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스가와 아리스에게 바치는 일곱 가지 수수께끼
아오사키 유고 외 지음, 김선영 옮김 / 리드비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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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살다 살다 이런 환상적인 라인업의 일본 추리소설 앤솔러지를 보게 될 줄은 상상도 못했다.

내가 좋아하는 일본의 젊은 작가들의 작품들만 모아놓은 앤솔러지이라니...

사실 나는 일본의 신본격 1세대 작가들 중에서는 우타노 쇼고나 노리즈키 린타로는 알아도 아리스가와 아리스의 작품은 거의 접해보지 못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앤솔러지에 참여한 작가들의 이름만으로 아리스가와 아리스의 작품에 대해 읽어보고 싶다는 관심이 생길 정도였다.


참여한 작가들을 하나씩 살펴보면 '인간의 얼굴은 먹기 힘들다'부터 '엘리펀트헤드'까지 작품의 도덕성, 윤리관을 빼고 순수 고자극 도파민 넘버원을 꼽으라면 항상 내 마음속 고트 그 자체인 시라이 도모유키부터 결말의 반전이 주는 임팩트 하나로 나머지 단점들을 하나도 보이지 않게 만든 내 인생추리소설 '방주'의 유키 하루오까지...!


내 최애 두 작가의 작품이 한 권에 실린 것만 해도 놀라운데 나머지 작가들의 라인업도 화려하다 못해 눈이 부실 지경이다.


시라이 도모유키의 문제의 작품 엘리펀트 헤드가 출간된 해, 엘리펀트 헤드를 제끼고 대부분의 미스터리 소설과 관련된 상을 휩쓴 '지뢰 글리코'의 작가 아오사키 유고.

기억술사라는 작품으로 처음 알았고 '꽃다발은 독'으로 믿고 보는 작가로 자리매김한 오리가미 교야.

시인장-마안갑-흉인저로 이어지는 시리즈로 알게 되었고 이제는 '디스펠'이라는 충격적인 작품으로 오컬트호러소설로 내게는 제 2의 미쓰다 신조처럼 느껴지는 작가 이마무라 마사히로.

거기에 '2021년도 입시'라는 제목의 추리소설이 수록되었던 내 인생 단편소설집 마트료시카의 밤의 저자 아쓰카와 다쓰미까지...


이런 화려한 라인업 덕분에 딱 한 명 처음 접하는 작가 이치호 미치의 작품마저 두근거리고 설레는 마음으로 기대될 정도로 내 취향을 완벽하게 저격한 라인업의 작품집이었다.


아리스가와 아리스 앤솔러지라는 주제에 걸맞게 수록된 작품들은 그의 작품에 대한 오마주와 함께 전개된다. 그와 동시에 '블랙 미러'와 '아리스가와 아리스 안티의 수수께끼'와 같은 작품에서는 시라이 도모유키나 유키 하루오 작가가 직접 작품속에 등장해 자신의 작가로서의 삶을 이야기하고 작품을 빌어 아리스가와 아리스에게 축하와 감사의 말을 전한다.


-아리스가와 선생님은 창작물과 작가의 인격을 안이하게 연결 지을 생각은 없다고 하셨지만, 저는 지금 진심으로 이해했어요. 이런 사람이 그런 소설을 쓰는구나 하고. 아리스가와 선생님의 책을 좋아해서 뿌듯해요. 앞으로도 계속 읽을게요. by 이치호 미치


-그리고 '수사 선상의 노을' 정말 좋았어요. 외국에 있어서 전자책으로 읽었어요. 학생 아리스 다섯 번째 장편 좀 빨리 내주세요. 데뷔 35주년 축하드립니다. by 유키 하루오


-빨리 소설을 써 주세요, 기다리고 있으니까요. by 이마무라 마사히로


그리고 이런 인사들을 보고 있으니 이제 나도 아리스가와 아리스의 작품을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정말 제대로 된 앤솔러지의 역할이 아닐까 싶으면서.


재능이 한창 물오른 일곱명의 젊은 천재작가들이 작가로서 자존심을 걸고 벌이는 추리배틀쇼 '아리스가와 아리스에게 바치는 일곱 가지 수수께끼'를 일본 미스터리 소설을 좋아하는 분들께 꼭 읽어보시길 추천드린다. 이런 라인업은 두번 보기 힘들테니 기회가 왔을 때 꼭 즐겨보시길!

