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노우 걸
하비에르 카스티요 지음, 박설영 옮김 / 반타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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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를 석권한 압도적인 페이지터너 하비에르 카스티요의 세계' 그리고 '넷플릭스 글로벌 1위 시리즈의 원작 소설' 스노우 걸.

이 어마어마하게 독서욕 샘솟게 만드는 문구를 보고 사실 처음엔 ‘도파민 팡팡 터지는 자극적인 스릴러겠지’라는 생각으로 책장을 펼쳤다. 그런데 막상 마지막 페이지를 덮고 나니, 이 작품 속 이야기는 단순히 사건을 따라가는 추리소설이 아니라 사건을 중심으로 벌어지는 일들을 현실적인 시선으로 표현하는 다큐멘터리에 가깝게 느껴졌다.


가장 인상 깊었던 건 역시 아이를 잃어버린 부모의 감정 묘사였다. 흔히 이런 상황에서는 슬픔이나 절망이 크게 강조되는데, 여기서는 그 감정이 시간이 지나면서 어떻게 바뀌는지가 더 중요하게 다뤄진다. 죄책감이 점점 쌓이고, 결국 서로를 탓하게 되는 과정이 현실적으로 그려진다. 뻔하디 뻔한 표현이 아니라 무척 현실적이라 저절로 고개를 끄덕이며 실제로 이런 일이 벌어진다면 이렇게 되겠구나 하며 받아들이게 된다.


전반적으로 표현이 굉장히 디테일한 것도 이 소설의 특징이다. 단순한 묘사를 넘어서, 등장인물이 사용하는 물건의 브랜드까지 나올 정도로 구체적이다. 처음엔 이런 부분이 조금 과한가 싶었는데, 읽다 보니까 장면이 훨씬 선명하게 그려져서 오히려 몰입에 도움이 됐다.


구성도 완성도 높게 잘 짜여 있다. 1998년 실종 사건, 몇 년마다 도착하는 비디오테이프, 그리고 그 사이의 시간들이 계속 교차되는데 전혀 이야기가 헷갈리지 않는다. 보통 이런 구조는 집중이 흐트러지면 따라가기 어려운데, 이 작품은 흐름이 자연스러워서 오히려 더 몰입이 잘 되는 느낌이었다. 초반에 나름대로 미스터리 소설 매니아로서 후반부의 전개를 예상하면서 읽었는데, 그 예상이 완전히 빗나가서 더 재밌었던 것도 있다.


소설 '스노우 걸'은 우리가 흔히 기대하는 ‘반전’ 중심의 추리소설은 아니다. 사건의 핵심적인 진상은 생각보다 빠르게 윤곽이 드러난다. 그래서 후반부는 범인을 밝히는 데서 오는 긴장감보다는, 사건을 둘러싼 이야기들, 예를 들면 수사가 어떻게 진행되는지, 언론이 이 사건을 어떻게 소비하는지 이런 쪽으로 무게가 옮겨간다. 개인적으로는 이 부분이 꽤 인상 깊었다. 특히 언론이 비극을 어떻게 다루는지에 대한 시선이 계속 남는다. 보통은 작 중 주인공의 시점에서 독자를 설득하려 할텐데 이 작품은 의외로 주인공에 반하는 기존 세력들의 목소리에 훨씬 설득력이 실려서 특히 인상 깊었다.


기억에 남는 장면도 몇 가지 있었는데, 그중에서도 침대 스프링 소리가 아이가 뛰놀던 소리에서 시작해서, 점점 그레이스의 뇌전증 발작으로 이어지며 페이드아웃되는 장면이 유독 인상적이었다. 소리 하나로 남겨진 아빠의 심정을 가장 인상적으로 표현해냈다.

