펄럭이는 세계사 - 인간이 깃발 아래 모이는 이유
드미트로 두빌레트 지음, 한지원 옮김 / 윌북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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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무료로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전 세계에는 수 많은 나라들이 있고, 그 나라들은 형형색색의 저마다의 고유한 깃발이 있다. 다양한 색깔, 다양한 문양뒤에는 그 나라만의 자부심, 아픔, 영욕의 역사가 감춰져 있다. 어느 나라도 아무런 의미 없이 자신들의 국기를 만들지 않고, 때로는 그 국기에 어떠한 정치적 함의와 사회적 소망을 담을 것인지를 두고 대립하기도 한다.


이 책은 그러한 국기에 담긴 세계의 역사를 추적하는 글이다. 이 책을 읽으며 알게된 놀라운 점은 단순히 깃발의 의미를 추적하고, 국기를 통해 그나라를 이해하는 것은 단순히 취미활동이나 역사학의 하위 연구 방법이 아니라 엄연히 하나의 학문체계라는 것이다.


vexillology, 우리말로 번역하면 기학(旗學)이라고 불리는 익숙하지 않은 이 학문은 깃발에 담긴 의미와 그 나라의 역사, 그러한 국기가 사회전반에 미친 영향을 탐구하는 학문이다. 인문학이 발달하지 못한 우리나라에서 그 이름조차 생소한 이 학문의 관점과 연구 자세가 이 책에는 녹아있다. 즉 이 책은 세계사 교양서이면서 동시에 기학의 입문서라고도 할 수 있다.


인간의 진보와 계몽 사상의 상징인 프랑스의 삼색기부터 이슬람교를 상징하는 초승달과 별, 기독교의 십자가, 아프리카의 아픔과 역사가 담긴 범아프리카색, 국기 곳곳에서 나타나는 영국의 유니언잭까지. 이 책은 그러한 깃발에 담긴 의미와 그 나라들에 담긴 역사를 짧지만 풍부하게 전달하고 있다. 


 국기는 그 나라의 독립성과 자주성, 전통과 지향이 담겨있다는 점에서 근대 국가가 갖는 또 다른 하나의 특성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나 이 책은 생생한 컬러와 풍부한 사진자료로 각 나라 국기의 변천사를 다루고 있기 때문에 보다 이해가 쉽다. 현대사회의 다양한 나라들과 그들의 역사, 문화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 책이 좋은 출발점이 되어준다.


언젠가 우리나라도 통일이 되면 새로운 국기를 만들기 위해 사회적인 고민을 하게 될 것이다. 그런것을 고민하는 세상이 언제 올지, 과연 오기나 할지도 모르겠지만 그 때가 되었을때 과연 우리나라, 우리 사회, 우리민족은 어떠한 지향과 바람, 기억과 염원을 이 네모난 공간에 담아낼지 궁금하다. 그리고 전 세계의 다양한 사례를 통해 그러한 고민에 대한 답의 실마리를 얻고자 하는 독자들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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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체노동자 프랑스 여성작가 소설 6
클레르 갈루아 지음, 오명숙 옮김 / 열림원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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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무료로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문학적 감수성이 매우 부족한 나로서는 문학작품을 읽는 것이 때로는 부담스럽다. 소설을 읽을 때 나타나는 참 안 좋은 습관인데, 언어의 감각적 아름다움과 상징을 이해하기 보다는 주제를 이해하고 내용을 알고 싶어 마치 단거리 달리기를 하듯 무작정 읽곤 한다. 그러고 마지막 장이라는 목적지에 도달해보면 결국 허탈감을 느낀 경험이 가끔 있다. 그렇기에 이 책은 목적지보다 여정자체를 좀더 중시하며 책을 읽어나갔다. 물론 그 방법이 성공했는지는 모르겠다.


이 책은 프랑스의 유명한 작가 클레르 갈루아가 존재와 사랑을 주제로 쓴 소설이다. 이 책에 나오는 주인공들은 상당히 모순적이다. 주인공 크리스틴은 동성애자인 빅토르가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의 곁에 머무른다. 크리스틴 또한 빅토르를 사랑하면서 자신의 애인 목록을 늘려가고 이들을 둘러싼 여러 인물들이 등장하며 크리스틴은 자신의 아픈 개인적 이야기를 담담하게 풀어낸다.


저자는 평범하지 않은 관계들을 통해 사랑의 본질과 자기 자신에 대한 이해, 상처와 타자화에 대해 의문을 던진다. 이 소설에는 극적인 사건들이 등장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인물과 인물의 관계, 그들이 서로를 인지하고 대하는 방법을 통해 우리는 타자화된 개인, 타인을 목적이 아닌 수단으로 대하는 자기 자신의 모습을 어느 순간 발견하게 된다. 솔직히 이 책은 쉬운 소설은 아니다.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바가 쉽게 이해되지는 않는다. 그 이유 중 하나는 갈루아가 주제를 '설명'하는 것이 아닌 '보여주기' 때문이다. 


