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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지 않는 벚꽃
유즈키 유코 지음, 김지연 옮김 / 문예춘추사 / 2026년 10월
평점 :

오늘 읽은 책은 국내 미스터리 소설의 팬들에게 '반상의 해바라기'와 '고독한 늑대의 피'로 잘 알려진 '유즈키 유코' 작가의 신작 '지지 않는 벚꽃'으로 문예춘추사를 통해 출간되었다.
앞선 두 작품 모두 사설탐정이 아닌 경찰수사를 통한 미스터리 소설의 진수를 잘 보여주었는데, 이번 작품인 '지지 않는 벚꽃' 역시 경찰 사회를 배경으로 작품을 풀어낸다.
소설 '지지 않는 벚꽃'은 스토킹 살인이라는 충격적이지만 우리 주변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는 일상적인 사건으로부터 시작한다. 이 참혹한 범죄가 사실은 경찰의 늑장대응으로 조치가 조금만 빨랐다면 막을 수 있었다는 제보가 기사화되어 공개되고 경찰에 대한 비난 여론이 거세지며 경찰은 시민들의 거센 질타를 받게 된다.
경찰은 비난 여론을 앞에 두고 경찰의 내부 정보를 신문사에 흘린 경찰 내부의 배신자를 찾아 조사를 시작한다.
그리고 이 작품의 주인공인 모리구치 이즈미는 자신이 해당 신문사의 기자이자 오래된 친구인 지카에게 경찰 내부 정보를 실수로 흘렸다는 것을 깨닫는다.
친구에게 의심받던 지카는 이즈미에게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지만 이즈미는 믿지 못하고 그러던 중 지카 역시 살해당하며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전개된다.
이 작품의 가장 큰 장점을 말하라면 나는 가독성을 첫째로 꼽을 것 같다.
400p정도의 분량이지만 장면 하나하나가 영화를 보는 것처럼 표현되어 어느 한 장면도 지루하지 않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이 작품은 일본에서 2024년 6월에 개봉했다고 하는데, 소설을 읽으면서도 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이 특히 좋았다.
나는 평소 경찰이라는 조직의 문화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었고, 특히 일본 경찰의 특수성에 대해 사전 지식이 하나도 없었지만 이 작품은 일본의 경찰문화에 대해 전혀 어렵게 헤메지 않게 독자를 이끌면서도 전문적이며 세밀하게 표현해낸다. 그리고 이런 글을 읽으며 작가의 역량과 필력에 다시 한번 감탄하게 된다.
"난 경찰이다. 내가 위험에 빠지더라도 시민을 지켜야 할 의무가 있어." 265p
"정의를 무시하고 국가를 지킬 수는 없어요." 307p
"누가 일본인의 정신이 무엇이냐 묻느냐면 아침 햇살에 빛나는 산벚꽃이라 답하리." 400p
이 작품이 흥미로운 이유는 단순히 경찰이 범죄를 수사한다는 데 있지 않다. 시민을 지켜야 하는 경찰이라는 조직이 자신의 잘못을 마주했을 때 어떤 모습을 보이는지, 그리고 조직의 명예와 개인이 지켜야 할 정의가 충돌할 때 무엇을 선택해야 하는지를 묻는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경찰 조직의 내부 갈등을 사건 해결의 배경으로만 소비하지 않고, 그 안에서 일하는 인물들이 어떤 신념과 책임을 짊어지고 있는지 생각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이 작품은 단순한 경찰 미스터리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책을 덮고 나니 '지지 않는 벚꽃'이라는 제목이 처음과는 다르게 다가온다. 아름답고 숭고하게만 느껴지던 벚꽃이 이제는 어딘가 숨 막히게 느껴진다. 지켜야 할 가치가 때로는 개인에게 어떤 무게로 다가오는지, 그리고 조직이 내세우는 명예가 과연 정의와 같은 것인지 생각하게 되기 때문이다.
빠른 전개와 인상적인 반전은 물론, 경찰이라는 조직과 그 안에서 정의를 지키려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좋아하는 독자라면 흥미롭게 읽을 만한 작품이다. 책을 덮은 뒤에도 제목의 의미를 곱씹게 된다는 점에서 오래 기억에 남을 미스터리였다.
미스터리 소설답게 결말부분의 반전과 여운까지 인상적인 작품이었고 이 모든 풍파를 겪고 한층 더 성장할 '모리구치 이즈미'의 다음 이야기를 그려낼 후속작이 있었으면 하고 기대하게 된다. 일본 사회파 미스터리의 진수를 보여준 작품으로 경찰소설을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꼭 한번 읽어보시기를 추천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