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소도시 여행을 가장 행복하게 하는 방법 일본 여행을 가장 행복하게 하는 방법
허근희 지음 / 두드림미디어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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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여행을 떠올리면 처음에는 풍경이 먼저 스쳐 지나가지만, 시간이 지나면 생각나는 것은 그곳에서 마주쳤던 여러 장면들이다. 낯선 골목의 분위기나 오래된 다리 위에 잠시 머물게 했던 고요함 같은 순간들이 여행 전체의 결을 바꾸곤 한다. 그래서 나는 소도시를 이야기할 때도 장소만큼이나 사람이 만든 느낌을 살피는 책에 자연스럽게 마음이 간다.




<일본 소도시 여행을 가장 행복하게 하는 방법>은 그런 의미에서 여행의 본질을 차분하게 보여주는 책이다. 일본어 관광통역사로 수많은 여행객과 함께 걸어온 허근희 저자는 도시의 정보를 나열하기보다, 사람들이 그곳에서 어떤 장면을 마주했는지를 먼저 떠올리게 만든다. 



나오시마에서는 쿠사마 야요이의 세계가 자연스럽게 열리고, 마쓰에에서는 일본에 귀화해 ‘그리스 고향보다 일본을 더 사랑한 작가’로 불렸던 라프카디오 헌의 자취가 이어진다. 마츠에성의 대차회, 다카마쓰와 도쿠시마의 아와오도리 같은 오래된 축제들은 도시가 간직해온 시간이 어떻게 흐르고 쌓였는지 보여준다. 



한 가지 아쉬움이 있다면, 소도시마다 한두 장씩 풍경 사진이 실렸다면 저자가 말한 ‘도시의 호흡’이 더 선명하게 느껴졌을 것 같다. 그럼에도 다양한 사람들과 함께 쌓아온 저자의 경험이 책 전반에 자연스럽게 배어 있어, 언젠가 그의 안내를 직접 받으며 책 속 소도시들을 걸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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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다정함을 선택했습니다
안젤라 센 지음 / 쌤앤파커스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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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요즘 책을 펼치면 ‘다정함’이라는 단어가 유난히 눈에 들어온다. 인간관계의 피로와 빠른 말투 사이에서 사람들은 “어떻게 말해야 덜 다치고 덜 후회할까”를 고민한다. 참고 맞추던 예전 방식이 더 이상 통하지 않는 지금, 나를 잃지 않으면서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새로운 감정 사용법을 찾으려는 흐름은 분명해졌다. 그런 움직임 속에서 만난 책이 안젤라 센 심리 치료사의 <나는 다정함을 선택했습니다>이다.


영국에서 심리치료사로 활동한 저자는 치료 현장에서 본 장면들과 함께, 자신이 중·고등학교 시절 겪었던 상처까지 꺼내 보인다. 감정이 굳어지던 순간과 그 감정을 다시 회복해가는 과정을 숨기지 않고 기록하며, 다정함이 결국 자기 이해의 과정에서 비롯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내 삶의 운전대는 결국 내가 잡아야 한다."


 저자가 말하는 다정함은 누군가에게 맞추느라 소진되는 ‘착함’이 아니라, 감정을 정직하게 바라보고 삶의 방향을 선택하는 힘에 가깝다.


걱정이 많은 내게 저자의 유치원생 딸이 건넨 “다 쓸데없는 걱정이었어”라는  그 말이 큰 위로가 되었다. 저자가 소개하는 SNR—멈추고, 살피고, 반응하는—기법도 그렇다. 말이 곧장 튀어나가는 순간을 잠시 붙잡아 주고, 감정의 속도를 조절할 여지를 만들어준다. 던바의 수와 액설로드 실험은 나에게 낯선 용어였지만, 오히려 그 덕분에 다정함이 기질이 아니라 관계 속에서 선택 가능한 방식이라는 설명이 더 명확하게 다가왔다.


Adult Only’와 ‘No Kids Zone’의 표현 차이를 설명하는 대목은, 말 한마디가 공간의 태도와 분위기까지 바꾼다는 사실을 다시 생각하게 한다. 


