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르케고르의 절망 수업 - 실존주의 철학자가 말하는 절망을 희망으로 바꾸는 삶의 연금술
쓰쓰미 구미코 지음, 전경아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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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현대 사회는 개인이 끊임없이 자신과 타인을 비교하게 만드는 환경이다. 소셜 미디어와 같은 플랫폼은 사람들로 하여금 자신의 삶을 타인의 삶과 비교하게 만들고, 이로 인해 자존감이 떨어지거나 절망을 느끼게 한다. 또한 급변하는 사회 속에서 고립감을 느끼는 사람도 많아지고 있으며, 이는 심리적 고통과 깊은 좌절로 이어지곤 한다.



이러한 현대인의 고뇌를 이해하고 극복하기 위해, 일본 작가 쓰쓰미 구미코는 키르케고르의 철학에서 해답을 찾았다. 저자의 신간 <키르케고르의 절망 수업>은 19세기 철학자 키르케고르의 절망 이론을 현대적으로 재구성하며 독자들에게 절망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을 제시한다.

? 무한성의 절망: 인간의 가능성은 무한하다고 생각하며 현실을 회피하고 현재를 살지 못하는 사람들.

? 유한성의 절망: 현실에만 안주하며 타인과 비슷하다는 사실에 안심하고 상상력을 잃은 사람들.

? 가능성의 절망: 미래의 가능성에 집착하며 자신이 무엇이든 할 수 있다고 믿는 사람들.

? 필연성의 절망: 일어난 일을 ‘운명’으로 간주하며 체념하는 사람들.




저자는 독자들이 자신이 어떤 유형에 속하는지 파악할 수 있도록 Yes/No 퀴즈를 제공한다. 퀴즈를 통해 내가 속한 유형은 ‘가능성의 절망’이었다. 이에 따라 저자의 권유대로 해당 유형에 관련된 3장과 7장을 먼저 읽어 보았다.

책에서는 절망의 유형뿐 아니라, 절망의 수준별 대처법도 부록으로 정리되어 있어 구체적인 실천 방안을 제시한다. 저자는 결국 “자신이 누구인지, 자신의 진심을 직면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라고 역설한다. 책의 각 장에서는 다양한 상담 사례를 통해 절망이 우리 일상에서 어떻게 나타나는지를 보여주며, 독자는 이를 자신의 경험에 접목해 해결책을 모색할 수 있다. 또한 각 장의 마지막에 칼럼란을 추가하여 키르케고르의 개인사와 사상을 정리해 주어 그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



이 책을 읽으며 흥미로웠던 점은 키르케고르의 절망이 단순히 부정적인 감정이 아니라, 자기 인식과 성장을 촉진하는 요소로 해석된다는 점이다. 저자는 키르케고르의 저서 <죽음에 이르는 병>을 인용하며, 절망이 인간 존재의 깊이를 탐구하고, 고난 속에서 삶의 의미를 찾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고 설명한다. 

나는 그동안 키르케고르의 철학을 너무 어렵고 추상적이라고 여겨 읽기를 망설였지만, 이 책 덕분에 그의 철학을 훨씬 쉽게 이해할 수 있었다. 특히 이론적 논의에 그치지 않고, 절망이 일상생활에서 구체적으로 어떻게 나타나는지를 다양한 사례를 통해 풀어내어 자신의 경험과 연결시킬 수 있도록 돕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쓰쓰미 구미코의 <키르케고르의 절망 수업>은 단순한 철학 입문서가 아니다. 현대인이 겪는 다양한 고뇌와 절망을 깊이 있게 탐구하며, 이를 극복하기 위한 실질적인 방법을 제공하는 책이다. 절망을 새로운 시각으로 이해하고 싶은 이들에게 강력히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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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사로 배우는 교양 영단어
나가이 타다타카 지음, 곽범신 옮김 / 로그인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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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를 배우면서 동시에 세계사의 중요한 사건과 인물을 학습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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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사로 배우는 교양 영단어
나가이 타다타카 지음, 곽범신 옮김 / 로그인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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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영어로 세계사를 학습할 수 있는 교재가 출간되었다. 저자는 일본 아오야마가쿠인 대학교 경영학부에 재직 중인 나가이 타다타카 교수로, 이 책의 목표는 학습자가 영어 지문을 독해하면서 세계사에 관한 교양을 쌓고 독서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교재는 ‘고대’, ‘중세·근세’, ‘근대’, ‘현대’의 4장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 장은 특정 역사적 사건, 종교, 인물을 중심으로 36~40개의 소단원으로 나뉜다. 이처럼 시대별로 접근함으로써 독자는 역사적 흐름을 쉽게 파악하고, 각 시대의 특징과 주요 사건 및 인물을 간략하게 이해할 수 있다. 특히, 각 장의 시작에는 해당 인물이 활동했던 장소나 사건이 일어난 장소를 표시한 세계 지도가 포함되어 있어, 역사적 사건의 지리적 맥락을 직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도록 했다.



