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과 감성 ㅣ 윌북 클래식 제인 오스틴 컬렉션
제인 오스틴 지음, 이은선 옮김 / 윌북 / 202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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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포스팅은 업체로부터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제인 오스틴 하면 바로 떠오르는 작품, 많은 사람들이 사랑하는 너무나 유명한 <오만과 편견>이 데뷔작으로 알고 있었는데, <이성과 감성>이 데뷔작이라는 것을 이번에 처음 알게 되었다. 


우선 책을 받아보고 '이렇게 이쁜 책은 처음이야~'라는 감탄사가 절로 나올 만큼 아름다운 꽃그림 표지의 양장본에 문양이 프린트된 종이까지, 너무나 정성스러운 애나 본드의 커버 아트 덕분에 책의 퀄리티를 한층 높아짐으로, 소장하고 싶은 하나의 작품으로 탄생되어, 제인 오스틴을 좋아하는 독자들에게 너무 큰 선물이 될 것 같다.


초기 원고의 제목은 책의 주인공인 <엘리너와 메리앤>이였다고 하는데, 왠지 그대로 갔다면 제인 오스틴만의 개성이 덜 드러났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여러 등장인물 각각의 개성들이 너무나 직설적으로 꾸밈없이 표현되어, <오만과 편견>에서 느꼈던 점이 <이성과 감성>에서 오롯이 느껴져서 제인 오스틴만의 특유의 풍자를 볼 수 있어 더욱 극의 재미를 더했다.


사랑하는 남자에게 다른 여인이 생겼다는 것을 알았지만, 모든 것이 확실해질 때까지 혼돈과 불안함을 홀로 삭히던 너무나 이성적인 엘리너, 그와 반대로 사랑한다면 주변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고 상대방을 향해 직진하는 감성적인 메리앤의 대조적인 모습 또한 인상 깊었다.

아버지가 돌아가시면 유산을 아들에게만 물려주는 상속제도, 사랑보다는 남자가 물려받을 재산을 보고 신분 상승의 기회로 보는 결혼문화, 사랑하는 이에게 머리카락을 넣은 반지를 주는 풍습 등 요즘 시대와 다르면서도 비슷한 것들이 겹쳐서 마냥 소설로 재미있게 볼 수만은 없었다.

어떻게든 부유하고 안정적인 집안으로 딸들을 결혼시키려는 대시우드 부인은 오만과 편견의 베넷부인이 떠오르면서 그 시대에는 자녀의 결혼이 인생의 성공과도 같은 것일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한때 사랑이라고 믿고 결혼을 약속했지만, 결국엔 진정한 사랑을 찾아가는 남자.

자신에게 눈길을 주지 않았지만, 힘들어하는 여인을 옆에서 지켜주며 결국엔 사랑을 쟁취하게 된 남자.

결혼을 약속한 사람이 있었음에도 새로운 사랑에 흔들리고, 결국엔 결혼을 후회하며 그 사랑에게 용서와 이해를 구걸하는 남자.

사랑이라고 믿었지만 남자가 재산을 물려받지 못하고 궁핍하게 살아야 되자 파혼하고 그의 동생과 결혼 한 여자.


주인공들 외에도 주변 인물들 각자의 개성이 너무나 뚜렷하고, 보는 내내 끝까지 이들이 사랑이 어떻게 연결되는지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여 한순간도 놓칠 수 없이 술술 읽혔던 것 같다.

그 시대의 사람들의 문화 속에서 결혼도 사랑보다는 신분 상승으로 보는 인간의 허영심과 오해와 편견으로 둘러싸인 막장 같은 요소들 또한 극의 재미를 더했다.

<오만과 편견>을 재미있게 보신 분들이라면 더더욱 재밌는 <이성과 감성>으로 제인 오스틴에 푹 빠지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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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리버 여행기 - 300주년 기념 무삭제 완역판
조너선 스위프트 지음, ALTARI LAB 옮김 / 다산글방 / 202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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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 읽었던 걸리버 여행기는 바다로 여행 가던 중 배가 난파되어 우연히 도착한 곳인  소인국과 거인국에서 일어나는 환상의 동화나라 이야기로만 많이들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러던 중, 우연히 내가 좋아하는 지브리 스튜디오 영화인 '천공의 성 라퓨타'의 라퓨타가 걸리버 여행기에서 공중에 떠있는 섬을 모티브로 했다는 얘기를 듣고 언젠가 한번은 읽어봐야지 하고 생각했던 고전 중에 하나였는데, 올해 초판 출간 300주년 기념으로 무삭제 완역판이 나왔다고 해서 설렘과 기대를 갖고 만나보았다.

