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세를 깬 자들 - 프랑크 제국과 중세의 운명을 바꾼 형제들의 전쟁
매슈 게이브리얼.데이비드 M. 페리 지음, 최파일 옮김 / 까치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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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맹세를 깬 자들>은 카롤루스 대제가 세운 프랑크 제국이 어떻게 그의 아들 루도비쿠스 1세(경건왕 루이)의 시대를 지나 손자들인 로타리우스 1세, 루이 게르만왕, 샤를 대머리왕의 갈등 속에서 분열되었는지를 다룬 역사서다. 


저자들은 당시 남아 있는 연대기와 기록들이 대부분 승자 혹은 권력자들의 시각에서 작성되었다는 점을 전제로, 그 자료들을 꼼꼼히 분석하고 재해석한다.  그 기록이 어떤 정치적 목적과 이해관계 속에서 작성되었는지를 살피면서, 역사 속 인물들의 선택과 갈등을 보다 입체적으로 복원한다. 이러한 접근 덕분에 루도비쿠스 1세와 그의 아들들의 권력 다툼은 단순한 왕위 경쟁이 아니라 가족 내부의 불신과 정치적 계산이 얽힌 복잡한 인간 드라마로 읽힌다.


841년 퐁트누아 전투, 842년 스트라스부르 맹세, 843년 베르됭 조약으로 이어지는 과정 역시 국가 형성의 필연적 단계라기보다, 형제간 경쟁과 귀족·성직자들의 이해관계가 얽히며 만들어진 결과로 드러난다. 제국을 무너뜨린 것은 외적의 침입이 아니라 내부의 균열이었다는 점도 이 책이 보여주는 중요한 통찰이다.


다만 읽는 과정이 쉽지는 않았다. 등장하는 인물도 많고 인용되는 사료와 책들도 상당히 방대해 중간중간 흐름이 헷갈리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이 흥미로운 이유는 바로 그 복잡함 속에서 중세 정치의 실제 모습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역사는 교과서처럼 단순한 이야기로 정리되지 않고, 수많은 인물과 기록, 이해관계가 얽혀 만들어진다는 사실을 실감하게 한다.


이 책을 읽고 나면 서양 중세사를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진다. 익숙하게 알고 있던 역사적 사건들이 훨씬 인간적인 이야기로 다가오고, 프랑크 제국 이후의 유럽 역사 역시 더 알고 싶다는 호기심이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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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문학자의 쓸모없음에 관하여
지웅배(우주먼지) 지음 / 쌤앤파커스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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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천문학자의 쓸모없음에 관하여>는 천문학자가 자신의 학문이 어떤 전제 위에서 작동해 왔는지를 검토하는 에세이다. 저자 지웅배는 연구와 교육의 현장을 오가며 천문학을 다뤄 온 인물로, 이 책에서 그는 대중에게 우주를 설명하는 해설자라기보다 학문 내부에서 질문을 던지는 화자로 등장한다.


저자는 인간이 우주의 중심이라는 믿음을 신념이 아니라 검증 가능한 과학적 전제의 문제로 되돌려 놓는다. 메조 코스모스와 미세 조정 문제, 코페르니쿠스의 원리는 우주가 인간을 위해 설계되지 않았음을 반복해서 확인시키며, 이는 과학적 객관성의 선언이자 인간에게 특권적 지위를 배제하는 전제 설정으로 작동한다. 


천문학이 다루는 것은 이미 사라진 별과 사건들이 남긴 빛과 신호다. 초신성 폭발 이후 남은 잔해처럼, 관측 가능한 것은 언제나 결과이며, 천문학은 그 결과를 통해 우주의 과거를 추적한다. 이때 중요한 것은 발견의 성취가 아니라, 사라진 것들을 다루는 방식이다.


보이저 프로젝트와 골든 레코드는 이러한 태도를 구체화한다. 보이저 탐사선의 넘버링이 지구가 아닌 우주의 경로를 기준으로 정해졌다는 사실은, 천문학이 처음부터 인간 중심적 관점을 벗어나도록 설계된 학문임을 보여준다. 챌린저 사고와 파인만의 O-링 실험 역시 실패를 통해 과학적 판단과 책임의 문제를 드러낸다.


후반부에서 저자는 라플라스의 악마가 상정한 완전한 예측 가능성을 비켜서며, 로컬 보이드와 디폴 리펠러, 라니아케아 초은하단을 통해 우주를 중심이나 목적이 아닌 관계와 흐름의 구조로 이해하도록 이끈다. 우리 은하는 고정된 중심이 아니라, 거대한 중력적 흐름 속에 위치 지어진 하나의 부분이다.


