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복씨의 한국인도 모르는 한복 이야기
신채민 지음 / 예미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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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블랙핑크나 방탄소년단이 개량한복을 입고 춤추는 장면은 이제 특별하지 않다. 전통을 입었다는 설명 없이도, 한복은 자연스럽게 오늘의 무대 위에 있다. 이 책은 그 익숙해진 풍경 뒤에서 출발한다. 



이 책은 한복을 말로만 다루지 않는다. 전통한복을 어떻게 입는지, 어떤 맥락에서 입어야 하는지까지 구체적으로 안내한다. 덕분에 한복은 ‘알아야 할 것’이 아니라 ‘입어볼 수 있는 옷’이 된다.


저자가 ‘한복씨’와 ‘신선해’라는 이름으로 이어온 작업, 그리고 ‘갓 페시네이터’라는 시도는 이 흐름을 또렷하게 보여준다.




 머리 위의 작은 장신구 하나에 전통과 현대, 현실과 상상이 겹쳐진다. 특히 북한의 ‘조선 옷차림 풍습’이 유네스코 인류무형 유산으로 등재된 사실은, 남한의 ‘한복생활’ 역시 이름을 얻을 준비가 되어 있음을 떠올리게 한다. 전통 위에 현대의 감각과 실용성, 창의성이 더해진 한복은 이미 살아 움직이는 문화다. 



언젠가 ‘한복 생활’이라는 이름으로 남한의 한복 문화 역시 유네스코에 오르게 된다면, 그 출발점 중 하나로 이 책을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될 것 같다. 한복을 입고 걷는 이 작은 실천들이 모여, 결국 문화의 이름이 된다는 믿음까지 함께 전해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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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 안에 잠든 학습 코드를 깨워라 - 고려대 영재교육원 10년의 공부 비밀을 밝힌다
이민주 지음 / 허들링북스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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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


공부가 잘되지 않는 이유를 우리는 너무 쉽게 의지나 노력의 문제로 설명한다. 집중하지 못하는 아이를 바라볼 때도, 예전만큼 생각이 또렷하지 않다고 느끼는 순간에도, 원인은 늘 개인에게로 돌아간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 뇌는 한 번 형성되면 고정되는 기관일까, 아니면 조건에 따라 계속 변화하는 존재일까. 이 질문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

공부가 잘되지 않는 이유를 우리는 너무 쉽게 의지나 노력의 문제로 설명한다. 집중하지 못하는 아이를 바라볼 때도, 예전만큼 생각이 또렷하지 않다고 느끼는 순간에도, 원인은 늘 개인에게로 돌아간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 뇌는 한 번 형성되면 고정되는 기관일까, 아니면 조건에 따라 계속 변화하는 존재일까. 이 질문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내가 서평단으로 이 책을 선택한 이유도 이 질문에서 출발한다. 뇌가소성, 뇌과학에 기반한 학습 코드, 그리고 학습이 가능해지는 최소 조건으로 제시되는 Good enough 상태라는 개념은 공부법을 넘어, 인지 기능을 어떻게 유지하고 발달시킬 것인가라는 문제로 이어진다. 아이의 학습뿐 아니라 성인의 배움, 나아가 치매 예방까지 함께 떠올리게 한다는 점에서 이 책은 단순한 학습서를 넘어선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공부를 잘하는 방법’이 아니라, 뇌가 작동할 수 있는 조건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가다.



이 책이 주는 감동은 공부의 실패를 개인의 성격이나 의지로 돌리지 않는 데 있다. 저자는 “공부는 아이가 아니라 뇌가한다"라는 전제를 세우고, 학습을 가능하게 만드는 조건들을 차분히 짚어 나간다. 수면, 감정 안정, 전두엽의 실행 기능, 반복과 루틴, 안전한 관계. 익숙한 요소들이지만, 뇌과학적 근거 위에 놓이면서 책임의 방향이 달라진다. 부모는 결과를 만들어내는 사람이 아니라, 아이의 뇌가 자랄 수 있는 환경을 설계하는 사람으로 자리 잡는다.




특히 인상적인 점은 기억과 감정을 분리하지 않는 설명 방식이다. 이 책은 기억을 저장 기술로 다루지 않는다. 기억은 감정과 맥락이 결합된 결과이며, 그래서 아이가 분명 외웠던 내용을 쉽게 잊어버리는 이유는 노력의 문제가 아니라 그 순간의 뇌 상태로 설명된다. 공부는 책상 위에서만 벌어지는 일이 아니다. 일상의 리듬과 정서적 안전 속에서 가능해지는 과정이다.