처음 봤을 땐 500페이지가 넘는 두께로, 흔히들 많이 말하는 벽돌 책이라 언제 다 읽지 하는 생각을 했지만, 역시나 그건 괜한 걱정이었다. 가독성 있는 탄탄한 스토리와 문체, 눈을 뗄 수 없는 흡입력으로 끝이 나는 게 아쉬울 정도로 읽었던 것 같다.



1부 릴리펏 여행


왕에게 잘 보이기 위해 줄 위에서 점프를 하고, 계란을 어디부터 깨뜨려야 되는지를 갖고 전쟁을 일으키는 등 우리가 보기에는 이해가 안 가는 사소한 것들이지만 그들은 목숨을 걸고 지키려는 권력과 충성의 문제는 작은 크기처럼 가볍게 생각할 순 없다.


작은 나라에서도 배울 점이 있다면 그들이 행하는 법이다.

무고로 고발을 당한 사람이 죄가 없다는 것이 밝혀지면 고발자는 사형에 처하고 재산을 몰수해 무고한 피해자의 손해와 그가 잃어버린 시간과 비용을 네 배로 보상해 준다. 특히 인상 깊었던 건 고발자 재산이 충분치 않을 땐 황실에서 부족분을 채워주는 것이다.

법을 지킨 사람에게 보상을 하기보단 법을 어겼을 때 처벌을 하는 우리나라 법과는 달리, 가해자보다 피해자를 우선으로 하는 법이 체구는 작지만 생각의 크기는 결코 작지 않다.


2부 브롭딩낵 여행

릴리펏에서 걸리버가 거인으로서 그들을 바라봤다면, 반대로 브롭딩낵에서는 소인이 되어 거인들이 그를 바라본다.

나라의 자부심이 큰 걸리버가 말하는 자랑스러운 유럽을 정치와 문화를 이야기하면 하면 할수록 그들은 혐오스러움에 경악을 금치 못한다.

귀족이 덕이 있다고 작위를 받는 것도, 성직자의 경건함이나 학식 때문에 높은 자리에 오르는 것도, 군인이 능력이나 용맹 때문에 승진하는 것도, 의원이 조국에 대한 사랑 때문에 선출되는 것도, 국왕의 조언자가 지혜 때문에 선택되는 것도, 이 모든 것이 아닌 나라 사람들을 혐오스러운 해충 종족이라 칭하는 국왕의 말이 지금의 현실을 날카롭게 비판하는 것 같았다.


3부 라퓨타와 여러 섬 여행

하늘을 난다는 상상 속 섬 라퓨타. 그들의 삶을 들여다보면 무언가에 몰두하지만 어딘가 허술하고 엉뚱하지만 무능함을 엿본다.

단어를 말할 때마다 폐가 부식되고 수명이 짧아진다는 걸 믿으며, 단어를 없애고 대신할 사물을 지니고 다닐 수 있게 하인을 데리고 다니게 하고, 수학 명제를 머리에 적용한다며 잉크로 쓰인 약제를 공복에 삼키고 3일간 빵과 물 외에 아무것도 먹어서는 안된다는 등 기상천외한 실험들은 물론,  그중에서 가장 경악했던 건 당파 싸움을 끝내기 위한 당 지도자들이 행한 것들까지.

죽지 않는 영생을 원하는 삶을 동경하는 걸리버에게 그들이 말하는 것을 생각해 본다. 영생은 축복인가 저주인가..

인간의 이성과 어리석음의 경계를 다시금 생각하게 한다.


4부 후이넘의 나라 여행

인간은 욕망과 탐욕의 존재인 야후로 불리고, 말은 이성적인 존재인 후이넘으로 불린다. 

걸리버는 자신의 세상은 야후와는 다름을 끊임없이 설명하지만, 결국은 야후와 다를 바 없는 존재임을 깨달으며 자신의 정체성에 혼란을 느끼고, 후이넘의 나라에 정착하려고 했지만, 결국은 고국에 돌아가게 된다.

읽는 내내 구차한 변명으로밖에 보이지 않아 불편함을 느꼈다. 이 책을 읽어야 하는 가장 핵심적인 이유이자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게 무엇인지를 알게 된다.


