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에서는 ‘수치‘가 집단에 해가 될 수 있는 개인행동을규제하기 위한 진화적 기능으로 발달했다고 해. 하지만 현대 시회에서는 태어난 것 말고 아무런 죄도 저지르지 않은 사람들어게 수치를 부과하곤 한단다. 경제적 도움이 필요한 환경에 태어났다는 사실이 너의 원죄, 나도 잘 아는 그 원죄가 되었겠지. - P191

우리 식구들이 삶을 잘 추스르고 다잡지 못한 것도 사실이지만 중간층이나 상류층 가족에서도 얼마든지 있을 수 있는 일이 잖아. 차이점은 우리는 같은 실수를 하더라도 더 가혹한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것이지. - P196

사실 판단 착오는 누구나 할 수있는 거야. 다만 가난한 사람들은 실수를 감당하고 극복할 여유가 없어서 곤궁한 상태가 만천하게 공개되고 만다는 차이가 있을 뿐이지.  - P197

한 해였어. 아마 그래서 엄마가 아빠와 이혼하고 난 뒤 복지 혜택을 받을 대상이 되었어도 죽어도 받지 않겠다고 버텼을 거야 가난한 이들에 대한 사회의 경멸을 가난한 사람은 그대로 받아들여 스스로에 대한 경멸로 내면화하지.
- P200

1920년대 벽돌 건물 안에서 일어난다는 게 나한테는 그저 멋진 일이있어. 부모님의 이혼, 이사, 전학, 달라진 환경 등 심리적 스트레스 요인이 가득한 시기였지만 나는 더 안전하고 행복한 곳에 들어온 기분이었어.
- P201

우리 엄마 마음속의 고통이 단지 우리가 경제적으로 곤궁했기 때문이라고만 할 수는 없을 것 같아. 여유 있는 집안의 딸들도 같은 고통을 겪는 걸 보았으니까. 그렇긴 하지만 엄마가 그랬기 때문에 나는 내가 어떤 자리를 차지할 자격이 있는지에 대해예민하게 의식하게 됐고, 따라서 사회 전체가 내 계급이 그러니나에게는 그럴 자격이 없다고 말한다는 사실도 알아차렸어. 엄마는 나한테 "숨 쉬지 마." 라고 말하곤 했는데 사회에서 우리 같은사람들에게 하는 말, "자식을 낳지 마." 라는 말과 같은 얘기지.
- P204

사회적 규준과 경제적 타격이 구분되지 않고 뒤섞여 있으니 항상 삐끗 잘못될 가능성을 이야기하고 늘 실패를 염두에 두게돼. 그러니 사람의 장점에 주목할 여유가 없었지. - P208

나는 어떻게 해서인지 내가 괜찮은 사람이고 주위 사람들과 다르게 취급될 만한 사람이라는 심리적, 정신적 보호막을 유지했어. 나는 성취를 향한 투쟁의 길에 나선 어린 여자아이였어. 초등학교는 나의 전장이었고,
선생님, 텔레비전 프로그램, 우리 엄마, 그 밖에 모든 사람들이 나를 깎아내리는 말을 하더라도, 나는 그 말들이 틀렸다고 믿었어.
하지만 내가 아무리 그렇게 생각해도 다른 사람은 그 누구도 알아주지 않는다면 삶이 달라질 수가 없겠지. 내가 똑똑하다.
는 아니 할아버지의 말은 나를 인정해주고 면죄를 시켜주는 말이었어. 내가 세상의 짐이 아닐 수도 있다고, 언젠가는 세상에 무언가를 내어줄 수도 있을 거라고 말해주었지.
- P210

그런 질긴 애정이 있었기에 할머니는 범죄자라 불리는 사람들의 인간적인 면도 볼 수 있었고 사회가 악인으로 취급하는 이들을 두려워 하지 않을 수 있었어. - P216

 그 사람들이 사무실에서 나갈 때에는 축 늘어졌던 어깨가 조금 펴진 듯 보였어. 누군가가 자기를 사람으로 대해주었던 것처럼.

할머니의 공감력은 자기도 어쩔 수 없이 평생 힘겹게 살아온 탓에 자라난 거야. 할머니는 폭력적 아버지와 폭력적 남편들을줄줄이 거쳐왔기 때문에 폭력적 범죄자들 앞에서도 전혀 위축되지 않았어.  - P221

서글픈 선물을 받을지도 몰라. 가난한 사람들은 안전이나 준법, 평화 이런 건 얻지 못하지만 대신에 연민이라는 걸 얻게 되기도 해.
- P224

사람이 한 행동에 대한 책임은 오롯이 그 사람에게 있다고나는 배웠어. 하지만 나는 아빠가 상황의 압박 속에서 어떻게 변했는지도 알아. 그 뒤로 계속 나는 아빠의 경제 사정이 널뛰기를할 때마다 아빠의 영혼도 같이 까물거리는 걸 지켜봤지.
- P228

우리는 도덕성이 부족해서 수치감을 떠안게 된 게 아니야. 돈이 부족해서였지.
- P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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