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 게임
마야 유타카 지음, 김은모 옮김 / 내친구의서재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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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읽은 책은 마야 유타카의 신게임이다.

지금까지 내가 좋아하는 일본의 추리소설작가를 꼽으라면 반드시 빠지지 않고 선택되는 작가가 바로 마야 유타카다.

애꾸눈 소녀로 마야유타카의 독특한 추리 세계에 입덕해 귀족탐정, 날개달린어둠을 비롯한 메르카토르 시리즈까지, 사실 추리 소설, 미스터리 장르를 다양하게 그리고 양적으로 많이 접하다보면 어느 순간 대부분의 작품들이 읽고 나면 기억에 남는 게 거의 없이 스쳐지나가는 작품으로 남게 되는데 마야 유타카의 작품들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하나하나가 본격 미스터리 장르의 재미를 잘 살리면서도 추리 소설의 기본을 제대로 뒤틀어 클리셰를 박살내는 독특한 재미를 주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번에 출간 된 '신 게임' 역시 내친구의 서재에서 작년 말, 올해 출간될 작품 라인업을 공개했을 때 부터 목이 빠져라 기다리던 작품이기도 했다.


이번 신게임은 그 배경부터가 굉장히 독특한 작품인데, 무려 고단샤에서 아동을 위한 미스터리 소설 시리즈로 출간된 것.

물론 작가가 마야 유타카인 만큼 의도와는 다르게 아동은 도저히 읽을 수 없는, 성인들도 단단히 각오하고 읽어야 하는 제대로 된 본격 미스터리 소설로 출간되어버렸다.


작품 신게임에서 제목인 신 게임은 정말 게임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스스로를 신이라 주장하는 전학생 스즈키에게 주인공 요시오는 이를 스즈키가 스스로를 신이라 생각하고 진행하는 컨셉플레이에 어울려 주는 일종의 '게임'이라고 생각하고 대화를 이어 나간다.

이 점이 이 소설의 차별화된 포인트인데, 주인공 옆에 전지전능한 신이 존재하는만큼 주인공은 신에게 가볍게 물어보기만 하면 모든 것을 쉽게 알아낼 수 있다. 다만 신은 신인 만큼 인과관계를 떠나 결과만을 말해주기 때문에 사건의 범인은 쉽게 알려주지만 그 결과를 바탕으로 범인을 체포하기 위한 '추리'는 초등학생 소년탐정단이 역으로 추적해나가야 하는 점이 이 소설의 가장 큰 재미 포인트였다.


아동서라는 말에 조금은 가벼운 마음으로 작품을 펼쳤지만 고양이가 죽어나가는 모습에 마음을 다잡게 되고 이내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전개되고 마지막 페이지를 덮고 나면 세상 어떤 어린이들도 절대 보면 안되는, 대신 나와 같은 미스터리 소설의 매니아에게는 세상 둘도 없는 선물같은 작품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는 걸작이자 괴작인 마야유타카의 신게임을 꼭 읽어보시길 추천드린다.


그리고 내친구의 서재 출판사에서 안녕, 신이 출간 되는 날까지 다시 목이 빠져라 기다려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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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스푸틴의 정원 이누카이 하야토 형사 시리즈 6
나카야마 시치리 지음, 문지원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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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카야마시치리 이누카이하야토형사시리즈 일본미스터리소설 신간 라스푸틴의정원 서평 블루홀식스 출간


나카야마 시치리라고 하면 반전의 제왕이란 칭호와 함께 다작이라는 이미지가 떠오른다.

그만큼 많은 작품을 집필하면서도 묵직한 한방의 반전이 주는 재미를 놓치지 않는 작가인데 나 역시 나카야마 시치리 특유의 반전이 주는 재미에 반해 연쇄살인마 개구리 남자 시리즈로 시치리월드에 입문해 미코시바 레이지 변호사 시리즈, 미사키 요스케 시리즈, 비웃는 숙녀 시리즈를 비롯해 최근에는 표정없는 검사 시리즈와 이누카이 하야토 형사 시리즈까지 섭렵하게 되었다.


