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자들 - 전쟁의 한복판에서 살아 돌아온 인간들의 역사
이준호 지음 / 유월서가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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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무료로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인간은 누구나 존엄하다. 그렇기에 모든 인간은 생명권, 자유권, 행복 추구권 등 타인에게 양도할 수 없는 권리를 가지고 있다. 이러한 기본 전제 위에 인간은 도덕적 원칙과 사회적 책무 등 개인과 사회를 위한 삶을 쌓아간다.


하지만 전쟁은 이러한 인간의 존엄을 가차없이 파괴한다. 총과 포탄이 날아드는 전쟁터에는 생존에 대한 처절한 욕구 그 외에는 존재하지 않는다. 내일 내가 살아 있을지 장담할 수 없기에 배려, 관용, 약자에 대한 보호 등의 가치는 설 자리를 잃는다.


이 책은 제2차 세계대전기 전쟁을 거치며 각자의 위치에서 살아남기 위해 투쟁한 사람들의 처절한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모두 인종, 성별, 국가는 다르지만 그들은 지옥 한가운데서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 했다.


그리고 그 생존에 대한 갈망은 도저히 참을 수 없는 굴욕과 고통에서 인간이 살아남을 수 있게 하거나 혹은 타인의 생명과 존엄을 빼앗고도 뻔뻔하게 자신의 삶을 이어가는 모습의 대조로 나타난다. 이 책을 읽으며 전자에 속한 사람들에게는 무한한 경탄을, 후자에 속한 사람들에게는 혐오와 비판을 퍼붓게 된다.


인간의 존엄이 철저히 짓밟히는 참혹한 전장 한 가운데서 일어난 이야기는 역설적으로 우리가 누리는 평화와 번영의 가치가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전쟁을 막고 인간의 존엄을 유지하기 위해서 우리는 어떠한 선택을 해야만 하는지 끊임없이 생각하게 해 준다.


결국 이 책은 인간의 존엄이 얼마나 쉽게 짓밟히지만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생존자들의 생애를 통해 우리에게 알려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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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차별 - 그러나 고유한 삶들의 행성
안희경 지음 / 김영사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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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무료로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대한민국 헌법 제11조 ①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 누구든지 성별ㆍ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에 의하여 정치적ㆍ경제적ㆍ사회적ㆍ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


대한민국 헌법 제11조이다. 최근들어 헌법을 자주 읽어보게 되는 것 같다. 우리의 헌법은 명확하게 말하고 있다. 이 대한민국 사회에서는 어떠한 차별도 존재해서는 안된다고.


하지만 늘 이상과 현실이 어긋나듯, 이 당위도 현실에서는 힘을 잃는 경우가 다반사다. 이미 한국 사회가 다문화 사회가 된지 오래되었지만 아직까지도 한국사회는 이러한 차별이 존재하고 우리 사회가 나아가야 할 가치를 정립하지 못했다.


이 책은 저자가 미국에서 스스로 겪은, 그리고 다양한 문화적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한국사회에서 어떠한 차별을 받고 있는지, 우리사회를 되돌아보게 만드는 에세이다. 온갖 배경으로 한국에 와 우리의 이웃들이 된 이들에 대한 이야기, 이들이 우리와 함께 살아가다 부딪히게 되는 일상의 벽과 고통, 차별과 혐오의 언어에 의해 받은 상처가 이책에는 고스란히 녹아있다. 때론 영화보다 현실이 더 잔혹하게 느껴진다는 생각을 이 책을 읽으며 다시 한번 하게 된다.


과연 우리사회에서 "우리"에는 누가 들어가는가? 베트남에서 와 농업에 종사하고 있는 빈도, 중국에서 와 협동조합 대표를 맡고 있는 김홍리도, 예맨에서 피난온 자밀라도 "우리"에 들어갈 수 있을까?


누군가는 인정하고 싶지 않겠지만 엄연히 이땅 어딘가에서 하루를 살아가고, 우리와 함께 먹고 마시고 있다. 그리고 이들에 대해 우리가 함께 땅을 딛고 서 있는 이 대한민국은 일체의 차별을 허용하지 않는다. 


