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비틀거리던 눈빛에 칼날이 보일 때
김진성 지음 / 델피노 / 2024년 9월
평점 :
[그런데 술을 마시고 가장 힘든 게 뭘까요?
역시 취한 거겠죠.
인생에서 벌어지는 대부분의 굴욕적인 일들은 취한 상태에서 일어납니다.
그러나 이 알모사10은 그런 부작용을 완전히 없애줍니다. 그것도 단 10분 만에.
눈치채셨겠지만 이 알모사10의 이름은 '10분 만에 몸속에 있는 알코올을 모두 사라지게 만든다.'라는 의미입니다.]

김진성 작가의 장편소설 신간, 비틀거리던 눈빛에 칼날이 보일 때를 읽었습니다.
새순결장막회라는 수상한 이름을 가진 단체는 이름에서 느껴지는 사이비스러운 이미지와는 다르게 다양한 약을 만들어판매하는 단체입니다.
소설의 주인공 정인은 음주운전으로 가족을 잃고 동생이 속해있던 새순결장막회를 찾아 제 2의 삶을 시작합니다.
정인은 새순결장막회의 단 한명으로 구성된 TF팀의 팀원으로 알모사10을 판매하는 영업직이 되는데요.
이 알모사10은 10분만에 몸속에 있는 알콜을 모두 사라지게 만드는 효능을 가진 차세대 신약이지만 의미심장한 과용방지 경고문구 또한 가지고 있습니다.
나노봇을 활용해 몸속의 에탄올을 분해하는 이 신약은 술을 마시고 운전을 해도 단 10분만에 음주측정에서 0%가 검출되는 뛰어난 효능을 보이는데요.
늘 영업실적이 바닥이던 정인은 우연히 샘플을 이용해 음주운전사고를 내고도 실형을 피한 거래처 고객 덕분에 입소문을 타고 실적은 하늘로 치솟습니다.
가족을 음주운전사고로 잃었기 때문에 누구보다 음주운전을 혐오해야 할 정인은 자신의 속내를 감춘 채 그자들의 면죄부가 되어줄 알모사10을 판매하고, 이 알모사10을 이용해 사고를 내고 처벌을 피한 사건의 유가족인 민준의 복수심은 가해자인 운전자를 거쳐 알모사10을 판매하고 있는 정인에게 향합니다.
소설을 읽으며 복수와 구원의 경계에서 그려지는 서늘한 드라마에 몰입해 단숨에 그 자리에서 완독할 수 있었는데요.
알모사10은 정말 나노봇을 활용한 최첨단기술의 결정체일까, 새순결진리회는 이런 최첨단 기술으로 왜 똥을 싸지 않게 해주는 젤푸스같은 약을 만드는 걸까.
정인은 왜 자신의 속내를 감춘 채 알모사10을 판매하는 것일까.
등 소설을 읽다보면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의문들이 생겨나는데요.
김진성 작가의 소설 비틀거리던 눈빛에 칼날이 보일 때는 알모사10을 음주측정을 피하는 용도가 아닌 그저 숙취해소용으로 사용하는 사람들은 어떻게 되는 것인지와 같은 보통은 그냥 넘겨버리기 쉬운 의문점까지 완벽하게 해소시키며 깔끔하게 마무리 됩니다.
227p라는 비교적 짧은 분량에도 임팩트있는 서사로 여운을 남기며 마무리된 소설 비틀거리던 눈빛에 칼날이 보일 때.
소설을 읽고 나면 소설의 제목에 숨겨진 의미 역시 다시 한번 느껴지며 우리 주변에 언제든 일어날 수 있는 술과 관련된 각종 사건사고들에 대한 경각심마저 들게 되는데요.
모든 걸 잃고 복수를 선택할 수 밖에 없었던 남자의 이야기를 통해 복수와 구원 그리고 정말 복수가 구원이 될 수 있는지 많은 생각이 들게하는 소설 '비틀거리던 눈빛에 칼날이 보일 때'를 추천드립니다.
해당 서평은 채성모의 손에 잡히는 독서와 델피노 출판사를 통해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