결국 '스노우 걸'은 두툼한 분량이지만 쉽게 몰입되서 빠르게 읽히는 페이지터너이면서도, 다 읽고 나면 깊이감 있는 여운이 남는 작품이었다. 사건의 충격보다는 그 이후에 남는 감정이 더 오래 남는 이야기. 가볍게 시작했는데 생각보다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이제 넷플릭스 시리즈로 '스노우 걸'을 감상해봐야겠다. 스릴러 장르를 사랑하는 모든 분들께 하비에르 카스티요의 스노우걸을 추천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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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담의 숲
미쓰다 신조 지음, 현정수 옮김 / 북로드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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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좋아하는 소설의 장르를 꼽으라면 무협부터 판타지, SF, 추리까지 다양하겠지만 그 중에서도 제일 즐겨 읽는 장르는 호러소설이 아닐까 싶다.

호러라는 장르를 좋아해 만화책으로는 이토 준지부터 주온과 링 같은 영화까지 모두 즐기곤했는데 돌이켜 생각해보면 모두 일본의 컨텐츠들이다.

확실히 동양과 서양의 공포 장르에는 미묘한 차이가 존재하는데 잔인함보다는 축축하고 음산한 분위기가 주를 이루는 일본의 공포장르가 내 취향에는 더 재미있게 느껴지나 보다.


오늘 읽은 소설은 미쓰다 신조의 괴담의 숲으로 제목은 유령저택 3부작 중 하나인 괴담의 집과 같은 시리즈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화가-흉가-재원에 이어 세계관을 공유하는 집시리즈의 하나인 마가를 제목과 표지를 바꿔 새롭게 태어난 작품이다. 그래서 늘 스쳐가듯 등장해 같은 세계관임을 확인시켜주는 요시카와 키요시도 이 작품에서 등장하며, 작자미상에서 벌어지는 사건에 대한 언급도 있어 미쓰다 월드를 훔쳐보는 재미도 생각보다 쏠쏠하다.

개인적으로는 미쓰다 신조의 작품은 단편보다는 장편을 좋아하며, 과거를 무대로 한 모토로이 하야타 시리즈보다는 근래에 일어난 사건을 다룬 작품들을 더 좋아하기 때문에 내가 가장 좋아하는 시리즈기도 하다.


이번 작품 괴담의 숲에서는 소년 유마가 삼촌을 따라 괴이한 숲 바로 옆에 위치한 저택에 머물게 되며 벌어지는 일을 그린다.

숲이 마치 의지를 가진 것 마냥 어린 아이를 납치한다는 소문이 전해져 내려오는 사사 숲과 정체 모를 괴이한 것들이 숨어있는 듯한 저택은 그 분위기만으로도 미쓰다 신조 특유의 음습하고 알 수 없는 것에서 오는 공포를 잘 표현하고 있다.


특히나 시각적으로 연상되는 공포의 이미지를 잘 활용하는데, 연극 소리를 따라 홀린 듯 쫓아간 공터에 덩그라니 남아있는 빈 자전거나 갑자기 모두가 사라진 학교에 대한 시각적인 묘사가 무척이나 뛰어나 공포감을 배로 전달한다.


이 작품 괴담의 숲에서 특히 공포스러웠던 것은 '실종되었다가 돌아온 아이가 내 아이가 아닌 것 같다!'는 부모의 의심에서 오는 미지에 대한 두려움이었는데 저택에서 일어나는 괴이한 사건들이 합쳐지자 피아의 식별이 불가능해지며 나홍진 감독의 영화 '곡성'의 감성도 느껴졌다.


이 작품 괴담의 숲은 일본 공포소설의 팬이라면 꼭 읽어야 하는 작품이다. 미스터리 요소와 호러 요소가 절묘하게 섞여 있으면서도 두 장르의 구분이 명확하게 구분되어 있었고, 그래서 추리소설로서의 재미도, 호러 소설로서의 재미도 모두 확실하게 잡은 작품이었다.

근래 읽은 미스터리호러소설들은 호러와 추리 두 요소를 어떻게 절묘하게 섞어 하나로 만드는지가 작품의 완성도와 바로 이어지는 것 같았는데 이 작품은 추리는 추리대로, 호러는 호러대로 생각보다 느슨하게 연결되어 있는 듯 하면서 두 요소가 모두 제대로 기능해 특히 인상깊게 읽었던 것 같다.

거기에 미쓰다 신조 특유의 반전이 주는 재미와 집 시리즈만의 찝찝한 결말까지 더해지니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한 호러소설로 완성 된 것!


