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세 살 인생 게임 2 - 모르면 두고두고 손해 보는 초등 금융·경제 수업 열세 살 인생 게임 2
김지환 지음, 최현주 그림 / 리틀에이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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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환 선생님의 <열세 살 인생 게임 2>는 교실에서 실제로 진행된 경제 수업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책이다.


그래서일까, 책장을 펼치는 순간부터 생생하다. 숫자나 그래프 대신 ‘우리 반’ 아이들이 등장해, 인생의 시간표를 따라 국민연금, 복리, 주식, 부동산, 노후 준비까지 함께 탐험한다. 


각 장의 제목은 모두 ‘우리 반 나이 ○○세’로 시작한다. 33세, 38세, 43세, 58세…. 아이들이 가상의 인생을 살아보며 배우는 경제 개념은 단순한 지식이 아니라 선택의 결과로 체득되는 경험이다.



그  과정마다 등장하는 ‘ 인생 게임 황금카드’는 이 책의 백미다.


각 장의 핵심을 짚어주는 질문 카드로, “현재의 만족보다 미래의 대비를 크게 생각하는 게 왜 중요할까?”, “전세와 월세 중 어떤 선택이 나에게 유리할까?”처럼 스스로 사고하게 만든다. 경제 개념을 단순히 ‘외우는’ 것이 아니라, 직접 ‘생각하게’ 하는 장치다.


이 책이 특별한 또 다른 이유는 핵심 경제 원리를 생활 속 예시로 풀어냈다는 점이다.


72법칙 (복리의 마법처럼 돈이 두 배가 되는 시간 계산), 전세와 월세의 기회비용, ETF와 분산투자, 달러의 가치와 환율 변동,노후를 대비하는 국민연금의 원리까지 보통 대학 교양 경제학 시간에 다루는 개념들이 초등학생 눈높이에서 쉽게 설명되어 있다. 

무엇보다 ‘돈을 많이 버는 법’이 아니라 ‘돈을 현명하게 쓰고, 나의 인생을 계획하는 법’을 가르친다는 점이 인상 깊다. 아이들은 게임을 하듯 배우지만, 그 속에는 어른들도 다시 새겨야 할 메시지가 있다. 현재 편향, 복리의 마법, 선택의 타이밍, 그리고 나의 미래를 설계하는 힘 등 현재의. 나의 경제 상태를 점검해 본다.



읽는 내내 “이 반 학생들이 정말 부럽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린 시절부터 경제를 이렇게 손쉽고 유쾌하게 배울 수 있다면, 인생의 중요한 순간마다 훨씬 단단한 선택을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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롤랑 바르트가 쓴 롤랑 바르트 아포리아 14
롤랑 바르트 지음, 류재화 옮김 / 21세기북스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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롤랑 바르트의 책을 읽는 일은 나에게 쉽지 않았다. <애도일기>에서 그는 사랑하는 이를 잃은 아들의 목소리로 다가와 곧바로 가슴을 울렸지만, 이 책은 전혀 달랐다.




 책장을 펼치자마자 “의미작용에는 기표, 기의, 지시대상이 있으며…”라는 식의 설명이 이어지고, “독사와 파라독사” 같은 개념이 낯설게 다가왔다. 또 “언어는 통보와 서명을 통해 자기 자신을 드러낸다”라는 문장을 읽을 때는, 번역가의 주해를 따라가도 의미가 선명하게 잡히지 않았다. “나의 몸과 같지 않다”라는 고백적인 문장은 더욱 추상적으로 다가와, 도대체 어떤 뜻인지 여러 번 붙들고 읽어야 했다. 결국 몇 번은 책을 덮을 수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 책을 끝내 포기하지 못했다. 바르트는 우리가 ‘자연스럽다’고 믿는 말과 이미지 뒤에 숨어 있는 힘을 드러내려 했기 때문이다. 그는 언어가 단순히 의미를 전달하는 투명한 도구가 아니라, 언제든 굳어지고 다시 해체되며 새로운 층위를 만들어내는 불안정한 기호임을 보여준다. 겉으로는 단순한 사진, 문장, 말처럼 보이는 것들이 사실은 사회의 질서와 권력을 반영한다는 그의 통찰은 지금도 여전히 유효하다.




