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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사니즘, 포용적 혁신 성장 - 이재명과 전문가 9인이 말하는 한국경제 어떻게?
서정희 외 지음 / 다반 / 2025년 3월
평점 :
*이 글은 '채성모의 손에 잡히는 독서'를 통해 무료로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이재명이라는 인물을 지지하든 지지하지 않든 그는 한국 역사상 DJ와 YS이후 가장 극적인 정치인생을 살아온 인물이라는 것에는 동의할 것이다. 가난한 소년공에서 인권변호사가 되었고, 민주당 비주류에서 초거대야당의 대표가 되었다. 그리고 그는 지금 혼란의 대한민국에서 차기 대통령이 될 가능성이 가장 높은 인물이다.
그는 죽음의 문턱을 몇번이고 밟기도 했다.(목숨을 걸고 정치를 하는 것은 DJ와 YS가 마지막이 될 줄 알았다.) 실제로 칼에 찔리기도 하는 정치 테러를 겪었고, 사법적으로 윤석열 정권은 몇백번에 걸친 압수수색으로 야당정치인인 이재명을 공격했다. 그리고 12.3내란을 획책하면서 그의 이름은 체포대상 첫번째에 이름을 올렸다.
정의가 훼손되고 상식이 지연되는 작금의 대한민국에서 아직까지 민주주의의 미약한 불꽃이 꺼지지 않았다면 그는 곧 있을 대선에서 출마할 것이다. 그리고 이 책은 그런 이재명의 정치, 사회 사상과 그가 계획하고 있는 국가모델을 설명하고 있는 책이다.
이재명이 저자로 참여하고 서문을 쓰기는 했지만 책의 장을 이루는 저자들은 각 분야 전문가들이다. 그렇지만 이들의 생각이 곧 이재명의 집권 플랜이라 봐도 무방할 것으로 보인다. (자신이 뜻하는 바가 있어도 자기가 전면에 나서면 정치적 공격의 대상이 되기에 한발짝 물러나는 모습은 이재명이 정치를 하며 터득한 지혜이자 지금까지 유지되는 정치술로 보인다. 이 책에서도 그게 느껴진다.)
이재명의 정치사상은 한마디로 하자면 '기본사회'이다. 책 제목에서 표방한 잘사니즘역시 기본사회의 레토릭이다. 대한민국 누구나 기본적인 의식주 나아가 문화생활과 인간적인 삶을 영위할 수 있는 사회. 노무현이 말했던 "더불어 사는 사람 모두가 입는 것 먹는 것 이런 걱정 좀 안 하고 더럽고 아니꼬운 꼬라지 좀 안 보고 그래서 하루하루가 좀 신명나게 이어지는 그런 세상"말이다. 이 책은 그런 이재명의 생각의 토대들을 보여주고 있다.
아쉬운 점은 그러한 이재명의 높은 이상만큼 현실적인 구체성은 잘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경제적 혁신을 이룩할 것인지, 기본사회의 재원은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상생하는 구조를 어떻게 만들 것인지 구체적인 방안이 보이지 않는다. 물론 이 책이 그러한 지침을 설명한 전문서적은 아니어서 그런지 모르겠으나 여태까지 진보가 보인 높은 이상과 그에 못 미치는 실력이 반복될까 그것이 염려된다.
한가지 예로 교육에 관한 플랜은 너무나 아마추어 같고, 현실을 전혀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각 단위학교와 지역사회에 자율성을 주는 것을 하나의 방향으로 설정한 듯 한데, 이것은 중앙에서 해결못한 문제를 지방에 전가한 것에 불과하다. 각 지역사회와 단위학교에 교육정책을 위임하는 것은 민주적인 교육을 이루어 내는 것이 아니라 단위학교 교장으로 구성된 수많은 작은 독재체제를 만드는것과 다르지 않다.
12.3내란으로 윤석열 정권은 정치적 자살을 택했다. 그리고 국민의 힘은 그런 정치적 블랙홀에 같이 빨려들어 함꼐 소멸을 택하는 중이다. 이것은 분명 진보에게는 기회다. 그런데 민심은 지난 문재인 정권기에 보내준 압도적 지지와 그에 대한 실망으로 인한 정권 교체와 같이 냉정하다. 정권을 잡는 것과 국가를 운영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같은 패턴으로 두번 실망한 국민들은 어쩌면 진보에게 세번째 기회를 주지 않을 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명심 해야 한다. 이제는 잘해야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