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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스트 인텔리전스
로랑 알렉상드르 지음, 임호경 옮김 / 열린책들 / 2025년 3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저자 로랑 알렉상드르는 프랑스의 의사이자, 작가, 미래학자, 기업가 (DNA 분석 기업 운영)이다. 인공지능과 생명공학, 유전체학 등의 분야에서 선도적인 전문가로서 수많은 강연을 하고 있다.
이 책의 내용을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인공지능의 발전 속도는 과거 어떤 기술보다도 급속하며 인류와 세상 및 우주에 대한 영향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엄청나며 그 영향의 결과는 이로울 수도 있고 파괴적일 수도 있으므로 인공지능에 대해 공부하고 인공지능과 협업하면서 잘 감시, 통제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도 잘 알고 있는 재미있는 현상은 2022년까지는 메타버스 (페이스북은 회사명을 '메타버스'로 개명하기까지 했다) 가 세상을 지배하기 시작할 것으로 예상했으나 그렇지 못하고 다음 해인 2023년도에 쳇 GPT가 출현해 세상에 막대한 영향을 끼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인공지능이 우리를 놀라게 하는 것은 단순히 막대한 데이터를 순식간에 공부하고 암기해 어떤 질문에도 즉각 답해준다는 게 아니라 이세돌과의 바둑전에서 그러했듯, 인간의 그것을 넘어서는 창의성까지 보여주고 있다는 점이다.

인공지능을 이처럼 급속 발전시키는 것 이외에도, 매우 빠른 시일에 거대 디지털 기업들은 인간의 뇌에 대한 연구를 심화시켜 인공지능과 두뇌 간 인터페이스 ('신경 임플란트')를 개발해 인간의 지능을 인공지능 수준으로 증강시키게 될 것이라 저자는 전망한다. 부작용에 대한 우려나 윤리적 논쟁을 피하고자 하는 사람들도 있겠으나 상당수 부유층과 지식인 계층은 이러한 '증강 지능'을 쉽게 받아들여 타인들보다 월등한 지적 능력을 보여주게 되어 경쟁에서 앞서나감으로써 나중에는 결국 대다수 사람들이 따라가게 된다고 저자는 예상한다.
그러나, 저자는 당분간은 모든 사람들이 다 인공지능의 혜택을 평등하게 받을 수 없으므로 학업과 일자리에서는 불평등이 발생하게 되며 이러한 격차로 인한 사회적 불안을 완화시키기 위해 정부는 인공지능 교육 (인공지능과의 협업 방법 포함) 과 IQ 업그레이드 서비스 (신경과학 활용) 및 보편적 기본소득을 제공하지 않을 수 없게 되지만, 기본소득에 의존해 자신에 대한 교육과 훈련을 게을리하는 사람들은 뒤처질 수밖에 없다고 경고한다.
또한 저자는 앞으로의 교육은 지금까지와 달리 각 학생이 인공지능과 함께 각자의 수준과 취향에 맞는 맞춤식 개별적 교육을 받게 되며, 교사의 역할은 인공지능을 관리하는 것에 한정되므로, 교사는 인공지능에 대해 선도적으로 교육받고 공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는 환자를 직접 진단하고 치료. 수술하는 임무는 인공지능로봇에 맡기고 의사들은 인공지능과 소통하는 일에 주로 매진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과 같은 맥락이다.

신경과학과 생명공학이 극도로 발달하게 되면 마침내 어떤 사람은 불완전하고 예기치 않게 질병이나 부상에 취약한 본래의 신체 대신 사이보그로 바꾸는 것을 선택하고, 심지어 또 다른 사람들은 신체를 거느리는 것도 번거로워 '완벽한' 상태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소설 '뇌' 에서처럼)의 뇌로만 존재하면서 모든 것을 알고 모든 쾌감을 편안하게 느끼는 (이렇게 된다면 굳이 신체활동은 필요 없다) 영생을 즐기게 될 수도 있다고 저자는 전망한다.
이 책을 읽다 보니 꼭 영화 같은 이야기라서 과연 이런 세상이 금방 올까 의구심이 들기도 하지만, 가정용 컴퓨터와 인터넷, 그리고 스마트폰의 등장 간격에서 보듯 신기술이 급속도로 실현된 과거를 돌이켜 보면서 나 자신도 쳇 GPT에 수시로 이런저런 질문을 하여 일반 검색할 때보다 더 좋은 답변을 받아내고 있는 현실을 생각하니 공상이 아니라는 느낌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