몬스터 1 스토리콜렉터 114
넬레 노이하우스 지음, 전은경 옮김 / 북로드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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넬레 노이하우스 작가의 신작 몬스터를 읽었습니다.

타우누스 시리즈의 열한번째 신작으로 실제 독일의 지명인 타우누스 지역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미스터리 수사물 시리즈인데요.

그 중 네 번째 작품인 '백설공주에게 죽음을'은 현재 드라마로 제작되어 큰 인기를 얻을 정도로 이미 시리즈의 재미를 보장받았기에 작년에 출간된 신작 몬스터 역시 큰 기대감으로 국내 번역되어 출간되기를 기다렸습니다.



타우누스 시리즈는 8번째 작품인 여우가 잠든 숲 부터 두권 분량으로 출간되고 있으며 이번 신작 몬스터 역시 1,2권으로 출간되었습니다. 그 방대한 분량 덕분에 소설 속의 사건을 디테일하게 표현하며 각 장면 하나하나를 넬레 노이하우스 작가 특유의 섬세한 문체로 그려내고 있습니다. 번역 역시 원작의 느낌을 잘 살릴 수 있는 방향으로 꼼꼼하게 진행된 것을 느낄 수 있었구요.

소설 몬스터는 요즘들어 특히 드라마나 소설의 소재로 인기를 얻고 있는 사적제제를 다루는데요. 열여섯 어린 소녀 리시가 살해당한 후 이 사건의 유력한 용의자로 망명신청을 거부당한 아프가니스탄 난민 파바드 마흐무디가 지목됩니다. 수사정보가 언론에 새어나가며 난민 수용을 반대하는 여론이 일어나고 이미 전과가 있던 범죄자를 제대로 처벌하지 않고 사회에 풀어놓은 사법부에 대한 비난도 일게 됩니다.

그리고 딸을 잃은 안네에게 스스로를 비슷한 일을 겪은 피해자들이라고 밝힌 정체불명의 단체가 접근해 피해자의 손으로 직접 복수를 할 수 있게 해주겠다는 제안을 하게 되고 이와 동시에 다발적으로 가해자에게 사적으로 복수를 하는 사건들이 발생하며 강력 11반의 피아 경위가 맡았던 리시의 사건에서 시작된 수사와 맞물리게 됩니다.



소설 몬스터는 단순한 사적제제를 넘어서 난민수용문제, 사법재판 중의 변호측의 윤리문제, 촉법소년에 관한 문제까지 다루며 제대로 된 사회파 미스터리로서의 면모를 이야기 속에 녹여내는 데 성공합니다.
그리고 이 모든 사회문제를 넘어 다시 이야기는 개개인간의 어찌보면 타인에게는 평범하지만 당사자들에게는 세상 가장 무거운 갈등을 다루는 이야기로 돌아옵니다.


타우누스 시리즈의 열한번째 작품으로 출간된 소설 몬스터가 인기있는 시리즈물이 가질 수 있는 가장 큰 장점인 등장인물의 케릭터성을 이번 소설에서도 훌륭하게 잘 살려내 보는 재미를 더했는데요.
귀족이자 신사의 느낌이 물씬 풍기는 수사반장 올리버 폰 보덴슈타인과 보덴슈타인의 영원한 파트너인 피아 경위의 개인적인 스토리가 사건의 수사와 잘 어우러집니다.

피아는 수사를 하면서도 두번째 결혼을 무사히 지키고 싶어하며 또한 치매를 앓고 있는 어머니의 문제도 해결해야만 하죠. 이런 피아와 강력11반의 구성원들의 서사가 리시 사건의 수사 이야기와 균형감있게 잘 버무려져 몬스터라는 개별 작품으로서도, 타우누스 시리즈물로서의 재미도 모두 잘 잡아냈습니다.


