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5 사이공 대탈출
이문학.정호영 지음 / 하다(HadA)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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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무료로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12.3내란의 밤, 우리를 두려움에 떨게 했던 것은 국회에 난입하는 군인들의 모습이었다. 그들은 단지 옷 색깔만 검은색으로 바뀌었을 뿐1 2.12의 반란군을 연상시켰고, 1980년 5월의 계엄군을 떠올리게 했다. 두 번의 군사 쿠데타와 또 한번의 친위 쿠데타에는 모두 군이 동원되었다. 그만큼 우리 군은 한국 현대사에서 비극적인 역할을 담당했다.


그런데 내란이 진압되고 관련된 재판이 진행되면서 명령에 소극적으로 임하거나 부당한 명령에 저항했던 군인들의 정신과 사명감이 밝혀졌다. 김형기 대대장은 내란수괴의 앞에서 그의 상징과도 같은 언어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는 말을 실천으로써 되돌려주었고, 곽종근 사령관은 자신의 과오를 뉘우치고 모든 재판에서 사실을 있는 그대로 고하였다.


이러한 군의 정직성과 사명감 그리고 국가와 국민을 지키겠다는 정신은 하루아침에 나온 것이 아니다. 그리고 그 역사의 뿌리는 1975년 베트남전에서 펼쳐졌던 십자성 작전에도 닿아있다. 월남의 패망이 가시화되던 시기 대한민국 해군은 월남에 남겨진 우리 교민들과 외교관들의 생명을 보호하고 그들을 안전하게 한국으로 데려오기 위해 위험 천만한 수송작전을 실시했다.


위험천만한 전장에서도 사람들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 작전에 참여한 인원들은 주저하지 않았다. 그리고 퍼붓는 총탄, 함선의 고장, 악회되는 전세와 두려움 가운데 작전대원들은 무사히 임무를 완수하고 교민들의 수송에 성공한다.


이 십자성 작전에 대한 이야기는 그동안 너무 우리에게 안 알려진 사건이었다. 이 책은 그러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는 점 그 자체로도 소중하다. 더군다나 이 책은 당시의 상황을 치밀하게 묘사하여 마치 영화를 보는 박진감과 안도감을 느끼게 한다. 마지막에 부록처럼 정리되어 있는 베트남전쟁에 대한 설명도 충실하다.


사망과 파괴, 고통과 신음 한 가운데에서 오히려 국민의 목숨을 지키기 위하여 작전에 참여한 이들은 영웅이다. 그리고 이러한 군의 사명감이야말로 우리가 제복을 존경하는 이유가 되어야 할 것이다. 이 책에는 그러한 존경 받아야 할 군인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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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이 고고학, 나 혼자 대가야 여행 일상이 고고학 시리즈 13
황윤 지음 / 책읽는고양이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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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무료로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여행은 늘 즐겁다. 새로운 자연환경, 새로운 볼거리, 특색있는 음식과 고유한 지역의 분위기를 느끼며 여행을 하면 한동안 나를 감싼 나의 문제들이 작아져 보인다. 그리고 여행에서 배우는 역사와 문화는 새로운 것에 대한 시야를 늘려주고 많은 것을 배울 수 있게 만들어 준다.


이 책은 저자가 '대가야'라는 테마를 가지고 고령, 합천, 진주, 함안 등 경남 지역을 답사하며 쓴 여행기이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백제나 신라, 조선과 같은 국가를 테마로 잡은 것이 아니라 대가야라는 익숙하지 않은 주제를 여행 테마로 설정한 것이 흥미롭니다.


알려져 있다시피 가야는 미스터리의 국가 그 자체이다. 삼국의 전성기때까지 백제와 신라 사이에서 생존하였으나 자신들만의 기록을 남기지 못하고 결국 신라에 병합되어 버려 그 역사를 이해하는 것이 매우 어렵다. 더군다나 삼국이 중앙집권 국가로 발전하였던 것에 비해 가야는 연맹왕국의 형태를 유지하며 결국 하나의 강력한 중앙집권 국가로 발전하지도 못하였다. 교과서에서조차 가야에 대해서는 금관가야에 대한 내용이 한 단락, 대가야에 대한 내용이 한 달락 나오고 끝이 난다.


그렇다고 해서 가야에 역사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가야가 남긴 금관과 무덤들 그리고 경남 지역 가야박물관들은 우리의 역사 가운데 가야가 존재했음을 여실히 증명하고 있다. 저자는 꼼꼼하게 가야와 관련된 박물관들과 무덤들을 답사하며 자세한 설명을 해주고 있다.


이 책은 여행수필이기에 글을 읽으면 저자를 따라 여행을 하는 기분이 든다. 하지만 그렇다고 책이 가볍지만은 않다. 저자가 제시하는 각종 사료와 역사 이야기는 가야에 대한 이해를 한층 더 깊게 만들어준다. 재밌는 역사책이 이런 책이 아닌가 한다.


