의 경멸을 가난한 사람은 그대로 받아들여 스스로에 대한 경멸로 내면화하지.
- P200

1920년대 벽돌 건물 안에서 일어난다는 게 나한테는 그저 멋진 일이있어. 부모님의 이혼, 이사, 전학, 달라진 환경 등 심리적 스트레스 요인이 가득한 시기였지만 나는 더 안전하고 행복한 곳에 들어온 기분이었어.
- P201

우리 엄마 마음속의 고통이 단지 우리가 경제적으로 곤궁했기 때문이라고만 할 수는 없을 것 같아. 여유 있는 집안의 딸들도 같은 고통을 겪는 걸 보았으니까. 그렇긴 하지만 엄마가 그랬기 때문에 나는 내가 어떤 자리를 차지할 자격이 있는지에 대해예민하게 의식하게 됐고, 따라서 사회 전체가 내 계급이 그러니나에게는 그럴 자격이 없다고 말한다는 사실도 알아차렸어. 엄마는 나한테 "숨 쉬지 마." 라고 말하곤 했는데 사회에서 우리 같은사람들에게 하는 말, "자식을 낳지 마." 라는 말과 같은 얘기지.
- P204

사회적 규준과 경제적 타격이 구분되지 않고 뒤섞여 있으니 항상 삐끗 잘못될 가능성을 이야기하고 늘 실패를 염두에 두게돼. 그러니 사람의 장점에 주목할 여유가 없었지. - P208

나는 어떻게 해서인지 내가 괜찮은 사람이고 주위 사람들과 다르게 취급될 만한 사람이라는 심리적, 정신적 보호막을 유지했어. 나는 성취를 향한 투쟁의 길에 나선 어린 여자아이였어. 초등학교는 나의 전장이었고,
선생님, 텔레비전 프로그램, 우리 엄마, 그 밖에 모든 사람들이 나를 깎아내리는 말을 하더라도, 나는 그 말들이 틀렸다고 믿었어.
하지만 내가 아무리 그렇게 생각해도 다른 사람은 그 누구도 알아주지 않는다면 삶이 달라질 수가 없겠지. 내가 똑똑하다.
는 아니 할아버지의 말은 나를 인정해주고 면죄를 시켜주는 말이었어. 내가 세상의 짐이 아닐 수도 있다고, 언젠가는 세상에 무언가를 내어줄 수도 있을 거라고 말해주었지.
- P210

그런 질긴 애정이 있었기에 할머니는 범죄자라 불리는 사람들의 인간적인 면도 볼 수 있었고 사회가 악인으로 취급하는 이들을 두려워 하지 않을 수 있었어. - P216

 그 사람들이 사무실에서 나갈 때에는 축 늘어졌던 어깨가 조금 펴진 듯 보였어. 누군가가 자기를 사람으로 대해주었던 것처럼.

할머니의 공감력은 자기도 어쩔 수 없이 평생 힘겹게 살아온 탓에 자라난 거야. 할머니는 폭력적 아버지와 폭력적 남편들을줄줄이 거쳐왔기 때문에 폭력적 범죄자들 앞에서도 전혀 위축되지 않았어.  - P221

서글픈 선물을 받을지도 몰라. 가난한 사람들은 안전이나 준법, 평화 이런 건 얻지 못하지만 대신에 연민이라는 걸 얻게 되기도 해.
- P224

사람이 한 행동에 대한 책임은 오롯이 그 사람에게 있다고나는 배웠어. 하지만 나는 아빠가 상황의 압박 속에서 어떻게 변했는지도 알아. 그 뒤로 계속 나는 아빠의 경제 사정이 널뛰기를할 때마다 아빠의 영혼도 같이 까물거리는 걸 지켜봤지.
- P228

우리는 도덕성이 부족해서 수치감을 떠안게 된 게 아니야. 돈이 부족해서였지.
- P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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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 트럭을 운전하는 사람은 쓰레기 취급을 받을 수도 있어, 그 일 자체도 위험하지만, 그 일을 하는 사람의 가치가 폄하된다는 게 더욱 큰 위험이야. 네 몸을 쓰고 버릴 수 있는 것으로 간주하는 사회는 네 몸에 폭력을 가하는 거야.  - P76

나는 그날이 사회에서 출산율과 자립은 중요시하면서 여성과 아이들에는 신경을 쓰지 않은 날이었다고 봐. 임신을 하면 활동이 힘들어지기 때문에 임산부는 직장에서 해고를 당하지. 핵가족에서 줄어든 소득을 보충하기 위해 아빠들이 두 배로 일하고 엄마 혼자 아이를 떠맡아야 했어. 시골에 사는 가난한 사람들에게는 아주 위험한 상황이 될 수 있었어. - P83