언젠가는 이 앤솔러지에 참여했던 작가 한명 한명에게도 데뷔 35주년을 맞아 앤솔러지가 출간될수도 있을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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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치라이트와 유인등 ㅣ 에리사와 센 시리즈 1
사쿠라다 도모야 지음, 구수영 옮김 / 내친구의서재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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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쿠라다 도모야의 연작단편집 '서치라이트와 유인등'을 읽기 전에는 그냥 평범한 추리소설일 거라고 생각했다. 사건이 나오고, 단서를 따라가고, 마지막에 반전이 있는 그런 전형적인 구조를 예상했는데 막상 읽어보니까 느낌이 꽤 달랐다. 전체적으로 분위기가 차분하고 느린 편이라서 처음에는 조금 적응이 안 됐는데, 읽다 보니까 오히려 그게 이 작가의 특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전 출간작인 매미 돌아오다를 읽을 때의 기억이 떠오르며 에리사와 센 시리즈는 이런 맛에 읽지~ 하는 생각도 들었다.


이 책은 ‘에리사와 센’이라는 조금은 특이한 곤충탐정이 등장하는 연작단편집인데, 특이하게도 각 단편의 주인공은 에리사와 센이 아닌 것 처럼 느껴진다. 오히려 그를 만나게 되는 인물들이 주인공처럼 표현 된다. 그래서 에리사와 센은 항상 사건 속에 있으면서도 사건의 해결을 주도하지는 않는다. 조용히 관찰하다가 어느 순간 사건의 핵심을 짚어낸다. 곤충을 좋아하는 탐정이라는 설정도 매미 돌아오다를 읽을때는 많이 낯설었는데, 이제는 그 설정이 캐릭터랑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을 관찰하는 방식이 정말 곤충을 보듯이 세세하고 집요해서, 작은 단서들을 자연스럽게 연결해 나가는 과정이 인상적이었다.


총 다섯 편의 이야기 중에서 표제작인 '서치라이트와 유인등'도 물론 재미있었지만, 개인적으로는 '화재와 표본'이랑 '나나후시의 밤'이 더 기억에 남았다. 두 작품 모두 기존의 에리사와 센 단편소설과는 그 느낌이 다르게 느껴져서 더 인상적으로 느껴졌던 것 같다. 에리사와 센 특유의 여유롭고 따스한 분위기도 좋았지만 그런 단편들 속에서 느껴지는 미스터리 소설다운 섬뜩함이 살아있는 작품이라 더 오래 기억에 남을 듯 하다.


이 책에서 가장 특이하다고 느낀 점은, 분명히 살인 사건이 등장하는데도 분위기가 그렇게까지 어둡지는 않다는 거였다. 오히려 전체적으로 잔잔하고 평화로운 느낌이 강했다. 대부분의 추리소설은 긴장감이 계속 유지되면서 읽는 사람을 몰아붙이는 느낌이 있는데, 이 작품은 그런 게 아니라 천천히 따라가게 만드는 스타일이었다. 그래서 읽는 동안 몸에 힘을 빼고 그냥 편하게 읽게 됐고, 어떤 부분에서는 사람이 죽는 추리소설을 읽는데도 불구하고 힐링되는 느낌까지 들었다. '호버링 버터플라이'의 마지막 페이지는 사쿠라다 도모야 식 힐링 그 자체! 따스한 추리소설이라는 말이 왜 나오는지 이해가 갔다.


그리고 생각보다 인상 깊었던 부분이 말장난이었다. 일본어 특유의 발음을 이용한 장면들이 나오는데, 보통 이런 건 각주로 설명이 붙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이 책은 번역이 자연스럽게 잘 되어 있어서 굳이 설명을 보지 않아도 이해가 되는 경우가 많았다. 예를 들어 ‘그 소나기’라는 표현을 ‘구사나기’로 착각하는 장면이나, ‘젠장’이랑 ‘주인장’의 발음이 비슷한 걸 이용한 부분 같은 게 기억에 남는다. 이런 요소들이 이야기 분위기를 더 가볍고 친근하게 만들어준 것 같았다.