모든 차별과 혐오, 억압과 배제가 사라진 사회를 나는 오늘도 꿈꾸며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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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자, 인간의 과학사 - 과학자는 누구인가? 사람과 사람이 맞닿는 과학사의 순간들 한 컷 교양 과학 시리즈 3
최성우 지음 / 지노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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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무료로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고등학교때부터 문과였고, 대학에서도 역사를 전공한 나에게 과학은 상당히 동떨어진 주제이다. 복잡한 수학공식과 의미를 모르겠는 실험, 이름을 외우기 어려운 천체의 이름과 도저히 가늠이 안되는 우주에서의 거리 등은 나에게 그리 쉽게 와닿지 않았다.


그렇기에 매 머리속에 과학자라는 사람은 왠지 특별한 혹은 특이한 모습을 하고 있는 사람이라는 고정관념이 박혀있다. 실험실에 처박혀서 약품을 뒤섞으며, 복잡한 수학공식을 하루종일 고뇌하고, 굉장히 예민하고 까탈스러운 성격에 대화가 잘 통하지 않는 모습 등이 내 머리속의 과학자가 지닌 모습이다.


이 책은 과학자의 모습이 꼭 그렇지는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복잡하지만 인류 문명의 발전을 이룬 과학의 발달사와 그러한 발견과 발명을 위해 평생을 바친 과학자의 모습 그리고 그 과학자의 이면에 있는 가족과 개인사 등 인간적인 모습 등이 이 책에는 담겨있다.


책은 4부로 나누어져 각각의 주제를 가지고 구성되어 있다. 1부에서는 '불운의 과학자, 잊힌 과학자'라는 주제로 위대한 과학적 성과를 거두었지만 개인적인 불행을 겪은 과학자들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2부는 '스스로 생을 마감한 과학기술자들'이라는 주제로 스스로 세상을 등진 과학자들의 비극적인 이야기가 담겨있다. 3부는 '과학자의 가족들'로 위대한 과학자의 동생, 아들, 어머니 등 과학자들의 인간관계에 관한 이야기가 담겨있다. 4부에서는 '과학자의 뒷모습'이라는 주제로 과학자들의 학창시절, 스승으로서의 모습, 사회에서의 모습 등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조금만 공부를 잘하고 특히 수학과 과학을 잘하거나 여기에 흥미가 많으면 무조건 의대 진학을 목표로 한다. 기초과학의 위기라는 말은 이미 식상한 경고가 된지 오래고, 거기다가 최근에는 어떤 자칭 '철이 들고 난 이후부터 자유민주주의를 위해 살아온' 양반이 R&D예산을 삭감하는 지경에 이르렀다.(그리고 그 양반은 뭐가 그리 급했는지 2년 반 만에 해고될 위기에 처했다.) 이 책은 과학이 외면받는 우리사회에 과학자들의 모습을 통해 과학의 매력을 설명한다. 그리고 위대하고 어려워 보이는 과학적 업적 뒤에 가려진 과학자들의 인간적인 모습을 가감없이 우리에게 전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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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꽃처럼 - 월남전 실화 소설
구문굉 지음 / 메이킹북스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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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무료로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우리가 역사에서 전쟁을 배우는 이유가 무엇일까? 솔직히 전쟁에 관해 공부하다보면 재밌다. 전쟁의 치열한 전개과정, 도저히 이길 수 없을 것 같은 전투를 뒤엎는 뛰어난 지휘관, 이해집산을 거듭하는 세력과 세력의 이야기, 무기와 전략의 전개와 발전 등은 우리에게 충분히 흥미를 느끼게 한다.


하지만 우리가 역사에서 전쟁을 배우는 것은 단순히 흥미가 있기에 배우는 것은 아니다. 전쟁이 발생한 배경과 전쟁이 뒤바꿔놓은 세상의 모습, 그리고 전쟁으로 인한 파괴와 살육을 보여줌으로써 평화와 휴머니즘의 가치를 깨닫기 위해서이다.


우리는 역사책에서 수많은 전쟁을 흘려 듣는다. 임진왜란, 병자호란, 6.25전쟁, 베트남 전쟁 등 우리와 연관된 전쟁도 그 전쟁의 비극성을 인지적으로만 이해한다. 하지만 전쟁을 겪은 당사자에게 그 전쟁은 자신의 삶 일부였고 단절되지 않은 채 현재의 삶을 규정하고 영향을 미친다.


