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여행을 떠올리면 처음에는 풍경이 먼저 스쳐 지나가지만, 시간이 지나면 생각나는 것은 그곳에서 마주쳤던 여러 장면들이다. 낯선 골목의 분위기나 오래된 다리 위에 잠시 머물게 했던 고요함 같은 순간들이 여행 전체의 결을 바꾸곤 한다. 그래서 나는 소도시를 이야기할 때도 장소만큼이나 사람이 만든 느낌을 살피는 책에 자연스럽게 마음이 간다.

<일본 소도시 여행을 가장 행복하게 하는 방법>은 그런 의미에서 여행의 본질을 차분하게 보여주는 책이다. 일본어 관광통역사로 수많은 여행객과 함께 걸어온 허근희 저자는 도시의 정보를 나열하기보다, 사람들이 그곳에서 어떤 장면을 마주했는지를 먼저 떠올리게 만든다.

나오시마에서는 쿠사마 야요이의 세계가 자연스럽게 열리고, 마쓰에에서는 일본에 귀화해 ‘그리스 고향보다 일본을 더 사랑한 작가’로 불렸던 라프카디오 헌의 자취가 이어진다. 마츠에성의 대차회, 다카마쓰와 도쿠시마의 아와오도리 같은 오래된 축제들은 도시가 간직해온 시간이 어떻게 흐르고 쌓였는지 보여준다.

한 가지 아쉬움이 있다면, 소도시마다 한두 장씩 풍경 사진이 실렸다면 저자가 말한 ‘도시의 호흡’이 더 선명하게 느껴졌을 것 같다. 그럼에도 다양한 사람들과 함께 쌓아온 저자의 경험이 책 전반에 자연스럽게 배어 있어, 언젠가 그의 안내를 직접 받으며 책 속 소도시들을 걸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