전체적으로 보면 사쿠라다 도모야의 특징이 잘 드러나는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솔직히 말하면 엄청 긴장감 넘치고 빠른 전개를 기대하는 사람한테는 조금 심심하게 느껴질 수도 있을 것 같다. 하지만 대신 편안하게 읽으면서 책장을 덮은 뒤 긴 여운에 빠져 이야기를 다시한번 돌이켜보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이만한 책이 없다고 생각된다. 개인적으로는 이런 분위기의 추리소설도 꽤 괜찮다고 느꼈고, 오히려 더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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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나의 장례식에 초대받았다
헬렌 듀런트 지음, 황성연 옮김 / 서사원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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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읽은 책은 영국의 추리소설 작가 헬렌 듀런트의 장편 미스터리 소설 '나는 나의 장례식에 초대받았다'로 자극적인 제목만큼이나 몰입도가 대단한 작품이었다.


감당할 수 없는 사채를 빌려 쓴 후, 겉잡을 수 없이 불어나는 폭리를 피해 이름을 바꾼 채 살아가는 주인공 '앨리스 앤더슨'. 그녀는 어느 날 익명으로 이메일을 받게 되고 이름을 알 수 없는 고인의 유산을 받기 위해 장례식에 참석하게 된다. 그리고 그 곳에서 사망한 사람의 이름이 자신의 이름이라는 것을 알게 되는 충격적인 전개로 소설은 시작한다.

그녀는 자신의 이름으로 죽은 여성에 대한 비밀과 자신에게 날아온 이메일의 정체를 알아내기 위해 앨리스의 일을 이어받으며 이야기는 본격적으로 미스터리 추리 스릴러 장르의 재미로 독자를 몰입시킨다.


이 소설의 저자인 헬렌 듀런트 작가는 10년간 무려 51편의 범죄 스릴러 소설을 집필했다고 하는데 과연 그 필력이 느껴졌다. 이 작품이 국내 첫 출간작으로 알고 있는데 이 작품의 성공을 시작으로 다른 작품들도 국내에 정식으로 출간되었으면 좋겠다 느껴졌다.


평소에 미스터리소설이라면 일본소설을 즐겨 읽었는데 오랜만에 읽어본 영국의 추리소설은 느낌이 달랐다. 사건 그 자체보다는 사건을 둘러싼 등장인물간의 심리에 더욱 집중하면서 사회적인 메세지도 놓치지 않는 것이 내게는 신선하면서도 독특하게 다가왔다. 이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겉으로는 부유하고 안정된 삶을 사는 것 처럼 보이지만 모두가 남들에게 드러낼 수 없는 비밀을 감추고 살아간다.


또 다른 이 작품만의 특징으로는 하나의 거대한 사건을 둘러싼 비밀들이 정말 무수히 많이 등장한다는 점이었다. 정말 잘만든 넷플릭스 시리즈를 보는 것 처럼 끊임없이 새로운 비밀이 등장하고 등장하고 또 등장한다.


가장 큰 미스터리인 장례식의 주인공인 앨리스는 누구인지를 제외하고도 이 소설은 미스터리 요소로 가득하다.


한나의 잠겨진 방은 어떤 방일까.

맥스는 왜 앨리스에게 타라와 같은 드레스를 입혔을까.

맥스와 타라 그리고 한나 중 누가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일까.

맥스의 숨겨진 사무실에는 무슨 비밀이 있을까.

잠겨진 USB에는 어떤 것들이 들어있을까.

누가 이메일을 보냈을까.

니코와 이사벨은 어떤 사람들일까.


마치 한 화의 끝마다 새로운 미스터리를 숨겨두는 것 처럼 이 소설은 읽는 내내 끊임없이 내가 궁금해할 수 밖에 없는 요소들을 드러낸다. 스포일러가 될 까 걱정되 언급할 수 없는 의문들은 더 많아 세기도 힘들 지경.


작품의 후반부에 등장하는 이 문장이 딱 맞게 느껴진다.

'혼란스러웠다. 누군가 내 삶에 미스터리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일부러 사건을 만들어 보탠 것만 같았다.'


그리고 놀랍게도 이 모든 던져진 질문들을 이 소설은 결말을 향해 달려가며 모두 완벽하게 회수한다. 덕분에 마지막 페이지를 덮고 나면 어두운 내용에 마음은 무거워지지만 작품의 완결성 덕분에 명쾌하게 맞아 떨어지는 장르적 재미를 느낄 수 있다.