우주 달력에서 인간의 역사가 마지막 1분에 불과하다는 사실은 질문을 분명히 한다. 우리는 잠시 존재하다 사라질 존재라면, 어떤 태도와 기록을 남길 것인가. 이 책은 천문학의 쓸모를 변호하지 않는다. 대신 쓸모라는 기준으로 학문과 세계를 평가해 온 인간의 사고방식을 조용히 흔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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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래스메이커
트레이시 슈발리에 지음, 박현주 옮김 / 소소의책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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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Tracy Chevalier의 <글래스메이커>는 베네치아 무라노 섬의 유리공 가문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장편소설이다. 중심에는 오르솔라가 있다. 그녀는 유리를 만드는 기술을 통해 자신이 누구인지 묻고, 또 답해가는 인물이다.


무라노의 유리 산업은 폐쇄적인 질서 위에 세워져 있다. 기술은 가문의 자산이며, 남성에게 우선적으로 전수된다. 여성은 보조적인 역할에 머물기를 기대받는다. 오르솔라는 그 구조 안에서 자라나지만, 자연스럽게 경계 바깥을 바라본다. 작업장의 열기와 유리의 변화는 그녀에게 금지된 세계이면서 동시에 가장 강렬한 유혹이다.


그녀가 불 앞에 서려는 선택은 단순한 직업적 욕망이 아니다. 그것은 시대가 규정한 여성상에 대한 질문이다. 가문을 지키는 딸이 될 것인가, 기술을 배우는 장인이 될 것인가. 이 갈등은 소설 전반에 긴장을 만든다. 전통은 억압이면서도 뿌리다. 오르솔라는 그것을 끊어내기보다 내부에서 흔든다.


사랑은 그녀의 삶을 또 다른 방향으로 움직인다. 감정은 깊지만, 그것이 삶의 전부가 되지는 않는다. 관계가 흔들리고 이별이 찾아와도 오르솔라는 멈추지 않는다. 상실 이후의 시간이 길게 이어지며, 그녀는 다시 작업으로 돌아간다. 사랑을 통과한 뒤 남는 것은 공허가 아니라 더 또렷해진 자의식이다.


이 작품의 서사 구조는 독특하다. 한 인물을 중심에 두되, 이야기는 수 세기를 건너간다. 역사적 변화와 사회적 격변이 배경으로 스쳐 지나가지만, 유리공의 기술은 이어진다. 시간은 단절이 아니라 축적처럼 다루어진다. 과거의 선택은 다음 세대의 조건이 되고, 개인의 삶은 도시의 역사와 맞물린다. 오르솔라는 특정 시기에 머무르면서도, 동시에 시대를 넘어선 인물로 읽힌다.


저자는 장인의 세계를 세밀하게 묘사한다. 녹아내리는 유리의 색, 형태를 잡는 순간의 집중, 식어가는 표면의 긴장감이 생생하다.  반복과 실패, 숙련의 과정이 인물의 내면과 나란히 전개된다.


<글래스메이커>는 빠른 성공이나 극적인 반전을 내세우지 않는다. 대신 한 사람이 자기 자리를 만들어가는 과정을 따라간다. 오르솔라의 삶은 거창한 선언보다 지속적인 선택으로 이루어진다.


빠르게 변하는 시대 속에서 기술과 전통, 노동의 의미는 점점 가볍게 소비된다. 이 소설은 느린 시간과 축적의 가치를 보여준다. 또한 특정 시대에 제한되었던 여성의 삶이 어떻게 확장될 수 있는지를 한 인물을 통해 증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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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성공학
오두환 지음 / 미래세대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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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자녀성공학 : 최고의 투자는 자녀다>는 부모교육서의 형식을 띠고 있지만, 읽다 보면 자연스럽게 교육이라는 말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이 책이 반복해서 묻는 것은 아이를 얼마나 앞서 이끌 것인가가 아니라, 아이의 삶에 누가 주도권을 쥐고 있는가이다. 저자 오두환은 국제혁신영재사관학교의 이사장이자 교장으로서, 아이가 좋아하는 것을 발견하고 스스로 선택하며 몰입과 좌절을 통과하는 과정을 성공의 핵심으로 제시한다. 성취의 속도보다 방향을 중시하는 이 관점은, 교육을 결과가 아니라 과정으로 바라보게 만든다.