가까이에 있는 위치토에서 성장했고 그때는 병원비가 쌌기 때문에, 심리적 문제로 인한 증상을 약으로 치료한다는 생각에 쉽넘어갔지. 피곤할 때에는 갑상선 약을 먹고 불안할 때에는 ‘신경약을 먹었어.
- P84

아빠는 종이 쪽지에 지혜가 담긴 시 같은 문구 따위를 적어서 내 방에 놓곤 했어. 자라고 나서야 남자다움이 강조되는 우리 문화에서 그런 일들이 얼마나 대단한 일이었는지 알게 되었지.
- P86

충격적이었던 건 아빠가 입은 정신적 상처가 아니라, 그 일에 대해 아빠가 아무 분노도 느끼지 않는다는 점이었어. 일하다가 죽는 게 자기 운명이라는 걸 잘 안다는 듯이, 그럼에도 불구하고살아남은 것에 대해 감사하는 마음이 커서 자기가 희생되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 듯이 말했어.
- P107

위험이 곳곳에 있는데 제대로 돌봄을 받지 못하는 삶은 몸뿐 아니라 뇌에도 흔적을 남겨. 뇌에서 원초적 공포를 느낄 때싸우거나 도망가는 반응을 관장하는 편도가 커지고 그 상태가유지되지. 만성 스트레스 아래에서 과도한 각성 상태가 계속되다 보면 신체에도 영향이 가는 거야.
- P107

가난은 심리적 위험뿐 아니라 죽음의 위험도 함께 가져오지.
- P112

이렇게 소화했기 때문에 너한테 힘든 삶을 전달하지 않았던게 아닌가 생각해. 하지만 내가 거둔 성공이라고 하는 것도 사실외할머니와 엄마 덕이 커. 베티 외할머니는 극도의 빈곤 상태와남자에 의존하는 삶의 고리를 끊었어.  - P126

우리는 가난하고, 그리고 여자로 태어났지. 이것만 해도 이세상에서 우리 몸은 투 스트라이크를 당한 거야. 게다가 엄마는남자들이 소유하고 싶어하는 외모를 가졌고, 나는 원하지 않은아이였으니, 안 그래도 위험한 세상에서 흔들리던 우리가 각각원 스트라이크씩을 더 먹었지. 하지만 엄마는 자기가 쓰레기가아니란 걸 알았어. 자기 딸도 쓰레기가 아니라는 것도,
- P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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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지니가 어린 시절에 받은 상처는 엄마의 사랑이나 능력이 부족해서라기보다는 세대를 거쳐 이어진 가난 탓이 커. 하지만 실패로 얼룩진 삶을 사는 가난한 사람들이 대개 그렇듯이 베티도 자기 잘못이라고 생각했지.
- P39

 내가 할 수 있는 설명은 고작 ‘농장에서 자랐다‘는 것정도였지만 그게 전부일 수는 없지. 내 출신지가 소득, 문화, 접근성, 언어, 일, 교육, 음식, 즉 삶 자체와 같았으니까.
뉴스에서 보고 영화에서 보는 중산층 백인 이야기는 우리에게 화성에서 일어나는 일이나 다름없었어. 다양한 인종이나 민족에 속하는 사람들과 함께 살고 일하고 장을 봤지만 우리가 아는 사람들 가운데 ‘부자‘는 단 한 명도 없었어. 진짜 ‘중산층이라고 할 만한 사람조차 거의 없었지..
- P30

여자인데다 가난하게 태어났다는 사실이 세상의 눈에는 존경받을 만한 존재가 아니라는 낙인처럼 여겨지니까, 나도 그걸느꼈을 거야, 네 이름은 여자이자 가난하다는 사실을 바로잡으어릴 때는 august라는 단어가 형용사로 쓰인다는 것도, 그렇게 쓰면 어떤 의미인지도 몰랐어. 내가 살던 곳에서는 august 려는 시도, 아니면 적어도 저항하려는 몸짓이야.
라는 형용사는 쓰지 않아. 사실 형용사 자체를 거의 안 써. 사물과 동작으로 이루어진 견고한 형태의 시로 말하지 - P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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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에는 헤드뱅잉과 함께 도리도리가 필수적이다.  - P97

 이에 톨스토이는 "식사를 준비하고 집을청소하고 빨래를 하는 일상적 노동을 무시하고서는 훌륭한 삶을살 수 없다"고 화답한다. 『살아갈 날들을 위한 공부』에 나오는 말이다. 허드렛일이 공부다.
- P105

책을 열렬히 사랑하는 사람들은 자신들도 모르는 사이에 놀라울정도로 특이한 비밀결사를 구성한다. 모든 것에 대한 호기심과 연령의 구분 없이 섞이지 않음이, 결코 서로 만나는 일 없이도 그들을 한데 모아 놓는다.
찰나에 지나지 않은 허구적인 공동체 의식이라 해도 좋다. 책방에서 마주친 벗들을 동지로 여기는 습관을 버리지는 않으리라.
- P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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