지금까지 가장 좋아하는 나카야마 시치리의 시리즈를 꼽으라면 연쇄살인마 개구리남자 시리즈였지만 최근 카인의 오만을 읽고 이누카이 하야토 형사 시리즈의 재미를 막 알아가고 있던 차에 때맞춰 나온 라스푸틴의 정원을 접할 수 있었고 이제 내 최애시리즈는 누가 뭐라고 해도 이누카이 하야토 형사 시리즈가 된 듯 하다.


개인적으로 미스터리 소설이라는 장르를 떠나서 나카야마 시치리 작가의 또다른 장점은 유려한 필력에 있다고 보는데, 장면 하나하나가 잘만든 영화를 보는 것 처럼 생생하게 표현되는 점이 바로 그것이다. 필력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장면은 이누카이 하야토 형사 시리즈의 이전작인 카인의 오만에서 찾을 수 있는데, 작품의 극 초반부 산책 중 버려진 시신을 발견하고 아무것도 모르는 듯 칭찬해달라고 꼬리를 흔드는 멍멍이 장면은 아직까지도 가장 인상깊었던 오프닝으로 남아있다. 그리고 그 필력은 이번 작품 라스푸틴의 정원에서도 여전하다.


이누카이 하야토 형사 시리즈는 지금까지 의료법과 관련된 이야기들을 주로 다루어온 사회파 미스터리에 가까운데, 존엄사와 장기 밀매와 이식을 지나 이번 작품에서는 민간 요법, 대체 치료와 사이비를 주요 소재로 이야기를 전개한다.


이누카이 형사는 딸의 병문안을 통해 알게된 소년의 장례식에서 소년의 시신에 난 수상한 멍자국들을 발견하게 되고, 조그마한 단서들을 모아 결국 사이비 종교의 민간요법을 빙자한 사기범죄를 추적하게 된다.


사회파 소설답게 단순하게 대체의학에 대한 비판만을 앞세우는 것이 아닌, 피해자들이 속을 수 밖에 없었던 이유인 현대의학의 문제점도 상기시키고 있어 작품의 깊이를 느낄 수 있었으며 미스터리 소설로서의 반전도 훌륭했다.


작품이 전개되며 초반부에 범인을 공개하고, 범인을 알고 있지만 법의 허점 때문에 체포할 수 없는 상황을 그리며 조금은 뻔한 권선징악 이야기로 흘러갈 수 있겠구나 생각할 즈음에 나카야마 시치리 작가는 그 누구도 예상할 수 없었던 전개로 이야기의 방향을 틀어버리며 추리소설로서의 재미를 끌어올린다.


마지막으로 이 작품은 이누카이 하야토 시리즈의 팬들에게도 더 반갑게 다가오는 면이 있는데, 시리즈가 진행되며 함께 변해가는 등장인물들의 매력이 바로 그것이다. 범죄자를 쫓는 열혈 형사 이누카이는 이번 작품에서 딸을 사랑하지만 대하는 모습은 서툰 아버지로서의 모습이 부각되고 아스카는 형사로서 조금씩 성장해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사야카도 조금씩 철이 들기 시작하는 모습을 보이며 시리즈가 진행되며 작품 속 시간도 함께 흘러가는 것을 멋지게 표현한 것 같다.


"생긴 것도 괴이한 게 범상치 않고. 20세기 초에 혈우병 환자였던 러시아 황태자를 치료한 공적으로 황제 부부의 신임을 얻어 궁에서 권력을 휘두른 괴승, 라스푸틴이요." p244


민간요법과 현대의학 그리고 사이비 종교와 법의 허점을 다룬 사회파미스터리소설이면서 예측불가의 전개와 마지막 한방의 반전까지 훌륭했던 나카야마 시치리 작가의 신작 '라스푸틴의 정원'을 꼭 읽어보시길 추천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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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럽혀진 성지 순례에 대하여
세스지 지음, 전선영 옮김 / 반타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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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럽혀진성지순례에대하여 세스지 지음 반타출간 일본호러소설추천 서평


이번에 읽게 된 책은 세스지 작가의 더럽혀진 성지 순례에 대하여.

