씻는다는 것의 역사 - 우리는 왜 목욕을 하게 되었을까?
이인혜 지음 / 현암사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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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무료로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논문을 써 본 사람은 모두가 다 공감하겠지만 논문쓰기에서 가장 어려운 것은 자료를 수집하는 것도, 자료를 해석하는 것도 아닌 바로 주제를 잡는 일이다. 내 지도교수님이 늘 강조하셨 듯이 역사논문의 주제를 잡기 위해서는 남들이 관심을 가지지 못한 것을 찾아야 하고, 역사적 맥락 속에서 필요한 빈 공백을 채워 전체적인 역사상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어야 하며, 동시에 내가 연구하는데 재밌어야 한다. 그러면서도 소재주의의 유혹에 빠져서도 안된다.


그런 관점에서 볼 때 이 책은 적절한 역사적 내용을 담은 좋은 책이 아닌가 한다. 물론 이 책은 논문이나 전문 서적은 아니다. 하지만 그간 주목하지 않았던 역사적 소재를 충분히 전문적으로 설명해 주고 있다. 우리가 무심코 아주 오래 전부터 으레 해왔을 것이라 생각한 목욕을 소재로 하였고, 목욕에 담긴 역사적 변화와 각 시대적 맥락, 거기에 담긴 당대인들의 사고까지 이 책은 뽑아내고 있다. 그리고 이 책은 재미있다.


씻는다는 행위를 단순히 몸의 더러움을 제거하는 과정 정도로만 생각했지만 이 책은 씼는 행위 속에 담긴 여러 코드를 찾아 설명한다. 오래전부터 사람들은 씻는 행위에 청결 혹은 성화의 의미, 참회의 의미, 치유의 의미, 그리고 문명의 의미를 담아 왔다고 이 책은 설명한다. 


이 책은 공간에 따라서도 씻는 행위가 가지는 공통점과 차이점을 설명한다. 서양과 이슬람 세계, 중앙아시아와 아메리카에 이르기까지 목욕은 어떠한 의미를 가지고 변화해 왔는지 책은 설명한다. 그리고 이어 한국에서 고대부터 현대까지 목욕의 변화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목욕이라는 행위 하나에도 이렇게 많은 시대와 관념에 축적되어 있는데, 우리가 관심을 기울이지 않은 수많은 소재에 얼마나 많은 역사적 지층이 쌓여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역사학에서 거대담론이 외면받는 시대, 역사학의 또 다른 글쓰기 방향은 이런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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