예를 들어, 단원에서는 ‘알렉산더 대왕의 정복’, ‘프랑스 혁명’, ‘산업혁명’, ‘세계대전’ 등 다양한 주제를 다루며, 시간의 흐름에 따라 배열되어 있어 역사적 연대기를 자연스럽게 따라갈 수 있다. 각 소단원은 약 180단어로 구성되어 있어 기초적인 세계사 상식 자료로 활용하기에 적합하다. 익숙한 주제도 포함되어 있지만, 이전에 몰랐던 새로운 정보를 함께 제공해 독자가 역사에 대한 호기심을 자연스럽게 느낄 수 있도록 한다.


지문의 단어들은 TOEIC, TOEFL, IELTS와 같은 시험의 기출 데이터를 면밀히 분석하여 빈번히 출현하는 단어들을 선별해 ‘교양 단어’로 정리했다. 선정된 단어는 뜻, 발음 기호, 품사, 활용법과 함께 제공되어, 학습자가 이를 실제 시험에서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또한, 본문에 포함된 학교 관련 단어들을 후반부에 별도로 정리해, 독자가 단어의 의미와 사용법을 체계적으로 익힐 수 있도록 했다. 지문이 어렵게 느껴진다면, 먼저 학교 단어를 확인하는 것이 독해에 큰 도움이 된다.

각 장의 끝에는 독자의 흥미를 자극하는 <알아두면 좋은 명언집>이 포함되어 있어, 학습과 동시에 재미를 더한다.


별책부록인 ‘학교 단어 800’은 각 소단원의 지문에서 고등학교 교육 과정에 포함된 단어들을 정리한 것으로, 자신감이 부족한 독자들이 기초를 다시 다질 수 있도록 돕는다. 또한, 필요한 경우 추가 학습을 통해 영어 기초를 강화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각 소단원은 독립적으로 구성되어 있어 역사적 사건이나 인물에 대한 간략한 설명을 제공하지만, 전체적인 역사적 흐름이나 사건 간의 연관성은 부족하다. 또한, 역사적 배경지식이 부족한 독자에게는 일부 지문을 이해하는 데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

그럼에도 독자는 흥미가 가는 소단원부터 선택적으로 학습할 수 있으며, 영어를 배우면서 동시에 세계사의 중요한 사건과 인물을 학습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를 통해 언어 능력과 역사적 통찰력을 동시에 향상시킬 수 있다. 특히, TOEFL과 IELTS를 준비하는 수험생이나 세계사 상식과 필수 영단어를 효율적으로 배우고 싶은 직장인들에게 추천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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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의 언어 - 삶과 죽음의 사회사, 2024 아우구스트 상 수상작
크리스티안 뤼크 지음, 김아영 옮김 / 북라이프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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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제목에 자살이란 단어를 치자마자 자살예방 상담전화, 정신건강상담전화번호가 바로 뜬다. 이런 예방 차원이 있는 걸 처음 알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OECD 자살률 1위란 불명예를 지닌 대한민국 국민인 나는 주변의 누군가가 자살한 사람이 있으면 쉬쉬하며 살아야 하는 문화 속에 살고 있다.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이 단지 개인적으로 문제가 있어서 일까? 치료 연명 거부나 스위스를 비롯 몇몇 나라에서 제한적 조건하에 조력자살 존엄사가 합법적으로 시행되고 있는데 그것과 자살의 다른 점은 무엇일까?