📖남자인 외르크를 향한 사랑은 세월이 흐르면서 리시의 아버지를 향한 사랑으로 바뀌었다. 이제 리시가 없으니 지금 문간에 서 있는 저 남자를 사랑할 이유도 사라졌다. 리시는 둘의 공동 프로젝트였고, 모든 것이 리시를 중심으로 움직였다. 아이의 안녕, 아이의 취미, 아이의 성적, 아이의 친구들, 아이의 소망, 아이의 미래 계획. 리시가 없으니 두 사람의 연결고리도 없었다. -몬스터 vol P191


소중한 사람을 잃은 피해자가 어떻게 변해가는지를 넬레 노이하우스 작가 특유의 섬세한 문체로 그려내면서 난민과 촉법소년 등의 민감한 사회이슈를 적절히 녹여내고 또한 미스터리 본연의 반전의 재미까지 놓치지 않은 타우누스 시리즈의 신작 몬스터를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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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관에 간 의사 - 영화관에서 찾은 의학의 색다른 발견
유수연 지음 / 믹스커피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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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영화보는 것을 정말 엄청나게 좋아합니다.


그래서 영화를 보고 난 뒤 영화에 대한 생각을 나누거나 유투브를 통해 다른 사람의 영화를 본 소감을 듣는 것도 좋아합니다.


제가 오늘 본 책은 영화관에 간 의사입니다.

의사의 시점에서 스물한편의 영화를 의학적으로 감상하고 해석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책에 등장하는 영화를 보았는지가 이 책에 몰입하게 되는 정도를 결정하게 될 텐데요. 다행히 이 책에 수록된 영화는 굉장히 대중적이거나 혹은 작품성으로 유명하고 이슈가 된 작품들을 위주로 다루고 있어 영화장르에 있어 꽤 편식이 심한 저도 21편의 작품중 17편이 이미 제가 시청한 영화였습니다.


각각의 주제 - 죽음과 생이 공존하는 곳, 그들은 왜 그렇게 아파했을까, 영화속 질병 이야기, 더 나은 미래를 꿈꾸며에 따라 21편의 영화는 5~6편씩 분류가 되어 수록되었고 그 중에 특히 인상깊었던 파트를 소개하고 싶네요.


21편의 영화 중 가장 먼저 접하게 되는 영화는 바로 공포영화 곤지암입니다.

왜 병원은 자주 공포영화의 무대가 되는지에 대한 의사의 시점에서 그 이유를 분석하는데요.


우리도 쉽게 생각할 수 있는 병원에 대한 각종 부정적인 이미지로부터 연상되는 음울한 분위기와 부정적인 느낌을 넘어 고대그리스 병원의 기원까지 의사만이 바라볼 수 있는 시각에서 병원의 공포스러운 분위기에 대한 해석은 영화 곤지암의 무대가 되는 정신병원을 조금은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 볼 수 있게 해줍니다.


두번째로 소개드릴 영화는 진격의 거인입니다.

아니 의사선생님이 이런 만화도 본다구?! 싶을 정도로 의외의 픽이었습니다.

그리고 역시 평범한 시선에서 입체기동의 멋진 전투가 아닌 거인의 계승과 관련된 유전학에 집중하기 시작합니다.

프리온병과 쿠루병 그리고 거인의 사체를 먹어 거인의 능력을 전승하는 방식을 보며 비현실적인 진격의 거인 속에서 과학적인 이론들을 찾아내는 것은 신기하면서 놀랍습니다.


마지막은 마블의 어벤저스 시리즈, 토르 러브앤 썬더입니다.

스스로를 마블의 팬이라 밝힌 저자답게 이미 앞서 소개된 가오갤에 이어 토르까지 분석합니다. 신화속 존재를 모티브로 한 케릭터 토르답게 다양한 신화에서 가져온 설정에 대한 해박한 분석은 물론이며 여기에 의학적 분석이 더해집니다.

