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은 낮은 데로 고여, 거길 빠져나오기위한 사다리가 누구에게나 있는 건 아닌 것 같아. 다행히 너한테는 사다리가 있어. 거길 오르지 말라고 하는 거 아니야.
그래도 은강이 왜 점점 더 기울어지는지 그 이유를 알면서도모르는 척하지 말라고, 은강동 사람들을 폄하하지 말라고."
- P240

우리는 뭐든 똑바로, 정면으로봐야만 더 잘 보인다고 생각하잖아. 그런데 가끔 이렇게 가장자리로 볼 때 더 잘 보이는 것들이 있어. 신기하지 않아?"
"뭔 말을 하고 싶은 거야?"
"사람들은 주변부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고 여기잖아. 그런데 그렇지 않다는 거지. 눈길의 가장자리가 더 빛나는 것을볼 수 있듯이, 우리처럼 가장자리에 있는 사람들이 더 잘 보고 더 빛날 수 있잖아."
- P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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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모할머니와 외할머니한테 들은 얘기들을 쭉 정리한 글을 읽다 보면 나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커다.
란 기계 사이에서 솜털로 범벅이 된 채, 방광이 빵빵해지도록 화장실에 가지 못하고, 생리대도 제때 갈지 못하면서 일하는 상상만으로 식은땀이 흐른다. 똥물을 뒤집어쓰는 수가을 떠올리면 분노와 수치심이 치밀어 오른다. 그 현장을 소설을 통해 보았을 때와 내가 상상하며 글로 옮길 때 느끼는 감정의 깊이가 다르다. 그래서 나는 쓰기로 한다. 이모할머니와엄마, 그리고 내게로 이어지는 삶의 시간을.
- P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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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김혼비라는 이름에 열광한다. 재미있으면서 김혼비의 시선이 와닿는다. 구림마을 이야기부터 절대가고 싶지 않은 지역축제들에 흥미를 심어주었다. 단오를 쇠러 강릉에 가고 싶고 산청곶감을 먹고 싶다는 추천인의 말처럼 나도 그렇다. 온라인 북토크도 신청해두었다. 기대한다.

그래, 사실은 알고 있었다. 때로는 어설프고, 때로는 키치하고, 때로는 우스꽝스러워 보이는 이 혼잡한 열정 속에 숨어있는 어떤 마음 같은 것을 우리는 결코 놓을 수 없다는 것을이제는 그마저도 낡고 촌스러워진 ‘진정성‘이라는 한 단어로일축해 버리기에는 어떤 진심들이 우리 마음을 계속 건드린다는 것을, 그리고 우리도 남들 못지않게 거기에 절망하고 슬퍼하고 화내고 또 때로는 비웃는 K스러움‘도 결국은 그 마음들이 만들어 낸 것이라는 사실을 - P29

이전의 여행들이 주로 그 지역의 명소나 음식, 풍광으로기억에 남았다면 축제를 통해 방문했던 지역들은 유독 사람들로 기억에 남았다. 지역의 이름이 뉴스에 등장할 때마다 떠오르는 건 축제가 아니었다면 그렇게 가까이에서 한꺼번에만나지 못했을 주민들의 얼굴이었고, 원고를 쓰고 술을 마실때마다 우리의 화제에 오르는 건 글에 미처 담지 못한 그들과의 이야기였으니까. 이 책에 등장하는 곳들을 모두 다시 가 보고 싶은 것도 그래서일 것이다. 축제장 안팎에서 마주치고 스쳐 갔던 모든 이들의 안녕이 궁금하고, 그들의 삶의 공간으로서 도시의 안부가 궁금하다. 앞으로 어떻게 변해 갈지도,
- P2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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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영작가의 어린이라는 세계를 읽으니 마음이 밝아진다. 어린이들을 대상화하거나 어리거나 무조건 가르쳐야할 대상으로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존중해주고 나의 같은 인간으로 대해 주는 것이 중요할 것 같다. 작가가 어린이를 바라보는 모습이 귀엽고 정확하다. 귀엽다는 것이 낮게 보는 것이 아니라 읽고 있으면 절로 웃음이 날 만큼 기분이 좋아진다. 어린이들을 매일 만나는 나도 이렇게 대할 수도 있으련만 왜 이렇게 힘들어하고 가르치려고만 했을까? 어린이의 미래를 보는 것이 아니라 현재의 모습을 보고 지금의 사회는 어른들이 짊어지도록 합시다라는 말이 마음에 꼭 든다.