또한 이 책의 원제는 L'Homme de peine 즉 고통의 인간이다. 그런데 번역가는 이 책을 육체노동자로 번역했다. 번역가의 섬세한 의도를 다 파악할 수는 없지만 번역가가 작품의 주제를 더 잘 살리기 위해 붙인 제목으로 보인다. 


여자 주인공 크리스틴이 건설 노동자나 제조업 노동자 등 실제 육체 노동에 종사하는 것도 아니다. 또한 몸을 파는 여성도 아니다. 하지만 그녀를 바라보는 주위 시선, 그리고 관계는 주인공이 의도하진 않았지만 수단에 불과했고 그런 의미에서 주인공을 '육체 노동자'라고 명명하여 책의 제목도 육체노동자로 정한 것 같다.


강렬한 주제를 전달하기보단 인물의 내면과 관계, 타인을 바라보는 시선을 보여줌으로써 작가는 독자들에게 수 많은 생각해볼 거리를 던져준다. 이 소설은 다양한 독자들에 의해 다양하게 읽힐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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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이 고고학, 나 혼자 서울 사찰 여행 - 조선 불교 이야기 일상이 고고학 시리즈 15
황윤 지음 / 책읽는고양이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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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무료로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최근 한 특강에서 교수님이 역사교사들에게 한 말이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교사가 역사에 대해 설명할때 역사 내러티브를 재구성해야한다는 것이었다. 교사 생활을 몇 년하다보니 수업이 익숙해지고 설명대상과 설명방식, 설명하면서 드는 예시 등도 어느덧 비슷해져 버렸다. 수업의 틀이라는 것이 만들어진 것으로 볼 수도 있지만 너무 틀에 박힌 설명을 하는 것 같아 아쉬운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렇게 만들어진 익숙한 내러티브 중 하나가 '불교 국가 고려 vs성리학 국가 조선'이다. 조선이 건국초부터 억불숭유 정책을 펼쳤기 때문에 조선은 불교와 연결하여 생각하지 않는다. 그리고 조선이 불교를 멀리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조선의 수도 서울과 절도 쉽게 연상되지 않는다. 더군다나 지방에 사는 나같은 경우 서울을 방문할 기회가 제한적이라 서울에 절이 많이 있을 것이라 생각하지 못했다.


그렇기에 이 책의 주제와 시도가 기발하다. 억불숭유를 국가 이데올로기로 삼은 성리학의 나라 조선에서 불교의 흔적을 찾는다는 것. 조선에서 불교는 늘 배척받고, 억압당하고, 별다른 발전을 하지 못했을 것이라는 고정관념을 이 책은 과감히 깨버린다.


이 책을 읽으면서 서울에 이렇게 많은 절이 있는지, 이렇게 많은 불교 문화재가 있는지, 그리고 조선시대 불교가 이렇게 유지 및 발전을 해 왔는지 놀랐다. 성리학이 조선의 공식적, 국가적, 상류층의 사상이었다면 불교는 성리학이 설명해주지 못하는 사후 세계관을 제시해주고, 민중의 구복과 삶의 문제에 대한 해결을 제시해 주었다.


이제는 답사기 전문가가 되버린 저자가 직접 나름의 역사와 귀중한 문화재가 있는 절을 방문하고 불교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특히나 이 책이 좋은 점은 불교의 세계관에 대해 쉽게 설명을 해주고 그러한 세계관과 종교관이 반영된 실재의 유물을 제시하고 있는 점이다. 해당 종교를 빋는 사람이 아니면 사실 종교를 학문으로 이해하고 공부하기는 힘들다. 불교도 마찬가지다. 


오히려 불교의 경우는 석가모니의 가르침에다가 인도의 민간신앙적 요소, 동아시아의 기복신앙까지 가미가 되어 세계관의 이해가 힘들다. 하지만 이 책은 불교문화재와 불교적 주제를 이해하는데 필요한 기본적인 내용까지 설명해 주고 있다.


이 책을 읽고 있으면 당장 서울 사찰 답사를 나서고 싶은 생각에 들썩이게 된다. 나중에 시간과 여유가 허락된다면 저자의 설명을 따라 서울 사찰 이곳저곳을 관람하고 조선의 불교 문화를 느껴보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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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만나는 헌법 교양 100그램 6
차병직 지음 / 창비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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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무료로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우리의 헌법은 눈물과 투쟁의 산물이다. 우리가 너무나 평범하다고 느끼고, 딱딱하다고 느끼며, 한편으로 당연하다고 느끼는 이 헌법을 만들어지기 위해서는 너무나 많은 사람의 피와 고통이 있어야만 했다. 헌법 전문에서부터 나오는 3.1운동과 4.19혁명,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역사가 대한민국 헌법에는 담겨 있고, 6월항쟁의 치열한 투쟁은 대통령 직선제라는 중요한 제도를 헌법에 포함시켰다.


