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잠항 潛航 - 부자父子 잠수함 함장이 추적한 영화 속 심해의 진실
서강흠.서정훈 지음 / 예미 / 2026년 7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책을 고를 때 가끔은 제목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잠항>이 그랬다. 평소 자주 사용하는 단어도 아니고, 잠수함 영화는 <붉은 10월> 한 편 본 것이 전부인 내게 “영화 속 절체절명의 순간들을 저자의 실전 경험과 결합하여 풀어냈다."라는 추천사의 문장이 시선을 붙잡았다.

<잠항>은 잠수함의 역사적 기원이 되는 쥘 베른의 <해저 2만 리>에 등장하는 노틸러스호에서 이야기를 시작한다. 소설 속 상상이 어떻게 현실이 되었는지, 세계 최초의 원자력 잠수함이 왜 같은 이름인 ‘노틸러스’를 이어받았는지, 그리고 네모 함장의 꿈이 오늘날 해군력에 어떤 의미를 남겼는지를 차근차근 연결한다.

흥미로운 점은 16편의 영화를 시대의 흐름에 따라 배치해 잠수함의 역사와 발전 과정, 전술의 변화를 함께 보여 준다는 것이다. 초창기 잠수함에서 두 차례 세계대전의 U 보트, 냉전 시대의 핵잠수함을 거쳐 현대의 잠수함까지, 영화를 한 편씩 따라가다 보면 잠수함의 역사가 하나의 흐름으로 이어진다. 최초의 잠수정 헌리호와 남북전쟁의 숨은 이야기, 칼 되니츠 제독의 ‘이리떼 작전’, 에니그마 암호기, 그리고 잠수함에는 함장이 단 한 명뿐이라는 원칙 아래 펼쳐지는 리더십까지 영화와 역사가 맞물리며 이야기가 더욱 생생해진다.
전문 용어를 어렵지 않게 풀어낸 점도 좋았다. 음탐, 잠항 심도, 대잠작전 같은 용어와 전술을 영화의 장면과 연결해 설명하니 낯선 잠수함의 세계가 조금씩 이해된다.

무엇보다 이 책의 힘은 저자들의 경험에 있다. 아버지 서강흠은 34년 동안 잠수함을 지휘한 예비역 함장이고, 아들 서정훈은 현재 잠수함을 지휘하는 현역 함장이다. 두 사람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영화의 사실과 허구를 짚어 주고, 잠수함 안에서 어떤 판단이 내려지는지, 왜 그런 선택을 해야 하는지를 설득력 있게 설명한다. 그래서 영화를 해설하는 책이라기보다 잠수함 함장에게 직접 이야기를 듣는 듯하다.

바다 깊은 곳에서 이름도 드러내지 않은 채 임무를 수행하는 잠수함 승조원들의 삶은 미처 상상해 본 적이 없었다. 제한된 공간에서 오랜 시간을 함께 보내며 서로를 믿고, 순간의 판단에 생명을 맡기는 사람들의 이야기도 이 책을 통해 처음 들여다보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