이런 상황에서 어린이는 대상화된다. 어른이 마음대로 할수 있는 존재가 된다. 어린이를 사랑한다고 해서 꼭 어린이를 존중한다고 할 수는 없다. 어른이 어린이를 존중하지 않으면서 자기중심적으로 사랑을 표현할 때, 오히려 사랑은칼이 되어 어린이를 해치고 방패가 되어 어른을 합리화한다. 좋아해서 그러는 걸 가지고 내가 너무 야박하게 말하는것 같다면, 좋아해서 괴롭힌다‘는 변명이 얼마나 많은 폐단을 불러왔는지 생각해 보면 좋겠다. 어린이를 감상하지 말라. 어린이는 어른을 즐겁게 하는 존재가 아니다.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야말로 어른의 큰 오해다.
- P227

어린이는 정치적인 존재다. 어린이와 정치를 연결하는 게불편하다면, 아마 정치가 어린이에게 보내는 메시지가 떳떳하지 못하기 때문일 것이다. 어른 보기에도 민망하고 화가나는 장면들을 어린이들에게 보이기 싫은 것이다. 그런 문제일수록 어린이에게 설명하기도 어렵다. 어린이는 그런 어른들의 모습까지도 볼 것이다. 달아날 곳이 없다. - P236

 나라의 앞날을 짊어질 한국인‘이니 뭐니하는 말도 자제하면 좋겠다. 어린이는 나라의 앞날을 위해서가 아니라 오늘을 위해서 살아 있다. 나라의 앞날은 둘째치고 나라의 오늘부터 어른들이 잘 짊어집시다.
- P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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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기에 대한 아름다운 말들. 읽고 싶어지고 잘 읽는다는 것에 대해 생각하게되고 읽고 또 읽고 싶어지는 책이다.

마르틴 루터는 아내 카타리나가 손수 빚은 맥주를 매일 2리터씩 마시며 많은 책을 읽고 썼다. 그는 "맥주가 인간을 구원에 이르게 하는 숭고하고 신성한 음료"라고 찬미했다. 괴테 역시 맥주를예찬하면서 "책은 고통을 주지만 맥주는 우리를 즐겁게 한다. 영원한 것은 맥주뿐!" 이라고 읊었지만 애서가이자 애주가인 그 역시 종종 책에 맥주를 곁들였으리라. - P205

독서는 몸으로 배우는 것도 있고, 마음으로 배우는 것도 있다. 따라서 독서는 모두 ‘실천‘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 읽어 내는 행위 자체가살아 내는 행위다. 앞에서 다뤘듯이 독서는 우리 시대를 거스르는 실천이다. 남보다 앞서고자, 더 높이 오르고자 잠시도 멈추지못하는 신경증을 내치고 가만히 앉아 기꺼이 비생산적이기를 선택하는 행위가 독서다. 간서치看善炳, 곧 ‘책만 읽는 바보‘란 말에서드러나듯 책을 생활의 중심에 놓는다는 것은 이런 시대에 바보가되기를 자청하는 것이다. - P225

 세상의 모든 독서는 자신을 혁명하고 세상을 혁명하는 가공할 잠재력이다.  - P227

자신의 입장이 분명하지 않을 때 우리는 바보처럼 느낀다. 사안이 첨예하게 대립할수록 ‘네 위치가 어딘지 정해!‘라는 무언의 압박을 받는다. 즉각적인 지식의 유혹에 빠지는 이유다. 하지만 조금만 들여다보면 안다. 세상이든 자신이든 모순과 역설의 덩어리라는 사실을, 당장 나 자신만 해도 그렇다. 이 세상에 단 한 명이라도 나를 이해해 주길 처절하게 바라면서도 금각사』의 유명한구절처럼 "남들에게 이해되지 않는다는 점을 유일한 긍지"로 여긴다. 독서는 이렇듯 양립할 수 없는 것들이 삶을 헝클어 놓더라게 하려 드는 대신 그대로 둘 수 있는 힘을 준다.  - P229

내 생각으로는 자기의 욕망이 무엇에 대한 욕망인지가 분명하지 않기 때문인 것 같다." 『소설은어떻게 작동하는가』를 쓴 제임스 우드는 삶과 문학의 차이를 "삶이 두루뭉술하게 세부 사항으로 가득 차 있으면서도 우리를 그 세부 사항에 주목하도록 거의 이끌지 않는 반면, 문학은 우리에게세부 사항을 알아차리는 법을 가르쳐 준다"고 설명한다. 나는 알아차려야 할 첫 번째 세부 사항이 잠재된 욕망이라 믿는다.
- P231

책모임에 들어가거나 책모임을 시작하라. 책 읽는 삶을 모색하는 분들에게 내가 두는 훈수다. 독서는 기본적으로 고독한 작업이지만 울력으로서의 책읽기가 병행되어야 한다. 여럿이 가는 데 섞이면 병든 다리도 끌려간다고 하지 않는가. 울력걸음에 봉충다리라도 함께 읽으면 혼자 읽는 것 이상으로 읽히고, 혼자 사는것 이상으로 살아진다. 공동체가 주는 놀라운 선물이다.
- P233

 맨땅을 기어가는 지렁이처럼 무기력해 보이는 오체투지야말로 온몸으로 하는 독서의 최고봉이요, 갈라진 땅을 깁는 봉합수술의 결정판이다.
- P241

나: 할아버지가 그랬어. 설교를 듣는 것보다, 한 권의 도덕 교과서를 보는 것보다, 푸른 하늘과 별과 나무와 숲과 들꽃을 바라보는 것이 훨씬 유익하다고. 여기서 ‘바라보는 것‘도 유심히 보라는 뜻이야.
- P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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