토르의 연인이었던 제인의 죽음에 대한 사실보다 더 놀라웠던 것은 발키리의 부상을 통해 발키리 역시 인간과 신체구조가 별반 다르지 않음을 추측하는 내용이었는데요.

확실히 아는만큼 보인다는 말이 가슴에 확 와닫습니다.


같은 영화를 봐도 어떤 공부를 하고 어떤 인생을 살아왔는가에 따라 서로 다른 포인트에 집중하고 다른 디테일을 잡아내며 다른 이해를 하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 같습니다.

저는 물리학을 전공했고 와이프는 약학을 전공했는데 배트맨을 보며 캣우먼이 배트맨을 한손으로 끌어올리는게 말이 되는가에 대한 토론을 했던 기억이 납니다.


확실한 건 이 책을 통해 수록된 영화들을 의사의 시점에서 바라보고 분석하는 것은 평소에 제가 영화를 즐기던 방식과는 전혀 다른 관점이었고 색다른만큼 신선하고 재미있게 다가왔던 시간이었던 것 같습니다.


영화를 조금 더 다양한 시점에서 바라볼 수 있게 개념자체를 크게 넓혀준 책 '영화관에 간 의사'를 하반기 개봉할 수많은 기대작을 보기 전에 읽어보는 것도 추천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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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은 안 되지만 트리플 27
정해연 지음 / 자음과모음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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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음과모음을 통해 정해연작가의 신작이 트리플시리즈로 찾아왔다.

사실 트리플시리즈는 처음 접해보는데 책의 마지막 페이지를 보니 이미 스무권이 훌쩍 넘는 트리플시리즈가 출간 된 유서깊은 시리즈였다.


정해연작가는 트리플시리즈를 통해 세 종류의 각기 다른 장르의 단편소설을 수록했고 각각 미스터리, 공포, 환상문학의 장르에 속해있었다.


평소 미스터리 소설을 위주로 책을 접해오던 내게 가장 재미있고 흥미롭게 다가온 작품은 역시 미스터리 장르의 관심이 필요해였다.


어린 시절 제대로 된 사랑을 받지 못하고 자란 중혁은 의사가 된 뒤 잦은 빈도로 병원을 찾아오는 영우가 대리 뮌하우젠 증후군에 걸린 엄마에 의해 학대받고 있는 것이 아닌지 의심한다.

데리뮌하우젠증후군이란 가족을 극진히 보살펴 다른 사람의 관심과 칭찬을 받으려는 증상으로 중혁은 영우의 어머니가 자신의 만족감을 충족시키기 위해 영우를 일부러 아프게 하는게 아닌가 의심하게 된 것.


반전미스터리로 유명한 정해연 작가의 트리플시리즈의 미스터리단편답게 관심이 필요해는 짧은 분량이면서도 예상치 못한 반전으로 미스터리 장르의 재미를 충실하게 구현했다. 그리고 가슴이 먹먹해지는 독자들을 향한 메세지까지...


첫 단편이었지만 이 한편으로도 충분히 이 책은 가치가 있다고 느끼며 두 번째 단편을 읽기 시작했다.


두번째는 공포장르에 속한 드림카.


정말 정직한 순수한 공포장르의 단편이었는데 어떤 투자로 큰 수익을 낸 인우가 자신의 드림카를 몰고 도로를 달리며 귀신을 목격하게 되는 단순한 플롯에도 정해연 작가가 가장 잘하는 반전을 숨겨놓아 역시 다 읽게 되면 감탄을 하게 된다.


특히 혼자 탄 차량 보조석에서 안전벨트 미착용 경고음이 들려오는 장면은 마치 영화를 보는 듯 이미지가 생생하게 재생되는 듯 했다.


마지막은 표제작인 말은 안 되지만.


제목부터 굉장히 탁월하게 잘 지었다고 생각하는데 정말 넌센스하게 말이 안되는 상황이지만 소설의 화자는 말이 안되지만 어느날 말이 되어버린다.

