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다정함을 선택했습니다
안젤라 센 지음 / 쌤앤파커스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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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요즘 책을 펼치면 ‘다정함’이라는 단어가 유난히 눈에 들어온다. 인간관계의 피로와 빠른 말투 사이에서 사람들은 “어떻게 말해야 덜 다치고 덜 후회할까”를 고민한다. 참고 맞추던 예전 방식이 더 이상 통하지 않는 지금, 나를 잃지 않으면서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새로운 감정 사용법을 찾으려는 흐름은 분명해졌다. 그런 움직임 속에서 만난 책이 안젤라 센 심리 치료사의 <나는 다정함을 선택했습니다>이다.


영국에서 심리치료사로 활동한 저자는 치료 현장에서 본 장면들과 함께, 자신이 중·고등학교 시절 겪었던 상처까지 꺼내 보인다. 감정이 굳어지던 순간과 그 감정을 다시 회복해가는 과정을 숨기지 않고 기록하며, 다정함이 결국 자기 이해의 과정에서 비롯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내 삶의 운전대는 결국 내가 잡아야 한다."


 저자가 말하는 다정함은 누군가에게 맞추느라 소진되는 ‘착함’이 아니라, 감정을 정직하게 바라보고 삶의 방향을 선택하는 힘에 가깝다.


걱정이 많은 내게 저자의 유치원생 딸이 건넨 “다 쓸데없는 걱정이었어”라는  그 말이 큰 위로가 되었다. 저자가 소개하는 SNR—멈추고, 살피고, 반응하는—기법도 그렇다. 말이 곧장 튀어나가는 순간을 잠시 붙잡아 주고, 감정의 속도를 조절할 여지를 만들어준다. 던바의 수와 액설로드 실험은 나에게 낯선 용어였지만, 오히려 그 덕분에 다정함이 기질이 아니라 관계 속에서 선택 가능한 방식이라는 설명이 더 명확하게 다가왔다.


Adult Only’와 ‘No Kids Zone’의 표현 차이를 설명하는 대목은, 말 한마디가 공간의 태도와 분위기까지 바꾼다는 사실을 다시 생각하게 한다. 


치료 현장에서 만난 내담자들의 이야기는 우리 일상과 크게 다르지 않다. 말투 하나, 무심한 행동 하나에서 오래 눌러두었던 감정이 떠오르는 순간마다 독자는 자연스럽게 자신의 관계 방식을 돌아보게 된다. 그래서 책을 읽고 난 뒤에는 “지금의 나는 얼마나 다정한가”라는 질문이 조용히 따라온다. 다정함은 결국 나를 잃지 않고도 관계를 지켜내는 또 하나의 방법임을 이 책은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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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에서 인생을 묻다 - 그랜드 투어, 세상을 배우는 법
김상근 지음, 김도근 사진 / 쌤앤파커스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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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18세기 유럽의 상류층 젊은이들은 성인이 되기 전 ‘그랜드 투어’라 불리는 긴 여행을 떠났다. 로마의 예술을 보고, 파리의 사교 문화를 익히고, 베네치아에서 외교 감각을 배우는 이 여정은 한 사람의 품격을 완성하는 마지막 교육 과정이었다.


그 시대를 살았던 체스터필드는 영국의 정치가이자 외교관으로, 섬세한 생활 감각과 예리한 관찰력을 지닌 인물이었다. 아들이 낯선 땅에서 겪게 될 시행착오를 누구보다 잘 알았던 그는, 아들이 유럽의 길 위로 떠난 뒤 편지를 통해 그 여정을 지켜보았다. 직접 곁에 있을 수 없는 대신 조언과 마음을 문장 속에 담아 아들에게 건넸다. 그는 생애 동안 아들에게 448통의 편지를 남겼고, 그중 5년간의 그랜드 투어 동안 153통을 보냈다. <길 위에서 인생을 묻다>는 그중 핵심만을 골려 52통의 편지를 엮었다.



편지를 읽다 보면 체스터필드는 훈계자의 자리에 서지 않는다. 자신의 실수와 허세를 숨기지 않고, 젊은 날의 어리석음을 솔직하게 털어놓는 아버지다. “나는 너보다 훨씬 많은 어리석음을 저질렀다”라는 고백은 아들이 조금 덜 헤매길 바라는 마음을 그대로 드러낸다.



