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브 오브 본즈 - 호모 날레디, 인류 진화사를 뒤흔든 신인류의 발견과 다시 읽는 인류의 기원
리 버거.존 호크스 지음, 김정아 옮김 / 알레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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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스 다원이 인류의 사상사에 끼친 업적은 단순히 생물이 진화하였다는 것을 밝힌 것에 있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더 이상 유일하고 완전한 생명체가 아니라는 사실을 밝혔다는 데 있다. 그러나 아무리 인간이 신의 형상을 닮은 창조물이 아니라는 것이 밝혀졌다 하더라도 인간의 고유성과 우월성은 흔들리지 않아왔다. 지금까지도.


인간의 유일성과 고유성은 일종의 공리이다. 인간이 소중한 이유는 인권을 가지기 때문인데, 인권은 사람이 가진 권리를 의미하므로 결국 동어반복이다. 이것은 인간의 성질에 대한 공리를 잘 보여준다. 인간이라는 명사 앞에 다른 수식과 설명은 필요없기 때문이다.


그럼 질문은 '과연 무엇이 인간인가' 하는 것이다. 우리는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알고 있다 생각했다. 다윈의 터전 위에, 오랫동안 진화의 과정을 거치면서 직립보행을 하고 불과 도구를 사용하며 추상적 사고를 하며 모든 생명체의 정점에 서는 존재. 이것이 인간이었다. 


그런데 이 당연한 정의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아프리카에서 발견된 조그만 뼈 호모 날레디 때문이었다. 이 책은 크게 두 가지의 내용을 담고 있다. 고인류학자가 자신의 열정을 바쳐 아프리카의 동굴을 탐험하는 과정과 고생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그 탐험의 결과 발견된 호모 날레디에 대한 이야기이다.


호모 날레디는 인간이 생각한 일직선적이고 단계적인 발전과 진화 과정을 거부한다. 인간이라 부를 수 없는 신체구조를 가졌지만 매장을 하고 기하학적 무늬를 남기며, 불을 사용했을 것 같은 존재가 바로 호모 날레디다. 더욱 놀라운 것은 호모 날레디가 호모사피엔스와 비슷한 시기에 살았다는 것이다. 


작은 뇌를 가졌음에도 문화라고 부를 수 있는 것을 향유한 존재로 보이는 호모 날레디는 지금까지도 많은 추측과 충격을 학계에 주고 있다고 한다. 문제는 인류학을 넘어 철학의 영역으로 이동한다. 만약 인간이 아닌 인간보다 못한 존재가 인간만이 지닌 고유성을 지니고 있다면 과연 인간이란 무엇인가?


이 책은 지구의 주인이 아니라고 말하면서도 가슴 깊이 지구의 주인이라 여기며, 그 정당성을 신성화하고 지구를 가차 없이 파괴하는 우리 호모 사피엔스에게 충격을 준다. 어쩌면 우리가 그토록 소중히 여긴 인간은 그저 생물도감 한 페이지에 수록된 존재인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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