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스튜던트 - 배움의 재발견
마이클 S. 로스 지음, 윤종은 옮김 / 소소의책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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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로스의 <더 스튜던트>는 ‘학생’이라는 말의 역사를 따라가며, 배움이란 무엇인지 다시 묻는 책이다.

공자·소크라테스·예수로 시작하는 첫 장부터 흥미진진하다. 공자는 제자들의 성격과 속도를 그대로 인정하며 그들이 가진 가능성을 끄집어낸 스승이었고, 소크라테스는 끝없는 질문으로 제자들이 스스로 생각하게 만든 사람이었다. 기독교 전통에서 예수를 따르는 학생은 가르침을 단순히 배우는 존재가 아니라, 삶의 방향을 따라가고 나아가 전하는 존재였다. 세 사람의 방식은 다르지만, 공통적으로 ‘스승은 삶을 강요하는 사람이 아니라, 학생이 깨어나는 순간을 열어주는 사람’이라는 메시지가 선명히 드러난다. 


이 고전적 장면들이 흥미로웠던 이유는, 내가 평소에 궁금해하던 ‘학생’이라는 말의 느낌과 자연스럽게 이어졌기 때문이다. student의 어원을 찾아보면 ‘열정·관심·헌신’을 뜻하는 라틴어 studēre에서 나왔다고 한다. 이 어원을 알고 나니 로스가 말하는 ‘학습자’의 의미가 더 또렷해졌다. 배움은 지식을 축적하는 일이 아니라, 세계를 향한 마음의 방향이라는 것. 결국 학생이란 시험을 통과하기 위해 잠시 머무는 신분이 아니라, 마음의 힘으로 살아가는 태도에 가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의 후반부에서 저자는 근대 대학의 탄생, 능력주의의 그림자, 학습자의 자율성을 둘러싼 논쟁을 거쳐 “쉬지 않고 배우며 스스로 생각하라”는 메시지로 나아간다. 그는 좋은 학생을 지시를 잘 따르는 사람으로 정의하지 않는다. 오히려 세계를 낯설게 바라보고, 자기 판단을 구성하려는 사람이라고 말한다. 그런 의미에서 학습자는 나이가 아니라 태도로 구분되는 존재다.


“쉬지 않고 배우며 스스로 생각하라”는 오늘의 질문에 직접 답한다. 능력주의와 불평등, 고등교육에 대한 냉소, 직업 준비로 축소된 대학 교육. 이런 흐름 속에서도 저자는 학생을 자기 판단을 구성하는 사람, 즉 학습자로 바라보자고 제안한다. 그에게 좋은 학생이란 세상을 다른 눈으로 바라보려는 사람, 그리고 스스로 사고를 계속 갱신할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이다. 


​책을 읽으며 나는 "지금 어떤 방식으로 배우고 있는가?" 를 자문한다. 또한 “학생으로 산다는 것”이 특정 시기에만 머무르는 신분이 아니라 평생 이어지는 태도라는 사실을 다시 생각하게 된다.


교사인 나는 가르치는 사람이지만, 동시에 계속해서 배우고 싶은 자세를 유지하려고 한다. 공자가 제자를 ‘있는 그대로’ 만났던 태도, 소크라테스가 질문으로 길을 열어준 방식, student라는 단어의 뿌리에 담긴 열정과 헌신. 이 모든 것들이 내가 되고 싶은 ‘배우는 사람’의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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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아한 기획자들의 요즘 업무 이야기 - 테크기업 일잘러는 어떻게 한술 더 뜨는가
이후정 외 지음 / 유엑스리뷰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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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요즘 업무 관련 책들을 읽다 보면, ‘기획’이라는 일이 점점 더 복잡해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단순히 아이디어를 내는 것을 넘어, 사용자의 흐름을 읽고, 팀의 리소스를 고려하고, 서비스의 감정 곡선을 설계해야 한다. 그래서 어떤 사람들이 실제 현장에서 어떻게 일하고 있는지 알고 싶어 책을 펼치게 되는 순간이 있다. <우아한 기획자들의 요즘 업무 이야기>는 그런 기대 속에서 만났다.


가장 흥미로웠던 점은 저자들이 모두 배민에서 실제로 일하고 있는 기획자들이었다는 사실이다. 배민스토어사업개발팀, CSR팀, 지역성장협력파트, 홍보실, 파트너커뮤니케이션팀, 캠페인플래닝팀, 푸드콘텐츠개발팀, 푸드서비스기획팀 등 각자 맡은 분야가 제각각인데, 책은 그 서로 다른 업무의 결을 아주 솔직하게 보여준다. 바깥에서 바라보던 배민이 아니라, 그 안에서 뛰는 사람들의 일상과 선택을 구체적으로 읽어낼 수 있다는 점에서 이 책의 매력은 더욱 선명해진다.