사람이 말로 변하는 건 당연히 말이 안되는 이야기지만 이 작품속에서는 조금 다른 의미로 말이 안되는 이야기다. 왜냐하면 사람은 말이 아니라 훌륭한 돼지로 변해야 하기 때문.


모두가 돼지로 변하는 것이 정상인 사회에서 혼자 말이 되어버린 화자가 사회의 뒤틀린 시선과 배척하는 분위기 속에서 그 불평등에 저항하고 포기하고 결국 받아들이는 이야기다.


환상문학이란 장르에 걸맞게 굉장히 기묘한 분위기였고 의식의 흐름대로 흘러가는 듯 하면서 몽환적이었는데 사실 이런 장르를 거의 접해보지 못한 나는 소설을 읽으면서도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의미를 알아차리지 못했다.


내가 아는 정해연 작가는 번뜩이는 반전으로 홍학의 자리같은 반전 미스터리를 쓰는 분이 아니었던가.


다행히도 이 트리플시리즈는 세가지의 다른 장르의 단편이 각기다른 사람에게 난해하게 혹은 재미있게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고 성현아 문학평론가님의 해설을 수록해 작품을 더 쉽고 깊게 이해할 수 있게 돕고 있었다.

내가 읽고 느낀 것보다 훨씬 많은 의도들이 숨어 있구나 하고 다시 소설을 처음부터 읽기 시작할 때면 확실히 더 많은 의미들이 느껴지기 시작한다.


생각보다 큰 창작의 고통을 겪으며 작품을 써내려가고 있는 작가님의 짧은 에세이를 통해 쉽고 재미있게 술술 읽히는 정해연 작가님의 작품에 얼마나 많은 고뇌가 숨어 있는지 조금은 알게 되었고 이 세 단편 뒤 에세이까지 포함하면 자음과모음 출판사가 의도한 작가, 작품, 독자의 아름다운 트리플이 완성된 것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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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틀거리던 눈빛에 칼날이 보일 때
김진성 지음 / 델피노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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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술을 마시고 가장 힘든 게 뭘까요?

역시 취한 거겠죠.

인생에서 벌어지는 대부분의 굴욕적인 일들은 취한 상태에서 일어납니다.


그러나 이 알모사10은 그런 부작용을 완전히 없애줍니다. 그것도 단 10분 만에.

눈치채셨겠지만 이 알모사10의 이름은 '10분 만에 몸속에 있는 알코올을 모두 사라지게 만든다.'라는 의미입니다.]







김진성 작가의 장편소설 신간, 비틀거리던 눈빛에 칼날이 보일 때를 읽었습니다.


새순결장막회라는 수상한 이름을 가진 단체는 이름에서 느껴지는 사이비스러운 이미지와는 다르게 다양한 약을 만들어판매하는 단체입니다.

소설의 주인공 정인은 음주운전으로 가족을 잃고 동생이 속해있던 새순결장막회를 찾아 제 2의 삶을 시작합니다.


정인은 새순결장막회의 단 한명으로 구성된 TF팀의 팀원으로 알모사10을 판매하는 영업직이 되는데요.


이 알모사10은 10분만에 몸속에 있는 알콜을 모두 사라지게 만드는 효능을 가진 차세대 신약이지만 의미심장한 과용방지 경고문구 또한 가지고 있습니다.


나노봇을 활용해 몸속의 에탄올을 분해하는 이 신약은 술을 마시고 운전을 해도 단 10분만에 음주측정에서 0%가 검출되는 뛰어난 효능을 보이는데요.

늘 영업실적이 바닥이던 정인은 우연히 샘플을 이용해 음주운전사고를 내고도 실형을 피한 거래처 고객 덕분에 입소문을 타고 실적은 하늘로 치솟습니다.