52개의 편지에는 말하는 법, 듣는 태도, 몸가짐과 옷차림, 힘의 균형 감각, 절제, 평생 배우는 자세처럼 시대를 넘어 중요한 태도들이 반복된다. 체스터필드가 말한 ‘보 몽드(beau monde)’란 사교적 기교가 아니라, 어디서든 품격 있게 행동할 수 있는 사람을 뜻한다. 여행지가 사람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그 여행을 대하는 태도가 사람을 만든다는 그의 믿음이 편지 전체를 관통한다.


편집자 김상근 교수의 ‘나가는 글’은 체스터필드의 조언을 고전적 충고에서 오늘의 삶에 필요한 태도의 원칙으로 다시 읽게 만든다. 그의 해석을 따라 읽다 보면, 태도는 결국 인생의 방향을 바꾼다는 문장이 마음에 남는다. 그 문장을 하루의 첫머리에 두기만 해도 우리는 이미 각자의 그랜드 투어를 더 단단한 걸음으로 걷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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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문장 그만 쓰는 법 - 어휘, 좋은 표현, 문장 부호까지 한 번에
이주윤 지음 / 빅피시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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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글을 오래 써도 ‘뭔가 어색한 문장’을 끝내 고치지 못할 때가 있다. 쓴 글의 어순이나  철자를 올바르게 쓴 건 맞는지조차 자신이 없을 때가 있다. 이주윤의 <이상한 문장 그만 쓰는 법>은 그 막막함을 덜어주는 실전형 문장 수업이다.



특히 번역투가 습관처럼 스며 있는 나에게 이 책은 큰 도움이 되었다. 번역투는 문법적으로 틀리지 않아도 직역 구조가 남아 문장의 리듬과 뉘앙스를 어색하게 만드는데, 나는 그 문제를 안다고 하면서도 쉽게 고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 책은 그런 한계를 해결하기 위해 문장이 호흡하는 법과 문맥 속에서 흐름을 살리는 방법을 알려주며, ‘-을(를)’을 덜어내거나 무심코 붙인 ‘-들’을 줄이는 등 잘못 자리 잡은 습관을 자연스럽게 교정하도록 돕는다.



한국어는 공부하면 할수록 어렵다. 조사 하나, 어미 하나가 의미를 뒤집고, 어순만 달라져도 느낌이 바뀐다. 그러나 그 미묘한 차이 속에 한국어의 깊이가 있다. 그래서 책을 읽으며 “한국어는 결국 감각의 언어”라는 생각에 자연스럽게 닿게 된다. 문법적 정확함보다 문장의 리듬과 숨결을 익히는 일이 진짜 글쓰기 훈련임을 깨닫게 한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구성의 힘이다. ‘초급–중급–고급’ 단계로 난도를 나눈 방식은 문장 체력을 차근차근 쌓아가는 트레이닝 같고, 각 장마다 붙어 있는 연습 파트는 단순히 틀린 문장을 고치는 수준을 넘어 내가 왜 그렇게 썼는지 스스로 점검하게 만든다.



무엇보다 ‘틀리기 쉬운 어휘 70’과 ‘비슷해서 헷갈리는 어휘 70’을 한데 모아 제시한 구성은 다문화·외국인 학습자를 가르치는 내게 큰 도움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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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부터 채식주의
김윤선 지음 / 루미의 정원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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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비건에 대한 관심이 부쩍 많아졌다.

주변에도 비건을 선언한 사람들이 제법 있고, 나 역시 점점 비건식으로 식단을 짜고 있다. 그러던 중 반갑게도 김윤선 시인의 <오늘부터 채식주의> 서평단에 당첨되었다.



저자는 어린 시절 어머니가 동짓날마다 직접 쑤어주시던 단팥죽, 손수 맷돌에 간 두부, 텃밭에서 거둔 봄동으로 무친 나물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 장면들은 단순한 식탁의 풍경이 아니라, 세상을 향한 윤리적 시선이 피어나는 자리처럼 보인다. 음식은 생존의 수단을 넘어 세계를 이해하는 언어로 확장된다.

이 책의 진짜 감동은 ‘채식’이 아니라 ‘사랑’에 있다.

