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아 철학자의 편지 북커스 클래식
루키우스 안나이우스 세네카 지음, 유원기 옮김 / BOOKERS(북커스)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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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무료로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포스트모더니즘의 커다란 사상적 공로는 그것이 기존에 진리라고 믿어오던 것들에 균열을 내고 인간의 사상과 행위의 자유를 부여했다는 점이다. 그래서 니체와 사르트르를 좋아한다. 절대적 가치에 대한 도전과 비판, 해체와 주체성. 현대사회에서 존중되는 가치들은 결국 포스트모더니즘이 가져온 산물이다.


그런데 포스트모더니즘적 사고가 너무 나갔다는 생각이 드는 요즘이다. 지금은 포스트모더니즘을 넘어 포스트트루스시대에까지 도달한 듯 하다. 모든 권위와 이성적 사고가 무너지고 감정과 일회성, 말초적 쾌락이 자본과 연결되면서 공동체를 흔드는 듯하다.


결국 다시 답은 철학에 있다. 거대담론이 사라진 시대, 담론의 부활과 방향성에 대한 검토를 위해서는 철학의 위기이니 뭐니 해도 철학 책을 다시 꺼내 들 수 밖에 없다. 이 책은 그 중 스토아 학파의 대표적인 철학자 루키우스 세네카의 편지를 묶은 책이다.


세네카를 비롯한 스토아 철학자들 이성과 평정심을 강조했다. 세네카의 편지 곳곳에서 세네카는 이성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결국 이성을 통해 우리는 죽음에 대한 공포를 극복하고 덕 있는 삶을 살아가며, 더 나은 공동체를 만들어 나갈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최근 철학 관련 서적들이 상당 부분 철학자의 복잡한 고뇌나 어려운 이야기는 빼버리고 사람들에게 짧고 말초적인 위안과 지침 만을 주는 것처럼 쓰여져 불만이었다. 우리는 철학을 통해 삶의 좌표를 설정하고 위로를 받기는 하지만 철학의 목적에서 그것이 다는 아니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세네카의 편지를 종합적으로 엮어 세네카의 사상과 철학을 체계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해준다.


돈 많이 버는 것이 인생의 성공을 측정하는 기준이 되고, 진영논리에 휩싸여 합리적 근거와 학문적 권위를 무시하며, 가상의 공간에서 위로를 얻으며 말초적 즐거움을 추구하는 시대이다. 이성의 가치를 역설하며 욕심과 감정에 휘둘리지 않는 아파테이아를 추구한 세네카의 편지는 마치 오늘날 우리에게 전하는 편지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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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로교사 DNA - 성장부터 코칭까지, 좌충우돌 도전기
문현심 지음 / 미다스북스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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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무료로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학교에는 별의별 학생들이 다 있다. 흠잡을 데 없는 모범생, 강한 정의감과 사명감을 지닌 학생, 마음에 상처가 있는 학생, 친구 관계에서 어려움을 겪는 학생, 도무지 이해 안되는 기행을 하는 학생까지. 


그런데 사실 학생들에게는 잘 이야기를 안 하지만 선생도 별의별 선생이 다 있다. 정말 존경심이 가는 교사부터 학생들이 알까 부끄럽고 (같은 교사가 봐도)문제가 많은 선생까지. 학교는 그런 별의별 사람들이 부대끼며 세상이 이렇게 넓다는 것, '세상에는 다양한 사람이 다양한 방식으로 어울려 살아가는 구나'라는 것을 배우는 곳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생각을 하며 살아가는 와중에 만난 이 책의 저자 문현심 선생님이 반갑다. 아이들에 대한 애정, 일과 꿈에 대한 열정, 겸손하면서도 따스한 마음이 책을 읽는 내내 느껴졌다. 학교가 학교일 수 있는 것은 역시 별로인 선생님들 보다 좋은 선생님이 많기 때문일 것이다.


이 책은 한 진로 선생님의 학교 안팎에서의 도전과 실패, 좌절과 성공을 담은 이야기이다. 문 선생님은 대학원에서 논문을 쓰고, 다양한 진로 코칭 프로그램을 개발하며, 학생들의 진로 찾기를 도와주기 위해 애쓰신다.


문 선생님이 특히나 강조한 것은 '코칭'인데, 선생님의 논문을 찾아보면 코칭을 다음과 같이 정의하고 있다.


 코칭 질문을 통해 코칭을 받는 사람이 자신의 내면에 존재하는 잠재력을 발견할 수 있으며, 자신이 원 하는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수평적인 파트너십으로 코치이 의 자기 주도성을 강화는 활동(문현심, <진로전담교사의 코칭을 적용한 진로상담 경험 탐색>, 숭실대학교 석사논문, 2023,p.23)


어떻게 보면 교사가 하는 전반적인 활동이 모두 코칭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기에 교사에게는 학생의 이야기를 듣는 자세와 다양한 길을 제시할 수 있는 축적된 경험이 필요하다. 그래서 문 선생님도 스스로 끊임없이 새로운 도전을 하신 듯 하다. 도전하지 않는 교사가 학생에게 도전해보라고 말하는 것은 너무 꼰대같지 않은가. 그렇기에 교사는 끊임없이 새로운 도전에 나서야 한다는 점을 이 책을 통해 다시 한번 확신하게 되었다.