인간의 허영과 어리석음, 사회의 부조리와 내가 아는 것이 과연 맞는 것인지에 대해 거리를 두고 바라볼 수 있기를 책을 통해 인간의 모든 면을 다시 생각하게 된다. 이 책은 한 번으로는 작가가 말하는 것을 흡수하기엔 깊이 있는 글로서 재독하는 것을 바라며, 걸리버 여행기를 읽지 않았다면 꼭 읽어보시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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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덤 스미스의 인생 수업 ㅣ 메이트북스 클래식 33
애덤 스미스 지음, 강현규 엮음, 최민철 옮김 / 메이트북스 / 202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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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손', '국부론', 하면 떠오르는 인물 애덤 스미스를 경제학자로만 알고 있는 경우가 많은데, 그렇다면 애덤 스미스의 한 면만 보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수 없을 것이다. 나 역시도 여느 경제학자 중에 한 명으로 알고 있어서 이번에 만난 <애덤 스미스의 인생수업> 조금 생소하며 낯설었다.

타인의 감정을 헤아린다는 동감과 자신의 행동을 객관적으로 판단하는 '도덕감정론'에서 더 나아가 인생을 철학적인 관점에서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 나를 더 단단하게 지켜낼 수 있고 성장할 수 있는지를 <애덤 스미스의 인생수업>을 통해 배워본다.


애덤 스미스와 살아온 시대와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는 다르지만, 그 시대에 사람들이 성공하고자 하는 마음과 타인에게서 인정받고 사랑받고 싶은 마음, 더 나아가 행복한 삶을 꿈꾸는 것은 현시대와 별반 다를 것이 없다.

아니, 누군가의 성공보다 더 나은 성공을 바라고, 타인을 사랑하기 보다 내가 더 사랑받기를 원하는 모습은 오히려 현재의 사람들에게 더 많이 보이는 모습이다.

<애덤 스미스의 인생수업>은 그런 인간관계의 모습을 한 발자국 떨어져서 관찰하며 인간의 마음과 삶에 대한 태도를 어떻게 해야 되는지, 인생을 어떤 마음가짐으로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해 이야기한다.


역지사지라는 말이 떠오르는 <1장. 타인의 마음을 이해하는 법>에서는 타인의 처지와 감정은 우리가 직접 경험할 수 없기에, 상상 속에서 그의 처지를 받아들이고 그와 같은 사람이 되어봄으로써 완전한 감정을 알 수는 없지만 비슷한 감정을 통해 상대방을 이해하는 동감이 생긴다고 한다.

인간은 자신의 감정을 더 크게 느끼는 것이 자연스러운 것이지만, 타인의 감정을 좀 더 바라보고 자신의 감정을 억제하는 것부터라고 하는데, 사실 그건 말처럼 쉽지 않다.

'남이 걸린 암보다 나의 감기가 더 아프다고 느낀다'는 어느 인터넷에서 떠도는 말처럼 타인의 슬픔에 좀 더 이입해서 이해해 주는 것도 연습이 필요한 것 같다.



P.57 사랑받는 것뿐 아니라  사랑받을 만하기를 원한다

P.60 자신을 판단하려면 관찰자의 눈으로 보라

P.90 행복도, 불행도 상상만큼 크지는 않다

P.100 부와 권력을 숭배하면 도덕 판단이 흐려진다

P.158 자본은 근면보다 절약으로 늘어난다



인간은 타인에게 사랑받기를 원할 뿐만 아니라 비난받을 만한 사람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

나 역시도 '도움은 되지 못할지언정, 피해는 주지 말자'라는 마음을 갖고 있는데, 이 또한 같은 맥락이지 않을까 한다.

상대를 바라보는 것처럼 자신을 바라보고 긍정의 눈보다 관찰자의 눈으로 공정하게 바라보는 것도 더 나은 인간관계가 만들어진다.

부를 쫓지만 정작 그것으로 인해 현재를 잃는다면 진정한 부를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하는지, 정말 원하는 삶인지 생각해 보아야 한다.


