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폭주하는 남성성 - 폭력과 가해, 격분과 괴롭힘, 임계점을 넘은 해로운 남성성들의 등장
한국성폭력상담소 기획, 권김현영 외 지음 / 동녘 / 2025년 7월
평점 :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무료로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학교에 있다보면 논쟁적 이슈를 피하라는 명시적 비명시적 충고를 많이 듣는다. 아무튼 교사이자 공무원으로서 논쟁에 휘말리면 별로 좋을 것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논쟁적 이슈를 터부시하고 침묵으로 일관하는 것 또한 양심있는 행동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 책은 현재 한국의 사회 문제를 페미니즘의 시각에서 설명한 사회학 책이다. 솔직히 말하면 여성학과 페미니즘에 대한 상식이 부족한 나로서 이 책에서 말하는 담론을 모두 이해하기는 어려운 부분이 있다. 이것은 내가 생물학적 남성이라는 것에서 기인한 점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상당히 페미니즘에 대해 열려있고, 학술적 학문적 차원에서 여성학을 이해하려는 입장에서 이 책을 읽는 것은 또 다른 관점을 제시하고 논쟁을 풍성하게 만드는데 기여할 수 있다고도 생각한다.
이 책의 제목에서부터 제시하는 남성성은 남성성=남자의 개념은 아니다. 저자들에 따르면 이 남성성은 여성성을 평가절하하며 구성되는 비대칭적인 개념이며, 지배문화의 성별화된 경향성이자 남성권력을 모방해 격노를 이어가는 성향을 말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이 책은 성폭력, 여성혐오범죄, 사이버렉카, 극우청년의 현상들을 분석한다. 여러 글들은 다양한 저자의 다양한 관점이 담겨있다. 그렇지만 기본적으로 사회구조적 문제에서 현상을 분석하고 그 과정에서 남성성의 특성, 여성의 위치를 찾으려는 시도는 공통된 것으로 보인다. 서로 다른 집단과 원인을 여성의 관점을 비롯해 다각도로 분석하려는 시도가 돋보인다.
우리는 당사자가 되어보지 않으면 당사자의 관점을 백프로 이해하지 못한다. 그렇기때문에 우리는 대화하고 책을 읽고 다양한 관점에 서보는 연습을 해야하는 것이다. 그러한 관점에서 이 책이 여성보다 남성들에게 더 많이 읽히기를 바란다.
하지만 페미니즘에 대한 나의 상식이 부족해서인지 왜 그러한 권력관계가 꼭 남자를 지칭하는 것이 아니라면 이름에서 남성성을 사용해야 하는지는 의문이었다. 나아가 남성성에 대한 규정은 반대로 여성성의 규정을 심화시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좋은 책은 이처럼 많은 고민과 의문을 남기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여성혐오와 여성에 대한 사회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남녀의 열린 토론의 장을 마련할 것을 주문하는 것에 대해 큰 공감이 갔다. 남성은 남성대로 여성은 여성대로 너무 자신들의 울타리에 고립되어 서로간의 소통과 대화가 부족해져 서로에 대한 오해와 불신이 쌓이는 것이 아닐까 한다. 온라인의 뒤에 숨어 허상의 남성, 여성과 싸우지 말고 건전하고 밝은 공간으로 나와 진정한 대화를 나누기를 기원한다.
페미니즘을 비판하기 전에, 여성들을 이기적이라고 욕하기 전에 먼저 열린 마음으로 그들과 대화를 나누는 것이 상대방을 배제하고 공격하는 것을 넘어서 우리가 나아가야 할 길이 아닐까? 이 책을 읽는 것은 그러한 더 나은 토론과 대화를 위한 첫걸음이 되어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