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급의 숨은 상처
리차드 세넷.조너선 코브 지음, 김병순 옮김 / 문예출판사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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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무료로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인간의 오랜 역사에서 모든 사람이 평등하다고 믿었던 시기보다 평등하지 않다고 믿었던 시기가 훨씬 길다. 노예제와 신분제의 차별속에서 살던 사람들은 계몽주의와 미국 혁명, 프랑스 혁명 등 시민혁명을 거치고 시민사회가 성립한 이후에야 모든 사람의 평등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법적인 신분제가 폐지된 이후 이번에는 자본과 계급이 인간을 구별했다. 생산수단을 가진 부르주아와 생산수단을 소유하지 못한 프롤레타리아로 나뉘어진 산업사회는 또 다른 계급을 만들어 냈다.


대중사회가 도래하고 많은 국가들에서 절대적 빈곤이 해결된 이후 이제는 더 이상 계급이 존재하지 않는 것 같다. 명시된 법 조문에서 인간들 사이의 계급 차별을 인정하는 국가는 매우 드물다. 실로 평등한 세상이 된 것인다.


그러나 과연 그러한가. 세상에는 아직도 보이지 않는 혹은 보이는 계급이 존재한다. 월급이 아닌 천문학적 주급을 받는 스포츠 스타, 헤아리기 힘든 자산을 보유한 CEO, 한번의 음반 혹은 영화로 뗴돈을 버는 연애인이 존재한다. 그리고 그 이면에는 최저 시급도 받지 못하며 일하는 알바생, 폐지를 주우며 하루를 연명하는 노인, 각종 소상공인과 일용직 노동자들이 등장한다. 그리고 이 책은 그러한 계급이 인간에게 가한 상처에 주목한다.


마르크스는 부르주아와 프롤레타리아의 차이에 대해 생산수단의 소유 여부를 기준으로 나누었다. 그러나 이 책의 저자들은 상층 계층과 하층 계층을 구분하는 기준으로 자유와 존엄성을 삼는다. 상층계층의 직업(예를 들면 의사나 대학교수)을 가진 사람들은 자유롭다. 두 가지 측면에서 그러하다. 첫째 물질적으로 자유롭고, 둘째 타인의 평가와 자신의 능력을 마음껏 발휘해도 된다는 점에서 자유롭다. 하층계층은 이러한 자유를 누리지 못한다.


또한 하층계층에서는 자신의 존엄성을 지킬 수 없다. 사회적인 시선도 그러하지만 개인 내적으로도 자신의 일과 지위가 존엄하지 못하다고 여기며 나아가 자신의 능력과 실존 그 자체를 존엄하지 못한다고 여긴다. 그리고 자신을 타인과 비교할 수밖에 없다. 바로 이러한 두 가지 면에서 계급은 개인에게 상처를 남긴다. 그리고 이 책은 그러한 점에 주목한 책이다.


능력주의가 민주주의나 법치주의처럼 당연시되는 이 시대에 저자는 능력과 존엄, 자유의 연결고리를 끊어내길 요구한다. 물질적 풍요가 이루어졌으니 그 풍요를 능력에 따라 배분하면서 낮은계급에게 상처를 입히지 말라는 요구이다. 물론 이 책에도 많은 한계가 있다. 그러한 사회구조를 내면화하게 되는 메커니즘으로 저자는 회사와 학교의 사례만을 제시하였지만 과연 이것이 다 인지 의문이다. 또한 그러한 사회 매커니즘에 저항하는 개인은 존재하지 않는지 이 책은 다루지 않고 있다. 그러나 저자의 문제 의식은 자본주의의 위기와 한계가 명확해지는 오늘날 반드시 생각해보아야만 할 문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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