그런데 최근 이 헌법의 무게와 가치를 모르는 자들에 의해 우리의 소중한 헌법과 헌법이 구현하는 헌법질서가 무참히 짓밟혔다. 법을 전공하여 검찰의 칼날을 휘두르던 일개 검사가 권력의 정점에 오르더니 느닷없이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그는 유신의 망령과 5.18의 아픔을 다시 2024년 현재에 소환했다.


분명 그도 자기가 무슨일을 저질렀는지 지금까지도 인지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 자리의 무게와 대통령의 헌법수호 책무를 알았다면 그는 결코 내란을 일으키지 않았을 것이다. 그 후 그의 잔당들이 보여준 간악한 행태는 더욱 우리의 헌법을 병들게 했다.


내란이 일단락되고 나서 우리가 그간 헌법에 대해 너무 무지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평소에 살아가며 공기의 소중함을 자각하지 못하듯 우리는 헌법의 가치를 경시했다. 이 책은 바쁜 현대사회에 법적인 지식이 없는 일반 독자들이 헌법의 가치와 역사를 이해하기 좋은 책이다.


저자의 말처럼 이 100g남짓한 책에는 그간 전세계적으로 헌법을 제정하게 된 계몽의 역사와 우리나라 헌법의 역사, 헌법의 가치, 그리고 헌법에 대한 궁금증과 그에 대한 답이 녹아있다. 특히 저자는 어려운 법 형식이나 법리를 설명하기 보다 민주시민으로서 알아야 할 헌법 정신과 헌법의 가치를 설명하고 있다. 민주주의의 소중함을 당연시하고 국민으로서의 권리와 의무를 다하려는 시민으로서는 반드시 읽어보아야 할 필독서라고 할 수 있다.


언젠가는 다시 한번 개헌이라는 어려운 길을 걸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그때 만들어지는 헌법에는 지금보다 더 자유롭고 더 정의로우며, 3.1운동과 4.19혁명으로 단절된 것이 아니라 부마항쟁, 5.18광주민주화운동, 6월항쟁과 촛불혁명, 그리고 빛의 혁명으로 이어지는 민주주의의 역사적 노정이 함께 담기고 구현되기를 간절히 소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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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터프렌즈의 구사일생 세계사 - 죽다 살아난 인류 생존의 의학사 닥터프렌즈의 세계사
이낙준 지음 / 김영사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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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무료로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역사를 전공하고 아직도 공부하는 사람으로서, 역사가 참 어렵다고 느끼는 이유 중 하나는 어떤 주제에 대해 전문적으로 파고들어 그 역사적인 변화와 맥락을 살펴봐야 한다는 점이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어느 영역을 연구하더라도 해당 주제에 대한 지식을 먼저 쌓고, 그 주제에서 자주 활용되는 용어에 익숙해져야 그 주제에 대한 변화를 추적할 수 있다.


그렇기때문에 의학의 역사라는 주제는 어떻게 보면 역사가들에게는 꺼려질 수 밖에 없는 영역이다. 의학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이 없고, 신체의 구조와 처방, 치료법 등을 기본적으로 알고 있어야 의학의 변화와 역사적 반전을 설명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영역은 역사가에게는 불가능에 가까운 영역이다.


그렇기에 이 책이 반갑다. 이 책은 의사인 저자가 의학의 역사를 주제로 집필한 책이다. 저자는 세계사에서 나타난 유행병, 빌병과 치료, 인간이 탐닉한 물질, 혁신적인 치료법 및 수술법의 역사를 추적하고 있다. 특히나 의학적 지식이 없는 사람도 이해할 수 있는 수준으로 설명을 하여 읽기에 큰 어려움도 없다.


이 책의 또 다른 특징은 저자가 던지는 질문이다. 고대인들은 사랑니를 어떻게 인식하고 있었는지, 골절치료가 언제부터 시작되었을지 등의 질문은 저자가 의사이기에 생각할 수 있는 역사에 대한 질문이다. 또한 서로 대립되는 자료를 찾아보고 나름의 사료비판을 통해 더 나은 해석을 제시하는 점도 이 책이 역사 교양서로서 갖추고 있는 훌륭한 자질이다.


역사는 역사가만의 것이 아니다. 역사가가 시대와 사회에 대한 종합적이고 맥락적인 흐름을 만듣다면 개별 사례와 주제를 전문적이고 역사적으로 다루는 것은 개별 영역의 연구자의 역할일 수 있다. 그리고 이렇게 개별 주제와 역사적 맥락이 상호작용하고 하나의 거대한 구조를 이룬다면 역사는 분명 풍성해질 것이다. 이 책은 그러한 참신한 시도로 역사를 바라보고자 하는 독자들에게 좋은 모범이 되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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