시인은 살아 있는 것들에 대한 감사를 배운다. 가지의 보랏빛 살결, 두부의 하얀 숨결, 팥의 단내가 그녀에게는 모두 ‘생명의 언어’다. 식물의 숨과 사람의 마음이 이어지는 그 지점에서 글은 윤리의 언어로 변한다.




이어 등장하는 인물들은 시인이 존경하는 ‘연민의 사람들’이다.

피타고라스, 다이애나, 호아킨 피닉스, 헬렌 니어링, 반 고흐, 틱낫한 등 서로 다른 시대를 살았지만, 모두 ‘함께 살아가기 위한 마음’을 품은 이들이다.


저자는 그들의 이야기를 통해 비건이 단순한 윤리의 선택이 아니라, 타인의 고통을 알아차리는 감각이라는 사실을 전한다. ‘연민주의자들’이라는 제목은 그래서 이 책의 중심이자 시인의 방향이 된다.



책의 후반부에는 비건으로 살아가는 일상이 펼쳐진다.

비건은 금욕이 아니라, 세상을 덜 아프게 살아내려는 삶의 자세임을 공감하게 된다. 그리고 마지막 장을 장식하는 레시피들은 그 사유의 완성처럼 놓여 있다.

된장미역국, 버섯두부강정, 두부마요네즈, 비건 초밥 도시락—

레시피마다 삶을 돌보는 손길이 느껴진다.




책과 함께하는 동안 내 식탁은 저자의 레시피로 조금 더 신선해지고, 마음은 한결 부드러워졌다.

무엇을 먹느냐보다 어떤 마음으로 먹는가가 더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는다.

저자가 소개한 헬렌 니어링의 <소박한 밥상>과 로이스 로리의 <기억 전달자>를 읽을 목록에 올려두며, 그녀의 레시피를 응용해 하루를 조금 더 다정하게 살아야지! 오늘을 약속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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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화 치료의 시대 - DNA부터 뇌까지 최신 트렌드로 보는 12가지 건강수명 전략
이영진 지음 / 아침사과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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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




나이 듦은 피할 수 없지만, 늙어가는 방식은 선택할 수 있다.

이영진의 <노화 치료의 시대>는 그 선택의 방법을 과학의 언어로 보여주며,

노화를 늦추는 비법이 아니라, 몸을 이해하고 관리하는 구체적인 길을 안내한다.



저자는 노화를 관리 가능한 생명 과정으로 바라본다. 그것을 단순한 자연의 흐름이 아니라 치료가 필요한 생리적 변화로 정의한다. 세포 속에서 일어나는 DNA 손상, 텔로미어 단축, 자가포식 저하, 미토콘드리아 기능 장애, 장내 미생물 불균형 등 노화의 핵심 원인을 생명과학적으로 해석하며, 이를 늦추거나 완화할 수 있는 구체적 방법을 제시한다.



약초를 연구하는 의사로서 그는 전통 지식과 의학적 데이터를 연결한다. 아슈와간다, 인삼, 퀘르세틴, 미토Q, 유로리틴A 같은 천연물과 보충제가 장별로 등장한다. 각 성분은 면역 강화, 항산화, 자가포식 활성화, 미토콘드리아 기능 개선 등 세포 회복 기전을 중심으로 설명된다. 저자는 단순히 약초를 나열하지 않는다. 복용량, 흡수율, 부작용, 주의사항까지 임상 데이터를 근거로 제시한다. 이 책에서 ‘약초’는 경험이 아니라 검증된 과학이다.



그가 제안하는 노화 치료는 일상의 조율에서 출발한다. 간헐적 단식으로 세포의 청소 기능을 되살리고, 유산소 운동으로 에너지 대사를 활성화하며, 숙면으로 뇌의 회복 능력을 높인다. 식습관과 운동, 수면이 약보다 강력한 치료임을 그는 반복해서 강조한다.



요즘 ‘건강도 실력’이라는 말을 자주 듣는다.

이 책은 바로 그 실력을 키우는 구체적인 안내서다.

노화를 두려움이 아닌 관리의 대상으로 바라보게 하고, 잘 나이드는 법을 실제 생활 속에서 실천하도록 돕는다. 읽는 내내 ‘건강하게 늙는 일도 결국 배워야 하는 일’이라는 생각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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