특히 금요일마다 모여 글쓰기 모임을 이어온 끝에 이렇게 한 권의 책을 냈다는 사실이 인상적이다. 빠듯한 실무를 견디면서도 경험을 기록하고 서로의 언어를 다듬어갔다는 점만으로도, 이 책은 결과물 그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기획을 ‘센스’나 ‘감’이 아닌 꾸준한 사고와 반복된 선택의 축적이라고 말해주는 대목이 바로 그 지점이다.


책 속에서 가장 유용했던 부분은 각자가 경험한 실패와 시행착오가 솔직하게 담겨 있다는 점이다. 기대와는 다르게 흘러간 프로젝트, 사용자 인터뷰에서 드러난 예기치 않은 결과들, 팀 간의 조율 과정에서 생긴 오해들까지—성공의 공식만 나열하는 기획서는 아니다. 오히려 “진짜 현장은 이렇게 움직인다”는 사실을 구체적 장면으로 보여준다.


읽고 나면 기획이라는 일이 어떤 화려한 문장보다, 작은 기준을 세우고 그 기준을 반복해 점검하는 과정이라는 생각이 남는다. 그리고 그 과정의 무게를 실제로 감당하고 있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었기 때문에, 배민이라는 조직도 이전보다 더 입체적으로 보이게 된다.


​평소에는 필요할 때마다 아무렇지 않게 켜서 쓰던 배달앱이었지만, 이 책을 읽고 나니 그 뒤에서 어떤 고민과 판단이 오가고 있는지 알게 되었다. 화면 너머에서는 누군가는 문제를 정의하고, 누군가는 사용자 경험의 흐름을 다듬고, 또 누군가는 실패와 시행착오를 기록하며 다음 선택을 준비하고 있었다는 사실이 새삼 흥미롭게 다가왔다. 익숙했던 일상 속 앱 하나도 여러 사람의 선택과 노력으로 이루어진 결과라는 점을 책을 통해 다시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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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15분 호르몬 혁명 - 우리 몸의 관제탑, 호르몬 관리로 10년 젊어지는 루틴
안철우 지음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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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읽을 책을 고를 때 나는 추천인을 먼저 본다. <하루 15분 호르몬 혁명>은 세바시 PD 구범준님의 추천을 보고 선택한 책이다. 저자인 안철우 교수는 내분비내과 전문의로, 실제 진료 현장에서 수많은 환자의 호르몬 문제를 다루는 의사다.

코르티솔, 멜라토닌, 세로토닌처럼 익숙하지만 정확히 알지 못했던 호르몬들이 하루의 리듬 속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 일상의 언어로 풀어낸다. 특히 호르몬 관리가 여성에게만 필요한 일이라는 편견을 깨고, 남성에게도 똑같이 중요하다는 설명을 읽는 순간 나는 바로 반려인에게 이 책을 권했다. 스트레스와 수면 부족, 불규칙한 식사는 남녀 모두에게 호르몬 불균형을 일으킨다는 말이 설득력 있게 다가온다.


식습관과 운동 루틴을 안내하는 부분도 실용적이다. 밥을 급하게 먹는 습관이 있는 내게 렙틴 분비를 돕는 식사법은 당장 실천하게 하는 조언이다. 흑미·검은콩밥, 검은깨 드레싱, 근육을 만드는 블랙푸드 식단 등 일상에서 실천하기 쉬운 예시들이 많다. 하루 중 어떤 스트레칭이 호르몬 균형을 도와주는지도 그림과 함께 소개되어 있어 그대로 따라 하기 쉽다.


그리고 “알츠하이머는 제3형 당뇨병”이라는 표현이 놀라웠다. 뇌의 에너지 대사와 당 조절이 흔들리면 기억력까지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탄수화물을 절제해야겠다는 다짐을 다시 한다. 



부록의 ‘5대 호르몬을 보충하는 5가지 레시피’는 단순한 조언이 아니라 매일 챙겨야 할 기본 루틴이다. 멜라토닌을 돕는 아침 햇빛, 성장호르몬을 위한 줄넘기, 세로토닌을 위한 티타임과 필사, 옥시토신을 채우는 음악 감상, 인슐린 균형을 잡는 거꾸로 식사법까지 생활 속에서 바로 실천할 수 있는 행동들이 담겨 있다. 여기에 31일 동안 기록하는 호르몬 챌린지 노트는 배운 내용을 실제 변화로 연결해 준다.