킨키 지방의 어느 장소에 대하여와 입에 대한 앙케트 이후 세번째로 접하게 된 세스지 작가의 공포소설으로, 언제나처럼 작가가 가장 잘 하는 모큐멘터리의 형식을 하고 있다. 실제로 있었던 일처럼 구성된 허구의 다큐멘터리 스타일을 모큐멘터리라고 하는데, 허구와 현실 사이의 경계를 희미하게 만들어 조금 더 공포를 현실감있게 그리고 피부에 와닿게 만드는 특유의 기법으로 세스지 작가의 주특기라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이전 작품인 킨키 지방의 어느 장소에 대하여가 킨키 지방이라는 구체적인 지명을 활용하여, 우리로 치면 안산, 수원, 산본 즈음의 어느 지방에 대하여 처럼 실제 생활감이 묻어나는 지역을 주제로 다루어 현실과 허구의 장벽을 허물었다면, 이번 작품 더럽혀진 성지 순례에 대하여는 훨씬 더 직접적으로 현실과 허구의 장벽을 두드린다.


목차가 펼쳐지기도 전에, 풀 컬러로 인쇄된 페이지가 나를 반겨주는데 무려 눈만 모자이크된 실제 사람의 사진이 등장하며 작중 소재가 되는 책인 오컬트 양키 채널 공식 팬북이 마치 실존하는 책인 것처럼 표현되어 공포의 실체감을 더욱 크게 느껴지게 한다.


이번 작품 '더럽혀진 성지순례에 대하여'는 크게 세가지의 괴담을 다루는데 하나 하나가 단편소설처럼 완결성을 지니며 숨겨진 진상이 드러날 때 밝혀지는 반전의 재미도 포함하고 있어 공포미스터리소설로서의 재미를 잘 살리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단순한 연작 단편집이 아닌 하나의 커다란 연결성을 지닌 이야기를 그리는데, 괴담으로서의 연결도 무척 훌륭하지만 이 이야기에 등장하는 어리석은 세 사람의 케릭터성으로서의 연결도 인상적이었다.


의미를 알 수 없는 사람들의 버려진 사진들로 가득한 '변태 오두막' 괴담, 죽은 사람이 보인다는 폐병원 '천국 병원' 괴담, 마지막으로 '윤회 러브호텔' 괴담까지, 작 중 세 사람은 절대 유령을 믿지 않는 오컬트 유투버 짱이케 이케다와 신사 출신의 영안을 가진 여자 호조 그리고 중립적인 입장에서 괴담을 과학적으로 해석하려고 노력하는 고바야시까지, 세 사람은 오컬트 책의 출간을 위해 괴담을 해석하고 역추적하고 이해하기 위해 움직인다.


특히 고바야시의 견해가 공포소설 속의 괴담을 바라보는 시선으로 무척 인상깊었는데, 과학적으로 괴담을 해석하기 위해 자기장과 불수의근을 넘어 UFO와 외계인까지 등장하는 점이 특히 그랬다.


개인적으로 열린 결말의 공포 소설을 크게 좋아하지 않는데 이 작품은 마지막 까지 의미를 꾹꾹 눌러담아 닫힌 결말로 이야기의 해석을 명료하게 밝혀주어 특히 재미있었고 괴담에 전체적으로 깔려 있는 풍선남, 보름달님에 대한 해석이 특히 그랬다.


제대로 된, 세스지 작가의 필명 그대로 등골이 오싹해지는 경험을 하고 싶은 분들께 이번에 출간된 '더럽혀진 성지 순례에 대하여'를 추천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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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 우리 집도 아니잖아
김의경 외 지음 / 현대문학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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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 우리 집도 아니잖아'는 다섯 명의 작가가 각자의 시선으로 한국 사회의 가장 민감하며 누구에게나 가장 큰 관심사인 주거라는 문제를 정면으로 바라본 앤솔러지다. 특히나 요즘 집을 알아보러 임장을 다니는 내 모습이 겹쳐보이며 책을 읽는 내내 왠지 모르게 불안하고 오싹함을 느낄 수 있었다. 누군가의 특별한 불행담이 아니라, 오늘을 살아가는 평범한 시민 누구에게나 닿아 있는 이야기였기 때문이다. 특히나 나와도 밀접한 연관이 있는 그런 이야기라 더 몰입해서 읽을 수 있었다.

이 책은 정부의 정책보다는 집이라는 개인적인 공간을 통해 인간의 존엄성과 삶이 어떻게 흔들리는지를 생생하게 보여준다.