몰입도부터 스릴러 소설 특유의 반전이 주는 재미까지 읽는 내내 도파민 가득했던 헬렌 듀런트의 '나는 나의 장례식에 초대받았다'를 꼭 읽어보시길 추천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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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터 아포칼립스
연상호.전건우 지음 / 와우포인트 퍼블리싱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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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컬좀비소설 연상호 전건우 지음 닥터아포칼립스 와우포인트퍼블리싱 은행나무출간 서평



처음 이 책을 접했을 때, 연상호와 전건우 두 작가의 이름을 보고 두 편의 좀비 아포칼립스를 담은 앤솔러지 작품일 것이라 예상했다. 각각의 개성이 강한 두 창작자가 어떤 방식으로 서로 다른 이야기를 풀어낼지 기대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막상 책을 펼쳐보니 '닥터 아포칼립스'는 예상과 달리 하나의 긴 호흡으로 이어지는 장편소설이었다. 이 점에서 약간의 의외성이 있었지만, 동시에 두 작가의 협업이 어떻게 하나의 세계관으로 완성되었는지를 지켜보는 재미가 있었다.


특히 영화 부산행과 넷플릭스 시리즈 지옥으로 잘 알려진 연상호 감독이 집필에 참여했다는 점에서 개인적으로 더 큰 기대를 갖고 읽기 시작했다. 연상호 감독 특유의 인간 군상에 대한 냉철한 시선과 극한 상황 속에서 드러나는 인간 본성에 대한 탐구가 이번 작품에서도 어떻게 드러날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이 작품에서 가장 흥미롭게 다가온 부분은 좀비 바이러스의 기원 설정이었다. 단순히 원인을 알 수 없는 감염이나 실험 실패가 아니라, 지구 온난화로 인해 시베리아의 얼음이 녹으면서 그 속에 잠들어 있던 바이러스가 퍼져나간다는 설정은 매우 현실적이면서도 설득력이 있었다. 이는 단순한 공포를 넘어서 현재 우리가 직면한 환경 문제와도 연결되며, 독자로 하여금 ‘이 이야기가 완전히 허구만은 아닐 수도 있다’는 섬뜩한 상상까지 하게 만든다. 그리고 그 바이러스가 서울 홍대 한복판에서 시작된다는 점 역시 인상적이었다. 익숙한 공간이 순식간에 재난의 현장으로 변하는 과정은 독자의 몰입도를 더욱 끌어올린다.

무엇보다 이 소설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점은 이야기의 시간과 공간이 극도로 제한되어 있다는 것이다. 일반적인 좀비 아포칼립스 작품들이 장기간에 걸친 생존기와 사회 붕괴 과정을 그리는 데 집중한다면, '닥터 아포칼립스'는 매우 짧은 시간에 집중한다. 좀비 바이러스에 감염된 한 소녀를 살리기 위한 수술이라는 긴박한 상황, 그리고 화이트아이(좀비)로 둘러쌓인 병원이라는 폐쇄된 공간 안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이 이야기의 중심을 이룬다. 이처럼 제한된 조건 속에서 전개되는 서사는 오히려 긴장감을 더욱 극대화시키며, 독자가 한순간도 긴장을 놓을 수 없게 만든다.


또한 이 작품은 단순한 좀비 스릴러를 넘어 인간성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감염된 존재를 어디까지 ‘인간’으로 볼 것인가, 그리고 생명을 살리기 위한 선택이 과연 언제까지 정당화될 수 있는가와 같은 문제는 독자로 하여금 계속해서 고민하게 만든다. 이러한 점에서 '닥터 아포칼립스'는 단순히 자극적인 소재에 의존하는 작품이 아니라, 장르적 재미와 철학적 질문을 동시에 담아낸 작품이라고 느꼈다.


전체적으로 이 소설은 익숙한 좀비 장르에 새로운 설정과 전개 방식을 더해 신선한 인상을 남겼다. 특히 연상호 감독 특유의 긴박한 연출 감각과 인간 본성에 대한 날카로운 시선이 잘 살아 있어, 마치 한 편의 영화를 보는 듯한 몰입감을 느낄 수 있었다. 빠르게 전개되는 이야기 속에서도 인물들의 선택과 감정이 충분히 전달되어 더욱 인상 깊었다.


