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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은 안 되지만 ㅣ 트리플 27
정해연 지음 / 자음과모음 / 2024년 9월
평점 :

자음과모음을 통해 정해연작가의 신작이 트리플시리즈로 찾아왔다.
사실 트리플시리즈는 처음 접해보는데 책의 마지막 페이지를 보니 이미 스무권이 훌쩍 넘는 트리플시리즈가 출간 된 유서깊은 시리즈였다.
정해연작가는 트리플시리즈를 통해 세 종류의 각기 다른 장르의 단편소설을 수록했고 각각 미스터리, 공포, 환상문학의 장르에 속해있었다.
평소 미스터리 소설을 위주로 책을 접해오던 내게 가장 재미있고 흥미롭게 다가온 작품은 역시 미스터리 장르의 관심이 필요해였다.
어린 시절 제대로 된 사랑을 받지 못하고 자란 중혁은 의사가 된 뒤 잦은 빈도로 병원을 찾아오는 영우가 대리 뮌하우젠 증후군에 걸린 엄마에 의해 학대받고 있는 것이 아닌지 의심한다.
데리뮌하우젠증후군이란 가족을 극진히 보살펴 다른 사람의 관심과 칭찬을 받으려는 증상으로 중혁은 영우의 어머니가 자신의 만족감을 충족시키기 위해 영우를 일부러 아프게 하는게 아닌가 의심하게 된 것.
반전미스터리로 유명한 정해연 작가의 트리플시리즈의 미스터리단편답게 관심이 필요해는 짧은 분량이면서도 예상치 못한 반전으로 미스터리 장르의 재미를 충실하게 구현했다. 그리고 가슴이 먹먹해지는 독자들을 향한 메세지까지...
첫 단편이었지만 이 한편으로도 충분히 이 책은 가치가 있다고 느끼며 두 번째 단편을 읽기 시작했다.
두번째는 공포장르에 속한 드림카.
정말 정직한 순수한 공포장르의 단편이었는데 어떤 투자로 큰 수익을 낸 인우가 자신의 드림카를 몰고 도로를 달리며 귀신을 목격하게 되는 단순한 플롯에도 정해연 작가가 가장 잘하는 반전을 숨겨놓아 역시 다 읽게 되면 감탄을 하게 된다.
특히 혼자 탄 차량 보조석에서 안전벨트 미착용 경고음이 들려오는 장면은 마치 영화를 보는 듯 이미지가 생생하게 재생되는 듯 했다.
마지막은 표제작인 말은 안 되지만.
제목부터 굉장히 탁월하게 잘 지었다고 생각하는데 정말 넌센스하게 말이 안되는 상황이지만 소설의 화자는 말이 안되지만 어느날 말이 되어버린다.
사람이 말로 변하는 건 당연히 말이 안되는 이야기지만 이 작품속에서는 조금 다른 의미로 말이 안되는 이야기다. 왜냐하면 사람은 말이 아니라 훌륭한 돼지로 변해야 하기 때문.
모두가 돼지로 변하는 것이 정상인 사회에서 혼자 말이 되어버린 화자가 사회의 뒤틀린 시선과 배척하는 분위기 속에서 그 불평등에 저항하고 포기하고 결국 받아들이는 이야기다.
환상문학이란 장르에 걸맞게 굉장히 기묘한 분위기였고 의식의 흐름대로 흘러가는 듯 하면서 몽환적이었는데 사실 이런 장르를 거의 접해보지 못한 나는 소설을 읽으면서도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의미를 알아차리지 못했다.
내가 아는 정해연 작가는 번뜩이는 반전으로 홍학의 자리같은 반전 미스터리를 쓰는 분이 아니었던가.
다행히도 이 트리플시리즈는 세가지의 다른 장르의 단편이 각기다른 사람에게 난해하게 혹은 재미있게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고 성현아 문학평론가님의 해설을 수록해 작품을 더 쉽고 깊게 이해할 수 있게 돕고 있었다.
내가 읽고 느낀 것보다 훨씬 많은 의도들이 숨어 있구나 하고 다시 소설을 처음부터 읽기 시작할 때면 확실히 더 많은 의미들이 느껴지기 시작한다.
생각보다 큰 창작의 고통을 겪으며 작품을 써내려가고 있는 작가님의 짧은 에세이를 통해 쉽고 재미있게 술술 읽히는 정해연 작가님의 작품에 얼마나 많은 고뇌가 숨어 있는지 조금은 알게 되었고 이 세 단편 뒤 에세이까지 포함하면 자음과모음 출판사가 의도한 작가, 작품, 독자의 아름다운 트리플이 완성된 것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