개인의 사회 부적응쯤으로 치부되어 온 자살을 역사와 철학적으로 분석한 신간 <자살의 언어> 을 읽으며 ‘어떻게 죽음을 맞이할까’를 생각하였다.

저자는 자살 연구 분야의 세계적인 권위자로 인정받고 있는 스웨덴의 정신과 의사이자 교수인 크리스티안 뤼크다. 그는 자신의 고모가 자살한 사건과 그 사건들로 인한 가족들의 아픈 서사를 담담히 고백하며 자살하려는 사람들, 가족 중에 자살한 사람이 있는 사람들을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자살의 원인을 분석하여 자살이 개인의 심리적 고통뿐만 아니라, 사회 구조와 문화적 배경에 의해 형성된다고 강조한다.

그래서 자살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자살을 단순한 개인적 선택으로 한정 짓지 않고, 그것이 발생하는 다양한 사회적, 문화적, 경제적 요인들을 복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총 12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자살의 원인들을 심층 분석하며 또한 유의미한 삶의 의미를 점검한다.

저자는 로마 공화국의 건국 신화에서 중요하게 다뤄지는 루크레티아의 자살에 대한 아우구스티누스의 관점이나 아퀴나스의 자살 반대론을 예를 들며 자살에 대한 인식이 어떻게 변화해왔는지를 역사적 관점에서 서술한다. 또한 자살을 개인의 선택으로 보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인지에 대해서 18살에 자살한 아들을 둔 아버지의 태도를 중립적으로 묘사한다. 저자는 자살 위험을 증가시키는 우울증, 불안 장애, 조현병 등 정신적 질환을 겪고 있는 사람들, 자살을 경험한 개인들, 자살 피해자들의 사례를 통해 그들이 겪는 심리적 갈등, 절망감과 고통을 생생하게 전달한다. 또한, 자살을 금기시하는 종교와 할복을 도덕적인 행위로 간주했던 일본의 문화를 묘사하며 종교와 문화에 따라서 자살을 바라보는 관점이 다름을 독자에게 알려준다.

특히 저자는 조력사에 의한 죽음을 윤리적, 철학적 관점에서 생각하게 해준다. 그는 조력사에 의한 죽음이 개인의 자율성과 선택의 자유를 존중하는 측면을 강조하면서도, 사회적 책임과 윤리적 딜레마에 대해서도 깊이 있는 논의를 펼친다. 이러한 선택이 개인의 고통 해소와 관련이 있지만, 동시에 사회가 그 선택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처리해야 하는지를 숙고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의 관점은 조력사에 의한 죽음이 단순한 해결책이 아니라, 여러 가지 복잡한 감정과 상황을 동반하는 문제로 인식해야 함을 시사하며 이러한 논의가 개인의 권리와 사회의 도덕적 기준 사이의 균형을 찾아가는 과정임을 강조한다.

전 세계에서 매년 80만 명 정도가 생을 마감한다고 한다. 현대 사회에서 사람들은 종종 고립감을 느끼며, 이는 자살 위험을 증가시킨다. 저자는 사회적 관계의 약화가 개인의 정신 건강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을 강조하며 사람들이 서로 연결되고 지지하는 네트워크가 자살 예방에 얼마나 중요한지를 설명한다. 고립된 개인이 느끼는 고통을 풀어줄 수 있는 방안으로 사회적 연결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스웨덴의 자살 제로 비전 정책, 미국의 자살 예방을 위한 전국 행동 연합’을 예로 보여준다. 또한 국가 차원에서 자살 예방에 관한 연구 및 자살률과 관련된 데이터를 체계적으로 수집하고 분석하여 효과적인 정책을 시행하고 있음을 제시하며 자살 예방에 희망이 있음을 강조한다. 어떻게 죽어야 할까는 결국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와 밀접한 관계가 있음을 이 책은 알려준다.