특별히 인상적인 에피소드들을 소개하자면.

김의경의 '애완동물 사육 불가'는 다섯편의 작품 중 유일하게 사회적인 시선보다는 개인적인 주제에 더 집중하는 작품처럼 느껴졌다.

방치당하는 아이에게 집이 어떤 의미인지, 양육과 사육의 차이와 애완동물과 반려동물의 차이에 집 외부에서 돌보게 되는 길고양이 캣맘 문제까지 어우러지며 어디까지가 선의이고, 선의가 누구에게는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면, 끝까지 책임 질 수 없다면 시도조차 하지 않는 것이 옳은지 개인의 신념에 대해 이야기 한다.

장강명의 '마빈 히메이어 씨의 이상한 기계'는 전세 사기라는 집단적 재난을 다루며, 피해자들이 감당해야 하는 감정적, 사회적 절망을 현실감있게 보여준다. 누군가는 무너지고, 누군가는 분노하고, 결국 희망의 끄트머리를 붙들고 싶어도 잡히지 않는 상황 앞에서 아무리 방법을 찾으려 애써도 돌아오는 건 막막함뿐이라는 메시지가 강렬하게 다가온다. 사회 정책에 대한 비판도 신랄하게 표현되어 있어 가장 사회적인 문제의식이 강하게 느껴지는 작품이었다.

정명섭의 '평수의 그림자'는 가장 낮설고 흥미로운 방식으로 주거 문제를 비틀어낸다. 사람들의 ‘그림자 크기’로 그들의 경제적 현실을 들여다보는 설정은 다소 판타지처럼 보이지만, 오히려 현실을 더 정확히 보여준다. 요즘은 누구나 이미 서로의 평수, 주소, 전세냐 자가냐 같은 요소로 타인의 삶을 추측하고 평가하며, 때로는 스스로를 숨기고 싶어 한다. ‘집의 크기’가 인간의 가치처럼 소비되는 모습을 통해 우리의 비뚤어진 시선을 되돌아 보게 한다.

다섯 편의 작품을 모두 읽고 나면 공통적으로 떠오르는 질문이 있다. 주거가 삶의 기본 조건 중 하나라면, 그 기본을 지키는 데 이렇게 많은 노력을 들여야 하는 현실이 과연 정상인가. 이 책은 해결책을 제시하지 않는다. 하지만 문학의 가장 큰 역할 중 하나가 질문을 던지는 것이라면, 이 앤솔러지는 그 역할을 충분히 해낸다.

오늘도 임장을 다녀오며, 내 집에 멋드러진 책장 하나와 장식장 하나 그리고 전망좋은 곳에 커피를 마시며 책을 볼 테이블 하나 장만해야겠다 생각하던 내게도 이런 저런 생각이 많아지게 만드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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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 속의 비밀 1
댄 브라운 지음, 공보경 옮김 / 문학수첩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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댄브라운 스릴러소설 신작소설추천 비밀속의비밀 서평 1권 문학수첩출간



댄 브라운의 8년만의 신작 비밀 속의 비밀 1권은 오랜만에 다시 만나는 로버트 랭던의 세계로 나를 초대한다. 사실 다빈치코드가 출간되었던 그 시대를 살아온 나같은 세대의 독자들에게는 댄 브라운이라는 이름만으로도 기대치가 폭발하는데, 이번 작품 역시 그런 기대를 조금도 배신하지 않았다.


그는 대중적인 스릴러 작가이면서도 역사, 예술, 과학, 종교 같은 거대한 주제를 한데 묶어 흥미로운 이야기로 만드는 데 탁월하다. ‘다빈치 코드’, ‘천사와 악마’, ‘로스트 심벌’ 등의 대표작을 거쳐 이제는 랭던 시리즈 자체가 하나의 독립된 브랜드처럼 느껴질 정도다. 매 작품마다 랭던은 전 세계 도시의 역사적 장소를 누비며 난해한 상징과 암호를 풀어내는데, 이 시리즈의 팬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특유의 긴박한 리듬 역시 이번 작품에서도 그대로 살아 있다. 실제로 그의 작품들은 대부분 영화화 되었고, 이 작품 역시 언젠가는 영화관에서 볼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


'이 소설에 등장하는 모든 예술 작품, 유물, 상징, 문서는 진짜다. 모든 실험, 기술, 과학적 결과는 사실 그대로다.