겨울의 차가움도, 봄의 벚꽃향도 지나가고 어느덧 연한 녹색의 계절이 왔다. 이 좋은 시기 이색적인 주제로 여행을 떠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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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이 절박하게 묻고 신하가 목숨 걸고 답하다
김준태 지음 / 믹스커피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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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채성모의 손에 잡히는 독서'를 통해 무료로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참으로 국가의 위기가 아닌가 한다. 12.3 내란과 대통령의 탄핵, 흔들리는 민주주의와 갈라진 대한민국의 모습은 가히 87년 이후 가장 심각한 국가적 위기라는 생각이 든다. 격동하는 역사의 한가운데에 있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동시에 이 혼란과 위기를 어떻게 극복해야할지 도무지 길이 보이지 않는다. 


누군가에게 이러한 상황을 해체나갈 답을 묻는다면 과연 무엇부터 물어야 할까? 민주주의를 복원할 방법은? 무너진 국민 경제를 되살릴 방법은? 서로 다른 생각으로 갈라진 대한민국 사회를 통합할 방법은? 트럼프 시대 미국과의 외교와 협상을 성공적으로 할 방법은? 경악스런 청년실업문제와 국민연금 문제를 해결할 바람직한 방법은? 오늘날 우리 사회를 향한 수많은 질문들이 떠오른다.


이러한 고민은 조선시대 왕들도 마찬가지였다. 백성들의 삶을 돌보고, 국가 경제를 회복시키며, 훌륭한 인재를 등용하고, 국내외적인 정치 문제를 조선의 왕들도 해결하고 싶었고, 그러한 고민을 신하들에게 과거를 통해 질문하였다. 그리고 그러한 임금의 절박한 물음에 신하들은 혼신의 힘을 다해 성심성의껏 자신의 의견을 개진했다.


이 책은 과거에 나타난 질문을 통해 당대에 왕들이 마주한 심각한 국가의 문제와 왕의 고민을 담고 있다. 또한 그러한 왕의 물음에 대해 변계량, 신숙주, 조희일, 정약용 등 당대의 지식인들이 올린 문제 해결방법을 담고 있다.


최근 조선에 대해 망할만 했던 나라, 동포를 노예로 삼는 야만적인 국가, 성리학과 사대에 치우쳐진 굴종적 국가라는 인식이 조금씩 퍼지고 있다. 그러나 당대의 왕들, 그리고 지식인들은 단순히 유교경전만을 뒤적거리며 탁상공론을 일삼고 부정부패를 하며 백성들의 삶을 돌보지 않은 것이 아니다. 


조선의 위정자들은 왕이고 신하고 사회의 문제를 고민했다. 그러한 사회문제를 자신의 문제로 받아들이고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전력을 다하였다. 천하를 함께 다스려간다는 군신공치의 이념과 그 실상이 이 책에는 고스란히 담겨있다.


혼란한 오늘날의 대한민국에서 조선의 왕들과 신하들처럼 절박하게 묻고 목숨걸고 답하는 사람들이 너무나 필요하다. 부디 우리 사회에서 국정을 책임지고 있는 사람들과 오피니언 리더들이 이러한 역사적 인물들의 자세를 본받아 이 위기를 극복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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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급의 숨은 상처
리차드 세넷.조너선 코브 지음, 김병순 옮김 / 문예출판사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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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무료로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인간의 오랜 역사에서 모든 사람이 평등하다고 믿었던 시기보다 평등하지 않다고 믿었던 시기가 훨씬 길다. 노예제와 신분제의 차별속에서 살던 사람들은 계몽주의와 미국 혁명, 프랑스 혁명 등 시민혁명을 거치고 시민사회가 성립한 이후에야 모든 사람의 평등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법적인 신분제가 폐지된 이후 이번에는 자본과 계급이 인간을 구별했다. 생산수단을 가진 부르주아와 생산수단을 소유하지 못한 프롤레타리아로 나뉘어진 산업사회는 또 다른 계급을 만들어 냈다.


대중사회가 도래하고 많은 국가들에서 절대적 빈곤이 해결된 이후 이제는 더 이상 계급이 존재하지 않는 것 같다. 명시된 법 조문에서 인간들 사이의 계급 차별을 인정하는 국가는 매우 드물다. 실로 평등한 세상이 된 것인다.


그러나 과연 그러한가. 세상에는 아직도 보이지 않는 혹은 보이는 계급이 존재한다. 월급이 아닌 천문학적 주급을 받는 스포츠 스타, 헤아리기 힘든 자산을 보유한 CEO, 한번의 음반 혹은 영화로 뗴돈을 버는 연애인이 존재한다. 그리고 그 이면에는 최저 시급도 받지 못하며 일하는 알바생, 폐지를 주우며 하루를 연명하는 노인, 각종 소상공인과 일용직 노동자들이 등장한다. 그리고 이 책은 그러한 계급이 인간에게 가한 상처에 주목한다.


