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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체노동자 ㅣ 프랑스 여성작가 소설 6
클레르 갈루아 지음, 오명숙 옮김 / 열림원 / 2025년 5월
평점 :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무료로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문학적 감수성이 매우 부족한 나로서는 문학작품을 읽는 것이 때로는 부담스럽다. 소설을 읽을 때 나타나는 참 안 좋은 습관인데, 언어의 감각적 아름다움과 상징을 이해하기 보다는 주제를 이해하고 내용을 알고 싶어 마치 단거리 달리기를 하듯 무작정 읽곤 한다. 그러고 마지막 장이라는 목적지에 도달해보면 결국 허탈감을 느낀 경험이 가끔 있다. 그렇기에 이 책은 목적지보다 여정자체를 좀더 중시하며 책을 읽어나갔다. 물론 그 방법이 성공했는지는 모르겠다.
이 책은 프랑스의 유명한 작가 클레르 갈루아가 존재와 사랑을 주제로 쓴 소설이다. 이 책에 나오는 주인공들은 상당히 모순적이다. 주인공 크리스틴은 동성애자인 빅토르가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의 곁에 머무른다. 크리스틴 또한 빅토르를 사랑하면서 자신의 애인 목록을 늘려가고 이들을 둘러싼 여러 인물들이 등장하며 크리스틴은 자신의 아픈 개인적 이야기를 담담하게 풀어낸다.
저자는 평범하지 않은 관계들을 통해 사랑의 본질과 자기 자신에 대한 이해, 상처와 타자화에 대해 의문을 던진다. 이 소설에는 극적인 사건들이 등장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인물과 인물의 관계, 그들이 서로를 인지하고 대하는 방법을 통해 우리는 타자화된 개인, 타인을 목적이 아닌 수단으로 대하는 자기 자신의 모습을 어느 순간 발견하게 된다. 솔직히 이 책은 쉬운 소설은 아니다.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바가 쉽게 이해되지는 않는다. 그 이유 중 하나는 갈루아가 주제를 '설명'하는 것이 아닌 '보여주기' 때문이다.
또한 이 책의 원제는 L'Homme de peine 즉 고통의 인간이다. 그런데 번역가는 이 책을 육체노동자로 번역했다. 번역가의 섬세한 의도를 다 파악할 수는 없지만 번역가가 작품의 주제를 더 잘 살리기 위해 붙인 제목으로 보인다.
여자 주인공 크리스틴이 건설 노동자나 제조업 노동자 등 실제 육체 노동에 종사하는 것도 아니다. 또한 몸을 파는 여성도 아니다. 하지만 그녀를 바라보는 주위 시선, 그리고 관계는 주인공이 의도하진 않았지만 수단에 불과했고 그런 의미에서 주인공을 '육체 노동자'라고 명명하여 책의 제목도 육체노동자로 정한 것 같다.
강렬한 주제를 전달하기보단 인물의 내면과 관계, 타인을 바라보는 시선을 보여줌으로써 작가는 독자들에게 수 많은 생각해볼 거리를 던져준다. 이 소설은 다양한 독자들에 의해 다양하게 읽힐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