꼭 한번 읽어보시길 추천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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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비는 돌아오지 않는다
기리노 나쓰오 지음, 김혜영 옮김 / 해피북스투유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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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리노 나쓰오의 신작 장편소설 '제비는 돌아오지 않는다'는 단순히 ‘대리 출산’이라는 소재를 다룬 작품이 아니라, 빈곤과 계급, 그리고 여성의 몸이 어떻게 사회 속에서 소비되고 거래되는지를 집요하게 파고드는 소설이다. 기리노 나쓰오 특유의 냉정하고도 집요한 시선은 이 작품에서도 여전하며, 작품을 읽는 내내 불편함과 질문을 동시에 남긴다.


이 작품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점은 메인 주제인 빈곤과 대리출산, 여성의 몸 문제뿐만 아니라 그 주변부에 배치된 다양한 사회적 이슈들이었다. 유흥가 문제, 다문화가정, 빈국과의 매매혼 같은 요소들이 이야기 곳곳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있으며, 이는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등장인물들의 케릭터를 더욱 입체적으로 표현하는 요소로 작용한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작중 주인공 리키가 대리모를 ‘선택’하는 과정뿐 아니라, 의뢰하는 부부 역시 리키를 선택하는 방식이었다. 아내와 닮았다는 이유로 리키를 선택하는 장면은 이 관계가 단순한 계약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는 것을 보여준다. 겉으로는 돈이 얽힌 대등한 비즈니스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감정과 욕망, 그리고 빈부격차에 얽힌 권력이 관여된 매우 비대칭적인 관계임을 드러낸다. 이로 인해 나는 이 계약이 과연 공정한 거래인지, 아니면 가난을 볼모로 한 일종의 노예계약인지 끊임없이 고민하게 된다. 작품은 이 경계를 명확히 구분하지 않고 의도적으로 흐릿하게 만들어, 오히려 더 깊은 질문을 던진다.


-물이 끓고 8분이면 완숙이 되는게 닭이 낳은 알의 본질이라면 여자 몸속에 있는 난자의 본질은 뭘까. 삶으면 몇 분 만에 단단해질까. 이소가이 씨, 난자의 본질도 한번 알려줘 봐요.


작품 속 상징적 장치들도 매우 인상 깊었다. 이소가이의 ‘삶은 계란의 본질’은 단순하지만 강렬하게 난자와 비유되어 작품의 주제의식을 드러낸다. 사실 백프로 이해하지는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은색 자전거'는 가장 기억에 남는 상징이었다. 이야기 속에서 은색 자전거는 한정된 아파트의 자전거 주차공간에 갑작스럽게 등장해 나머지 자전거의 주인들을 곤란하게 만들며 마치 빌런처럼 묘사되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면 은색자전거 자체에는 아무런 잘못이 없다. 애초에 주차 공간이 부족한 구조가 문제였던 것이다. 이를 통해 개인의 문제로 보이는 많은 상황들이 사실은 사회 구조의 문제일 수 있다는 점을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이처럼 작품 속 다양한 상징들은 한 번에 이해되기 어렵지만,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더 오래 고민하게 만들고, 독서 이후에도 계속해서 의미를 곱씹게 만든다.


한편 주인공 리키에 대한 감정은 매우 복잡했다. 리키는 종종 무기력하고 어리석은 선택을 반복하는 인물로 보인다. 가난 때문에 대리모를 선택하는 것도 그렇지만, 계약 이후 규칙조차 제대로 지키지 못하는 모습은 답답함을 넘어서 ‘한심하다’는 생각이 들게 만든다. 그런데 더 인상적이었던 것은, 그런 리키를 보며 ‘저러니까 그런 삶을 살지’라고 생각하는 나 자신을 발견했다는 점이다. 이는 단순한 등장인물에 대한 평가를 넘어, 내가 얼마나 쉽게 타인의 불행을 개인의 책임으로 돌리고 있었는지를 깨닫게 만든다. 결국 이 작품은 리키를 평가하게 만드는 동시에, 그런 평가를 내리는 나 자신을 돌아보게 만든다.


