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럽혀진 성지 순례에 대하여
세스지 지음, 전선영 옮김 / 반타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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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럽혀진성지순례에대하여 세스지 지음 반타출간 일본호러소설추천 서평


이번에 읽게 된 책은 세스지 작가의 더럽혀진 성지 순례에 대하여.

킨키 지방의 어느 장소에 대하여와 입에 대한 앙케트 이후 세번째로 접하게 된 세스지 작가의 공포소설으로, 언제나처럼 작가가 가장 잘 하는 모큐멘터리의 형식을 하고 있다. 실제로 있었던 일처럼 구성된 허구의 다큐멘터리 스타일을 모큐멘터리라고 하는데, 허구와 현실 사이의 경계를 희미하게 만들어 조금 더 공포를 현실감있게 그리고 피부에 와닿게 만드는 특유의 기법으로 세스지 작가의 주특기라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이전 작품인 킨키 지방의 어느 장소에 대하여가 킨키 지방이라는 구체적인 지명을 활용하여, 우리로 치면 안산, 수원, 산본 즈음의 어느 지방에 대하여 처럼 실제 생활감이 묻어나는 지역을 주제로 다루어 현실과 허구의 장벽을 허물었다면, 이번 작품 더럽혀진 성지 순례에 대하여는 훨씬 더 직접적으로 현실과 허구의 장벽을 두드린다.


목차가 펼쳐지기도 전에, 풀 컬러로 인쇄된 페이지가 나를 반겨주는데 무려 눈만 모자이크된 실제 사람의 사진이 등장하며 작중 소재가 되는 책인 오컬트 양키 채널 공식 팬북이 마치 실존하는 책인 것처럼 표현되어 공포의 실체감을 더욱 크게 느껴지게 한다.


이번 작품 '더럽혀진 성지순례에 대하여'는 크게 세가지의 괴담을 다루는데 하나 하나가 단편소설처럼 완결성을 지니며 숨겨진 진상이 드러날 때 밝혀지는 반전의 재미도 포함하고 있어 공포미스터리소설로서의 재미를 잘 살리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단순한 연작 단편집이 아닌 하나의 커다란 연결성을 지닌 이야기를 그리는데, 괴담으로서의 연결도 무척 훌륭하지만 이 이야기에 등장하는 어리석은 세 사람의 케릭터성으로서의 연결도 인상적이었다.


의미를 알 수 없는 사람들의 버려진 사진들로 가득한 '변태 오두막' 괴담, 죽은 사람이 보인다는 폐병원 '천국 병원' 괴담, 마지막으로 '윤회 러브호텔' 괴담까지, 작 중 세 사람은 절대 유령을 믿지 않는 오컬트 유투버 짱이케 이케다와 신사 출신의 영안을 가진 여자 호조 그리고 중립적인 입장에서 괴담을 과학적으로 해석하려고 노력하는 고바야시까지, 세 사람은 오컬트 책의 출간을 위해 괴담을 해석하고 역추적하고 이해하기 위해 움직인다.


특히 고바야시의 견해가 공포소설 속의 괴담을 바라보는 시선으로 무척 인상깊었는데, 과학적으로 괴담을 해석하기 위해 자기장과 불수의근을 넘어 UFO와 외계인까지 등장하는 점이 특히 그랬다.


개인적으로 열린 결말의 공포 소설을 크게 좋아하지 않는데 이 작품은 마지막 까지 의미를 꾹꾹 눌러담아 닫힌 결말로 이야기의 해석을 명료하게 밝혀주어 특히 재미있었고 괴담에 전체적으로 깔려 있는 풍선남, 보름달님에 대한 해석이 특히 그랬다.


제대로 된, 세스지 작가의 필명 그대로 등골이 오싹해지는 경험을 하고 싶은 분들께 이번에 출간된 '더럽혀진 성지 순례에 대하여'를 추천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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