교사인 나도 이번 생이 처음이다. 그렇기에 한 아이의 인생에 중대한 결정을 대신 내려주고 완벽한 해답을 내려줄 수는 없고 그래서도 안된다. 중요한 것은 학생이 스스로 자신을 이해하고 자신의 인생을 설계하는 방법을 안내해 주는 것이다. 이 책은 동료 교사에게 그리고 학생들에게 그러한 경험과 방법을 보여주는 선생님의 멋진 도전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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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 문예출판사 세계문학 (문예 세계문학선) 134
존 스타인벡 지음, 김승욱 옮김 / 문예출판사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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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무료로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하는 흔한 상상 한 가지. 상상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지는 바로 그 상상. 만약 내가 로또 1등에 당첨된다면? 1등에 당첨된 복권을 손에 쥐고 있는 나의 모습에서부터 그간 돈에 의해 겪은 억울한 일들이 떠오른다. 그리고 곧바로 리스트 업을 시작한다. 일단 회사에 사표를 던지고, 해외여행 준비를 하고. 부모님께 그간 못했던 효도를 하고, 멋진 차를 뽑는 그런 달콤한 일들을 떠올린다. 


이런 상상의 이야기를 주변사람과 하다보면 웃지 못할 일도 생긴다. 누구에게 말할 건지, 누구에게 얼마를 줄 건지, 혹은 주지 않을 건지. 이야기를 하다가 돈을 적게 주겠다고 한 사람은 왠지 모를 섭섭함을 느끼기도 하고, 왜 자신에게 비밀로 하냐고 그간의 신뢰에 의심이 가기도 한다. 가벼운 농담 같은 이야기지만 이처럼 갑작스럽게 찾아온 행운은 상상만으로 그것이 가져올 파괴적인 면을 암시하고 있다.


<진주>의 이야기는 어찌보면 우리에게 익숙한 클리셰이다. 맥시코의 한 부족 전갈에게 쏘인 아들을 살리기 위해 주인공 키노는 돈이 필요하다. 키노는 바다에 가 돈을 벌기 위해 진주를 찾는다. 그러다 키노는 여지껏 누구도 발견 못한 커다란 진주 한 알을 발견한다. 그리고 그날 이후 키노의 일상은 송두리째 파괴된다. 이 이야기는 진주를 둘러싼 키노와 주변사람들 간의 관계 변화 인간의 탐욕과 파멸을 그린 작품이다.


단순히 갑작스런 부와 탐욕에 대한 경계 외에도 이 작품에서는 피식민지인이 겪었던 제국주의의 지배가 엿보인다. 의료와 교육의 혜택을 받지 못해 마음속 깊은 곳에 그것을 갈망하는 키노의 모습, 키노 부족의 가난한 생활과 대조되는 의사가 사는 부유한 마을의 모습,  각자 자기의 자리(계급, 계층, 지위, 신분 등)를 유지해야 한다고 설교하는 성직자의 모습 등.


그러한 모든 불평등과 사회의 모순을 존 스타인벡은 아름다운 광경의 묘사와 진주라는 소재를 통해 불편하게 고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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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분 도시 인문학 수업 - 이름만 알던 세계 도시에 숨어 있는 특별한 이야기
신정아 지음 / 아날로그(글담)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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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무료로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세계사 교과서에는 무수히 많은 도시가 등장한다. 세계사 선생으로서 부끄러운 고백을 하나 하자면 세계사를 가르치지만 정작 세계사에 등장하는 많은 도시들 중 실제로 방문을 하거나 혹은 그 도시의 역사와 문화에 대해 정말 잘 알고 있는 도시는 극히 드물다. 그렇기에 직접 가보지 못한 도시를 이해하고 공부하는데는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 해야만 한다.


비단 역사 선생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들이 해외여행을 간다고 했을 때 해당 나라의 모든 도시를 다 둘러보는 것은 아니므로 결국 해외여행은 그 나라의 도시를 관광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러므로 해외여행에 나서기 전 그 도시의 기본적인 역사와 문화를 이해하게 되면 여행을 보다 풍부하고 알차게 채울 수 있다. 또한 그 나라의 대표적인 도시의 역사는 곧 그 나라의 역사 그 자체이기도 하다.


이 책은 세계의 여러 도시들의 역사와 문화를 설명하고 있는 책이다. 무엇보다 이 책이 돋보이는 점은 단순히 그 도시의 위치와 역사, 문화 만을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범주를 설정하고 그 범주에 맞는 도시를 짧게 설명하고 있다는 점이다. 제목에서도 드러나듯이 한 도시의 특징을 파악하는 데는 3분정도 밖에 걸리지 않는다.