또한 이 소설은 인물들의 입체적인 변화가 돋보인다. 유코, 모토이, 리키 모두 초반과 후반의 모습이 크게 다르며, 평면적인 케릭터로 소비되지 않는다. 어떤 인물은 성장하고, 어떤 인물은 전혀 다른 면모를 드러내며 독자의 예상을 벗어난다. 특히 리키의 마지막 선택은 이 작품의 핵심이자 가장 예상하지 못했지만 인상적인 장면이었다.


결국 이 소설은 단순한 이야기 이상의 질문을 남긴다. 선택은 과연 자유로운 것인가, 인간의 몸은 어디까지 거래될 수 있는가, 그리고 우리는 타인의 삶을 얼마나 쉽게 판단하고 있는가. 이 모든 질문들은 명확한 답 없이 질문 그 자체로 남겨지며, 그래서 책장을 덮은 후에도 더 오래 기억에 남는다.

여운이 남는 결말과 함께 이야기 뒤에 남겨진 그녀들의 삶을 응원하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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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가 사라졌다 ㅣ 더 좀비스 시리즈
가네시로 가즈키 지음, 양억관 옮김 / 문예춘추사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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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네시로가즈키 일본소설 친구가 사라졌다 서평 문예춘추사 출간



처음 이 책을 읽기 전에는 가네시로 가즈키라는 작가와 그의 대표작인 ‘좀비스 시리즈’를 전혀 몰랐기 때문에 솔직히 초반에는 조금 따라가기 어려운 느낌이 있었다. 친구가 사라졌다는 제목에서 느껴지는 청춘 미스터리 장르의 느낌때문에 읽기 시작했는데, 인물들 사이의 관계가 이미 어느 정도 쌓여 있는 상태처럼 느껴져서, 내가 뭔가 놓치고 있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런데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그런 낯섦보다는 오히려 궁금증이 더 커졌다.


특히 미나가타라는 인물이 인상적이었다. 겉으로는 평범한 대학생 한량처럼 보이지만, 사건에 점점 깊이 들어가면서 보여주는 태도나 선택들은 평범하지 않았다. 사라진 친구를 찾는 과정도 그냥 미스터리 사건 해결이 아니라, 세상의 부조리들이 얽혀 있어서 예상보다 묵직하게 다가왔다.


읽다 보니 이야기 전개가 굉장히 빠르고 대사도 살아 있어서 지루할 틈은 거의 없었다. 뭔가 영화 한 편을 보는 느낌도 들었고, 장면이 머릿속에 자연스럽게 그려졌다. 그러면서도 ‘누군가를 돕는다는 게 과연 뭘까?’ 같은 질문을 계속 던지는 점이 기억에 남는다. 단순히 착한 일을 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그 선택 뒤에 따라오는 책임이나 위험까지도 포함된다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대학이라는 곳이 생각보다 밝기만 한 곳이 아니라는 점도 인상 깊었다. 겉으로는 자유롭고 즐거워 보이지만, 그 안에 복잡한 인간관계나 보이지 않는 분위기가 있다는 게 현실적으로 느껴졌다. 내 대학생활은 전혀 그렇지 않았기 때문에 오히려 더 궁금해졌고 이야기에 몰입하게 되었다.


다 읽고 나니까 오히려 이 작품 자체보다도 미나가타의 과거가 더 궁금해졌다. 자연스럽게 좀비스 시리즈를 찾아보고 싶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처음에는 시리즈를 안 보고 읽어서 아쉽다고 느꼈는데, 결과적으로는 그 덕분에 더 흥미가 생긴 것 같기도 하다.


전체적으로 가볍게 읽히면서도 생각할 거리를 남기는 책이었다. 완전히 이해하지 못한 부분도 있었지만, 그게 오히려 이 작품의 매력처럼 느껴졌다. 어렵지 않게 읽히지만 다 읽고 나면 한 번쯤 다시 떠올리게 되는 이야기였고, 작가의 다른 작품도 찾아보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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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대답하는 너의 수수께끼 2 - 그 어깨를 감쌀 각오
가미시로 교스케 지음, 이연승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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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읽은 책은 제목부터 라노벨느낌 물씬 풍기는 소설, 가미시로 교스케의 '내가 대답하는 너의 수수께끼 2: 그 어깨를 감쌀 각오'.