영화 부산행을 재미있게 본 모든 분들께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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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14587 2026-03-19 09: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상세하고 세부적인 설명 감사합니다 전건우,연상호 두분의 이름 만으로도 이두분의 소설,.영화를 접한사람이라면 두말없이 집어들겠지만 해당신작을 먼저 접해보신 독자분의 세부적인 설명 , 친절한 설명으로 인해 신속한 구매가 될듯해서 정말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ㅋㅋ 감사합니다! 제가 전건우 작가님 팬이거든요 ㅋㅋㄲ
 
두 사람씩 짝을 지어 주세요
기나 지렌 지음, 이상연 감수 / 그래비티북스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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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씩 짝을 지어 주세요 기나 지렌 일본스릴러소설추천 그래비티북스출간 서평



오늘 읽은 소설은 기나 지렌의 고교 데스게임 소설 '두 사람씩 짝을 지어 주세요'. 책의 제목을 스윽- 보고 페이지를 호로록 넘겨보면 여고생들의 상큼발랄한 삽화들이 눈에 들어온다. 얼핏 보면 여고생들간의 우정과 꿈과 성장을 그린 청춘 힐링 소설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자세히 보면 조금 다른 점 들이 눈에 들어온다. 풋풋한 순정만화처럼 보이던 삽화들 사이에 상반신이 불에 타고 있는 여고생의 일러스트도 섞여있다.


이 책은 일본에서 '배틀로얄'을 시작으로 특히 인기있는 장르인 데스게임을 주요 소재로 사용해 이지메가 있는 학급에서의 생존 게임을 다룬다. 점점 복잡한 룰을 사용해 두뇌배틀 쪽으로 발전해나가는 일본의 데스게임류와는 다르게 기나 지렌의 소설 '두 사람씩 짝을 지어 주세요'는 데스게임의 원초적인 재미보다는 데스 게임에 휘말린 학급의 구성원들을 통해 그 들의 관계에 대해 세밀하게 그려내는 데 집중한다.


소설은 졸업식을 앞둔 여고 3학년 교실을 무대로 진행된다. "두 사람씩 짝을 지어 주세요."라는 말은 학교에서 각 종 수업에서 흔히 듣는 말인데, 나처럼 어정쩡한 학창생활을 보낸 사람들에게는 스멀스멀 올라오는 공포감도 느끼게 한다. 버스에 혼자 앉으면 어쩌지, 조별 과제에서 팀에 못들면 어쩌지 하는 그 나이대의 감수성으로 느낄 수 있는 공포감이 제대로 담겨 있는 문장이다. 그리고 이 소설은 짝을 이루지 못하면 사망한다는 설정이 추가되며 본격적인 스릴러 소설의 이야기를 펼쳐낸다.


읽으면서 특히 흥미로웠던 부분은 여고라는 한정된 공간 안에서 다양한 인간관계가 드러난다는 점이었다. 같은 반 친구들이지만 서로 친한 정도도 다르고, 눈에 잘 띄는 학생도 있고 조용히 있는 학생도 있다. 평소에는 크게 신경 쓰지 않았던 이런 관계들이 게임이 시작되면서 점점 드러난다. 누군가는 친한 친구와 계속 짝이 되고 싶어 하고, 누군가는 살아남기 위해 다른 선택을 하기도 한다. 물론 뒤통수 얼얼한 배신도 있다. 그 나이대의 학생들에게는 작은 교실이 세상 전부처럼 느껴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처음에도 언급했지만 중간중간 들어간 삽화도 인상적이었다. 단순히 글을 통해 상상하는 것 보다 훨씬 몰입에 도움이 되었다. 소설을 읽고 있지만 라노벨이나 일본 만화를 보는 느낌도 들었다.


결국 이 소설은 데스게임의 소재를 사용하고 있지만 결국 남는 것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였다. 교실 안에 카스트 제도 처럼 계급이 나뉘어져 있고 이를 둘러싼 친구 사이의 서열에 대한 실감나는 묘사는 작가가 실제 이런 교실에서 생활한 것이 아닐까 하는 합리적인 의문까지 들게 만든다. 그래서 이 소설은 완전히 비현실적인 이야기처럼 보이지만 이런 충격적인 소재를 사용해 교실안의 여러 이야기들을 하고 결국 따돌림에 대한 메세지를 전하는 것 처럼 느껴졌다.


여운이 느껴지는 결말까지, 그리고 눈치를 살피게 되던 학창 생활의 트라우마까지 생생하게 재현해내는 소설, 기나 지렌의 '두 사람씩 짝을 지어 주세요'를 일본 소설이나 데스게임 장르를 좋아하는 분들께 추천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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