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불변의 법칙
데이비드 오길비 지음, 최경남 옮김 / 21세기북스 / 2026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1983년 미국에서 출간된 광고·마케팅 분야의 고전 <Ogilvy on Advertising가 2026년 <광고 불변의 법칙>이라는 제목으로 새 번역본이 출간됐다. AI가 광고 문구를 만들고 숏폼 영상이 일상이 된 지금, 40여 년 전 책을 다시 번역한 이유가 무엇일까. 그 궁금증이 이 책을 펼치게 했다.


데이비드 오길비는 광고 기법보다 광고를 대하는 태도를 먼저 이야기한다. 소비자를 이해하는 일, 브랜드를 꾸준히 키워 가는 일, 충분한 조사와 좋은 헤드라인의 중요성까지 화려한 아이디어보다 기본 원칙을 강조한다. 광고를 만드는 방식은 크게 달라졌지만 사람을 설득하는 일만큼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장을 넘길수록 시대의 변화가 선명하게 보였다. 한 페이지를 가득 채운 긴 카피 광고는 지금은 좀처럼 보기 힘든 풍경이다. 자신의 회사 광고뿐 아니라 TBWA 같은 다른 광고 회사의 작품까지 함께 소개하는 점도 눈에 들어왔다. 좋은 광고라면 어느 회사의 작품이든 함께 살펴보려는 오길비의 태도를 엿볼 수 있다. AI가 광고를 만들고 몇 초짜리 영상이 소비자의 시선을 붙잡는 지금과 비교하니, 40여 년이라는 시간이 광고를 얼마나 많이 바꾸었는지 새삼 실감했다.


다만 다양한 광고 사례가 실려 있지만 사진만으로는 당시의 시대적 배경이나 광고 의도를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었다. 특히 '미국은 여전히 최고의 국가인가?'

같은 장은 한국어판에서 조금 더 자세한 해설이 있었다면 1983년의 광고 환경과 지금을 비교하며 읽기에 훨씬 도움이 되었을 것 같다.


마지막 장인 '변화에 대한 예감 13가지'의  예측이 모두 맞았던 것은 아니지만, 1983년의 광고인이 미래를 어떻게 바라보았는지 들여다보는 일 자체가 흥미로웠다.


무엇보다 1980년대 광고를 보는 게 좋았다. 광고 한 장에는 그 시대의 소비문화와 가치관, 사람들이 무엇을 중요하게 생각했는지가 자연스럽게 담겨 있다. 광고는 상품을 알리는 수단인 동시에 시대를 담는 기록이기도 하다는 사실. 그 한 가지를 다시 확인한 것만으로도 이번 재출간의 의미는 충분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일상의 질문에 답하는 짧은 철학책 - 인간관계부터 커리어까지, 생각이 많은 나를 위한 철학 수업
크리스토프 크바르히 지음, 장혜경 옮김 / 갈매나무 / 2026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철학 입문서는 대개 철학자나 사조를 먼저 소개한다. 그러나 <일상의 질문에 답하는 짧은 철학 책>은 질문이 먼저다. 질문 하나가 철학자를 만나게 한다.


그래서 이 책은 목차를 훑다가 궁금한 질문부터 읽었다. '놀며 시간을 허비해도 괜찮을까?', '정해진 운명이라는 게 있을까?', '이유 없이 사람을 미워해도 괜찮을까?'처럼 순서를 내 맘대로 정해 읽었다. 한 꼭지의 분량도 짧아 부담 없이 골라 읽기 좋다.


각 꼭지는 질문을 던진 뒤 '예'와 '아니오'를 먼저 제시하고  그 철학자가 왜 그런 답을 내렸는지 보여 준다. 


​'부모의 잘못은 무조건 용서해야 할까?'라는 질문에서 소크라테스는 가족 질서를 이유로 부모를 용서해야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나는 쉽게 동의하지 못한다. 가족이라는 이유만으로 모든 잘못을 용서해야 할까. 책은 하나의 답을 제시하지만, 그 답을 받아들일지 다른 생각을 이어 갈지는 내 몫이다.


한 꼭지의 분량이 짧다 보니 철학자의 핵심 사상을 소개하는 데는 효과적이지만, 사유가 형성된 배경과 논리까지 깊이 살피기에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럼에도 이미 알고 있던 철학자의 사상을 다시 정리하고, 처음 알게된 철학자들에게 호기심을 갖게한다.


혼란스러운 사회를 보면서도 정치의 역할을 철학의 관점에서 생각해 본 적이 많지않은  내게 6부에서 소개된 철학가 제러미 벤담과 플로라 트리스탕은 정치를 바라보는 시선을 보여 주었다.  