가족을 음주운전사고로 잃었기 때문에 누구보다 음주운전을 혐오해야 할 정인은 자신의 속내를 감춘 채 그자들의 면죄부가 되어줄 알모사10을 판매하고, 이 알모사10을 이용해 사고를 내고 처벌을 피한 사건의 유가족인 민준의 복수심은 가해자인 운전자를 거쳐 알모사10을 판매하고 있는 정인에게 향합니다.


소설을 읽으며 복수와 구원의 경계에서 그려지는 서늘한 드라마에 몰입해 단숨에 그 자리에서 완독할 수 있었는데요.


알모사10은 정말 나노봇을 활용한 최첨단기술의 결정체일까, 새순결진리회는 이런 최첨단 기술으로 왜 똥을 싸지 않게 해주는 젤푸스같은 약을 만드는 걸까.

정인은 왜 자신의 속내를 감춘 채 알모사10을 판매하는 것일까.

등 소설을 읽다보면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의문들이 생겨나는데요.


김진성 작가의 소설 비틀거리던 눈빛에 칼날이 보일 때는 알모사10을 음주측정을 피하는 용도가 아닌 그저 숙취해소용으로 사용하는 사람들은 어떻게 되는 것인지와 같은 보통은 그냥 넘겨버리기 쉬운 의문점까지 완벽하게 해소시키며 깔끔하게 마무리 됩니다.


227p라는 비교적 짧은 분량에도 임팩트있는 서사로 여운을 남기며 마무리된 소설 비틀거리던 눈빛에 칼날이 보일 때.


소설을 읽고 나면 소설의 제목에 숨겨진 의미 역시 다시 한번 느껴지며 우리 주변에 언제든 일어날 수 있는 술과 관련된 각종 사건사고들에 대한 경각심마저 들게 되는데요.


모든 걸 잃고 복수를 선택할 수 밖에 없었던 남자의 이야기를 통해 복수와 구원 그리고 정말 복수가 구원이 될 수 있는지 많은 생각이 들게하는 소설 '비틀거리던 눈빛에 칼날이 보일 때'를 추천드립니다.


해당 서평은 채성모의 손에 잡히는 독서와 델피노 출판사를 통해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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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과 부동명왕 미야베 월드 2막
미야베 미유키 지음, 김소연 옮김 / 북스피어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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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야베미유키 작가의 미야베월드 제 2막의 신작 청과 부동명왕을 보았습니다.

사실 미야베미유키 작가의 소설은 화차와 모방범으로 입문했던 터라 제게 미야베미유키는 사회파 미스터리 작가로 익숙했는데요.

은근 다양한 장르의 소설을 써내려가고 있으며 그 중에서도 에도 시대를 배경으로 한 다양한 소설들은 은근 매니아층을 형성하고 있으며 저도 그 중 몇권은 재미있게 읽은 경험이 있었거든요.


이번에 새로 나온 에도 시대 소설 청과 부동명왕은 표제작인 청과 부동명왕을 포함한 총 네개의 중단편소설이 수록된 소설집으로 에도 시대 시리즈 중에서도 미시마야 시리즈에 해당합니다.


이 미시야마 시리즈는 에도에 위치한 주머니 가게의 이름인데요. '흑백의 방'이라는 공간을 마련해 두고 특별한 손님을 초대해 괴담을 말하고 듣는 시간을 운영해왔습니다. 한 번에 괴담을 말하는 사람은 한 명, 듣는 사람도 오직 한 명으로 이전 미시야마 시리즈에서 청자역할을 하던 오치카는 출산을 위해 그 역할을 내려놓고 현재는 오치카의 사촌인 도미지로가 그 일을 맡고 있는데요.


이러한 배경 속에서 흑백의 방에서 소설의 첫번째 괴담을 말하고 들으며 첫번째 표제작 청과 부동명왕이 시작됩니다.




등의 화염광배와 오른손의 검, 쑥 내민 왼손으로는 중생을 구할 때 사용하는 올무같은 무구를 쥐고 있다. 그렇다면,

"우린보 님은 부동명왕이시군요."