이 책의 부록은 특히 실생활에 도움이 된다. 뇌 상태 점검 체크리스트, 학습 환경 점검표, 학습 유형 진단, 하루·주간·월간 기록지는 평가를 위한 도구가 아니다. 지금의 뇌 상태가 학습을 감당할 수 있는지, 무리하지 않는 범위에 놓여 있는지를 살피게 한다. 아이의 학습 관리뿐 아니라, 성인의 인지 기능을 점검하는 데에도 충분히 활용 가능하다. 


이 책이 말하는 학습 코드는 특별한 재능이나 요령이 아니다. 잘 자고, 잘 먹고, 감정적으로 안전하며, 작은 반복을 견딜 수 있는 뇌 상태. 그 조건이 갖춰질 때 학습은 시작된다. 이 메시지는 아이의 공부를 걱정하는 부모에게만 머물지 않는다. 자신의 인지 기능과 삶의 리듬을 지키고 싶은 성인에게도 충분히 유효하다. 공부를 가르치기 전에, 먼저 뇌가 자랄 자리를 마련하는 일. 이 책은 그 출발점을  분명하게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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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어×중용 필사책
공자.자사 지음, 최종엽 편저 / 유노북스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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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어와 중용은 오래 읽혀 오는 책이다.


이 텍스트들이 전해지는 방식은 시대마다 달라지지만, 사람의 마음이 쉽게 기울고 다시 살펴야 한다는 전제는 지금도 유효하다. 이 고전들이 여전히 읽히는 이유도 바로 그 반복되는 상태를 전제로 삼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논어×중용 필사책>에서 최종엽의 해설은 논어와 중용의 많은 문장들 가운데 오늘의 삶에서 다시 읽어볼 만한 구절들을 골라 제시한다. 그의 해석은 사상을 체계적으로 정리하기보다, 문장이 놓인 맥락과 쓰임을 짚는 데 집중한다. 어떤 말이 어떤 상황에서 나왔는지를 따라가다 보면, 고전의 문장은 설명으로 정리되기보다 다시 생각해 볼 여지를 남긴 채 다가온다.


선정된 문장들은 길지 않고, 맥락을 크게 벗어나지 않으면서도 개별적으로 읽고 쓰기에 무리가 없다. 문장을 옮겨 적는 동안 의미를 빠르게 정리하기보다는, 잠시 멈추어 다시 바라볼 수 있도록 여백을 남긴다. 해설 역시 결론을 앞세우기보다, 문장 곁에 머물며 읽기의 흐름을 안내하는 데 그친다.



책의 구성은 이러한 해설을 받쳐 준다.

본문과 함께 배치된 필사 공간은 이 책이 ‘읽는 책’이면서 동시에 ‘쓰는 책’임을 분명히 한다. 문장을 옮겨 적고, 그 옆에 간단한 생각을 덧붙이는 흐름이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필사는 문장을 고정시키기보다 그날의 마음과 생각을 드러내는 방식에 가깝다. 같은 문장을 다른 날 다시 쓰면서, 그때의 상태에 따라 마음이 머무는 지점도 달라진다. 중용에 대한 해설은 특히 이 책의 중심을 이룬다. 중용을 중간쯤의 선택이 아니라, 치우침을 인식하고 다시 살피는 태도로 설명함으로써 반복해서 읽고 써볼 수 있는 관점으로 제시한다.


이 책을 통해 무엇을 새로 알게 되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다만 문장을 필사하며 그날의 생각을 함께  적으며  하루를  시작하거나 정리하는 데 도움이 되어 두번째 읽을 때는 공책을 준비하여 다시 필사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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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어 제인 오스틴 - 젊은 소설가의 초상 디어 제인 오스틴 에디션
김선형 지음 / 엘리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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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은 제인 오스틴 탄생 250주년에 해당하는 해다. 한 작가의 작품이 두 세기를 훌쩍 넘겨 지금까지 읽히고, 번역되며, 새롭게 해석되고 있다는 사실은 자연스럽게 몇 가지 생각을 불러온다. 제인 오스틴은 왜 지금 다시 읽히는가. 결혼과 계급, 가족이라는 제한된 세계를 다룬 소설이 오늘의 독자에게 여전히 의미를 갖는 이유는 무엇인가.


