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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리버 여행기 - 300주년 기념 무삭제 완역판
조너선 스위프트 지음, ALTARI LAB 옮김 / 다산글방 / 2026년 10월
평점 :
<본 포스팅은 업체로부터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어릴 때 읽었던 걸리버 여행기는 바다로 여행 가던 중 배가 난파되어 우연히 도착한 곳인 소인국과 거인국에서 일어나는 환상의 동화나라 이야기로만 많이들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러던 중, 우연히 내가 좋아하는 지브리 스튜디오 영화인 '천공의 성 라퓨타'의 라퓨타가 걸리버 여행기에서 공중에 떠있는 섬을 모티브로 했다는 얘기를 듣고 언젠가 한번은 읽어봐야지 하고 생각했던 고전 중에 하나였는데, 올해 초판 출간 300주년 기념으로 무삭제 완역판이 나왔다고 해서 설렘과 기대를 갖고 만나보았다.
처음 봤을 땐 500페이지가 넘는 두께로, 흔히들 많이 말하는 벽돌 책이라 언제 다 읽지 하는 생각을 했지만, 역시나 그건 괜한 걱정이었다. 가독성 있는 탄탄한 스토리와 문체, 눈을 뗄 수 없는 흡입력으로 끝이 나는 게 아쉬울 정도로 읽었던 것 같다.
1부 릴리펏 여행
왕에게 잘 보이기 위해 줄 위에서 점프를 하고, 계란을 어디부터 깨뜨려야 되는지를 갖고 전쟁을 일으키는 등 우리가 보기에는 이해가 안 가는 사소한 것들이지만 그들은 목숨을 걸고 지키려는 권력과 충성의 문제는 작은 크기처럼 가볍게 생각할 순 없다.
작은 나라에서도 배울 점이 있다면 그들이 행하는 법이다.
무고로 고발을 당한 사람이 죄가 없다는 것이 밝혀지면 고발자는 사형에 처하고 재산을 몰수해 무고한 피해자의 손해와 그가 잃어버린 시간과 비용을 네 배로 보상해 준다. 특히 인상 깊었던 건 고발자 재산이 충분치 않을 땐 황실에서 부족분을 채워주는 것이다.
법을 지킨 사람에게 보상을 하기보단 법을 어겼을 때 처벌을 하는 우리나라 법과는 달리, 가해자보다 피해자를 우선으로 하는 법이 체구는 작지만 생각의 크기는 결코 작지 않다.
2부 브롭딩낵 여행
릴리펏에서 걸리버가 거인으로서 그들을 바라봤다면, 반대로 브롭딩낵에서는 소인이 되어 거인들이 그를 바라본다.
나라의 자부심이 큰 걸리버가 말하는 자랑스러운 유럽을 정치와 문화를 이야기하면 하면 할수록 그들은 혐오스러움에 경악을 금치 못한다.
귀족이 덕이 있다고 작위를 받는 것도, 성직자의 경건함이나 학식 때문에 높은 자리에 오르는 것도, 군인이 능력이나 용맹 때문에 승진하는 것도, 의원이 조국에 대한 사랑 때문에 선출되는 것도, 국왕의 조언자가 지혜 때문에 선택되는 것도, 이 모든 것이 아닌 나라 사람들을 혐오스러운 해충 종족이라 칭하는 국왕의 말이 지금의 현실을 날카롭게 비판하는 것 같았다.
3부 라퓨타와 여러 섬 여행
하늘을 난다는 상상 속 섬 라퓨타. 그들의 삶을 들여다보면 무언가에 몰두하지만 어딘가 허술하고 엉뚱하지만 무능함을 엿본다.
단어를 말할 때마다 폐가 부식되고 수명이 짧아진다는 걸 믿으며, 단어를 없애고 대신할 사물을 지니고 다닐 수 있게 하인을 데리고 다니게 하고, 수학 명제를 머리에 적용한다며 잉크로 쓰인 약제를 공복에 삼키고 3일간 빵과 물 외에 아무것도 먹어서는 안된다는 등 기상천외한 실험들은 물론, 그중에서 가장 경악했던 건 당파 싸움을 끝내기 위한 당 지도자들이 행한 것들까지.
죽지 않는 영생을 원하는 삶을 동경하는 걸리버에게 그들이 말하는 것을 생각해 본다. 영생은 축복인가 저주인가..
인간의 이성과 어리석음의 경계를 다시금 생각하게 한다.
4부 후이넘의 나라 여행
인간은 욕망과 탐욕의 존재인 야후로 불리고, 말은 이성적인 존재인 후이넘으로 불린다.
걸리버는 자신의 세상은 야후와는 다름을 끊임없이 설명하지만, 결국은 야후와 다를 바 없는 존재임을 깨달으며 자신의 정체성에 혼란을 느끼고, 후이넘의 나라에 정착하려고 했지만, 결국은 고국에 돌아가게 된다.
읽는 내내 구차한 변명으로밖에 보이지 않아 불편함을 느꼈다. 이 책을 읽어야 하는 가장 핵심적인 이유이자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게 무엇인지를 알게 된다.
인간의 허영과 어리석음, 사회의 부조리와 내가 아는 것이 과연 맞는 것인지에 대해 거리를 두고 바라볼 수 있기를 책을 통해 인간의 모든 면을 다시 생각하게 된다. 이 책은 한 번으로는 작가가 말하는 것을 흡수하기엔 깊이 있는 글로서 재독하는 것을 바라며, 걸리버 여행기를 읽지 않았다면 꼭 읽어보시길 추천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