<하루 15분 호르몬 혁명 >은 호르몬을 통해 지금의 나를 어떻게 돌볼지를 구체적으로 보여주는 생활 안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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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붕의 글로벌 AI 트렌드 - 지금 모든 자본은 AI를 향하고 있다
최재붕 지음 / 쌤앤파커스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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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최재붕의 글로벌 AI 트렌드>에서 저자는 전 세계 자본이 빠르게 AI로 이동하고 있다는 흐름을 짚으며, 특히 젊은 세대가 AI를 꾸준히 학습하고 자신의 공부·업무·창업에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흥미로운 지점은 세계 최고 수준의 디지털 환경을 갖춘 한국에서 오히려 혁신 속도가 기대만큼 빠르지 않은 이유로, 중장년 기득권 세대의 본능적 경계심과 IMF 외환위기에서 비롯된 불안을 지적한다는 점이다. 급격한 제도 변화 속에서 축적된 개인적 상처와 사회적 기억이 새로운 기술 수용을 주저하게 만든다는 분석은 한국 사회의 현재를 돌아보게 한다.




이 책을 읽으며 가장 큰 동기부여가 되었던 부분은 회사 내부에 흩어진 파일과 이메일 속 정보를 AI를 통해 보안 리스크 없이 추출·편집·분석해 원하는 형태의 리포트로 빠르게 전환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다. 이는 단순한 편의 기능이 아니라 업무 방식 전체를 바꾸는 변화라 실제로 시도해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반면 많은 AI 서비스가 사용 전부터 카드 등록을 요구해 새로운 시도를 가로막는 현실은 아쉬운 장면으로 남는다.




가사 노동을 대신할 ‘피지컬 AI’의 상용화, AI가 촉진할 한국 관광 산업의 재도약, K-컬처의 확장 가능성은 산업의 미래를 더욱 입체적으로 보여준다. 그러나 한국 교육이 여전히 명문대 중심 구조에 머문다면 AI 시대와의 충돌이 불가피하다는 저자의 지적도 공감된다.



 코딩을 AI가 상당히 대체하는 시대에 조기 코딩교육이 과연 최선인지도 함께 고민해야 한다.

저자는 제조업·반도체·AI 기술 위에 문화산업이 결합될 때 한국이 새로운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말한다. 이 책을 읽고 나는 AI 혁명을 두려움이 아니라 ‘작게라도 직접 시도해보는 용기’로 마주해야 한다는 사실을 다시 깊이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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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소도시 여행을 가장 행복하게 하는 방법 일본 여행을 가장 행복하게 하는 방법
허근희 지음 / 두드림미디어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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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여행을 떠올리면 처음에는 풍경이 먼저 스쳐 지나가지만, 시간이 지나면 생각나는 것은 그곳에서 마주쳤던 여러 장면들이다. 낯선 골목의 분위기나 오래된 다리 위에 잠시 머물게 했던 고요함 같은 순간들이 여행 전체의 결을 바꾸곤 한다. 그래서 나는 소도시를 이야기할 때도 장소만큼이나 사람이 만든 느낌을 살피는 책에 자연스럽게 마음이 간다.




<일본 소도시 여행을 가장 행복하게 하는 방법>은 그런 의미에서 여행의 본질을 차분하게 보여주는 책이다. 일본어 관광통역사로 수많은 여행객과 함께 걸어온 허근희 저자는 도시의 정보를 나열하기보다, 사람들이 그곳에서 어떤 장면을 마주했는지를 먼저 떠올리게 만든다. 



나오시마에서는 쿠사마 야요이의 세계가 자연스럽게 열리고, 마쓰에에서는 일본에 귀화해 ‘그리스 고향보다 일본을 더 사랑한 작가’로 불렸던 라프카디오 헌의 자취가 이어진다. 마츠에성의 대차회, 다카마쓰와 도쿠시마의 아와오도리 같은 오래된 축제들은 도시가 간직해온 시간이 어떻게 흐르고 쌓였는지 보여준다. 



한 가지 아쉬움이 있다면, 소도시마다 한두 장씩 풍경 사진이 실렸다면 저자가 말한 ‘도시의 호흡’이 더 선명하게 느껴졌을 것 같다. 그럼에도 다양한 사람들과 함께 쌓아온 저자의 경험이 책 전반에 자연스럽게 배어 있어, 언젠가 그의 안내를 직접 받으며 책 속 소도시들을 걸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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