인간의 감정에 대해, 행복과 부의 상관관계, 어떻게 살아가야 되는지에 대한 고민들을 짧지만 깊게 생각할 수 있는 글들로 구성되어 가볍게 읽지만 결코 가볍지마는 주제들로 현재의 삶에서 필요한 구절들을 찾아서 읽어보면서, 타인이 아닌 나를 위한 삶의 기준으로 행복한 삶을 살아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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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기묘묘 부동산 ㅣ 기기묘묘
박혜연 지음 / 다산책방 / 202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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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승에 알 수 없는 검은 것이 나타났다. 사자는 알 수 없는 존재를 경계하다 창으로 찌르게 되고, 검은 것은 깨어나자 사자는 뜨거운 불길에 사로잡혀 소멸하게 된다. 염라는 그것의 존재를 감당할 수 없다고 판단하고 저승 일부를 떼어주는 조건으로 '저승 명부에 손대지 말 것'이란 조건을 건다. 그렇지 않으면 '그림자에 스스로 잡아먹히리라..'


어느 한 소녀가 죽으려고 강에 뛰어내리는 순간 어둠보다 검은 무언가가 다가온다. '내가 복수해 줄게. 대신 껍데기를 줘'라는 거래를 제안한다. 그 소녀의 이름은 단야, 그리고 단야의 몸속으로 들어간 검은 것.


설화와 미스터리가 만나 조선팔도 기이한 사건을 해결하는 미스터리 작품, 전작 <기기묘묘 방랑길>로 판타지계를 새롭게 열었다는 호평을 받은 김혜연 작가의 두 번째 시리즈 <기기묘묘 부동산>은 원하는 집을 구해주는 부동산처럼 죽은 이의 영혼을 곧 죽을 사람의 껍데기를 소개하는 기묘한 부동산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풀어낸 판타지 소설이다.


사람들은 삶이 힘들어서 죽으려고 하는데, 죽은 영혼은 이생의 삶에 미련이 남아 또다시 사람으로 살아가고자 하는 아이러니한 상황 속에서, 귀이들의 왕 단야가 귀이들과 인간을 중계하는 일을 맡는다.


사고로 부모를 잃고 불행을 몰고 다닌다는 연준은 힘들면 찾아오라는 법호를 찾아 절에 가지만, 법호는 사라지고 악귀에게 잡아먹힌 헌승에게 공격을 당하게 된다. 어디선가 나타나 위험에 빠진 연준을 구한 단야. 그렇게 둘은 만나게 되고 오갈 곳 없는 연준을 부동산의 직원으로 계약을 하게 된다.


다시 살고 싶어 하는 욕망을 가진 귀이들에게 인간의 몸(껍데기)으로 살 수 있는 기회를 준다면, 과연 새롭게 삶을 잘 살아갈 수 있을까? 전생에서 이루지 못한 한이 남아 다시 이루고 싶다면, 누군가에게 피해를 줘서 회계하는 마음으로 잘 살아가고 싶다면 그렇게 새 삶이 주어진다면 정말 잘 살아야 하는 것이 아닌가?

껍데기는 인간이지만 유혹에 흔들려 도박을 하고, 불륜을 저지르고, 약에 취하며 누군가에게 또 해를 끼치는 일을 저지르는 귀이도 있고, 인간에게 피해를 주는 삶을 살기 싫어 자신을 희생하면 지켜내는 귀이들도 있다.


후회하지 않고 제대로 잘 살고 싶다고 한 귀이들도, 욕망에 사로잡히고, 사랑을 배신하고, 위험한 것에 현혹되는 것을 보며 어쩌면 인간의 삶도 다를 게 없으며, 인간이 된 귀이들을 보면서 인간다움이란 무엇인가? 인간답게 살아간다는 것은 어떤 것인가를 그들의 통해 생각하게 된다.


연준의 불행을 간식처럼 먹지만 과하리만큼 연준을 지켜내려는 단야, 그것을 못마땅하게 생각하는 차귀, 인간의 몸을 하고 단야를 돕는 기영, 불행하지만 희망을 잃지 않고 열심히 살아가려고 하는 연준.

각각의 개성 있는 캐릭터들과 단야와 연준의 인연에 대한 궁금증까지 이어지는 전개가 흥미로웠다.

단야가 이렇게까지 연준을 지키려는 이유와 단야의 강하고 단단한 성격에 비해 감성적인 면이 보이는 반전 매력도 빼놓을 수 없다.