"머리 모양은 청과같네요. 머리카락은 빗어넘겨 뒤에서 묶었고, 청과의 꼭지에 해당하는 부분에 연화가 올려져 있고..."

p45,46




울외의 머리모양을 한 부동명왕을 업고 먼길을 온 이야기꾼 이네는 청자인 도미지로의 사촌 오치카의 순산을 기원하기 위해 괴담을 전합니다.


아이를 낳기 위해 돈에 팔려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지 못하면 석녀라불리며 쫓겨나던 시대. 이 모든 힘든일을 겪은 여인 오만은 죽어서도 투장묘도 다행이라 말할만큼 모진 대우를 받습니다. 마찬가지로 기근으로 인해 먹여살릴 자신이 없다는 이유로 스스로 아이를 지워야만 했던 오나쓰는 이모인 오만을 무시하는 아버지의 말에 가족에게 환멸을 느끼고 집을 나와 혼자 삶을 개척해갑니다.




"불행하고 심한 일을 당한 여자들뿐이었어요."

아이를 갖지 못해 시댁에서 쫓겨난 여자. 자식을 잃은 죄를 뒤집어쓰고 이혼당한 여자. 심한 시집살이에 상처를 입고 몸이 망가져도 소처럼 부려먹히는 고통에서 도망쳐온 여자. 남자에게 속아 아기를 갖고 혼자서 어쩔 줄 몰라 하는 여자.

"오나쓰 씨는 도움이 필요한 여자들을 모두 받아들였어요." p124




그렇게 또 기근에 반대되는 희망과도 같은 청과를 키우며 오나쓰는 자신과 비슷한 신세의 여인들을 받아들여 동천암을 세웁니다.




이 청과들은 자신의 몸을 던져 다른 사람을 살리는 자비의 화신이다. p134




우린보라 불리는 불상의 기원을 담은 괴담은 여성의 인권이 남성보다 못하던, 그러면서도 인간의 인권도 계급에 따라 갈라지던 에도시대를 통해 사회적으로 소외당하고 외면받고 심지어는 배척당하던 여인들이 자신의 힘으로 운명을 개척해 시대의 아픔과 개인의 인생역경을 이겨내는 따스함을 담고 있습니다.


미야베미유키 작가의 괴담이 괴이하면서도 따뜻한 이유는 불을 내뿜는 지네와 스스로 움직이는 무사 인형 같은 괴이함 속에 작가님이 말하고자하는 서로 돕는 정이 있는 사회를 말하고 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에도 시대는 사람의 목숨을 간단히 뺏을 수 있는 시기였기 때문에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의 연대감이 매우 강했습니다. 제가 에도 시대를 계속 쓰고 싶어 하는 이유는, 그렇게 따뜻한 인간의 정이 있는 사회를 향한 동경 때문입니다. 작은 것도 함께 나누고 도와가며 살았던 시대가 있었다는 것을 전하고 싶습니다." -작가의 말 중에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청과 부동명왕이 미야베미유키의 에도시대소설 시리즈에 입문하기에 꽤 괜찮은 작품인 이유는 이 소설의 구조 자체가 찾아온 이야기꾼의 입을 통해 괴담을 전해듣는 액자식 구성을 가지고 있어 크게 배경지식에 영향을 받지 않으며 게다가 호불호가 크게 갈릴 수 있는 기괴하고 흉측한 괴담이 아닌 누구나 좋아할 수 있는 마음에 전해지는 따뜻한 이야기이기 때문이 아닐까합니다.


새로 태어날 아이와 산모에게 힘이 되어주기 위해 전하는 이야기니 오죽할까요.


기존 모방범과 화차를 좋아했던 미야베미유키의 팬이라면 이번에 새로 나온 신작 청과 부동명왕을 통해 에도시대를 그리는 미야베월드에도 입문해보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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