이 소설에 나오는 모든 조직은 실제로 존재한다.'


이번 소설의 주인공은 하버드대 기호학 교수 로버트 랭던이다. 소설이 시작하기도 전에, 그러니까 프롤로그 이전에 '사실'이라는 아주 짧은 챕터가 있는데 이 부분의 단 세 줄의 문장덕분에 소설은 두배, 세배로 독자를 몰입시킨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동안의 종교, 예술 중심의 사건과는 조금 다른 분위기다. 1권에서는 체코의 프라하라는 도시가 주요 무대로 등장하는데, 이 신비롭고 아름다운 도시 배경 덕분인지 초반부터 음산하면서도 매력적인 분위기가 형성된다. 랭던은 캐서린의 초청으로 프라하를 방문하게 되지만, 곧 이 평범한 일정은 댄 브라운 식 범지구적 사건의 도입부가 되어버리고 만다. 시작부터 대박사건의 조짐이 스멀스멀 나타나고, 음모가 서서히 드러나는 듯 하면서 두껍다면 두꺼울 수 있는 두툼한 분량의 벽돌책에(무려 벽돌책이 두권이다.) 몰입하게 된다.


1권에서 특히 흥미로운 부분은,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폭발하기 전 단계에서 작가가 치밀하게 깔아두는 다양한 빌드업 들이다. 캐서린이 연구하고 있는 분야가 ‘의식과 뇌’라는 점, 그리고 단순한 과학 연구 이상의 무언가가 걸려 있다는 암시 등이 소설 전체의 분위기를 서서히 긴장시키며 몰입하게 만든다. 하지만 1권에서는 캐서린의 핵심 이론이나 연구 성과가 본격적으로 밝혀지지는 않는다. 큰 진실은 아직 베일에 싸여 있고, 나는 그저 랭던과 함께 그 베일이 조금씩 흔들리는 순간들만 목격할 뿐이다.

오히려 이 아직 밝혀지지 않은 무언가가 이야기의 긴장감을 유지시키는 요소가 되어 2권을 향한 기대감을 극대화한다.


또한 댄 브라운 특유의 문체가 이번에도 잘 드러나는데, 어려운 주제를 다루면서도 읽기 어렵거나 부담스럽지 않다. 랭던이 상징을 해석하는 과정, 프라하의 역사적 장소 묘사, 캐서린의 연구에 대한 힌트 등이 비교적 쉽게 읽히도록 구성돼 있다. 초반부는 속도감 있게 흘러가면서도 핵심 정보들을 자연스럽게 던져두기 때문에 2권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질까 하는 호기심이 계속해서 유지된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번 작품에서 가장 인상적으로 다가오는 점은, 댄 브라운이 랭던 시리즈를 같은 패턴으로 반복하지 않으려 한다는 것이다. 1권만 보아도 기존의 종교 상징 중심 구조에서 벗어나, 인간 의식과 과학이라는 새로운 영역으로 확장하려는 시도가 느껴진다. 아직 그 깊은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그 ‘변화의 전조’만으로도 다음 권에 대한 기대가 커진다.


전체적으로 비밀 속의 비밀 1권은 본격적인 이야기의 전개를 앞둔 도입부로서 충분히 재미있다. 결말을 향해 질주하는 전형적인 스릴러의 형태가 아니라, 2권에서 터질 거대한 이야기를 준비하며 차근차근 긴장감을 쌓아 올리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1권의 마지막 페이지를 덮고 나면 이제 진짜 이야기가 시작되겠구나하는 생각이 들고, 자연스럽게 다음 권을 바로 펼치고 싶어진다. 댄 브라운 특유의 스릴, 도시 묘사, 상징 해석, 그리고 아직 밝혀지지 않은 거대한 진실까지, 2권이 어떻게 이 모든 조각들을 완성할지 더욱 궁금해지는 작품이다.


그래서 나도 랭던처럼 다음권을 향해 묻고 싶다.

"나한테 모든걸 말해줘야 해. 원고에 대채 무슨 내용이 있는 거야? 뭘 발견했어?" -비밀 속의 비밀 part1 마지막 페이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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