마르크스는 부르주아와 프롤레타리아의 차이에 대해 생산수단의 소유 여부를 기준으로 나누었다. 그러나 이 책의 저자들은 상층 계층과 하층 계층을 구분하는 기준으로 자유와 존엄성을 삼는다. 상층계층의 직업(예를 들면 의사나 대학교수)을 가진 사람들은 자유롭다. 두 가지 측면에서 그러하다. 첫째 물질적으로 자유롭고, 둘째 타인의 평가와 자신의 능력을 마음껏 발휘해도 된다는 점에서 자유롭다. 하층계층은 이러한 자유를 누리지 못한다.


또한 하층계층에서는 자신의 존엄성을 지킬 수 없다. 사회적인 시선도 그러하지만 개인 내적으로도 자신의 일과 지위가 존엄하지 못하다고 여기며 나아가 자신의 능력과 실존 그 자체를 존엄하지 못한다고 여긴다. 그리고 자신을 타인과 비교할 수밖에 없다. 바로 이러한 두 가지 면에서 계급은 개인에게 상처를 남긴다. 그리고 이 책은 그러한 점에 주목한 책이다.


능력주의가 민주주의나 법치주의처럼 당연시되는 이 시대에 저자는 능력과 존엄, 자유의 연결고리를 끊어내길 요구한다. 물질적 풍요가 이루어졌으니 그 풍요를 능력에 따라 배분하면서 낮은계급에게 상처를 입히지 말라는 요구이다. 물론 이 책에도 많은 한계가 있다. 그러한 사회구조를 내면화하게 되는 메커니즘으로 저자는 회사와 학교의 사례만을 제시하였지만 과연 이것이 다 인지 의문이다. 또한 그러한 사회 매커니즘에 저항하는 개인은 존재하지 않는지 이 책은 다루지 않고 있다. 그러나 저자의 문제 의식은 자본주의의 위기와 한계가 명확해지는 오늘날 반드시 생각해보아야만 할 문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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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내가 모른다는 것을 안다 - 소크라테스의 변론
플라톤.소크라테스 지음, 정상희 엮음 / 페이지2(page2)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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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무료로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소크라테스는 1. 아테네가 믿는 신을 믿지 않았고, 2. 청년들을 타락시켰다는 죄목으로 재판을 받게 된다. 그리고 아테네의 법정은 위대한 철학자 소크라테스에게 사형을 선고한다. 이 책은 그러한 소크라테스의 변론과 투옥, 죽음에 이르기까지의 과정과 그 사이에 자신의 제자 및 친구들과 했던 대화를 담은 3권의 책, <소크라테스의 변론>, <크리톤>,<파이돈>을 묶은 책이다.


소크라테스가 인류의 지성사에 남긴 업적은 자명하다. 자신은 아무것도 모른다는 전제 하에 소위 안다고 생각하는 자들과의 토론을 통해 무지를 자각시켰고, 유창한 수사학으로 이목을 끌거나 대중에 영합하기 보다 진정한 선을 추구하였다. 그리고 그는 진리를 위해 자신의 죽음을 외면하지 않았다. 이 책에는 그러한 그의 사상과 생애가 고스란히 담겨있다.


작금의 우리 사회를 보고 있자면 그 어느 때보다 소크라테스가 필요한 시대라는 생각이 든다. 사람들은 서로 올바름을 추구하기보단 경제적인 이익과 세상에서의 출세를 원한다. 또 그렇게 사는 사람들이 칭송 받는 시대가 되었다. 그리고 12.3내란을 거치며 비극적이게도 그러한 경향은 더욱 강해졌다. 자명한 진리와 정의를 추구하기보다 거짓과 허위라도 자신 혹은 자신의 진영에 도움이 된다면 그것을 선으로 여기며 믿고 따른다. 


자신의 죽음보다 국가의 올바름과 질서를 지키기 위해 부당한 판결인 줄 알면서도 독배를 들었던 소크라테스와 달리 자명한 정의의 판결과 결정도 지키지 않고 자신들의 안위와 안락을 위해 대중을 선동하고 사회를 붕괴시키려는 자들이 아직 곳곳에 남아 있다. 죽기 전 이웃에게 빌린 수탉 한마리를 갚고자 했던 소크라테스와 달리 오히려 남을 죽이고 남의 양계장 전체를 빼앗으려는 사람들이 존재하고 있다. 이들이야말로 진정한 안티-소크라테스다. 이들은 진리와 정의, 도덕과 이성을 무너뜨리고 나아가 국가와 공동체를 병들게 한다.


분열과 혼란의 대한민국에 소크라테스와 같은 국민들이 필요하다. 어두운 시대 속 소박한 자신의 삶을 이루어 나가며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을 시대의 동지들에게 이 책을 권하며, 도덕과 이성이 무너진 고대 아테네에서 지혜와 도덕의 횃불을 홀로 밝힌 소크라테스의 말을 전하고 싶다.


"우리가 많이 신경을 써야 할 것은 다수의 사람이 하는 말들이 아니라 정의와 불의를 이해하는 바로 한 사람, 바로 진리 그 자체가 하는 말이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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