나는 이 책을 다 이해하지 못했다. 많은 문장은 여전히 난해하게 남아 있다. 그러나 그 난해함 속에서 멈춰 서고, 되새기고, 내 언어로 다시 적어보려는 경험을 했다. 아마 그것이 바르트가 말한 ‘텍스트의 즐거움’일 것이다. 끝내 다 알 수 없어도, 그 과정에서 언어와 기호를 다시 보는 눈을 얻게 된다.



<롤랑 바르트가 쓴 롤랑 바르트>는 친절한 책이 아니다. 그러나 이해의 한계와 포기의 순간까지 포함해, 그것이 곧 바르트 읽기의 진짜 의미라고 생각한다. 언젠가 다시 펼쳐들고 싶다는 마음을 남기기 때문이다. 바르트의 문장은 어렵지만, 바로 그 어려움 덕분에 나에게는 사유의 자리, 질문의 자리를 마련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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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로 보는 중국 기예 - 무대 위와 손끝에서 피어나는 중국의 문화예술
이민숙.송진영.이윤희 외 지음 / 소소의책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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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


<이야기로 보는 중국기예>를 읽으며 가장 먼저 떠오른 건 내가 직접 경험하지 못했다는 아쉬움이었다.


16명의 저자들이 각자의 꼭지에서 소개하는 변검, 곡기, 실경공연 같은 다채로운 무대들을 아직 눈으로 확인하지 못한 채 글로만 만난다는 점이 속상했다.  하지만 책에 실린 소개를 따라가다 보니, 스크린 너머로 스쳤던 순간들이 다시 살아났다. 영화 '패왕별희'와 '인생' 속에서 본 경극의 화려한 분장과 소리, 종이인형극의 섬세한 움직임이 떠올랐다. 직접 본 것은 아니어도, 영화 속 장면들이 책의 설명과 맞닿으면서 또 다른 이해로 이어졌다. 

 


경극과 곡기, 변검 같은 무대 예술에서부터 전지, 직금, 청화백자, 옥기와 같은 손끝의 공예까지, 책장을 넘길수록 다채로운 세계는 중국문화의 보고다. 특히 장이머우 감독의 실경공연은 강과 산을 무대 삼아 수백 명의 배우가 어우러지는 장대한 현장이라 하니, 공연이라기보다 삶의 축제처럼 다가왔다. 구기의 박진감 넘치는 순간, 변검의 눈 깜짝할 변신은 언젠가 직접 보고 싶은 무대로 남았다. 타이완의 포대희는 더욱 흥미로웠다. 우리 전통의 꼭두각시놀음을 닮은 인형극이고, 한국 드라마 속에도 잠깐 등장해 낯설지 않았다. 전지가 1만 번의 가위질 끝에 소망을 빚어낸다는 사실, 직금이 한 올 한 올 이어내는 인내의 시간이라는 설명도 깊은 인상을 남겼다. 


책장을 덮고 나니 마음속에 새로운 여행의 소망이 자리했다. 언젠가 중국을 찾게 된다면, 경극 무대의 생생한 분장을 보고 싶고, 동춘서커스단을 떠올리게 하는 전통 서커스의 긴장감도 느껴보고 싶다. 그리고 자연 속에서 펼쳐지는 실경공연의 장대한 장면을 마주하며, 책에서 만난 기예를 온몸으로 체험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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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의 정원 - 2000년 지성사가 한눈에 보이는 철학서 산책
시라토리 하루히코 지음, 박재현 옮김 / arte(아르테)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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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비 오는 날 창가에서 『철학의 정원』을 펼쳤다. 