이 책은 1960년대부터 해병대에 복무한 한 해병대원의 회고록을 기반으로 한 이야기이다. 책은 실화소설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있지만 저자의 회고에 가까운 책이다. 책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뉘어져 있는데, 하나는 베트남전쟁에서 겪은 자신의 전쟁경험이고, 다른 한 부분은 베트남 전쟁 이후의 해병대 생활에 관한 이야기이다.


특히나 베트남 전쟁에 대한 저자의 생생한 이야기가 많은 것을 느끼게 해준다. 어린시절 6.25전쟁을 겪은 저자가 메트남 전쟁을 경험하며 전쟁의 비극성과 비인간성에 대해 뼈저리게 느끼는 부분이나 전쟁 속에서 겪은 생사의 갈림길, 우정, 만남, 이별, 일상의 이야기는 베트남 전쟁의 모습을 생생하게 느끼게 해준다.


역사학의 연구 분야에는 단순히 전쟁의 배경, 전개 과정, 결과 등 제도적, 구조적인 것에만 한정되지 않고, 전쟁을 겪으며 느낀 인간의 생각, 전쟁과 한 인간의 삶 등도 포함된다. 그렇게 볼 때 이 책은 훌륭한 역사적 증언이자 사료로서의 가치도 가지고 있다.


그렇기에 전쟁을 경험하며 쓴 이 회고는 반대로 우리가 누리는 평화의 가치와 우리가 지향해야할 휴머니즘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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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자의 눈으로 본 십자군 전쟁 - 십자군 전쟁에서 배우는 평화를 위한 지혜
박승찬 지음 / 오르골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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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무료로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우리나라의 역사학계는 한국사가 중심이다. 우리나라의 역사이니 한국사가 중심이어야하는 것은 맞지만 한국사에서 눈을 돌려 서양사나 동양사, 혹은 다른나라의 역사를 좀 쉽게 배우는 것은 쉽지 않다. 서양사의 경우에 한정해서 봐도 고대 그리스와 로마 시대 혹은 제1,2차 세계대전과 현대사 정도는 그나마 적절한 교양서를 다수 발견할 수 있지만 서양 중세사나 근대사는 찾아보기가 힘들다.


서점에서 발견할 수 있는 서양사 교양서나 전문서적도 상당수가 외국연구자의 저서를 번역한 것이라 서양사 지식이 부족하거나 서양식 사고방식이나 어투에 익숙하지 않은 한국독자가 읽기에는 다소 어려움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볼 때 모저럼 한국연구자가 지은 서양사 그것도 중세사 교양서가 출판되어 매우 반갑다. 또한 우리나라 사학계의 특성상 역사연구에서 실증주의를 넘어 특정한 교훈이나 가치를 추출하려는 시도를 극도로 꺼려한다는 것을 고려하면 이 책은 철학 연구자인 저자가 역사를 설명하고 거기에서 오늘날에 필요한 교훈을 끌어내는 점이 흥미롭다. 실증주의가 역사의 기본이고, 역사에서 함부로 교훈을 추출하려는 시도는 조심해야 하지만 일반 대중이나 학생들에게는 역사적 사건이 가져다 주는 교훈의 가치를 결코 무시할 수는 없다.


이 책은 크게 두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전반부는 십자군전쟁의 배경과 전개과정, 결과를 설명하고 있고 후반부에는 십자군 전쟁을 바라보는 관점과 십자군 전쟁을 통해 배우는 무지개의 원리를 다루고 있다.


특히나 이 책은 내용 면에서도 상당히 충실하고, 그리 어렵지 않게 십자군 전쟁을 설명하고 있다. 더불어 전쟁의 전개과정에 대한 묘사가 흥미를 끌고, 십자군 전쟁을 둘러싼 인물들에 대한 서술이 돋보이는 책이다.


기본적으로 십자군 전쟁은 종교를 둘러싼 갈등이었다. 그리고 안타깝게도 이러한 전쟁의 양태는 오늘날에도 멈추지 않게 지속되고 있다. 세상의 모든 고등 종교에서는 인류에 대한 사랑과 구원, 평화를 강조하지만 이러한 종교를 믿는 사람들은 자신의 이익과 가치를 위해 신을 이용하고 신의 뜻과 반대되는 행동을 벌인다.


치열했던 십자군 전쟁 속에서 우리는 공존과 평화, 상호 존중의 가치를 어떻게 실현해 나가야 하는지 고민해봐야 한다. 그리고 이 책은 그러한 고민의 시작점이 되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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