내게 이 책은 한 권으로 끝나는 철학 입문서가 아니다. 질문 하나가 철학자 한 사람으로 이어지고, 그 철학자는 또 다른 책으로 이어진다. 다음 철학책을 펼치게 하는 출발점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오름은 언제나 내편
박현옥 지음 / 작가의집 / 2026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오름 지도를 하나씩 채워가는 삶을 꿈꾸는 내게 <오름은 언제나 내 편>은 그 꿈을 더욱 선명하게 만들어 준 책이다. 제주를 여행하며 수십 개의 오름을 걸었고, 한라산 정상에도 세 번 올랐던 나에게 이 책은 제목만으로도 손이 갔다.

오름 지도를 하나씩 채워가는 삶을 꿈꾸는 내게 <오름은 언제나 내 편>은 그 꿈을 더욱 선명하게 만들어 준 책이다. 제주를 여행하며 수십 개의 오름을 걸었고, 한라산 정상에도 세 번 올랐던 나에게 이 책은 제목만으로도 손이 갔다.




저자는 '오름언니'라는 필명으로 활동하며 제주문화돌봄센터에서 일하고 있다. 368개의 오름 가운데 110개를 직접 걸은 만큼, 오름을 향한 애정과 경험이 책 곳곳에 묻어난다. 김영갑갤러리 두모악 이사장의 추천사처럼, 이 책은 "다시 제주로 떠나 오름을 걷고 싶게" 만든다.
저자는 오름을 사랑하는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오름에 스며 있는 제주의 역사와 문화를 함께 풀어낸다. 오름을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인터뷰에 하나하나 공감하며, 나 역시 오름을 사랑하는 한 사람으로서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을지 잠시 생각해 보았다. 특히 외국인 인터뷰에서 오름을 세계에 알리기 위해 영어 번역 자료가 필요하다는 의견에 깊이 공감했다. 제주를 찾는 외국인들도 오름을 단순한 트레킹 코스가 아니라 제주의 삶과 역사, 문화를 품은 공간으로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무엇보다 저자는 오름을 바라보는 내 시선을 한층 넓혀주었다. 설문대할망 설화와 제주마, 제주 4·3의 흔적, 일제강점기 동굴진지까지 오름에 스며 있는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니, 그동안 아름다운 풍경에만 마음을 빼앗겼던 내 여행을 돌아보게 되었다.
저자는 368개의 오름 가운데 14개의 오름을 소개한다. 다랑쉬오름, 따라비오름,  금오름, 새별오름 등 나 또한 걸어본 오름이라 반가웠지만, 이미 많은 여행자들에게 잘 알려진 곳들이기도 하다. 다음에는 이름조차 낯선 숨은 오름들을 소개하는 두 번째 이야기도 만나보고 싶다.다음 제주 여행에서는 저자가 여러 장에 걸쳐 소개한 왕이메오름과 동검은이오름을 꼭 걸어보고 싶다. 이번에는 정상에 오르는 것보다 오름이 품고 있는 이야기에 더 귀 기울이며 천천히 걸어야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다이어트 상식의 배신 황준연 다이어트 시리즈
황준연 지음 / 작가의집 / 2026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다이어트 책은 넘쳐난다. 나 역시 "이건 알고 있는데" 하며 넘긴 책이 한두 권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이 눈에 들어온 건 <다이어트 상식의 배신>이라는 제목 때문이다. 



저자 역시 비슷한 의문에서 출발했다. 다이어트 관련 책을 100권 넘게 읽으며 간헐적 단식, 키토제닉, 저탄고지 등을 따라 해보았지만 다이어트에 성공하지 못했다고 한다. 그러다 자신이 상식처럼 믿고 있던 다이어트 정보들을 AI에게 질문하며 하나씩 검증했고, 직접 실천한 결과 77.5kg까지 감량했다고 하니, 저자가 발견한 '상식의 배신'이 무엇일까.



현미밥은 무조건 건강한가, 아침은 꼭 먹어야 하는가, 운동만 하면 살이 빠지는가, 과일은 많이 먹을수록 좋은가. 목차에 등장하는 질문들만 봐도 우리가 당연하게 믿어 온 다이어트 통념들이 얼마나 많은지 알 수 있다. 저자는 이런 질문들을 AI에게 끊임없이 던지며 자신이 알고 있던 정보들을 다시 점검한다. 




특히  Part 4 <영양제와 운동의 반전>이 새롭다. 영양제는 무엇을 먹느냐보다 언제 먹느냐가 중요하다는 점, 무엇보다 식후 15분 산책과 카프레이즈처럼 당장 오늘부터 실천할 수 있는 방법들이 마음에 들었다. 거창한 운동 계획보다 작은 습관 하나를 바꾸는 일이 더 현실적으로 다가왔다.