이 책이 흥미로운 지점은 ‘무엇을 더 시켜야 하는가’를 말하지 않는 데 있다. 대신 언제 한 발 물러서야 하는지, 무엇을 대신하지 말아야 하는지를 끊임없이 묻는다. 아이의 가능성은 계획표나 조기교육이 아니라, 스스로 선택한 경험 안에서 자란다는 주장에는 일관성이 있다. 좋아하는 것을 발견하고, 충분히 몰입하고, 막히는 지점을 통과해보는 시간. 그 반복이 아이를 단단하게 만든다는 메시지는 과하지 않게 설득력을 갖는다.


목차를 따라가다 보면 이 책이 단순한 조언집이 아니라 하나의 교육 철학을 갖고 있다는 점이 분명해진다. 특히 5장과 6장은 이 철학이 어떻게 구조화되는지를 잘 보여준다. 5장에서 제시하는 7단계 교육법은 아이를 구분하거나 선별하기 위한 기준이 아니라, 가능성이 자라날 수 있는 조건을 단계적으로 설명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빠른 성과가 아니라 머무는 시간이며, 실패를 제거하는 것이 아니라 실패를 통과해보는 경험이다.


6장은 더 일상적인 언어로 교육의 방향을 다시 짚는다. 아이가 절대적으로 좋아하는 일을 찾는 방법, 하지 말아야 할 말, 반복되는 습관의 힘에 대한 이야기는 거창하지 않지만 오래 남는다. 아이의 성장은 특별한 프로그램보다 관계 속에서, 말의 온도 속에서, 기다림의 태도 속에서 이루어진다는 점을 다시 확인하게 한다.


이 책이 말하는 성공은 남보다 앞서는 결과가 아니라, 스스로 선택한 길에서 오래 머물 수 있는 힘이다. 

그래서 < 자녀성공학: 최고의 투자는 자녀다>는 부모에게만 읽히기엔 아깝다. 누군가를 키우고 지켜보는 자리에 있는 사람이라면, 이 책이 던지는 질문 앞에서 한 번쯤 속도를 늦추게 된다.  


아이들이 스스로 좋아하는 것을 발견하고 그 좋아함에 오래 머물 수 있도록, 나는 그 시간을 지켜주는 교사로 남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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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으로 배우는 닥터바이스의 당뇨병·고혈압 실전관리 로드맵
조재형.이석종 지음 / 아침사과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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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그림으로 배우는 닥터바이스의 당뇨병·고혈압 실전관리 로드맵>을 읽으며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건 목차였다. 체중 관리에서 시작해 식사, 운동, 스트레스, 자가측정, 약물, 합병증, 생활관리로 이어지는 흐름은 시각자료를 중심으로 이해를 돕는 구조로 짜여 있다.


체중을 먼저 다루고, 식사와 운동을 일상 가까이에 두며, 스트레스와 자가측정을 중간에 배치한 구성은 현장 중심의 자가관리 콘텐츠라는 인상을 준다. 혈당과 혈압을 숫자로 외우게 하지 않고, 그림과 표로 흐름을 보게 만드는 방식 덕분에 관리의 부담이 줄어든다. 약물과 합병증을 뒤쪽에 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치료보다 예방과 실천을 먼저 생각하게 하는 순서다.



대표저자인 조재형 교수는 당뇨병을 오랫동안 연구하고 진료해 온 내분비내과 전문의로, 복잡한 의학 정보를 한눈에 보이게 정리해 온 사람이다. 함께 집필한 이석종 원장 역시 진료와 교육 현장을 오가며, 무엇이 어려운지 어디서 막히는지를 잘 알고 있다. 이 책에서 의학적 전문성과 교육적 효과가 함께 드러나는 이유다.



마지막 장에서 로드맵은 닥터바이스 앱으로 이어진다. 책에서 본 체중, 식사, 운동, 측정의 흐름이 일상 속 기록으로 연결되면서, 관리가 치료에 머무르지 않고 생활의 루틴이 되도록 이끈다.




무엇보다 이 책은 나이드신 분들께 특히 추천하고 싶다. 글이 길지 않고 시각자료가 중심이라 이해에 부담이 적다. 처음 당뇨병이나 고혈압 진단을 받은 분들, 혹은 이미 오래 관리해왔지만 점점 지쳐가는 분들에게 이 로드맵은 현실적인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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