기발한 소재로 흥미롭게 읽었지만, 누군가의 몸으로 들어가 대신 살아간다는 것, 과연 그것이 진정한 나의 삶이 될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 마냥 재미로만 볼 수 없었던 <기기묘묘 부동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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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넘버 586 - 한국인 수사관이 파헤친 미국 최악의 사기극
마크 벤덜.테레사 파넬리 지음, 강동혁 옮김 / 품스토리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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핏자국과 찢긴 종이, 스토리를 예상할 수 없는 제목, 국내 1호 프로파일러 권일용님의 추천사, 미국 최악의 사기극이라는 호기심 유발의 문구까지.

추리소설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너무나 읽고 싶은 소재들로 가득한 <카드넘버 586>

500페이지 가량의 압도적인 두께에 살짝 망설여지긴 했으나, 책을 읽기 시작하고선 그것은 기우에 불과했다.


<카드넘버 586>은 어릴 때 부모를 잃고 미국으로 입양된 작가가, 버겐카운티 검찰청 형사로 살인과 조직범죄 사건을 수사를 전담하며 한인 피해자를 돕는 일을 오래 한 경험을 토대로 실제로 미국에서 일어나는 역사상 최악의 조직범죄를 모티브로 한 픽션이다.

픽션이지만 수사 과정에서 일어날 수 있는 감청, 잠입 등 현장의 긴장감과 디테일은 실제로 경험한 것들이 녹아져있어 더 사실적으로 와닿아 극의 재미를 높인다.

독자로 하여금 사건 현장을 함께 수사하는 경찰이 되어 범죄를 파헤치고 끝까지 긴장을 놓칠 수 없는 빠른 전개로 인해 높은 가독성은 물론 미국과 시카고 등 다양한 지역을 오가는 방대한 스케일과 살인사건과 사기, 속고 속이는 과정을 리얼하게 담겨 있어서 흡사 미드를 보는 것 같은 느낌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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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와 아들이 집안에서 살해된 삼중살인 사건으로 스토리가 시작된다.

엄마의 일기장에서 발견된 아들의 친구에 대해 적은 글 외에는 범인을 특정할 단서가 없었던 중, 사건 현장에서 발견한 우편물을 조사하여 '사회 보장 번호 586'을 사건과 관련 있다고 생각하고 파헤치기로 한다.

봉투에 적힌 주소를 잠입 도중 수상한 인물을 만나게 되는데, 죽은 형의 잠바 속에 발견한 명함에서 발견하고 혼자 사건의 실마리를 찾으려고 한 죽은 아들의 동생 용호였다.

사건은 삼중살인 사건으로 시작해 신분 도용과 금융 사기로 인한 거대한 범죄조직의 사기극으로 치닫게 되고, 용호는 FBI와 공조하여 범죄현장에 투입된 일명 스킬맨으로 활동하며 범죄자들을 잡는데 일조한다.

과연 이 거대한 사기극의 전말은 어떻게 될 것이며, 살인 용의자는 잡을 수 있을 것인가?


돈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돈을 쉽게 벌 수 있다는 유혹의 광고!

타인의 신분을 이용해 카드를 만들고 은행거래를 거짓으로 만들지만 자신에게는 해가 되지 않고 오히려 쉽게 돈을 번다고 사탕발림의 말에 사기꾼에게 현혹되어 자신도 모르게 범죄에 가담하게 된다.

범죄라는 것을 알지만 돈이 필요한 이들에게는 쉽사리 뿌리칠 수 없는 심리를 이용한 사기를 미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 어디에서든 발생하고 있다.

법의 허점을 교묘하게 이용한 범죄자로 인해 피해자가 생기지 않길 법의 강력한 조치와 대응이 필요하다.


살인과 사기를 주제로 전개되지만, 그렇다고 한없이 어둡기만 한 것은 아니다.

김치를 싼 봉지가 발효되어 부풀어 올랐다가 터지며 새어 나오는 냄새를 기겁하거나, 삼겹살을 좋아하게 된 외국인의 반응, 일은 물론 가정에 충실한 엄마의 모습 등 현실에서 볼 수 있는 요소들도 있다.


​형사, FBI, 감청사 등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실제로 현장에서 이뤄지고 있는 모습들은 볼 수 있어 신기했고, 히가시노 게이고의 가가 형사 시리즈처럼 마커스 코슬로 시리즈로 나와도 너무 재밌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픽션이지만 현실보다 더 현실감 있어 긴 글이 절대 길다고 느껴지지 않는 푹 빠져 읽을 수 있어, 형사 추리소설을 좋아하는 분들께 적극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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