치료 현장에서 만난 내담자들의 이야기는 우리 일상과 크게 다르지 않다. 말투 하나, 무심한 행동 하나에서 오래 눌러두었던 감정이 떠오르는 순간마다 독자는 자연스럽게 자신의 관계 방식을 돌아보게 된다. 그래서 책을 읽고 난 뒤에는 “지금의 나는 얼마나 다정한가”라는 질문이 조용히 따라온다. 다정함은 결국 나를 잃지 않고도 관계를 지켜내는 또 하나의 방법임을 이 책은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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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에서 인생을 묻다 - 그랜드 투어, 세상을 배우는 법
김상근 지음, 김도근 사진 / 쌤앤파커스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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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18세기 유럽의 상류층 젊은이들은 성인이 되기 전 ‘그랜드 투어’라 불리는 긴 여행을 떠났다. 로마의 예술을 보고, 파리의 사교 문화를 익히고, 베네치아에서 외교 감각을 배우는 이 여정은 한 사람의 품격을 완성하는 마지막 교육 과정이었다.


그 시대를 살았던 체스터필드는 영국의 정치가이자 외교관으로, 섬세한 생활 감각과 예리한 관찰력을 지닌 인물이었다. 아들이 낯선 땅에서 겪게 될 시행착오를 누구보다 잘 알았던 그는, 아들이 유럽의 길 위로 떠난 뒤 편지를 통해 그 여정을 지켜보았다. 직접 곁에 있을 수 없는 대신 조언과 마음을 문장 속에 담아 아들에게 건넸다. 그는 생애 동안 아들에게 448통의 편지를 남겼고, 그중 5년간의 그랜드 투어 동안 153통을 보냈다. <길 위에서 인생을 묻다>는 그중 핵심만을 골려 52통의 편지를 엮었다.



편지를 읽다 보면 체스터필드는 훈계자의 자리에 서지 않는다. 자신의 실수와 허세를 숨기지 않고, 젊은 날의 어리석음을 솔직하게 털어놓는 아버지다. “나는 너보다 훨씬 많은 어리석음을 저질렀다”라는 고백은 아들이 조금 덜 헤매길 바라는 마음을 그대로 드러낸다.



52개의 편지에는 말하는 법, 듣는 태도, 몸가짐과 옷차림, 힘의 균형 감각, 절제, 평생 배우는 자세처럼 시대를 넘어 중요한 태도들이 반복된다. 체스터필드가 말한 ‘보 몽드(beau monde)’란 사교적 기교가 아니라, 어디서든 품격 있게 행동할 수 있는 사람을 뜻한다. 여행지가 사람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그 여행을 대하는 태도가 사람을 만든다는 그의 믿음이 편지 전체를 관통한다.


편집자 김상근 교수의 ‘나가는 글’은 체스터필드의 조언을 고전적 충고에서 오늘의 삶에 필요한 태도의 원칙으로 다시 읽게 만든다. 그의 해석을 따라 읽다 보면, 태도는 결국 인생의 방향을 바꾼다는 문장이 마음에 남는다. 그 문장을 하루의 첫머리에 두기만 해도 우리는 이미 각자의 그랜드 투어를 더 단단한 걸음으로 걷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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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문장 그만 쓰는 법 - 어휘, 좋은 표현, 문장 부호까지 한 번에
이주윤 지음 / 빅피시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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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글을 오래 써도 ‘뭔가 어색한 문장’을 끝내 고치지 못할 때가 있다. 쓴 글의 어순이나  철자를 올바르게 쓴 건 맞는지조차 자신이 없을 때가 있다. 이주윤의 <이상한 문장 그만 쓰는 법>은 그 막막함을 덜어주는 실전형 문장 수업이다.



특히 번역투가 습관처럼 스며 있는 나에게 이 책은 큰 도움이 되었다. 번역투는 문법적으로 틀리지 않아도 직역 구조가 남아 문장의 리듬과 뉘앙스를 어색하게 만드는데, 나는 그 문제를 안다고 하면서도 쉽게 고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 책은 그런 한계를 해결하기 위해 문장이 호흡하는 법과 문맥 속에서 흐름을 살리는 방법을 알려주며, ‘-을(를)’을 덜어내거나 무심코 붙인 ‘-들’을 줄이는 등 잘못 자리 잡은 습관을 자연스럽게 교정하도록 돕는다.