무엇보다 좋았던 것은 책 뒤의 부록이다. 핵심 내용을 짧고 명확하게 정리해 두었는데, 솔직히 이 부록만 매일 읽어도 다이어트를 실천할 동력이 생긴다. 다이어트는 모르는 것이 많아서 실패하는 것이 아니라, 아는 것을 꾸준히 실천하지 못해서 실패하는 경우가 더 많기 때문이다.


다만 AI의 답이 언제나 정답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이 책의 장점은  내가 당연하다고 믿어 온 다이어트 관련 정보들을 한 번 더 점검하게 만든다는 데 있다. 


"하루 체중이 2kg 변하는 건 정상"이라는 말에 위로를 받고, "내일부터 시작은 영원히 오지 않는다"라는 말엔 바로 서서  까치발을 든다. 그래 지금부터 다이어트 시작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공존한다는 착각 - 멸종에서 살아남은 일곱 동물의 반격
프랑크 베스테르만 지음, 정신재 옮김 / 다산초당 / 2026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북극해와 바렌츠해, 사르가소해와 스발바르 제도, 르셀링섬과 플릴란트섬. 평생 가 볼 일 없을 것 같은 바다와 섬들이 책 속에 빼곡하게 등장한다. 



프랑크 베스테르만의 <공존한다는 착각>은 일곱 동물을 따라가며 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살핀다. 저자는 발칸반도와 모스크바 특파원으로 일한 경험을 바탕으로 동물의 생태를 역사와 문화, 정치와 경제의 이야기 속에 풀어놓는다. 인간이 자연을 어떻게 이해해 왔고 어떤 방식으로 개입해 왔는지를 함께 들여다보게 한다.


가장 흥미롭게 읽은 부분은 노르웨이레밍 이야기였다. 나는 오랫동안 레밍이 절벽 아래로 뛰어내려 집단자살을 하는 동물이라고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사실이 아니었다. 이동 과정에서 생긴 사고와 인간이 덧씌운 이미지가 만나 하나의 신화가 되었다. 자연을 안다고 생각했지만 실제로는 인간이 만든 이야기를 믿고 있었던 셈이다.




유럽뱀장어 장에서는 책에 실린 지도를 여러 번 펼쳐 보았다. 사르가소해에서 태어난 뱀장어는 대서양을 건너 유럽의 강과 하천으로 이동한 뒤 다시 태어난 바다를 향해 돌아간다. 수백만 년 동안 이어져 온 여정이다. 지도 위에서는 가느다란 선 하나에 불과하지만 그 안에는 생명이 기억해 온 긴 시간이 담겨 있다. 그런데 그 길목마다 댐과 수문, 운하가 놓여 있다. 인간에게는 개발의 성과였겠지만 뱀장어에게는 돌아갈 길이 끊긴 순간이었을 것이다.


흑기러기의 이야기도 오래 남았다. 보호해야 할 동물이었던 흑기러기는 개체 수가 늘어나자 관리의 대상이 되었다. 북극곰은 기후위기를 상징하는 동물이지만 북극 주민들에게는 지금도 두려운 맹수다. 순록의 삶에는 냉전과 핵실험의 역사가 스며 있고, 왕게는 인간의 필요에 따라 새로운 바다로 옮겨졌다가 또 다른 문제를 낳았다. 동물은 서로 다르지만 그 곁에는 언제나 인간의 선택이 있었다.



최근 북극항로에 대한 기사를 자주 접한다. 기후변화와 국제 정세의 변화 속에서 새로운 해상 교역로가 주목받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과거 탐험가들이 미지의 바다를 향해 나아가던 이야기가 낯선 역사가 아니라 지금의 이야기처럼  들렸다. 


 우리는 자연을 잘 안다고 생각한다. 필요하면 보호할 수 있고 관리할 수도 있다고 믿는다. 하지만 책 속 동물들은 인간의 예상대로 움직이지 않는다. 자연은 인간의 계획보다 훨씬 넓고 오래된 시간을 살아간다.


책을 덮고 다시 지도들을 떠올려 본다. 레밍이 지나간 툰드라와 뱀장어가 건넌 대서양, 흑기러기의 이동 경로와 순록의 방목지, 왕게가 퍼져 나간 바다까지. 그것은 동물들의 삶을 기록한 지도이면서 동시에 인간의 욕망과 선택이 남긴 흔적의 지도이기도 하다.


<공존한다는 착각>은 자연을 이해하는 방법보다 자연 앞에 서는 태도를 생각하게 하는 책이다. 공존은 이미 이루어진 상태가 아니라 끊임없이 배워야 하는 일이라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