저자가 설정한 도시의 분석 범주는 5가지이다. 첫쨰는 예술로 모차르트와 베토벤으로 대표되는 오스트리아의 빈, 가우디의 예술이 살아 숨쉬는 스페인의 바르셀로나 등이다. 둘쨰는 역사로 세 종교의 성지이자 지금까지 분쟁이 지속되는 이스라엘의 예루살렘, 몇 년 전 민주화 시위로 화재가 되었던 홍콩 등의 도시를 설명한다. 셋째는 혁신으로 고대 이집트의 과학 기술을 상징하는 이집트의 카이로, 작은 도시이자 국가이지만 아시아의 4마리 용이라 일컬어지는 싱가포르 등을 설명한다. 넷쨰는 자연과의 공존으로 물의 도시 이탈리아 베네치아, 풍부한 자원을 보유하고 있는 몽골의 울란바토르 등을 담고 있다. 


이 책의 또 다른 장점은 서양이나 미국 등 강대국들의 도시만을 설명 대상으로 하지 않고 아시아, 아프리카, 남아메리카 등 세계 여러 도시를 골고루 설명하고 있다는 점이다. 


책을 읽으며 저자의 짧지만 알찬 설명을 듣는 것 만으로 도시와 국가의 역사와 특성을 이해하는 데 기본적인 지식을 얻을 수 있다. 방구석에서 저자가 진행하는 짧은 세계여행에 따라 나서고 싶은 독자들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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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보수는 왜 매국 우파가 되었나? - 해방 이후 우익의 총결산, 뉴라이트 실체 해부
이병권 지음 / 황소걸음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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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채성모의 손에 잡하는 독서'를 통해 무료로 책을 협찬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보수와 진보는 무엇인가? 쉽게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이다. 특히 유럽을 비롯한 여러 나라들과 달리 아직까지 분단이 현재진행형인 대한민국에서 진보와 보수의 개념은 더욱 설명하기 힘들다. 이 책은 저자와 관점에서 한국 보수세력의 흐름과 계보를 정리하고 한국의 보수세력에 대한 전망과 제언을 담은 책이다.


저자가 살핀 현재 대한민국 보수의 탄생 과정과 모체는 이러하다. 첫째 세력으로 이들은 1980년대 무렵 사회구성체 논쟁과 학생운동 등 사상 투쟁을 통해 형성된 NL계 일부가 변절하여 탄생하였다고 저자는 보고 있다. 대표적으로 강철서신의 저자 김영환씨 같은 경우이다. 둘째 사학적으로는 낙성대연구소 등 뉴라이트 계열의 학자들이다. 셋째 사상적으로 이들은 신자유주의를 주장하며 한미일 삼각동맹을 주장한다.


1980년 이후 형성된 뉴라이트 계보를 밝히며 진보와 보수, 뉴라이트의 특징을 복잡하지 않게 정리한 점이 돋보인다. 하지만 몇 가지 아쉬운 점도 있다.


첫째 책의 제목이 <대한민국 보수는 왜 매국 우파가 되었나>라고 하면서 동시에 표지에 뉴라이트의 실체 해부라고 되어있다. 하지만 대한민국의 보수=뉴라이트인 것은 아니다. 현재 대한민국 보수는 정치적으로 국민의 힘이라는 정당에 섞여 있지만 그 중에는 박정희-김종필로 이어지는 공화당계, 전두환, 노태우로 이어지는 민주공화당계, 김영삼의 상도동계가 섞여 있다. 또한 종교적으로는 극단적인 기독교 세력이 포함되어 있다. 이들과 뉴라이트의 상관성을 보다 명확히 밝혔다면 한국 보수세력의 계보를 더 명확히 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둘째 저자의 윤휴와 송시열의 대립에 대한 역사관이다. 저자는 자존, 개혁, 다양성의 대표로 윤휴를 굴종, 보수, 획일성의 대표로 송시열을 들고 있다. 이 도식적 이해는 한때 논란을 불러왔던 한 유사역사학자의 시각을 연상시킨다. 숙종 무렵의 정치사는 크게 남인vs서인 혹은 남인vs노론vs소론의 구도로 살펴야지 개인vs개인의 대립으로 보는 것은 적절치 않다. 또한 저자는 예송논쟁을 자주국으로 갈 것이냐 제후국으로 갈 것이냐라는 주장이 반영된 논쟁이라 보는데, 예송논쟁은 효종의 지위를 정립하는 문제이며 왕과 사대부의 예법적용과 관련된 문제지 그러한 관점에서 평가할 문제는 아니다.


12.3내란 사태로 보수는 완전히 길을 잃었다. 현재 이들은 대한민국의 헌법가치를 부정하고 있다. 비상계엄을 통해 삼권분립과 자유를 훼손하고, 부정선거론을 들먹이며 선거제를 뒤흔들며, 서부지법 폭동을 통해 법치주의를 짓밟는다. 보수의 적자도 아닌 윤석열이 보수에 던진 폭탄은 너무나 파괴적이다. 내란에 동조하고 옹호하는 개인, 집단을 우리 대한민국 헌법과 피로 세운 민주주의의 역사는 결코 용서하지 않는다. 하루 빨리 대한민국에 건강한 보수가 세워지길 간절히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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