김선형 번역가의 <디어 제인 오스틴 : 젊은 소설가의 초상>은 이 물음에 대해, 이미 완성된 작가가 아니라 작가가 되어가는 과정에 놓여 있던 젊은 제인 오스틴의 시선으로 접근한다. 250주년이라는 시간의 간극을 강조하기보다, 한 명의 소설가가 어떤 환경과 조건 속에서 형성되었는지를 현재형으로 다시 읽게 만드는 책이다.

김선형은 특히 초기 작품에 주목한다. 초기작에서 오스틴은 이미 결혼 제도와 계급 감각, 여성에게 요구되는 태도를 비판적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다만 그 방식은 직접적인 비판이 아니라 풍자와 패러디, 과장을 통한 우회적 접근에 가깝다. 아직 서사적으로는 거칠지만, 사회 규범을 관찰하고 언어로 실험하려는 시도는 분명하다. 저자는 이러한 초기의 흔적을 따라가며, 오스틴의 문학이 어떤 과정을 거쳐 점차 정교해졌는지를 차분하게 보여준다.


특히 인상적인 부분은 김선형이 제인 오스틴의 삶과 작품을 따라가는 방식이다. 오스틴이 살았던 공간과 관계, 글을 쓰던 조건들을 하나씩 짚어가는 서술은 연구의 결과를 제시하기보다, 그 과정을 함께 따라가게 만든다. 이 과정에서 형성되는 감각은 과장되지 않은 문장 속에 스며들고, 독자 역시 그 흐름에 자연스럽게 동참하게 된다. 이러한 서술 방식은 이 책을 단순한 해설서가 아니라, 한 독서의 경로로 읽히게 한다.


이 책을 읽으며 번역가라는 직업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하게 된다. 김선형의 글은 문장과 어조, 시대적 맥락을 신중하게 연결하며 해석의 범위를 조절한다. <디어 제인 오스틴>은 제인 오스틴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는 동시에, 번역이라는 작업이 요구하는 시간과 책임을 자연스럽게 인식하게 만든다.


이러한 읽기는 다음 독서로 이어진다. 김선형 번역가가 옮긴 오만과 편견을 다시 읽고, 가능하다면 원문과 함께 병행해 읽고 싶다. 젊은 시절의 오스틴이 실험하던 문장의 리듬과 아이러니가 번역을 거치며 어떻게 다른 모습으로 구성되는지를 확인해보고 싶기 때문이다. 이 책을 읽으며 나 역시 저자처럼 제인 오스틴을 꾸준히 읽고 다시 찾게 되는 독자, 이른바 제이나이트가 되었음을 실감하게 된다. <디어 제인 오스틴>은 250주년이라는 시간의 표식을 넘어, 한 작가를 계속 읽게 만드는 조건이 무엇인지를 조용히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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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인 오스틴을 처방해드립니다
루스 윌슨 지음, 이승민 옮김 / 북하우스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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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저자의 삶을 따라가다 보면, 한 사람이 어떻게 문학을 통해 다시 자기 삶을 세우는지 알 수 있다.  1932년 호주 뉴사우스웨일스의 작은 도시 그리피스에서 태어난 루스 윌슨은 열다섯 살이 되던 1947년, 처음으로 제인 오스틴을 읽는다. 그 만남은 단순한 독서 경험을 넘어, 평생을 함께하게 될 동반자의 탄생에 가까웠다.


그러나 70대에 접어들며 삶의 전환기를 맞았을 때, 저자는 다시 처음의 자리로 돌아가기로 한다. 오래 알고 있었지만 한동안 멀어져 있던 오스틴의 소설을 다시 펼치며, 자신의 감정과 관계, 선택을 하나씩 정리하기 시작한 것이다. 젊은 시절에는 스쳐 지나갔던 문장들이 나이 든 지금에 와서 마음 깊숙한 곳을 건드리는 경험, 그 변화의 순간들을 윌슨은 놀라울 만큼 담담하고 진솔하게 기록한다.


<제인 오스틴을 처방해 드립니다>는 제인 오스틴의 작품을 해설하는 책이라기보다, 한 사람이 평생 동안 한 작가를 어떻게 곁에 두고 살아왔는지에 대한 기록에 가깝다.

혼란스러운 시기에 다시 읽은 <설득>에서, 앤 엘리엇은 상실과 흔들림을 지나 다시 앞으로 나아가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준다. 윌슨은 앤을 통해 ‘지금의 나’ 역시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믿음을 얻는다.


루스 윌슨이 평생 제인 오스틴과 함께 읽어왔듯, 나 역시 언젠가의 나를 불러오는 문장을 갖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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