시라토리 하루히코는 고대에서 현대까지 100여 명의 철학자를 불러내, 인생·사회·언어·과학·종교 등 여덟 갈래 주제로 나누어 소개한다. 시대순이 아닌 주제별 배열 덕분에 서로 다른 철학자들이 같은 물음 앞에서 어떻게 다른 목소리를 냈는지 한눈에 비교할 수 있었다.




나는 중요한 문장을 필사하며 책을 읽었다. 손끝으로 옮겨 적으니 글이 쉽게 흘러가지 않고 오래 머물렀다. 그중에서도 3장 「세계와 자연에 관하여」는 오래 기억에 남는다. 마르틴 부버의 『나와 너』는 인간을 단순히 ‘대상’이 아니라 ‘너’라는 인격적 존재로 바라보게 했고, 메리 울스턴크레프트의 『여성의 권리 옹호』는 강한 감탄을 자아냈다. 1700년대라는 시대에 여성도 남성과 동등한 권리를 주장했다는 사실, 그 담대한 목소리가 놀랍고도 존경스러웠다.




이 책의 또 다른 매력은 난이도 표시다. 1에서 3까지 구분된 난이도 덕분에 독자는 자신의 수준에 맞게 책을 선택할 수 있고, 어려운 철학자를 만나도 ‘원래 그렇구나’ 하며 안심할 수 있다. 각 장 끝에 덧붙은 ‘철학자의 한마디’는 짧지만 강력했다. 가볍게 읽고 넘길 수 없는 문장들이 화두처럼 남아, 책장을 덮고도 한동안 생각을 멈추지 못하게 한다.



물론 몇 문장 인용만으로 철학자의 저작을 다 알 수는 없다. 그러나 『철학의 정원』은 철학을 멀리 있는 학문이 아니라, 지금 우리의 삶 속에서 다시 묻고 따져볼 수 있는 길잡이로 되돌려준다. 필사한 문장을 다시 펼쳐보면, 고전의 목소리가 지금도 여전히 내게 질문을 던지고 있음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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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내 여행자-되기 둘이서 3
백가경.황유지 지음 / 열린책들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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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책의 제목만 보고 기존의 여행기를 떠올리면 오산이다. <관내 여행자-되기>는 한국 사회의 무거운 상처들을 따라 여러 도시를 걷는다.


 

인천 동일방직 여성노동자들의 투쟁, 광주 항쟁,세월호, 이태원 참사 같은 사건들을 마주하며 나는 책장을 덮고도 한동안 마음이 무거웠다. 저자들은 하지 않음도 가해일 수 있다는 물음을 던지며, 외면하거나 나와는 먼 일로 치부했던 태도까지 돌아보게 한다.

 

두 저자는 길을 걷는 행위가 곧 아픔의 자리에 들어가 멈추고 바라보는 일임을 보여준다. 동시에 집과 걷기에 대한 사유는 삶의 일상과 사회적 맥락을 자연스레 연결한다. 바우만의 <액체 현대>에서 끌어온 항공기의 이미지는 자본주의의 속도 속에서 길을 잃은 나의 일상을 비추고, “멀어져야 화목하다는 가족의 역설은 관계를 지탱하는 거리에 대해 다시 묻게 한다. 집 앞 공원의 ‘3억 원짜리 창의적 훼손은 개발이라는 이름 아래 사라지는 인간성과 풍경을 드러낸다.

 

 

책을 다 읽고 다시 펼친 서문에서 관내는 단순한 지역의 이름이 아니라, 내가 발 딛고 살아가는 모든 자리, 그 속에 겹겹이 쌓인 기억과 고통을 뜻함을 알게 되었다. 관내 여행자란 결국 무심히 지나치지 않고, 그 자리의 목소리를 듣고 함께 걷는 사람일 것이다. 이 책은 나를 무겁게 주저앉히면서도 동시에 다시 일어서게 만든, 오래 남을 여행의 기록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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