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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아한 기획자들의 요즘 업무 이야기 - 테크기업 일잘러는 어떻게 한술 더 뜨는가
이후정 외 지음 / 유엑스리뷰 / 2025년 11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요즘 업무 관련 책들을 읽다 보면, ‘기획’이라는 일이 점점 더 복잡해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단순히 아이디어를 내는 것을 넘어, 사용자의 흐름을 읽고, 팀의 리소스를 고려하고, 서비스의 감정 곡선을 설계해야 한다. 그래서 어떤 사람들이 실제 현장에서 어떻게 일하고 있는지 알고 싶어 책을 펼치게 되는 순간이 있다. <우아한 기획자들의 요즘 업무 이야기>는 그런 기대 속에서 만났다.

가장 흥미로웠던 점은 저자들이 모두 배민에서 실제로 일하고 있는 기획자들이었다는 사실이다. 배민스토어사업개발팀, CSR팀, 지역성장협력파트, 홍보실, 파트너커뮤니케이션팀, 캠페인플래닝팀, 푸드콘텐츠개발팀, 푸드서비스기획팀 등 각자 맡은 분야가 제각각인데, 책은 그 서로 다른 업무의 결을 아주 솔직하게 보여준다. 바깥에서 바라보던 배민이 아니라, 그 안에서 뛰는 사람들의 일상과 선택을 구체적으로 읽어낼 수 있다는 점에서 이 책의 매력은 더욱 선명해진다.

특히 금요일마다 모여 글쓰기 모임을 이어온 끝에 이렇게 한 권의 책을 냈다는 사실이 인상적이다. 빠듯한 실무를 견디면서도 경험을 기록하고 서로의 언어를 다듬어갔다는 점만으로도, 이 책은 결과물 그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기획을 ‘센스’나 ‘감’이 아닌 꾸준한 사고와 반복된 선택의 축적이라고 말해주는 대목이 바로 그 지점이다.

책 속에서 가장 유용했던 부분은 각자가 경험한 실패와 시행착오가 솔직하게 담겨 있다는 점이다. 기대와는 다르게 흘러간 프로젝트, 사용자 인터뷰에서 드러난 예기치 않은 결과들, 팀 간의 조율 과정에서 생긴 오해들까지—성공의 공식만 나열하는 기획서는 아니다. 오히려 “진짜 현장은 이렇게 움직인다”는 사실을 구체적 장면으로 보여준다.
읽고 나면 기획이라는 일이 어떤 화려한 문장보다, 작은 기준을 세우고 그 기준을 반복해 점검하는 과정이라는 생각이 남는다. 그리고 그 과정의 무게를 실제로 감당하고 있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었기 때문에, 배민이라는 조직도 이전보다 더 입체적으로 보이게 된다.

평소에는 필요할 때마다 아무렇지 않게 켜서 쓰던 배달앱이었지만, 이 책을 읽고 나니 그 뒤에서 어떤 고민과 판단이 오가고 있는지 알게 되었다. 화면 너머에서는 누군가는 문제를 정의하고, 누군가는 사용자 경험의 흐름을 다듬고, 또 누군가는 실패와 시행착오를 기록하며 다음 선택을 준비하고 있었다는 사실이 새삼 흥미롭게 다가왔다. 익숙했던 일상 속 앱 하나도 여러 사람의 선택과 노력으로 이루어진 결과라는 점을 책을 통해 다시 느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