저자는 과거에는 자살이 금기시되고 부정적인 시각으로 바라보았지만, 현대에는 이를 보다 개방적이고 이해하는 태도로 접근해야 한다며 언급하며 자살 문제를 공개적으로 논의함으로써 사회적 낙인을 줄이고, 자살 예방을 위한 대화를 촉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 책을 통해 자살이라는 복잡한 주제를 더 깊이 이해하고,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방법을 고민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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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의 위로 - 모국어는 나를 키웠고 외국어는 나를 해방시켰다
곽미성 지음 / 동양북스(동양문고)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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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으며 여러 낯선 나라에서 지내면서 겪었던 수많은 주눅과 자책이 떠올라 책장마다 멈춰 서야 했다. 해외 교민이 이 책을 읽었더라면 아마도 자신의 이야기라고 느꼈음에 틀림이 없다.


저자는 각자의 이유로 해외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대변자가 되어 현지에서 살아내기 위해 모국어가 아닌 현지어를 배워야 하는 고충과 희열을 고스란히 전달해 준다. 미국에서건 프랑스에서건 그곳에서 산다면 저절로 그들의 언어를 더 빨리 배울 수 있는 장점은 있겠지만 수십 년 미국에 살아도 영어회화 초급용에 머무는 사람들도 수없이 봐왔기에 외국어를 배운다는 것은 생존만이 아니라 그들의 문화로 들어가겠다는 마음 자세에서 시작하는 것 같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투쟁의 대상이고 권력의 상징이며 모멸감이며 비루함이자 상처였던 프랑스어”가 “은신처이고 가면이자 해방이고 자유”가 되어 삶을 위로하는 언어가 된 과정을 이야기한다.

'프랑스어의 세계로 들어가다'와 '프랑스어가 내 삶으로 들어왔다' 2부로 나누어 프랑스어가 저자의 삶을 어떻게 바꾸었는지를 알려준다.

파리 1대학과 7대학에서 영화학으로 학위를 받고 20여 년 동안 전공과 관련 없는 일을 프랑스에서 하면서 저자가 겪은 에피소드들은 수만 권의 책으로 엮어도 모자를 듯하다. 그렇지만 이 한 권의 책으로 프랑스 사회에 어떻게 안착하였는지 저자의 희로애락을 함께 경험할 수 있다. 생활하며 느꼈을 당황스러움이나 억울함과 창피함이 고스란히 전달되어 이방인으로 살아가는 저자를 안타까워했다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를 일으켜 세워주고 용기를 준 프랑스인들에겐 감동의 박수를 함께 보냈다.

모름을 인정하고 또 무지가 부끄럽지 않아도 되는 게 외국어 공부가 아니겠다는 그녀의 프랑스어 해방 일지는 수십 년간 영어 앞에서 버벅거리는 내게 자책은 그만하라는 큰 위로가 된다. 함께 산 지 50년이 넘은 남편을 새끼 고양이 minou로 애칭 한다는 저자의 프랑스인 시어머니나 전화 통화의 끝말이 '너에게 키스를 보내 Je t'embrasse라는 프랑스인들의 사랑 가득한 언어표현은 부럽기까지 하다. '각자, 할 수 있는 대로 말할 뿐'이지만 서로를 알아가는 그 과정은 바로 다름을 인정하고 서로에게 가까이 가려는 태도 그 자체이다. 두 언어 사이를 오가며 두 개의 자아가 혼동이 되는 상황이나 언어의 장벽이 무너져내려도 결국 최대한 서로에게 가까이 가려고 애쓰는 마음이 전부라는 고백은 같은 언어를 사용해도 불통이 되는 관계의 나를 되돌아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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