24년 8월에 1권이 출간되었으니 딱 20개월만에 신작이 출간된 셈이다.

라이트노벨 느낌이 물씬 풍기는 제목에 얼핏보면 일본만화책처럼 느껴지는 아름다운 일러스트의 표지까지, 한 때 일본 만화와 라노벨에 빠져 살던 전(?) 오타쿠로써 가슴설레는 작품으로 심지어 30대가 된 이후에 최애 장르가 추리, 미스터리 소설로 바뀐 내게 딱 맞는 라노벨 풍 일본 미스터리 소설이기까지 하다.


추리소설이면서 가볍고 발랄한 분위기로 진행되는 작품이 많지는 않겠지만 또 적다고 할 수도 없을텐데, 가미시로 교스케의 내가 대답하는 너의 수수께끼2가 수많은 비슷한 분위기의 추리소설 중에서도 독보적으로 독특하고 기억에 남는 작품인 이유는 아케가미 린네의 '자명한 이치'에 있다.


아케가미 린네는 신의 계시라고 불릴 정도의 직관에 가까운 추리로 본인도 추리를 기억하지 못하고 과정을 생략한 채 사건의 진상에 도달하게 된다. 본인도 자신의 추리를 설명할 수 없기 때문에 그녀는 여러번 곤란을 겪게 되고 결국 교실을 떠나 외톨이가 된다.

주인공 이로하는 린네를 다시 교실로 돌려놓기 위해 린네가 도달한 진상을 논리적으로 추리해 린네를 설득해야 하는데 이 소설의 독특한 추리기법이 바로 이 역추리에 있다.


보통 추리소설이라면 사건이 벌어지고 단서를 하나씩 찾아 추리를 조금씩 완성시켜 사건의 진상에 도달하는 방식이라면 내가 대답하는 너의 수수께끼는 먼저 범인이 밝혀지고, 이에 해당하는 추리의 조각을 모으는 방식. 이번 신작인 2편에서는 심지어 사건이 벌어지기도 전에 범인을 맞추기까지 한다.


물론 1편도 재미있게 보았지만 이번 2편은 개인적으로 더욱 내 취향에 가까웠는데, 1편이 세개의 에피소드로 이루어진 연작 단편집 느낌의 작품이었다면 이번 2편은 작은 에피소드 하나와 메인이 되는 큰 에피소드 하나로 이루어진 장편소설의 느낌이 강했기 때문.


거기에 학급에 숨겨진 배후가 있고 흑막이 교실에 계급을 부여해 마음대로 조종한다라는 미친 설정으로 독자의 도파민을 마구 터트린다. 거기에 추리소설이면서도 라노벨 느낌을 물씬 풍기는 19금 유머(24센티미터 남자...)와 중간중간 삽입되어 있는 아름다운 일러스트(는 지하철이나 카페에서 볼 때는 조금 조심해야 하긴 할 것 같았다.), 삼각관계에 짝사랑과 둔감남등 온갖 로코에 등장할 법한 요소들이 버무려져 있다.


놀라운 점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추리소설 그 자체로도 굉장히 탄탄한 작품이었다는 것인데, 단면도와 객실배치도, 타임테이블까지 등장해 알리바이를 추리하는 정말 제대로 된 정통 추리소설의 요소도 가지고 있어 어느 하나 부족하지 않은 종합엔터테인먼트라는 단어가 가장 잘 어울리게 느껴졌다.


한없이 가볍고 발랄한 분위기 속에서 사람이 단 하나도 죽지 않는 일상 추리소설, 내가 대답하는 너의 수수께끼2를 일본 추리소설을 좋아하는 모든 분들께 추천하고 싶다. 그리고 아직 1편을 안봤으면 꼭 1편부터 보길 추천드린다.



추리소설과 로맨틱코미디 두 장르 모두 만족시킨 가미시로 교스케 작가의 내가 대답하는 너의 수수께끼 3편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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