한국어는 공부하면 할수록 어렵다. 조사 하나, 어미 하나가 의미를 뒤집고, 어순만 달라져도 느낌이 바뀐다. 그러나 그 미묘한 차이 속에 한국어의 깊이가 있다. 그래서 책을 읽으며 “한국어는 결국 감각의 언어”라는 생각에 자연스럽게 닿게 된다. 문법적 정확함보다 문장의 리듬과 숨결을 익히는 일이 진짜 글쓰기 훈련임을 깨닫게 한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구성의 힘이다. ‘초급–중급–고급’ 단계로 난도를 나눈 방식은 문장 체력을 차근차근 쌓아가는 트레이닝 같고, 각 장마다 붙어 있는 연습 파트는 단순히 틀린 문장을 고치는 수준을 넘어 내가 왜 그렇게 썼는지 스스로 점검하게 만든다.



무엇보다 ‘틀리기 쉬운 어휘 70’과 ‘비슷해서 헷갈리는 어휘 70’을 한데 모아 제시한 구성은 다문화·외국인 학습자를 가르치는 내게 큰 도움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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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부터 채식주의
김윤선 지음 / 루미의 정원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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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비건에 대한 관심이 부쩍 많아졌다.

주변에도 비건을 선언한 사람들이 제법 있고, 나 역시 점점 비건식으로 식단을 짜고 있다. 그러던 중 반갑게도 김윤선 시인의 <오늘부터 채식주의> 서평단에 당첨되었다.



저자는 어린 시절 어머니가 동짓날마다 직접 쑤어주시던 단팥죽, 손수 맷돌에 간 두부, 텃밭에서 거둔 봄동으로 무친 나물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 장면들은 단순한 식탁의 풍경이 아니라, 세상을 향한 윤리적 시선이 피어나는 자리처럼 보인다. 음식은 생존의 수단을 넘어 세계를 이해하는 언어로 확장된다.

이 책의 진짜 감동은 ‘채식’이 아니라 ‘사랑’에 있다.

시인은 살아 있는 것들에 대한 감사를 배운다. 가지의 보랏빛 살결, 두부의 하얀 숨결, 팥의 단내가 그녀에게는 모두 ‘생명의 언어’다. 식물의 숨과 사람의 마음이 이어지는 그 지점에서 글은 윤리의 언어로 변한다.




이어 등장하는 인물들은 시인이 존경하는 ‘연민의 사람들’이다.

피타고라스, 다이애나, 호아킨 피닉스, 헬렌 니어링, 반 고흐, 틱낫한 등 서로 다른 시대를 살았지만, 모두 ‘함께 살아가기 위한 마음’을 품은 이들이다.


저자는 그들의 이야기를 통해 비건이 단순한 윤리의 선택이 아니라, 타인의 고통을 알아차리는 감각이라는 사실을 전한다. ‘연민주의자들’이라는 제목은 그래서 이 책의 중심이자 시인의 방향이 된다.



책의 후반부에는 비건으로 살아가는 일상이 펼쳐진다.

비건은 금욕이 아니라, 세상을 덜 아프게 살아내려는 삶의 자세임을 공감하게 된다. 그리고 마지막 장을 장식하는 레시피들은 그 사유의 완성처럼 놓여 있다.

된장미역국, 버섯두부강정, 두부마요네즈, 비건 초밥 도시락—

레시피마다 삶을 돌보는 손길이 느껴진다.




책과 함께하는 동안 내 식탁은 저자의 레시피로 조금 더 신선해지고, 마음은 한결 부드러워졌다.

무엇을 먹느냐보다 어떤 마음으로 먹는가가 더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는다.

저자가 소개한 헬렌 니어링의 <소박한 밥상>과 로이스 로리의 <기억 전달자>를 읽을 목록에 올려두며, 그녀의 레시피를 응용해 하루를 조금 더 다정하게 살아야지! 오늘을 약속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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