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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부터 채식주의
김윤선 지음 / 루미의 정원 / 2025년 10월
평점 :
요즘 비건에 대한 관심이 부쩍 많아졌다.
주변에도 비건을 선언한 사람들이 제법 있고, 나 역시 점점 비건식으로 식단을 짜고 있다. 그러던 중 반갑게도 김윤선 시인의 <오늘부터 채식주의> 서평단에 당첨되었다.

저자는 어린 시절 어머니가 동짓날마다 직접 쑤어주시던 단팥죽, 손수 맷돌에 간 두부, 텃밭에서 거둔 봄동으로 무친 나물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 장면들은 단순한 식탁의 풍경이 아니라, 세상을 향한 윤리적 시선이 피어나는 자리처럼 보인다. 음식은 생존의 수단을 넘어 세계를 이해하는 언어로 확장된다.

이 책의 진짜 감동은 ‘채식’이 아니라 ‘사랑’에 있다.
시인은 살아 있는 것들에 대한 감사를 배운다. 가지의 보랏빛 살결, 두부의 하얀 숨결, 팥의 단내가 그녀에게는 모두 ‘생명의 언어’다. 식물의 숨과 사람의 마음이 이어지는 그 지점에서 글은 윤리의 언어로 변한다.

이어 등장하는 인물들은 시인이 존경하는 ‘연민의 사람들’이다.
피타고라스, 다이애나, 호아킨 피닉스, 헬렌 니어링, 반 고흐, 틱낫한 등 서로 다른 시대를 살았지만, 모두 ‘함께 살아가기 위한 마음’을 품은 이들이다.
저자는 그들의 이야기를 통해 비건이 단순한 윤리의 선택이 아니라, 타인의 고통을 알아차리는 감각이라는 사실을 전한다. ‘연민주의자들’이라는 제목은 그래서 이 책의 중심이자 시인의 방향이 된다.
책의 후반부에는 비건으로 살아가는 일상이 펼쳐진다.
비건은 금욕이 아니라, 세상을 덜 아프게 살아내려는 삶의 자세임을 공감하게 된다. 그리고 마지막 장을 장식하는 레시피들은 그 사유의 완성처럼 놓여 있다.
된장미역국, 버섯두부강정, 두부마요네즈, 비건 초밥 도시락—
레시피마다 삶을 돌보는 손길이 느껴진다.

책과 함께하는 동안 내 식탁은 저자의 레시피로 조금 더 신선해지고, 마음은 한결 부드러워졌다.
무엇을 먹느냐보다 어떤 마음으로 먹는가가 더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는다.
저자가 소개한 헬렌 니어링의 <소박한 밥상>과 로이스 로리의 <기억 전달자>를 읽을 목록에 올려두며, 그녀의 레시피를 응용해 하루를 조금 더 다정하게 살아야지! 오늘을 약속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